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딜로이트 인사이트는 글로벌 경제 및 산업 구도에 영향을 주는 주요 이슈에 대한 인사이트를 소개하고 최신 경제산업 데이터와 그 함의를 분석한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를 매주 금요일에 발행합니다. 딜로이트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 아이라 칼리시(Ira Kalish) 박사를 비롯한 딜로이트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네트워크(DGEN)가 매주 배포하는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를 통해 중요한 세계 경제 동향을 간편하게 파악하실 수 있습니다.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는 국내 유력지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외부 배포되고 있으며, 딜로이트의 풍부한 경제·산업 인사이트를 전달하는 플랫폼의 기초 콘텐츠로 자리잡을 것입니다. 많은 관심 및 활용을 부탁드립니다. 많은 관심 및 활용을 부탁드립니다.2025년 9월 4주차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는 비관적인 심리에도 견조한 미국인의 소비 추세에 대해 다룹니다. |
|
최근 미국 경제는 성장률 하락과 노동 시장의 약화 조짐 속에 관세 정책에 따른 물가 상승 우려가 겹치며 다소 혼란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이 가운데 유일하게 안도감을 주는 지표가 있는데, 바로 소매판매 동향이다.
경제 여건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는 와중에서 미국 소비자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고 있다. 심지어 경제에 대한 전망이 비관적으로 변한 기업들이 채용을 중단하는 상황에서도 지출을 줄일 의향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소비의 굳건함은 팬데믹 이후 미국 경제의 빠른 성장과 소득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의 경기 신뢰도가 꾸준히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러한 소비자 심리와 실물 경제 사이의 괴리와 그 배경에 대해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
견고한 소비와 위축된 심리
미국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8월 미국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로 0.6% 증가해 7월(수정치)과 같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번 지표 발표에 앞서 월가 전문가들은 월간 0.2%의 완만한 증가율을 예상했다. 8월 수치는 전년동월 대비로 보면 무려 5.0% 증가한 것이며,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 누적 변화율도 전년대비로 4.5%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1]
한편 미시건 대학이 매달 집계하는 소비자심리지수는 9월에 55.4포인트를 기록하며 8월의 58.2보다 4.8% 하락했다. 전년대비로는 21%나 낮아진 것이다. 특히 저소득층과 중산층 소비자들 사이에서 경제 전망이 악화되었으며, 현재 개인 재정 여건이나 향후 전망도 8% 하락했다. 응답자의 약 60%는 무역 정책과 관세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2]
소비자들은 기업 환경, 노동시장 그리고 인플레이션과 관련한 위험 요인 증가 등 여러가지 취약성을 인지하고 있고 자신들의 재정 여건에서도 위험을 느끼고 있지만, 해고가 급증하거나 소득이 줄어들지 않는 한 당분간 지출을 줄일 조짐은 보지 않는다.[3]
그림 1. 미국 소매판매 증가율(오른축, %)와 소비자심리지수(왼축, 포인트)
출처: U.S. Census Bureau, Mich. Univ., TradingEconomics. 딜로이트 인사이트
미국 경제의 엔진이 아직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이러한 소비지출 동향을 통해 알 수 있다. 다만 소비지출 강세를 주도하는 그룹은 고소득 가구이며, 저소득 가구는 약화되는 노동시장과 관세 정책의 영향으로 인해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경제의 엔진, 소비지출
뉴욕연방준비은행(Federal Reserve Bank for New York)이 실시한 소비자기대조사(SCE) 내 가계지출조사에 따르면, 8월 명목 가계지출의 전년대비 증가율 중앙값은 4.1%를 기록했다. 이는 4월 조사 때의 4월의 4.5%보다 낮아진 것으로, 2021년 4월 이후 최저치이다.
증가율이 낮아진 것은 고등학교 졸업 이하 학력 계층에서 가장 컸다. 하지만 이러한 지출 증가율 둔화에도 불구하고 최근 4개월 동안 고액 구매를 했다는 응답은 4월 53.5%에서 8월에 60.8%로 증가했다.[4]
앞으로 12개월 동안 전체 명목 지출 증가율 예상치 중앙값은 4월 조사 때의 3.3%에 비해 3.0%로 낮아졌는데, 이는 미국 소비자들이 앞으로는 지출을 줄일 계획이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생필품 지출 증가 예상치는 4.9%에서 4.7%로 낮아진 반면 생필품 외 품목에 대한 지출 예상치는 1.0%에서 1.9%로 되레 올라간 것이 눈에 띈다.
그림 2. 미국 가계의 향후 12개월 지출 예상의 변화
출처: New York Fed SCE Household Spending Survey, 딜로이트 인사이트
참고로 명목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세계 경제의 약 25%를 차지하는 미국 경제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70%에 육박한다. 개인 소비자가 미국 경제를 떠받치는 구조인 셈이다. 개인 소비의 약 70%는 서비스에 지출되며, 식료품 소비에 쓰인 돈의 비중은 7~8% 정도이다.
명목 개인소비지출(PCE) 동향을 살펴보면, 가장 최근 나온 7월 수치는 전년대비로 4.7% 증가했는데, 이는 앞서 2024년 7월 5.4%, 2023년 7월 6.2%, 2022년 7월 9.4%에 비해 낮아진 수치이지만 팬데믹 이전 5년간 평균치인 연간 4% 증가율보다는 높은 것이다.
그리고 PCE 중에서 가계 소비 지출 자체는 7월에도 5.1% 증가해 2024년 7월 수준을 유지했지만, 비영리 단체의 소비가 5.6%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작년 같은 달에 14.6%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PCE는 가계소비 지출과 가계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영리 기관의 최종 소비 지출 등 두 가지 범주로 구성된다. 일례로 대학생 교육 서비스 지출의 경우 가계가 지출하는 수업료 외에 대학이 기금에서 조달하는 교육 서비스 가치가 포함된다.
결국 PCE의 증가율 둔화는 가계 지출이 아닌 비영리 단체의 지출 감소에 기인하는 것으로, 미국 가계 소비자들은 PCE 지표 자체가 보여주는 것보다 견고한 소비력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5]
그림 3. 범주별 PCE 증가율(연간 %)
출처: Federal Reserve Bank of Richmond, 딜로이트 인사이트
실물 경제와 괴리된 소비자심리
그렇다면 여전이 낮은 실업률과 임금소득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미국 소비자들의 심리는 팬데믹 시기보다 더 낮고 과거 금융 위기 시절과 비슷한 수준인 이유는 무엇일까? 정확하게 답하기는 힘들지만, 해답에 대한 힌트는 바로 인플레이션 감정에 있다.[6]
연준은 팬데믹 시기가 지나고 2022년 중반 이후에는 소득이 꾸준히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심리가 실물 경제와 괴리된 수준까지 악화된 것에 주목해, 2019년부터 2024년 사이 가계 소득과 지출의 변화와 더불어 경제 여건에 적응하기 위해 취한 행동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연준은 몇 가지 사실을 확인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소비자의 의견과 실제 행동이 다르다’는 것이다.
미국 소비자들은 자신이 지불하는 가격이 소득보다 더 빨리 상승한다고 생각할수록 자신이 더 나쁜 처지에 있다고 인식했다. 또한 자신이 경험한 물가상승률을 과소평가하기보다는 과대평가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 그리고 물가를 과대평가한 사람들은 경제 상황에 대해 더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7]
미국 소비자들은 2019년에 비해 2024년 가계 소득이 증가했다는 점을 인정했지만, 급격하게 변화된 경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 때문에 경제 상황이 여전히 좋지 않다고 느꼈다. 더구나 2019년에 비해 2024년에 소득이 줄어들고 경제가 더 나빠졌다고 인식한 소비자들조차 물가 상승을 감안했을 때도 일상 품목에 대한 지출은 계속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팬데믹 이후 미국 소비자들은 경제가 더 좋지 않다고 느끼지만, 지출을 늘렸을 뿐 아니라 더 많이 구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소비자심리지수가 미래 소비자의 행동과 소비자의 재정 건전성을 보여주는 지표 기능을 상실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림 4. 소비자심리지수와 가계 재정 악화 이유를 높은 물가와 소득 감소로 응답한 비율
출처: Federal Reserve, 딜로이트 인사이트
미시건 대학의 소비자 서베이 결과로 보면 소비자심리지수는 2022년 중반에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는데, 이는 과거 대공황 사태 때나 팬데믹이 한창일 때보다 낮은 것이다. 게다가 2024년과 2025년까지도 소비자심리지수는 팬데믹 이전 수준과 비교할 때 한참 낮은 수준이다.
과거 사례로 보면 소비자심리지수가 급격히 하락할 경우 경기 침체가 뒤따라오거나 경기 침체를 동반하곤 했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소비자심리지수 하락은 경기 침체와는 무관하게 등장했다. 그리고 2022년 중반 이후 전반적인 소비자심리와 소득에 대한 인식 사이의 상관관계가 허물어진 반면, 소비자심리와 물가 수준은 좀더 밀접한 관계를 나타냈다.
인플레이션 경험과 소비자의 불만
가계의 소비 지출이 소득 증가를 앞지르게 되면 심리는 위축되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팬데믹 전후 연준이 실시한 조사 결과 2019년보다 2024년에 지출액이 늘어났을 뿐 아니라 더 많은 구매와 소비를 늘린 것으로 보인다.
팬데믹 이후 전개된 고인플레이션 경험을 통해 소비자심리가 악화되는 것은 물가 상승을 임금 소득이 따라잡지 못하는 것처럼 느끼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되었다.[8] 또다른 연구에서는 사람들이 소득 증가율을 인플레이션율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획득하거나 누려야 할 개인적인 성취나 보상과 연관 짓기 때문이라는 견해가 제시된다.[9]
미국 노동시장이 강세를 지속하고 ‘경색’ 양상을 보이면서 임금이 물가보다 더 빠르게 증가했지만, 근로자들은 이러한 임금에는 자신이 기울이는 노력이 완전히 반영되지 못한다고 느낀다. 연준은 설문 조사를 통해 경제적 상황에 대처하여 지출을 줄이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또한 더 높은 임금을 받기 위해 직장을 바꾸거나 추가적인 일을 맡거나 일하는 시간을 늘렸는지 여부를 확인했다.
우선 첫 번째 질문에 대한 조사 참여자의 80%는 지출 절감을 위해 어느 정도 그리고 많이 노력을 기울였다고 답했으며, 이러한 지출 절감 노력을 많이 한 쪽이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두 번째 질문에 대해 직장을 바꿨다고 응답한 패널은 여건이 더 좋다고 대답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추가적인 일을 하거나 근무 시간을 늘렸다는 사람들은 성과가 더 나쁘다고 답할 가능성이 높았다.
이러한 소비자심리의 악화와 실물 경제간 괴리의 특징은 과거 지표의 실물 경제 사이의 상관관계와는 차이가 나지만, 과거 고인플레이션 시기에도 이러한 유사한 변화가 등장했다. 결국 최근 소비자심리지수의 하락은 인플레이션 경험과 보다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앞으로 인플레이션율이 낮아지거나 노동시장이 약화될 경우 상황이 반전되거나 성격이 다시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림 5. 미시건대 소비자심리지수(1996=100)와 5년 기대인플레이션(중앙값)
출처: University of Michigan, 딜로이트 인사이트
올해 9월 현재 소비자들의 연간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4.8%에 달한다. 향후 5년간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은 3.9%를 기록했다.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은 올해 4월 상호 관세에 따른 물가 급등 우려가 제기되었을 당시 4.4%까지 급등한 뒤 최근까지 하락했다.
불확실성과 소비자심리
고인플레이션 시기 경험에 따라 경제 주체의 신념과 행동에 차이가 발생하는 것 외에도, 거시경제 및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에 대한 소비자 심리의 괴리 여부도 함의를 지닌다. 경제학계에서는 경제적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질 경우 경기가 위축된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불확실성이 높을 때 기업은 투자를 미루고 가계는 소비를 줄이며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데, 이러한 요인들 때문에 경제 성장이 둔화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연구 결과 높은 불확실성이 반드시 경기 침체나 둔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불확실성이 높은 와중에도 경제가 건실하게 성장할 수 있는데, 이는 경제 주체들이 이러한 불확실성에 얼마나 동의하는지에 달렸다는 것이다. 경제 주체가 동의하지 않는 불확실성은 그 수준이 높더라도 경제에 큰 충격을 주지 못하는 반면, 불확실성에 대한 경제 주체의 동의 수준이 높을 경우 경제 활동이 위축된다는 것이다.[10]
실제로 과거 사례를 보면 불확실성 고조가 경기 침체와 동시에 발생하는 사례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그림 6 회색 음영 구간), 불확실성이 높아져도 경제가 계속 성장하는 시기(빗금 영역)도 있다.
그림 6. 거시경제/금융 불확실성과 산업생산 증가율
출처: Luca Gambetti et. al(May 2025), 딜로이트 인사이트
경제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에 대해 소비자들이 느끼는 정도가 얼마나 괴리되느냐는 이러한 불확실성의 경제적 충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소비자의 심리를 조사하는 것은 경제적 추세를 연구하는 데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