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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정상, 무역전쟁 휴전 연장 합의…‘디커플링’의 한계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 10월 5주차

딜로이트 글로벌 이코노미스트의 최신 경제 뉴스와 트렌드 분석

안녕하세요. 딜로이트 인사이트는 글로벌 경제 및 산업 구도에 영향을 주는 주요 이슈에 대한 인사이트를 소개하고 최신 경제산업 데이터와 그 함의를 분석한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를 매주 금요일에 발행합니다.

딜로이트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 아이라 칼리시(Ira Kalish) 박사를 비롯한 딜로이트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네트워크(DGEN)가 매주 배포하는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를 통해 중요한 세계 경제 동향을 간편하게 파악하실 수 있습니다.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는 국내 유력지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외부 배포되고 있으며, 딜로이트의 풍부한 경제·산업 인사이트를 전달하는 플랫폼의 기초 콘텐츠로 자리잡을 것입니다. 많은 관심 및 활용을 부탁드립니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부산에서 회동한 미중 정상은 격화일로에 있던 무역 전쟁의 휴전 합의를 연장하기로 잠정 합의했다.[1]

관세율 인하와 기술 및 자원 수출통제 완화로 치열한 전투는 일단 잦아들겠지만, 무역 전쟁을 넘어 글로벌 양대 강국(G2)의 경제와 안보, 소프트파워 패권 경쟁은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또한 수십년 간 깊게 통합되어 온 세계 경제가 양대 동맹국 블록 중심으로 ‘디커플링’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료들은 미국이 관세를 무기화해 무역 전쟁의 긴장감과 고통 감내 시험에서 앞서고 있다고 말해왔지만, 현실은 다소 다르다. 최근 무역 통계에서 확인되듯이 중국은 미국이 사용했던 무기를 역으로 활용하면서 우회적인 방식으로 무역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만큼 효과적으로 상대방을 약화시키고 보복하는 법을 터득한 것은 물론, 자국의 무역 규칙을 시험하며 세계 경제의 방향을 바꾸려고 시도하고 있다.[2]

앞서 경제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 전쟁이 심화하기 전부터 세계화 추세가 역전되면서 세계 무역은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팬데믹 시기까지 위축 양상을 보이던 세계 무역은 2020년 이후 빠른 회복력을 보여주었다.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에 대한 맞대응 과정에서 중국의 대미 교역은 빠르게 감소했지만, 오히려 다른 주요 교역 상대국에 대한 수출이 더 많이 증가했다. 전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무역량은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탈세계화가 없는 디커플링’, 즉 무역 블록화로 재편되는 추세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3]

중국 수출경제의 회복탄력성과 그 배경

2008~09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충격을 입은 미국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외교 군사정책의 ‘아시아로 중심축 이동’(pivot to Asia)을 통해 급격히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이후 고립주의와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출범한 트럼프 1기 행정부는 본격적으로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개시해 오늘날 ‘탈세계화’(deglobalization)와 ‘지리경제학적 분절화’(geoeconomic fragmentation)를 이끌어 냈다.

실제로 2008년 위기 이후에는 세계 경제의 통합과 무역 확대 추세인 ‘세계화’가 정점을 지나는 이른바 ‘슬로벌라이제이션’(slobalization) 양상이 뚜렷했다. 이러한 추세는 결국 세계 무역의 후퇴, 교역량 감소로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실제로 세계 무역은 최근까지 놀라울 정도로 강한 회복력을 보이고 있다. 이는 탈세계화가 아니라 세계의 공급망과 무역 연결고리가 재구성되는 블록화 추세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4]

그림 1. 세계화 시기 전후 무역개방도(1968-2024)
(세계 총생산(GDP) 대비 수출입 합계 비중)

출처: World Bank Group, 딜로이트 인사이트 분석

미국의 관세 부과 충격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수출은 올해 대부분의 시장 분석가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양호했다. 최근 중국 세관 통계에 따르면, 올해 9월 중국의 대미 수출액은 343억 달러로 전년 대비 27%나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중국의 전 세계 수출은 8.3% 증가한 3,285억 달러를 기록하는 등 6개월 만에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 같은 달 중국의 수입도 2,381억 달러로 전년 대비 7.4%나 증가했다. 앞서 8월에 중국 수출이 4.4%, 수입이 1.3% 각각 증가한 것보다 상당히 강력한 수치이다. 중국의 대미 수출은 지난 8월에도 33% 감소하는 등 9월까지 6개월 연속 줄었다.[5]

그림 2. 중국 실질 상품 수출(2010=100 기준)

출처: 중국 해관총서(GACC), Oxford Economics. 딜로이트 인사이트

중국의 수출이 미국의 관세 인상에도 잘 버텨낸 이유는 우선 관세 시행을 앞두고 재고 확보를 위한 조기 선적(front loading)의 영향도 있지만, 이러한 요인은 올해 4월까지만 유효했다. 이런 점에 비추어볼 때 일시적인 요인보다는 ‘교역 경로의 전환’이 중국의 강한 수출 회복력을 뒷받침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아시아 국가 간의 관세는 미국 관세와 비교할 때 중국 기업의 평균 산업 이익률인 4~5%를 훨씬 웃돌고 있어, 이는 아세안(ASEAN)을 통한 무역 경로 변경을 이끄는 요인이 됐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올해 4월 이후 중국에서 미국으로의 수출액 중 약 770억 달러에 이르는 상품이 아세안 국가로 방향을 돌린 것으로 추정된다. 수출 상품이 고부가가치 부문으로 전환되고 있는 추세 역시 탄력성을 더한 요인으로 보인다.[6]

중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4.8%로 전분기(5.2%) 대비 완만 해졌으나 전문가들의 예상치(4.7%)보다 강했다. 생산(+6.2%→+5.8%), 투자(+2.8%→-0.5%) 및 소비(+5.4%→+3.4%)가 둔화된 반면 수출(+6.2%→+6.6%)이 견조했기 때문이다. 최근 수출 증가세가 지속될지 여부가 연간 성장률 목표 달성에 관건인 상황이다.

그림 3. 중국의 대미/대아세안 수출액(명목, 계절조정치)

출처: 중국 해관총서(GACC), Oxford Economics. 딜로이트 인사이트

트럼프 1기 시절 미중 무역전쟁 발발 이후 중국의 수출의 중심은 선진에서 신흥시장으로 이동해왔다. 아세안 외에도 라틴 아메리카와 아프리카로 수출이 늘어나면서 미국과 동북아 시장으로의 수출 부진을 상쇄하고 있다. 이는 공급망의 다각화 추세와 함께 전기차 등 중국 상품에 대한 신흥시장의 수요가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2017년 기준 중국 총 수출액에서 미국과 동북아 선진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5%에 달했지만, 현재는 그 비중이 약 32%로 줄어들었다. 특히 올해 2월부터 9월 사이 중국의 대미 수출액 누적 규모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69.3% 줄어든 반면 대아세안 수출은 60.9% 증가하는 등 무역 연결고리의 변화가 관세 충격 속에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중국은 2020년까지만 해도 전 세계 제품의 최종 부품 조립 공장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제품 공급망 내에서 중간재 공급자로 전환하고 있으며, 중간재 수출 비중이 거의 절반 수준에 이르고 있다.

그림 4. 중국 수출 제품의 구성 변화(% 비중)

출처: 중국 해관총서(GACC), Oxford Economics. 딜로이트 인사이트

무역 블록화: 탈세계화 없는 디커플링

강한 수출 회복 탄력성 외에도 중국이 무역전쟁에서 계속 승리하는 이유는 미국 공급망을 뒤흔들 수 있는 효율적이고 비대칭적인 방법을 찾았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희토류 수출 규제가 있다. 앞서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 시절부터 ‘좁은 마당, 높은 울타리’라는 이른바 미국의 기술 우위를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중국에 대한 수출 통제라는 무기를 활용하고자 했다.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를 위한 ‘칩4동맹’은 무기를 실은 배와 같았다. 이에 대해 중국은 주요 희토류의 규제를 통해 상대국의 경쟁력 약화는 물론 생산 중단 위험에 처하게 하는 실력 행사에 나섰다.

중국은 희토류 규제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의 가시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보다 정확한 규제 목표물을 설정할 수 있다. 원자재가 최종 완제품으로 만들어지기까지 공급망에서는 수십 건이 넘는 거래가 발생하고 있어 중국은 물론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도 정밀한 공급망 재조정 및 다각화가 쉽지 않은 과제였다.

이 가운에 중국의 무역 전환에서 보이는 세계 무역의 재편은 이제까지 세계화의 동력이었던 비교우위 및 효율성보다는 정치적 동맹을 중심으로 한 무역 블록화 양상을 띄고 있다.

최근 연구 결과, 전 세계 주요 국가들 중 약 4분의 1은 미국, 다른 4분의 1은 중국을 중심으로 각각 동조화(coupling)되어 있고, 나머진 절반은 비동조화 상태로 나타났다. 이는 2016년 이후 세계 무역 시스템이 붕괴되기 보다는 우호적인 파트너 국가들 중심으로 재편되었고, 그 변화 과정에서 무역 감소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2015년 이후 2023년까지 양자 무역 흐름을 분석한 결과, 지정학적 경쟁 국가 간 무역이 감소한 반면 다른 국가들과 무역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중국 무역의 전환이 이를 잘 보여준다.[7]

그림 5. 세계 무역의 변화(2015-2023)*

출처: Bonadio et al(2025). 딜로이트 인사이트

앞서 연구자들은 2015년 이후 세계 무역의 동맹 중심 블록화로 인한 비용 변화를 관찰한 결과, 지경학적 분절화가 비용 증가로 인한 경제적 복지를 줄인다는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오히려 이 기간 무역 비용의 효과로 인한 실질소득의 0.6% 증가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때문에 세계 무역 규모가 줄어들지 않고 회복탄력성을 보였다는 것이다.

특히 동맹 블록에 속하지 않은 제3국들, 이른바 비동맹 국가들은 평균보다 더 높은 0.8%의 실질소득 증가세를 보였다. 이는 이들 중간 국가들이 미국과 중국 블록 양측으로부터 무역 재편의 효과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렇게 미중 무역 전쟁으로 인한 디커플링이 무역 블록화 추세를 강화한다면, 동맹 블록에 고정되는 것보다는 양쪽 블록에 대해 중립을 견지하는 전략이 보다 효과적인 무역 전략이 될 것임을 시사한다.

당장은 지정학적인 고려사항이 블록 형성을 주도하는 요인이라면, 앞으로는 순수한 경제적 이해관계가 점차 블록 간의 무역 재편을 주도하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 지정학적인 긴장 고조와 함께 G2의 패권 경쟁이 계속 세계 무역의 재편을 주도하는 요인이 된다면, 한국 경제와 같이 미국과 중국 모두와 교역에 깊게 걸쳐 있는 경우 블록화에 적응하기 위한 정치적, 경제적 비용이 비동맹 국가일 경우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동맹 블록에 참여하는 동시에 비동맹 블록과의 무역 개방성을 높여가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한편, 세계 주요국은 일련의 공급망 혼란을 경험하면서 세계 경제가 얼마나 깊이 연결되고 상호의존성이 높아진 상태인지 체감했다. 지정학, 안보, 공급망 회복탄력성은 이제 비용 효율성보다 중대한 경제적 의사 결정 요인이며, 오랜 기간 노력에도 불구하고 주요국 간 완전한 디커플링은 아직 불가능한 과제로 보인다.

더 이상 적시생산(JIT)과 직접 공급망 운영으로는 변화된 무역 관계에서 안정적인 사업을 유지할 수 없지만, 적대적인 블록이라도 ‘전략적 상호의존성’은 피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8]이 때문에 양대 강국 사이에 끼인 국가와 기업은 무역 관계 변화 속에서 등장하는 새로운 변수와 제도에 빠르게 적응하는 전략을 수립하는 것만이 최선의 방책일 것이다.

[1] Financial Times, “Bubble-talk is breaking out everywherey,” Oct. 22, 2025

[2] Yahoo! Finance, “‘Absolutely' a market bubble: Wall Street sounds the alarm on AI-driven boom as investors go all in,” Oct. 19, 2025

[3] The Wall Street Journal, “Tech Stocks Drive Gains in S&P 500, Nasdaq,” Sep. 3, 2025

[4] Financial Times, “‘Of course it’s a bubble’: AI start-up valuations soar in investor frenzy,” Oct. 16, 2025

[5] 딜로이트 인사이트, “생성형 AI 투자와 미국의 경제 성장”, 2025년 8월 14일

[6] Financial Times, “AI investment boom shielding US from sharp slowdown, says IMF,” Oct. 14, 2025

[7] Paul Krugman, “China Has Overtaken America”, Oct. 15, 2025

[8] Bloomberg, “What Does China Want? It's Too Soon to Tell,” Oct. 15, 2025

[9] Cavallo, Llamas, Vazquez, “Tracking the Short-Run Price Impact of U.S. Tariffs”, Sep. 10, 2025

[10] Robin J Brooks, “China's Deceptive Export Resilience”, Oct. 13, 2025

[11] TradingEconomics, “China Exports YoY”, Accessed Oct. 23, 2025

[12] TradingEconomics, “China Imports YoY”, Accessed Oct. 2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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