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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생성형 인공지능(AI) 챗지피티(ChatGPT) 출시 이후 선진국 대부분 지역에서 실업률이 상승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기술 발전으로 인한 급격한 일자리 감소의 초기 단계로 보고 있으며,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이러한 현상이 노동시장에 ‘쓰나미’와 같은 충격을 줄 것이라고 예측했다.[1]
AI 기반 이력서 작성 사이트인 ‘레주메 나우’(Resume Now)가 지난해 12월 미국 성인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1%가 2026년에 AI로 인해 일자리를 잃을까 봐 어느 정도 걱정하고 있다고 대답했고, 이들 중 10%는 매우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었다. 설문 참가자의 60%는 AI가 올해 창출하는 일자리보다 없애는 일자리가 더 많을 것이라고 답했고, AI로 인한 일자리 순증가를 예상한 사람은 4%에 불과했다.[2]
이러한 우려가 과연 정당한 것인지, 실제로 최근 지표에서는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지 살펴보자.
기술 혁신과 일자리의 관계
어떤 기술이나 혁신은 일자리의 형태를 바꾸거나 일자리를 아예 없애거나 한 것이 역사적인 경험이다. 하지만 기술은 새로운 유형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생산성과 수요를 높여 경제 전반의 일자리 규모의 성장을 촉진한다.
과거 수십 년간 급격한 기술 변화는 고용 감소가 아닌 고용 증가로 이어졌다. 미국의 일자리 수는 1900년 이후 6배 증가했고, 실업률은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림 1. 미국 비농업부문 고용인구와 실업률
출처: U.S. Bureau of Labor Statistics, FRED. 딜로이트 인사이트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현재의 AI 기술은 과거 경험과 달리 대규모 실업 사태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IMF 총재 외에도 최근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AI가 제대로 통제되지 않으면 일자리를 대량 파괴하는 무기(WMD)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3]
제이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은행 직원 수가 조만간 줄어들 것이라고 했고, 앤트로픽(Anthropic)의 다리오 아모데이 CEO는 모든 초급 사무직 일자리의 절반이 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AI의 초지능 시대가 도래하면 과거에는 첨단기술 혁신의 혜택을 누리던 직종, 심지어 창의성, 공감 능력, 판단력, 적응력이 요구되는 직종에서 AI가 인간을 대체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한다.[4]
실제로 이러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살펴보자. 2022년 말 챗지피티 출시 이후 미국, 독일, 프랑스를 비롯한 다수 선진국에서 실업률이 상승했다. 특히 미국과 영국의 다수 연구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같이 AI 관련 직종에 종사하는 청년층 고용이 2022년 이후 눈에 띄게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스탠포드 대학의 디지털경제연구소는 민간부문 급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생성형 AI가 미국 노동시장의 신입 근로자에게 불균형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초기 대규모 증거가 확인되었다고 보고했다. 조사 결과 AI에 노출된 직종에서 22~25세 신입 직원 수가 약 16% 정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5]
그림 2. 미국 소프트웨어 개발자 수의 연령대별 변화
출처: Brynjolfsson et al.(2025 Nov), 딜로이트 인사이트
하지만 이런 현상이 정말 AI 때문이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선진국 노동시장의 고용이 약화된 것은 상당 부분 2021~2022년 발생한 인플레이션 사태와 이어진 2022~2023년 중앙은행 금리 인상의 영향을 상쇄하기 위해 기업들이 비용을 절감하려는 노력의 결과라고 설명할 수 있다. 현재 미국의 물가는 2021년 초와 비교할 때 24%나 높은 수준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2021년 초에 0.25%이던 기준금리를 2022년 여름 5.5%까지 인상했다.
기업의 채용 둔화는 챗지피티가 출시되기 6개월 전인 2022년 중반부터 시작됐다. 당시는 미국 금리가 상승하고 증시가 하락하던 시기로, 나스닥 지수는 2021년 말부터 2022년 9월 사이 30% 넘게 하락했다. 비용 상승과 함께 대대적인 긴축 통화정책이 기업에 큰 타격을 입혔고, 기술 및 전문 서비스와 같이 AI에 가장 크게 노출된 부문이 이러한 금리 변동 및 외부 충격에 상대적으로 민감하다. 특히 당시 기술 부문의 일자리 감소는 팬데믹 이후 급격히 증가했던 채용 규모가 해소되는 과정의 결과로 볼 수도 있다.
앞서 스탠포드 대학의 연구 결과와 같이 졸업생 및 청년 고용이 줄거나 실업률이 상승한 것이 결정적인 증거라고 볼 수 없다. 청년층은 고용시장의 약세를 가장 먼저 체감한다. 경기가 둔화되거나 침체되기 시작하면 고용주들은 채용을 줄이기 시작하고, 이는 청년 근로자에게 가장 큰 타격을 주는 반면 기존의 나이가 많은 근로자는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청년 실업률은 나이가 많은 근로자의 실업률보다 변동성이 크다.
명백한 AI의 영향이라는 증거처럼 보이는 기술직 일자리 감소와 젊은 근로자의 이직률 증가도 기업 비용 급증, 금리 급등, 주식 매도세와 같은 보다 현실적인 요인으로 설명될 수 있다. 이는 AI가 고용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기존 기술로 인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일자리 감소에 비해 그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뜻이다.
미국 기업의 감원 사유를 살펴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미국 인력 및 임원 코칭 회사인 ‘챌린저 그레이 앤 크리스마스’(Challenger, Gray & Christmas)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은 2025년에 12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감축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58% 증가한 수치이며 4년 연속 감원 규모가 증가한 것이다.[6]
그림 3. 2015~2025 연간 감원 발표 규모(명)
출처: Challenger, Gray & Christmas. 딜로이트 인사이트
2025년 미국 기업이 발표한 감원 사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연방정부 효율성부의 조치로, 감원 규모는 29만 3,753명에 달했다. 그 다음으로 시장 및 경제 상황(25만 3,206개), 매장/단위/부서 폐쇄(19만 1,480개), 구조조정(13만 3,611명) 순이었다.
지난해 AI로 인한 감원 규모는 5만 4,836명에 그쳤다. 앞서 2023년과 2024년을 합쳐도 AI 관련 감원이 1만 6,989명에 불과했던 점을 고려하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앞으로는 관련 수치가 급격히 증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당장은 전체 감원 규모 대비 AI로 인한 감원 비중은 작은 편이다. 작년에 관세로 인한 감원은 7,908명이었다.
기술 혁신은 일자리 변화를 이끄는 요인이지만 경기순환, 혁신, 경쟁, 규제 등도 일자리 변화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현재 선진국 노동시장의 약화는 AI보다는 금리나 인플레이션과 같은 익숙한 경기순환적 요인과 훨씬 더 관련이 깊어 보인다.
이번에는 다르다?
앞으로 AI가 사무직 일자리에 큰 혼란과 변화를 야기할 수도 있지만, 아예 일자리를 없애기 보다는 형태를 바꾸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의 우려와 달리 미국 사무직 일자리는 최근에 호황이다. 2022년 말 이후 미국의 관리직, 전문직, 영업직, 사무직 등 관련 직종 일자리가 약 300만 개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생산직 일자리가 정체한 것과 대조적이다.
AI의 희생양이 될 것이라고 본 일부 직종은 되레 고용 규모가 급격히 증가했다. 일례로 최근 3년 사이 소프트웨어 개발자 수는 7%, 방사선 전문의 수는 10% 각각 늘었다. 법률 보조원의 수도 21%나 증가했다.[7]
2022년 하반기 이후 전문직 및 비즈니스 서비스 분야 직종의 실질 임금은 5% 증가했고, 사무직 및 행정직 종사자 임금도 9% 올랐다. 현재 미국 사무직 직종의 임금은 생산직 임금보다 3분의 1가량 더 많은데, 이는 1980년대 초반 임금 격차의 세 배에 달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무직-생산직 임금 격차는 최근 3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생성형 AI 도입 이후 사무직 임금에 미친 영향도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8]
1982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바실리 레온티에프는 컴퓨터가 처음에는 단순 작업을 대체하고 점점 더 복잡한 정신적 작업을 수행하게 되면서 인간과 기계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경고했지만, 디지털 자동화는 사무직 직종에 혜택을 주었다.
1980년대 초 이후 미국 사무직 직종의 고용은 두 배 이상 증가했고, 실질 임금이 약 3분의 1 상승했다. 컴퓨터가 일자리를 대체하는 경우는 드물었고, 일부 지루한 작업을 자동화하면서 생산성이 높아지고 전문직 노동자는 더 높은 가치를 창출하는 분석 및 판단 활동에 집중할 수 있었다.[9]
컴퓨터 기술은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면서 기업의 수익성 활동 범위를 크게 확장했다. 일례로 전자상거래가 이루어지면서 물류, 공급망, 디지털결제 등의 새로운 분야에서 일자리가 창출됐다. 스마트폰은 앱 개발자 직종을 만들었고, 소셜미디어는 디지털 마케터와 인플루언서를 탄생시키는 등 사무직 고용은 계속 증가했다. 1980년부터 2010년 사이 미국 고용 증가분 중에서 약 절반은 ‘완전히 새로운 직업의 창출’에서 비롯되었다.[10]
AI 기술 발전이 노동시장을 완전히 재편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극적인 변화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 예일대 예산연구소(TBL)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챗지피티 출시 이후 미국 일자리 구성의 변화율은 1980년대 개인용 컴퓨터(PC)나 1990년대 인터넷 등장 이후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11]
그림 4. 기술 변화 시기별 직업 구성의 변화(불일치지수 %)
출처: The Budget Lab at Yale, 딜로이트 인사이트
오늘날 AI 시스템은 관련 전문가들이 ‘들쭉날쭉한 지능’(jagged intelligence)이라고 부를 정도로 불균등하고 앞뒤가 맞지 않는 성능을 보여준다. 관련 업무의 95%를 AI가 처리할 수 있다고 해도 나머지 5%의 예외적 상황과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 남는다면, AI가 일자리를 대체하기에 충분치 않다고 할 수 있다.
앤트로픽의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현재 전체 직업 중에서 업무의 4분의 3 이상에서 AI를 활용하는 비율은 약 4%에 불과하며, 완전히 자동화될 수 있는 직무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AI는 주로 텍스트 작성과 코드 작성, 정보 수집 및 표준 분석 실행과 같은 특정 인지활동의 비용 절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12]
그림 5. 효과적인 AI 적용 범위 vs 업무 적용 범위 비교
출처: Anthropic, 딜로이트 인사이트
그림 5에서 오른쪽 점들로 이루어진 적용 범위가 70% 이상 높은 직종의 경우 모두 45도 선 아래에 위치했는데, 이는 AI(앤트로픽의 클로드)가 핵심 작업이나 가장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작업을 처리하지 못하거나 누락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90%의 작업 적용 범위조차 업무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에 비해 활용 범위가 매우 낮은 방사선사(영상의학과 의사)의 경우 AI가 핵심 지식 기반 업무인 진단 영상 판독과 판독 보고서 작성이라는 두 가지 주요 업무에서 높은 성공률을 보이기 때문에, 높은 효율성을 보여준다. 미생물학자들은 50% 정도 중간 활용 범위를 가지지만 45도 선보다 크게 아래에 위치하는데, 이는 AI의 실제 활용 범위가 더 낮다는 것을 시사한다. 미생물학자에게 가장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작업인 특수 실험 장비를 사용한 직접적인 연구는 AI가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앤트로픽은 전체 직종의 49%에서 최소 4분의 1의 업무에 AI가 활용되고 있어 전체적으로 AI 적용 업무 범위는 확대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AI는 이미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기업에는 AI가 디지털 정보를 분석할 수 있도록 정보를 분류하는 데이터 주석자, 고객에게 AI 구현 과정을 안내하는 현장 엔지니어, 경영진 중에서는 최고AI책임자가 생겨났다. 최근 수년간 가장 빠르게 증가한 사무직종은 명확한 명칭이 없는 ‘기타 수학-과학 직종’으로 2022년 말 이후 약 40% 증가했으며, 실질임금이 20% 상승했다. 시스템 설계자나 IT 프로젝트 관리자 등 ‘기타 컴퓨터 관련 직종’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프로세스 설계, 조정 및 분석을 포괄하는 ‘기타 비즈니스 운영 전문가 직종’의 고용은 약 60% 증가했다.
비영리 AI 모델 평가 연구집단인 미터(METR)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AI는 5시간 동안 쉬지 않고 소프트웨어 코드를 작성할 수 있으며, 이 수치가 7개월마다 두 배씩 증가하고 있다. 앤트로픽의 아모데이 CEO는 올해 안으로 AI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업무를 대부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과거 컴퓨터 기술 발전의 시대에도 많은 직종이 타격을 입고 관련 종사자 수가 90% 감소했던 것처럼, 일부 사무직 종사자는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될 수 있다.[13]
하지만 일각의 우려와 같이 노동시장 전체가 혼란에 빠지고 일자리가 아예 사라지는 충격이 올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이제까지 양상을 보면 아직 ‘이번에는 다르다’라기보다는 ‘이번에도 같다'라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