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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로달러 논쟁과 달러화의 미래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 4월 5주차

딜로이트 글로벌 이코노미스트의 최신 경제 뉴스와 트렌드 분석

안녕하세요. 딜로이트 인사이트는 글로벌 경제 및 산업 구도에 영향을 주는 주요 이슈에 대한 인사이트를 소개하고 최신 경제산업 데이터와 그 함의를 분석한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를 매주 금요일에 발행합니다.

딜로이트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 아이라 칼리시(Ira Kalish) 박사를 비롯한 딜로이트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네트워크(DGEN)가 매주 배포하는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를 통해 중요한 세계 경제 동향을 간편하게 파악하실 수 있습니다.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는 국내 유력지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외부 배포되고 있으며, 딜로이트의 풍부한 경제·산업 인사이트를 전달하는 플랫폼의 기초 콘텐츠로 자리잡을 것입니다. 많은 관심 및 활용을 부탁드립니다.

이란 전쟁이 종전을 향해 가고 있는 와중에, 이번 전쟁으로 향후 중동 지역을 포함해 세계 경제 전반에 대한 미국의 지배력이 어떻게 변화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도이체방크의 전략분석가는 이란 전쟁은 페트로달러(petrodollar)가 약화되고 페트로위안(petroyuan)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해 주목을 받았다.[1]
도이체방크 보고서의 논지는 현재 전 세계 석유 거래의 80%가 달러화로 이루어지는데, 앞으로는 주요국들이 석유 거래를 달러가 아닌 다른 통화로 실행하면 미국 달러화의 지배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하지만 강력해 보이는 이러한 주장은 곧바로 반박을 불러 일으켰다.
프랭클린 템플턴의 분석가는 달러화의 지배력은 거대한 자본시장과 법적, 제도적 신뢰성에 기반한 것으로, 페트로위안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었다고 해서 페트로달러 시스템이 위협받을 이유는 없으며, 미국 달러는 글로벌 기축통화 지위를 굳건히 유지할 것이라고 반박했다.[2]
도이체방크와 템플턴 분석가의 견해는 미국 달러화 지배력, 혹은 패권의 미래에 대한 논의의 양극단을 대표한다. 즉 달러화 지배력이 구조적으로 해체될 것이란 전망과 달러화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주장이며, 그 사이에는 다양한 견해의 스펙트럼이 존재한다.[3]
2025년 개시한 미국의 관세 전쟁과 올해 베네수엘라에 이은 이란에 대한 무력 침공은 미국의 무역 및 안보 정책에 대한 신뢰를 뒤흔들고, 이것이 결국 달러화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정책으로 인한 재정 건전성 악화,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독립성 공격에 따른 신뢰도 약화 등이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에 손상을 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결국 달러화의 지배력이 약해지고 신흥국의 통화 지위가 올라가지만, 대체 기축통화는 등장하지 않는 시나리오의 전개를 예상하기도 한다.[4]
이 같은 최근 페트로달러 논쟁의 배경과 그것이 달러화 기축통화 시스템에 던지는 질문에 대해 살펴보자.
페트로달러 재순환의 배경
1973년 10월 6일 발발한 욤키푸르 전쟁(제4차 중동 전쟁)에서 미국이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원조에 나서자, 중동 산유국들이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석유 금수 조치를 단행했다. 이로 인해 국제 유가가 몇 달 사이에 네 배 폭등하자 미국은 물가가 치솟고 주식시장은 폭락하며 경제는 심각한 침체에 빠지는 등 전례 없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 직면해 위기감이 감돌았다.
앞서 미국은 1971년 금 태환제를 폐지하여 1944년부터 이어온 전후 국제 통화 금융 시스템인 ‘브레튼우즈 체제’가 붕괴된 상태였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인 1944년 합의를 통해 각국 통화를 미국 달러에 고정하되, 달러를 금과 35달러 대 1온스로 교환 가능하게 하는 금 본위제를 채택한 것이 브레튼우즈 체제의 시작이다. 이로써 기축통화가 영국 파운드화에서 달러화로 이동하는 계기가 됐지만, 완전한 이행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특히 베트남 전쟁으로 막대한 군비 지출 부담과 인플레이션,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에 시달린 미국은 달러 가치 하락과 금 보유고의 고갈 위험에 처했고, 결국 1971년 금 본위제를 폐지하게 됐다. 제1차 오일 쇼크가 발생한 1973년에 주요국 통화는 변동환율제로 전환했다. 당시 닉슨 행정부는 워터게이트 사건 청문회로 타격을 입었지만, 사우디와 경제 파트너십을 통해 페트로달러 시스템을 이끌어 냈다.
이는 미국이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불안정 속에서도 국제적 의제를 설정하는 힘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은 이를 통해 달러화 수요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동시에 석유 원자재 거래에서 달러화 사용을 촉진하고, 미국 국채 수요를 창출해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강화하는데 성공했다. 이로써 달러화 기축 통화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페트로달러 이론의 핵심은 달러화 지배력의 주요 원천은 전 세계 석유 거래가 달러화로 표시된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페트로달러는 단지 달러화로 표시된 석유라는 의미에 국한되지 않고, 달러로 대금을 받은 석유수출국들이 미국 국채와 금융자산을 매입하는 식으로 재투자하여 미국이 재정 및 무역 적자 불균형의 부담을 해소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을 나타낸다. 이를 ‘페트로달러 재순환’(petrodollar recycling)이라고 부른다.
석유 수출국은 석유 판매로 인한 수입(잉여)을 해외 상품 및 서비스 구매에 사용하거나, 해외 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 이 수입이 국내 소비와 투자 자금으로 사용되어 해외 상품 및 서비스 수입 수요를 증가시키는 것을 ‘흡수’ 경로라고 부르고, 해외 자산에 저축되는 것은 ‘자본계정 유출’ 경로라고 한다. 후자의 경우 매입한 자산은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 혹은 국부펀드가 보유한다. 과거 오일쇼크 시기에 석유 수입국의 국제수지 적자가 발생했을 때, 중동 산유국들은 외환보유액의 일부를 국제통화기금(IMF)에 대출해주었고 이러한 자금이 IMF를 통해 재순환된 것도 페트로달러 재순환 개념이 형성되는 계기가 됐다.[5]
흡수든 자본계정 경로든 산유국의 석유 수입 증가는 석유 수입국의 경상수지 부담을 줄이고 유동성 상황을 개선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페트로달러의 재순환은 페트로달러가 세계 다른 지역으로 재유입되는 모든 형태를 포괄하는 것이다.
이러한 페트로달러가 재순환되기 위한 전제는 산유국들의 석유 수출 수입이 크게 증가하는 것이며, 주로 실질 국제 유가가 급등하는 시기에 페트로달러의 위력이 커진다. 물론 석유 수출국의 수익이 크게 증가하더라도 세계 경제 규모에 비하면 작은 수준이다. 1차 오일쇼크 시기인 1973년부터 1976년 기간 산유국의 석유 수출 수익 증가율은 자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48%에 달했지만, 세계 GDP와 비교하면 약 1.5% 수준이었다. 2차 오일쇼크 기간(1978~1981년)의 석유 수출 수익 증가율은 자국 GDP의 31%였고, 세계 GDP 대비 비중은 1.4% 정도였다. 2002년~2005년 산유량 증대와 국제 유가 급등에 따른 석유 수출국의 수익은 자국 GDP 대비 40%나 증가했지만 세계 GDP 대비 비중은 1.0%에 그쳤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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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1946년 이후 국제 유가(WTI) 추이

출처: U.S. Bureau of Labor Statistics; 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via FRED®, Encyclopædia Britannica, 딜로이트 인사이트

고유가 시기에 석유 수출국의 순저축 규모는 급격히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일례로 국제 유가 급등 시기인 2005년에 아시아 제조업 국가들의 경상수지 흑자는 3,410억 달러였고, 석유 수출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2,960억 달러였는데, 2006년에는 이러한 규모가 역전되었다. 실질 가격으로 보면 국제 유가는 오일 쇼크 당시 약 5배 올랐고, 2000년대 급등 시기에도 역시 5배가량 오른 바 있다.
페트로달러의 신화와 현실
페트로달러라는 용어는 1970년대 국제 유가가 세 배 이상 폭등할 당시 막대한 수익을 올린 중동 산유국들이 미국 은행을 중심으로 대형 국제은행에 예치하고 미국 국채를 매입한 후, 이러한 페트로달러가 주로 라틴아메리카를 중심으로 개발도상국에 대출되는 등 미국 은행이 크게 성장한 경로 자체를 가리킨다. 이후 달러 금리가 급등하자 변동금리 달러 대출금 상환이 어려워진 여러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이 부채난에 시달리게 된 바 있다.
페트로달러 재순환 논의는 1974년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간에 이루어진 경제 미 군사 합의에 이른바 ‘페트로달러 비밀협정’이 존재했다는 점에 기반한다. 이러한 협정이 미국의 사우디에 대한 안보 보장에 대한 대가로 시작됐다는 관측을 둘러싸고 계속 논쟁이 이어져왔고, 당사자인 사우디는 이러한 합의가 있었는지에 대해 오랫동안 함구해왔다. 공개된 미국 정부 문서에서 이러한 협정이 있었다는 것이 암시되기는 했지만, 실제로 페트로달러와 안보 보장을 교환했다는 사실은 언급된 바 없었다.[7]
미국-사우디 협정 체결 이후 40여년이 지난 2016년에 블룸버그통신은 1974년 7월 당시 리처드 닉슨 대통령 측근 사이에 극비리 진행된 사우디 회담 임무에 참여한 게리 파스키(Gerry Parsky) 미국 재무부 차관의 발언을 인용, 중동 산유국 석유의 경제적 무기화 시도를 무력화하고 사우디를 설득해 석유로 얻은 달러화를 미국 국채를 매입하도록 해 재정 적자를 메우는 데 활용하려는 목표로 비밀협정을 맺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8]
당시 블룸버그가 미국 국립문서보관소 데이터베이스에서 입수한 외교 전문에 따르면, 당시 파이살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국왕은 사우디의 미국 국채 구매 내역을 ‘극비로 유지할 것’을 요구했다. 재무부와 연준 관계자 몇 명만 알고 있던 이 비밀은 40년 넘게 공개되지 않았다가 언론의 정보 공개 청구 이후 일부가 드러났다. 당시 공개한 사우디의 미 국채 보유액은 1,170억 달러 수준으로, 이러한 자산 규모는 실제 사우디가 보유한 잉여 페트로달러 규모에 비해 과소평가된 것으로 알려졌다.[9]
‘국제 페트로달러 위기’란 용어는 1974년 당시 미국 하원 청문회에서 공식 사용됐다. 석유 금수 조치 이후 급등한 국제 유가로 중동 산유국들이 대규모 석유 판매 수입을 올렸고, 이것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여부가 국제 통화 시스템에 중대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본 것이다.[10]
에너지수출국기구(OPEC)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공식적인 중립 입장을 표방했지만, 앞서 1938년 아람코(아라비아-미국 석유회사) 설립 후 발견한 막대한 석유 매장량이 전쟁에서 승리하는 데 원동력이 되었기 때문에, 1943년부터 미국 정부는 사우디를 중요한 안보 이익 대상으로 간주하기 시작했다.[11]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중동 산유국의 흑자는 줄어들기 시작했다. 사우디는 1980년대 초 높은 유가를 유지하기 위해 산유량을 대폭 줄였는데, 이로써 1981년 이후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면서 1970년대 축적한 흑자를 소진했다. 주요 중동 석유수출국들은 국제 은행 계좌에 예치한 자금을 빼서 국부펀드를 설립하고, 글로벌 주식시장에 투자했다. 1997년 발생한 아시아 외환위기로 국제 유가가 하락하였을 때 사우디는 누적 경상수지 흑자가 소진되고, 이후부터는 경상수지 적자국이 되었으며, 이로 인해 페트로달러의 은행 유입은 사리지고, 산유국들이 채권 시장에서 자금조달에 나서야 했다.[12]
2000년 전후부터 글로벌 금융 위기까지 중국과 신흥국 경제의 강력한 성장과 국제 유가 급등으로 ‘제2의 페트로달러 시대’가 열린다. 배럴당 20달러 대 유가에 맞춰 산유량을 조절하던 중동 산유국들은 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하자 다시 막대한 흑자를 기록한다. 사우디는 2005년부터 2015년까지 누적 흑자가 1조 달러를 넘어섰다. 글로벌 은행 시스템에 예치된 중앙은행 달러 예금은 2002년 말 2,600억 달러에서 2007년 말에 8,000억 달러에 육박했다. 이 기간에는 국채와 같은 전통적인 준비 자산 외에 국부펀드의 자산인 주식 및 사모펀드로 많은 자금이 유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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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사우디아라비아의 누적 국제수지 흐름

출처: Brad W. Setser(CFR), 딜로이트 인사이트

하지만 2015년 이후에는 사우디의 경우 경상수지가 다시 적자로 돌아섰고, 등락을 거쳐 2024년과 2025년도 적자를 기록했다. 이러한 추세는 다른 중동 산유국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사우디는 국부펀드와 국가가 대규모 국채를 발행하여 글로벌 은행 시스템에서 유동성 순유출 국가가 됐다. 이런 점에서 사우디를 중심으로 하는 1, 2차 페트로달러의 시대는 끝났다고 볼 수도 있다.[13]
이렇게 페트로달러의 실체가 사라진 이후에도 계속 강한 이론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을 일종의 ‘신화’라고 비판할 수도 있지만, 과거 미국 달러화가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다. 정치, 경제, 역사학계의 다양한 연구자들 사이에서 페트로달러와 1970년대 미국의 패권이 갱신되는 흐름 사이에 몇 가지 연관성이 있다는 데 동의가 존재한다.
먼저 금 본위제 폐기 이후 ‘순수 미국 달러 본위제’로 전환이 페트로달러에 기반한 것이란 주장은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당시에는 석유가 세계 무역의 중심 상품이었기 때문에 페트로달러가 달러화 본위제 확립을 통해 기축통화 역할을 유지하는 데 기여했다는 점이 인정된다. 또한 1973년부터 1977년 사이 약 1,700억 달러에 달하는 페트로달러의 상당 부분이 ‘수입을 통해 흡수되지 않고’ 미국과 영국 런던의 유로달러 시장에서 영업하는 미국 은행에 달러표시 계좌로 예치되었다는 것도 사실이다. 1977년 전체 국제 외환보유액에서 달러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달했다. 마지막으로, 페트로달러의 유입은 이른바 ‘이중대출’ 역할을 하면서, 미국 은행을 중심으로 서구 상업은행의 초국가화 사업 번성과 더불어 당시 국제 산업 강국이던 미국을 소비 제국으로 변모하게 하는 역할을 했다. 이른바 ‘달러-월가의 금융 체제’가 탄생한 것이다.[14]
페트로달러 시대의 종료와 달러 지배력
페트로달러 서사가 강화되는 때는 국제 유가가 폭등하는 시기와 전쟁이 발생했을 때였다. 일각에서는 페트로달러가 전쟁의 배경이라고 주장한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2011년 미국-나토(NATO)연합군의 리비아 내전 개입, 올해 미국의 베네수엘라 침공과 마두로 체포 등의 사례가 모두 페트로달러 시스템에 도전한 결과라는 것이다.[15]
2000년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은 유엔 식량지원석유교환 프로그램에 따라 석유 판매 대금을 달러에서 유로로 전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후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여 후세인 정권을 전복한 후 이라크의 석유 판매는 다시 달러화로 전환되었다. 리비아의 카다피는 석유를 포함한 무역에 사용할 범아프리카 금본위제 디나르화를 주창하다가, 연합군의 내전 개입 속에 사망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달러화 외 통화로 석유 거래를 장려하고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했다가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체포된 경우이다. 이란의 경우도 2000년대 이후에는 석유 판매 통화에 유로화와 위안화를 도입하고 대체 환전 방식을 제안해왔다.
이른바 ‘페트로달러 전쟁 이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석유 판매 통화를 다변화하려는 국가는 미국으로부터 불이익을 받거나 공격을 당한다고 본다. 페트로달러 시스템이 미국 달러화 기축통화 지위 유지에 중요하며, 따라서 국익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은 너무 단순하며, 미국의 군사적 행동이 페트로달러에 대한 분쟁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란과 미국의 긴장관계는 이미 1979년 이슬람 사회주의혁명 발생부터 강화되었고 인질 사태와 핵 분쟁 그리고 중국과의 관계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2001년 아프가니스탄 공격이나 러-우 전쟁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것도 페트로달러와 연관성을 찾기 힘들다.[16]
석유는 달러화 지배력의 한 요소일 뿐이며, 그 영향력은 크게 줄어들었다. 완성된 달러화 지배력은 미국의 경제 및 금융시장의 규모와 깊이, 통화 및 재정 정책 등 복합적인 요소들에 기반했다. 이러한 다양한 요인들로 인해 달러화 지배력이 줄어들고 가치가 하락할 경우,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클 수 있다. 달러화 약세는 인플레이션, 차입 비용 상승, 지정학적 영향력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달러화가 기축통화 지위를 잃으면 미국은 생산량보다 소비량을 줄여 무역수지 균형을 맞춰야 하며, 이는 고통스러운 구조조정 과정이 필요하다.
이런 면에서 페트로달러 논쟁이나 전쟁 이론은 그 진위를 넘어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전 세계 석유 및 원자재 교역과 경제 활동에서 달러화가 누리는 특권이 사라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가 중요하며, 이는 전쟁의 발생 원인이나 페트로달러 논쟁보다 훨씬 더 중요한 대목이다.
2022년에 사우디가 중국에 판매하는 석유에 대해 달러화가 아닌 위안화를 수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도 페트로달러 시스템에 기반한 달러화 지배력이 무너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17]앞서 2018년에 중국 상하이국제에너지거래소(SIEE)가 달러가 아닌 위안화로 표시되는 원유선물 계약 상품을 출시했을 때도 이로 인해 달러화 패권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된 바 있다.[18]이러한 우려는 모두 페트로달러의 중요성보다는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배력이 지니는 중요성에 방점이 찍힌다.
석유 및 주요 원자재 수출국의 거래통화 다변화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페트로달러의 실체도 거의 사라진 지금은 페트로달러 순환 이론이 달러화 가치의 변화나 국제 외환 거래 및 채권 발행에서 달러화의 지배적 비중의 변화를 설명하는 데 한계를 지닌다. 2023년 다보스 포럼에서 사우디 재무장관은 위안화 외에 다양한 다른 통화로도 석유를 거래할 용의가 있다고 발언했다. 또한 인도, 파키스탄, 이라크, 아랍에미리트는 러시아 및 중국과 석유나 기타 원자재 대금을 각국 현지통화로 지불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다변화 움직임은 글로벌 통화 시스템이 달러화 중심에서 벗어나 분산되는 전환을 촉진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은 그러한 전환 가능성이 현실화될 조짐은 없다. 일례로 미국 달러화의 국채 채권(유로 본드)시장 점유율을 살펴보면, 큰 파동과 같은 패턴을 보이는데, 1960년대 이후 뚜렷한 세 차례의 파동이 지나고 달러의 지배력은 여전한 것으로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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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국제 채권 발행 잔액 중 통화 비중(%, 2000~2024)

출처: Maggiori et al (2020), Dealogic, Euroclear, LSEG, BIS. 딜로이트 인사이트

달러화가 국채 채권 발행 통화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980년대 초와 1990년대 후반에 약 60% 내외에서 최고치를 기록한 뒤 감소하곤 했다. 그런데 2000년 이후 2024년까지 점유율 변화의 정점에서 보여준 점유율과 거의 동일하다. 반세기 동안 세 차례의 뚜렷한 달러화 지배력의 파동을 거친 뒤에도 브레튼우즈 체제가 종료된 1973년 수준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그 사이 국제 채권 발행 잔액은 1970년 불과 20억 달러에서 2024년 말 30조 달러까지 증가했으며, 이는 현재 국제 은행간 대출 규모보다 6조 달러나 더 많은 것이다. 이러한 달러화의 점유율 유지는 달러화 패권 강화 주장이나 탈달러화 담론 모두와 맞지 않는 것이다.[19]
달러화의 지배력은 달러화의 가치 변화 주기와도 맞닿아 있다. 1973년 변동환율제 채택 이후 미국 달러화의 실질 가치를 살펴보면, 석유 자금의 달러 수요 유입 속에서 1979년 제2차 오일 쇼크 당시 약화되었다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대처하는 폴 볼커 연준 의장의 강력한 긴축 통화정책과 경기 침체에 대응하는 레이건 대통령의 확장 재정정책 속에서 주요국 통화 대비 약 50% 절상되는 급격한 상승기(1980~1985)를 맞는다. 이후 플라자합의를 통해 급격한 절하 시기를 거친 뒤, 1987년 아시아 외환 위기 이후 다시 절상되었다.
2001년 911 테러 사태 이후 장기간 약세 국면을 지속하던 달러화는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일시 강세로 전환했으나 이내 약세 국면으로 되돌아 간다. 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던 달러화는 2018년 미중 무역전쟁과 연준의 양적완화(QE) 정책의 종료 및 금리 인상 재개 속에 강세로 전환한 뒤 현재에 이르고 있다. 2025년부터 명목 달러화지수는 100선 이하로 떨어졌지만 실질 지수는 110선을 넘는 고평가 국면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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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미국 달러화지수 실질/명목 비교

출처: Fed, Macrobond(Franklin Templeton), Statista. 딜로이트 인사이트

한편 미국이 에너지 수입국에서 순에너지 수출국으로 부상한 것이 시스템 변화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 때문에 최근 석유 및 원자재 가격과 달러화의 움직임은 과거 패턴과 달라졌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시기에는 달러 가치가 원자재 가격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이러한 변화가 다중적인 요인에 기반한 일시적인 현상인지는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미국이 에너지 수출국으로서 새로운 지위를 갖게 되면서 글로벌 금융 시스템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또다른 경로가 바로 페트로달러 체제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석유 수입 감소는 글로벌 금융 시스템으로 유입되는 페트로달러의 감소로 이어진다. 또한 원유 수입국들이 국제 유가와 달러화 가치의 동반 상승으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석유 거래를 달러가 아닌 다른 현지 통화로 해달라고 요구할 유인이 발생한다.[20]
중동 주요 산유국들은 국제 유가 상승과 이에 따른 수입 증가에도 불구하고 미국 국채 투자를 줄여 왔는데, 이 와중에 달러화의 세계 무역 내 비중은 2014 년 최고점 이후 감소하고 있다. 외환보유액 내 달러화의 비중도 2022년 기준으로 3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러 지위는 현상 유지가 계속되고 있다. 변화하는 에너지 및 지정학적 지형이 달러의 글로벌 역할에 실질적 변화를 촉발하는지 여부는 미지수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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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미국 달러의 지배력과 걸프 산유국이 보유한 미 국채

출처: IMF, World Trade Monitor, SWIFT, US Treasury, BIS(2023). 딜로이트 인사이트

달러화의 기반 약화와 다극화 전망
미국 달러화의 지배력은 여전하지만 그 기반은 이미 약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1960년 세계 경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했지만 현재는 25%까지 줄어들었다. 구매력 평가 기준으로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중국 경제가 미국 경제 규모를 추월했다. 시장환율 기준으로는 미국이 중국보다 훨씬 크지만, 차이는 줄고 있다. 또 수출 가치 기준으로 미국은 중국과 유럽에 이어 3위에 그친다.
달러화의 가장 큰 취약성은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킬 수 있는 '쌍둥이 적자' 문제다. 미국 연방 총부채는 GDP의 120%를 넘어섰으며 2055 년까지 17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추세는 재정 건전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국채 수익률이 상승하고 연준이 물가 안정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게 만든다. 또한 미국의 순해외자산 포지션은 GDP의 마이너스 70%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러는 여전히 세계 통화 및 금융을 지배한다. 달러화는 세계 외환보유액과 국제 금융 부채, 국채 채권 발행의 60%, 세계 무역 송장 발행의 40%를 각각 차지한다. 또한 원자재와 외환 거래 및 파생상품 시장을 거의 대부분 지배한다.[21]
미국 달러는 기반이 점차 약화되는 가운데 기축통화로서 지배력을 유지하지만, 국제 통화 시스템은 갈수록 다극화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물론 당장 자산의 규모와 유동성, 안정성 면에서 다른 어떤 통화도 미국 시장에 못 미치기 때문에, 투자 세계에서 달러에 대한 대안은 존재하지 않는다. 중국 위안화와 유로화는 세계 통화로서의 요소들을 갖추고 있지만, 여러가지 면에서 기축통화 지위에는 미치지 못하며, 달러화에 필적할 만한 수준에 도달하려면 멀었다. 또한 다극화된 국제 통화 시스템이 세계 경제 회복력 강화에 유리한 것인지 여부는 열린 질문이다. 

[1] Deutsche Bank Research Institute, “What Iran means for the dollar: a perfect storm for the petrodollar”, Mar. 24. 2026

[2] Franklin Templeton, “On My Mind: The $ is dead, long live the $”, Apr. 14, 2026

[3] Carmen M. Reinhart, “Gambling With the Dollar’s Future”, Dec. 15, 2025; Barry Eichengreen, “The Decline and Fall of the Dollar Empire,” Apr. 9, 2026

[4] Qiyuan Xu, “Our Tariff-Era Dollar, Your Problem”, Feb. 2, 2026; Erin Lockwood, “Will “Sell America” End the Dollar’s Hegemony?” Feb. 9, 2026; Jim O’Neill, “Could a BRICS Currency Work?”, Feb. 12, 2026

[5] Saleh M. Noduli, “Petrodollar Recycling and Global Imbalances”, Mar. 23, 2026

[6] Ibid.

[7] U.S. GAO, “The U.S.-Saudi Arabian Joint Commission on Economic Cooperation”, Mar. 29, 1979

[8] Bloomberg, “The Untold Story Behind Saudi Arabia’s 41-Year U.S. Debt Secret,” May 30, 2016

[9] Ibid.

[10] Federal Reserve Bank of St. Louis, “International Petrodollar Crisis : Hearings Before the Subcommittee on International Finance of the Committee on Banking and Currency, House of Representatives, Ninety-Third Congress, Second Session, July 9 and August 13, 1974”, Jul 9, Aug 13, 1974

[11] Carla Norrlöf, “The Decline and Fall of the Petrodollar?”, Jul. 5, 2024

[12] Brad W. Setser, “Petrodollars: Myth and Reality”, Apr. 14, 2026

[13] Ibid.

[14] Duccio Basosi, “Oil, dollars, and US power in the 1970s: re-viewing the connections”, Journal of Energy History 2019/2 No 3

[15] Scott Beyer, “Unpacking the Petrodollar War Theory”, Feb. 27, 2026

[16] Ibid.

[17] The Wall Street Journal, “Saudi Arabia Considers Accepting Yuan Instead of Dollars for Chinese Oil Sales,” Mar. 15, 2022

[18] American Foreign Policy Council, “The End of the Petrodollar?” Mar. 20, 2018

[19] Swapan-Kumar Pradhan, Eswar Prasad, Előd Takáts, Judit Temesvary, “Dollarization waves: Insights from the BIS international bond database”, Mar. 24, 2026

[20] BIS Bulletin No. 74, “The changing nexus between commodity prices and the dollar: causes and implications”, Apr. 13, 2023

[21] Fabio Panetta(Governor of Banca d'Italia), “The struggle to reshape the international monetary system: slow- and fast-moving processes”, Dec. 9, 2025

Deloitte Insigh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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