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콘텐츠 바로가기

미국 노동시장의 ‘특이한 균형’과 연준의 통화정책

딜로이트 글로벌 이코노미스트의 최신 경제 뉴스와 트렌드 분석

안녕하세요. 딜로이트 인사이트는 글로벌 경제 및 산업 구도에 영향을 주는 주요 이슈에 대한 인사이트를 소개하고 최신 경제산업 데이터와 그 함의를 분석한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를 매주 금요일에 발행합니다.

딜로이트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 아이라 칼리시(Ira Kalish) 박사를 비롯한 딜로이트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네트워크(DGEN)가 매주 배포하는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를 통해 중요한 세계 경제 동향을 간편하게 파악하실 수 있습니다.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는 국내 유력지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외부 배포되고 있으며, 딜로이트의 풍부한 경제·산업 인사이트를 전달하는 플랫폼의 기초 콘텐츠로 자리잡을 것입니다. 많은 관심 및 활용을 부탁드립니다.

많은 관심 및 활용을 부탁드립니다.2025년 8월 4주차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는 ‘트럼프 라운드 시대’의 기업 생존 전략에 대해 다룹니다.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에 잠재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거시경제 지표는 전반적인 경제 상태와 함께 인플레이션 및 노동시장의 여건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들 지표는 금융시장에 다양하고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인상 등 무역 정책 변화로 인해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이러한 정책 변화의 경제적 영향과 이에 따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관심이 집중된다.

미국 연준은 의회가‘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이라는 이중의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책임을 지도록 의무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에, 자국 노동시장과 인플레이션 여건에 대한 정책적 균형 판단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이 주최한 연례 잭슨홀 경제 정책 심포지엄(Jackson Hole Economic Policy Symposium)에서 행한 제롬 파월(Jerome Powell) 연준 의장의 연설은 이런 점에서 상당한 시사점을 제공했다.[1]

금융 시장은 이번 파월 의장의 연설 기조가 당장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했고, 그 결과 주식과 채권 가격 등 자산 가격이 상승하고 달러화 가치는 하락했다. 금리 선물 시장은 9월 0.25%포인트 금리 인하 가능성을 파월 의장의 연설 이전 75% 수준에서 8월 28일 현재 86%로 높여 반영하고 있다.[2]

하지만 파월 의장은 여전히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는 결정된 바 없고, 앞으로 나올 거시지표 결과에 대한 신중한 평가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 때문에 시카고상업거래소의 금리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9월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아예 삭제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조만간 발표되는 개인소비지출(PCE)물가지수와 8월 고용보고서, 소매판매 등 FOMC 개최 이전에 나오는 굵직하고 중요한 지표를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3]

아래에서 파월 의장의 잭슨홀 연설 내용과 그 함의를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잭슨홀 심포지엄 주제: ‘전환기의 노동시장’

잭슨홀 심포지엄은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과 전 세계 유력 정치인과 경제인들이 모이는 자리로, 이 자리에서 연준 의장의 연설은 현재 통화 정책 방향뿐만 아니라 보다 더 광범위한 경제적, 제도적 쟁점을 둘러싼 소중한 전략적 통찰력을 공유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런 점에서 이번 심포지엄의 주제가 ‘전환기의 노동시장- 인구통계, 생산성 및 거시경제 정책’(Labor Markets in Transition — Demographics, Productivity and Macroeconomic Policy)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장 크게 회자되는 연설 내용은 최근 미국 노동시장에 대해 파월 의장이 공급과 수요가 동시에 감소하면서 실업률이 낮게 유지되는, ‘특이한 균형’(a curious kind of balance) 상태라고 분석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는 추세적이며 구조적인 요인과 경기순환적 요인이 모두 작동하고 있으며, 특히 올해는 관세 인상 등 무역 정책과 이민 정책의 변화가 노동 수요와 공급 모두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통화정책은 경기순환적 변동을 안정시키는 데 효과가 있지만 구조적 변화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최근 노동시장의 변화 원인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림 1. 미국 비농업부문 일자리 추세(월별 3개월 평균, 단위: 1천 개)

출처: U.S. BLS, FRED, 잭슨홀 연설에서 재인용. 딜로이트 인사이트

올해 7월 미국 고용보고서 결과를 보면, 최근 3개월 동안 임금 일자리 증가율은 월 평균 3만 5,000개 수준으로 2024년 월 평균치인 16만 8,000개보다 크게 낮아졌다. 그런데 이렇게 신규로 창출되는 일자리 수가 줄어들었어도 실업률은 역사적으로 낮은 4.2%를 기록했다.

미국 실업률은 최근까지 소폭 상승하기는 했어도, 1년 동안 안정세를 보여왔다. 이직, 해고, 실업률 대비 공석률 간 비율(ratio of vacancies to unemployment), 명목임금 상승률 등 노동시장의 다른 지표들도 거의 변화가 없거나 소폭 하락하는 정도였다. 노동 수요가 감소했지만 노동의 공급도 함께 줄어들면서, 실업률이 안정되는 데 필요한‘브레이크이븐’(breakeven, 균형) 일자리 창출 요구 수준이 낮아진 것이다.[4]

그림 2. 미국 실업률 추이(%)

출처: U.S. BLS, FRED, 잭슨홀 연설에서 재인용. 딜로이트 인사이트

파월 의장의 분석 중에서 ‘실업률 대비 공석률(구인율)’과 ‘균형 일자리 창출’에 주목해보자. 먼저 실업률 대비 공석률(구인율)은 ‘베버리지 곡선’(Beverage Curve)을 이룬다. 베버리지 곡선이란 노동 공급(실업률)과 노동 수요(일자리 공석률 혹은 구인율) 간의 관계를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곡선을 통해 경제의 노동시장 수요와 공급 상황 그리고 노동시장의 효율성을 평가할 수 있다.

베버리지 곡선은 가로축이 실업률, 세로축이 구인율로 우하향 곡선이 전형적인 모습이다. 실업률이 높을수록 구인율이 낮아지고, 실업률이 낮을수록 구인율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 곡선의 특징은 경기 확장기에 실업률이 하락하고 구인율은 올라가면서 곡선 상에서 좌측 위로 이동(노동시장 개선)하게 되며, 반대로 경기가 수축되거나 침체기의 경우에는 실업률이 상승하면서 구인율은 감소하여 곡선의 우측 아래로 이동(노동시장 약화)한다. 그리고 곡선 자체가 우상향으로 이동하면 노동시장의 효율성이 하락하는 것이며, 그 반대도 성립한다.

그림3. 미국 베버리지 곡선(일자리 공석률(구인율)/실업률)

* 표시 기간은 경기 침체기
출처: 미국노동통계국(BLS), 딜로이트 인사이트

미국 노동통계국의 베버리지 곡선을 통해 팬데믹 사태 발생으로 인한 경기 침체기 직후인 2020년 5월부터 가장 최근인 2025년 6월까지의 특징적인 변화들을 살펴보자.[5]

최초에는 구인율이 4% 수준으로 낮고 실업률은 13%가 넘을 정도로 높은 경기 수축기 특징을 보이다가, 경기 회복기를 거쳐 확장기로 진입한 2022년 3월에는 구인율이 7.4%에 달해 실업률(3.7%)의 두 배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그 이후 2024년까지 구인율이 4%대로 하락하면서 실업률은 3.4% 저점에서 4% 초반까지 상승했다.

2023년에 구인율이 5%까지 하락하였을 때, 크리스토퍼 월러(Christopher Waller) 연준 이사는 아마도 적정한 구인율은 4.5% 수준일 것이며 이보다 낮게 구인율이 떨어지면 실업률이 빠르게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베버리지 곡선의 특징에 따라 구인율이 특정한 지점 이하로 하락하면 실업률이 급격하게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6]

월러 이사는 자신들의 2022년 분석 결과 연준의 통화정책이 제약적인(긴축 정책 기조) 상황에서 구인율이 7.5%에서 4.5%까지 빠르게 하락했는데도 실업률이 3.7%에서 4.2%까지 상승하는데 그치는 등 베버리지 곡선의 좌상단에 해당하는 특징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런 시기에는 연준이 긴축 정책을 통해 실업률을 크게 높이지 않으면서도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석은 표준적인 필립스 곡선 분석이나 과거 사례와는 대조적이다. 실제로 2022년 3월 이후 연준은 기준금리를 500bp 인상했고, 인플레이션 압력은 빠르게 낮아졌다. 이 과정에서 구인율은 최고 7.5% 수준에서 5.3%까지 하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업률은 2023년 12월에 3.8% 정도로 예상했던 것보다 낮았다. 대단한 정책적 성공인 셈이다.

하지만 월러 이사는 이러한 전례 없는 상황은 지속될 수 없으며, 아마도 구인율이 4.5% 이하로 하락할 경우 실업률이 빠르게 상승할 수 있다고 예측한 것이다.

실제 상황은 어땠을까? 2024년 6월에 구인율이 4.5%까지 하락하자 실업률은 4.1%까지 상승했다. 이후 2025년 3월에 구인율은 4.3%로 떨어지고 실업률은 4.2%까지 추가로 상승했다. 하지만 2025년 6월 현재도 구인율은 4.4%, 실업률은 4.1%로 큰 변화를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월러 이사의 예측 이후 1년 이상 노동시장은 특이한 균형 지점에서 맴돌고 있는 셈이다.

정형화된 베버리지 곡선을 통해 보자면 2022년 3월부터 현재까지는 곡선 상에서 구인율 대비 실업률 비율(V-U ratio)이 매우 높은 구간에서 평균적인 비율까지 하락하는 구간으로 볼 수 있다. 곡선의 좌상단에서 기울기가 가파를 때, 이직률이 일정하다고 가정하면 구인율 감소에 따른 실업률의 변화가 매우 작은 특징을 보인다. 평균적인 V-U ratio 구간을 지나 우하단 쪽으로 이동할 경우 구인율 하락에 따라 실업률이 빠르게 상승할 수 있다.[7]

그림 4. 정형화된 베버리지 곡선

출처: Federal Reserve, 딜로이트 인사이트

이러한 상황에 대해 파월 의장은 미국 노동시장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노동 수요와 공급 모두 현저하게 둔화되면서 비롯된 ‘특이한 균형’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이러한 특이한 균형이 형성되는 시기를 ‘노동시장의 전환기’라고 볼 수 있다.

보통 전환기 노동시장은 구인 수요가 감소하면서 실업률이 상승하기 시작하는 시점을 말한다. 파월 의장은 이러한 흔치 않은 상황이 고용 여건의 하방 위험을 시사하며, 나아가 이러한 위험이 현실화된다면 급격한 해고와 실업률의 상승이라는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8]

한편 ‘균형 일자리 창출’이란 매월 일자리 창출 규모가 강한 것인지 약한 것인지를 구분하기 위해 만든 개념이다. 특정한 달에 창출된 신규 일자리 수가 노동력 증가(Labor Force Growth) 규모를 따라잡기에 충분한 것인지를 가늠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수식으로는 [균형 일자리 창출 규모=노동력 증가 Ⅹ (1-실업률)]과 같이 계산된다. ‘노동력 증가’는 인구 증가에다 16세 이상(미국 기준) 인구 중 취업 또는 실업 상태인 사람의 비율을 말하는 ‘경제활동 참가율’(Labor Force Participation Rate)을 곱한 것으로, 이 수치는 이민과 더불어 인구 고령화 수준(사망자 수와 16세 이상 경제활동 인구 증가)으로 인해 변한다. 결국 노동력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의 일자리가 없으면 실업률이 상승하게 된다.[9]

그런데 브루킹스(Brookings)와 전미기업연구소(AEI)의 최신 연구 결과, 이민 감소와 노동력 감소로 인해 균형 일자리 창출 규모가 불과 월 1만~4만 개 수준으로 급격히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7월 미국 노동시장의 신규 일자리 수는 7만 3,000개로 이전 10년간 월 평균 14만 7,000개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등 기대 이하였지만, 이 정도라면 충분히 실업률이 안정될 수 있는 수치인 셈이다. 심지어 5월과 6월 수정치를 감안한 최근 3개월 평균 신규일자리 수 3만 5,000개도 균형 일자리 창출 범위에 속한다.[10]

그래서 파월 의장은 노동 공급의 약화로 인해 균형 일자리 창출률을 크게 낮췄다고 언급했던 것이다.

그림5. 균형 일자리 증가 규모와 월간 신규 일자리 수치 비교
(주황색 막대 구간이 균형 일자리 증가(1만~4만 개) 범위, 단위: 개)

출처: U.S. BLS, Brookings-AEI, 딜로이트 인사이트 작성

‘9월 금리인하 가능성’ 시사한 파월 의장

파월 의장은 노동시장과 물가 등 현재 여건을 평가하고 이것이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정리하면서, "단기적으로 볼 때 인플레이션 위험은 상방으로, 고용 위험은 하방으로 각각 기울어져 있어 어려운 상황"이라고 사실상 중립적 입장을 견지하는 듯했다.

그러나 그는“이처럼 목표가 상반된 경향을 보일 때 정책 기조는 두 가지 임무의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면서, 현재 연준의 기준 금리가‘중립 금리’보다 100bp 높은 수준이라는 점을 환기했다.

이어진 그의 발언은 좀더 자극적이었다. 파월 의장은 “현재 실업률과 기타 노동시장 지표의 안정성 덕분에 정책 기조 변화를 신중하게 검토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화정책 기조가‘긴축적인 영역’에 있는 상황에서 기본 전망과 위험 균형의 변화는 정책 기조 조정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11] 어쩌면 당연한, 사족처럼 보이는 이러한 추가적인 언급이 금융시장 참가자들에게 금리인하 가능성을 연 것으로 해석된 것이다.

이러한 언급 이후에 파월 의장은 통화 정책은 정해진 방향을 따르지 않으며 FOMC 위원들은 오로지 거시지표 평가와 경제 전망 및 위험 균형에 미치는 영향을 바탕으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이것 자체는 평소의 수사(rhetoric)이기 때문에 별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는 없었다.

이러한 수사보다는 결론적인 이야기에 앞서 파월 의장이 미국 경제의 노동시장 상황, 전체적인 성장률 및 소비 상황 그리고 인플레이션 상황에 대한 평가를 차례대로 제시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먼저 그는 노동시장의 ‘특이한 균형’과 이것이 가지는 함의를 설명한 뒤 곧바로 올해 상반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눈에 띄게 둔화되어 1.2%에 그쳤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러한 성장률은 2024년 성장률 2.5%의 절반 수준에 그친 것이다. 파월 의장은 이러한 성장률 둔화는 주로 ‘소비지출 둔화’를 반영한 것이며, 부분적으로는 노동시장과 마찬가지로 공급 혹은 잠재 산출량의 느린 성장세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인플레이션에 대해 설명한 파월 의장은 관세 인상으로 인해 일부 상품(goods) 가격이 상승한 것에 주목했다.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올해 7월까지 12개월 동안 2.6% 상승했고,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PCE 물가는 2.9% 올라 1년 전보다는 강화됐다. 특히 근원 물가 중에서 근원 상품 물가가 1년 동안 1.1% 상승해 2024년 하락세에서 벗어난 것이 눈에 띄는 변화였다. 주택서비스 물가는 하락세를 유지하고, 비주택서비스 물가는 과거 2% 수준이던 물가 상승률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그림 6. 근원PCE 물가의 구성부문별 물가지수(전년대비 변화율 %)

출처: U.S. Bureau of Economic Analysis, 딜로이트 인사이트

파월 의장은 관세가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이제 명백하게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앞으로 몇 달 동안 누적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불확실성이 높다는 점을 언급했다. 관건은 이러한 물가 압력이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위험을 실질적으로 높일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이다. 그는 이러한 영향이 비교적 단기적으로, 물가 수준의 일회성 변동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것이 합리적인 기본 가정이지만, 관세로 인한 물가 압력이 더 오래 지속되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어 앞으로 평가하고 관리할 대상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파월 의장은 가장 큰 위험은 물가 상승으로 실질소득이 감소한 근로자들이 고용주에게 더 높은 임금을 요구하여 이른바 ‘임금-물가 악순환’을 촉발할 수도 있다는 점에 있지만, 노동시장 경색이 심하지 않고 하방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발생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이러한 관세의 물가 영향이 지속하기 힘들다는 입장 역시 9월 금리 인하의 문을 여는 역할을 했다.

통화정책 프레임워크 변경: ‘위험회피적 접근방식’

이번 파월 의장의 연설은 주로 단기적인 통화정책 전망에 맞춰지면서, 통화정책 프레임워크의 변경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실제로 그는 이번 변경이 2020년 결정에 대한 구조적 단절 보다는 단순한 진화, 즉 변화하는 경제 이해에 기반한 자연스러운 변화 과정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이러한 발언 기조는 ‘위험 회피적인 접근방식’으로 평가된다.[12]

파월 의장은 앞서 노동시장을 비롯한 미국 경제의 구조적 변화에 대해서는 충분히 언급하지 않은 채 일부 시사점만 제시했다.

연설의 두 번째 주제는 통화정책 프레임(Monetary Policy Framework)이었다. 연준은 올해 정책 프레임이 전반적인 경제 상황에 적합한지를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 작업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CFC) 대응 이후 벤 버냉키(Ben S. Bernanke) 전 연준 의장 지도하에 2012년 채택된 최초 합의 성명서 이후 프레임을 변경한 2020년의 결정을 재평가하여 수정하는 것이다.

2020년 당시 연준의 프레임 변경은 낮은 성장률과 낮은 인플레이션, 평평한 필립스 곡선과 함께 금리가 실효적 하한(ELB; Effective Lower Bound)에 가까운 이른바 ‘뉴노멀’(new normal) 시대에서 물가가 경기 침체에 크게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에 주목하여 이루어졌다. 미국은 금융 위기 발생 이후 무려 7년 동안 정책 금리가 실효적 하한에 묶여 있었다. 이에 따라 프레임워크 변화는 ELB와 관련한 위험의 완화 전략에 맞추어졌다.

이에 따라 2020년 연준은 금리 하한이 지니는 제약에도 불구하고 기대 인플레이션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하는 ‘유연한 평균 물가안정 목표’(flexible average inflation targeting)를 채택한 바 있다. 이는 인플레이션율이 지속적으로 2% 안정 목표를 밑도는 기간 이후에 통화정책은 상당 기간 인플레이션율을 2% 이상으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를 ‘메이크업 전략’(makeup strategy)라고 불렀다.

하지만 2020년 수정 이후 얼마가지 않아 급격하게 물가가 상승했고, 이는 의도한 것도 완만한 것도 아니었다. 파월 의장은 당시에 이를 공개적으로 인정하였고, 이후 급격한 긴축 정책을 구사한 바 있다.[13]

그림 7. 미국 헤드라인/근원 PCE 물가상승률(4분기 변화율 %)

출처: U.S. Bureau of Economic Analysis, 딜로이트 인사이트

2025년 프레임워크 변경 결정에서는 ELB가 경제적 여건의 결정적인 특징이라는 내용을 삭제했다. 금리 하한 조건이 통화정책 운용에 제약이 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지만, 주된 관심사는 아니며 대신 최대 고용 및 물가 안정을 달성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의도적으로 물가안정 목표를 초과해도 용인한다는‘메이크업 전략’은 폐기됐다. 그리고 다시 유연한 물가안정 목표로 정책을 회귀했다.

실업률 급등이 없이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성공한 배경에는 확고한 기대 인플레이션 안정이 중요하다는 것이 파월 의장이 이끄는 연준의 주장이다.

또한 이번에 연준은 최대 고용 달성 목표와 관련해 이전에는 최대 고용으로부터의 ‘편차’가 아니라 ‘부족’(shortfall)을 완화하겠다고 명시했던 2020년 프레임워크에서 ‘부족’이라는 문구를 제거했다.

대신 고용률이 최대 고용에 대한 실시간 평가를 초과할 수 있지만, 이것이 반드시 물가 안정에 위험을 초래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인정한다는 문구를 추가했다. 최대 고용은 물가 안정 속에서 지속해서 달성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고용이라는 점도 명시했다. ‘부족’이라는 문구를 삭제하면서 연준은 최대 고용 목표와 물가 안정 목표가 상충되는 시기에 ‘균형 잡힌 접근 방식’을 통해 목표를 달성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여기서 최대 고용은 직접적으로 측정할 수 없고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기 때문에 수치적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고, 대신 장기적인 2% 물가안정 목표치는 기대 인플레이션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그대로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연준의 프레임 변경은 그 동안 세계 경제의 공급망 위기와 조정, 노동시장의 변화, 국제 무역 시스템의 재편 등 심대한 구조적 변화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점에서 한계가 있다.

또한 이번 연설에서 파월 의장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이라는 문제를 뒤흔들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에 대해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격렬한 정치적 논쟁을 피했다. 이 때문에 단기적인 통화정책 전망에 대해 시사점을 분명하게 제시함으로써 관심을 돌리게 했다는 것이다.

[1] Jerome Powell(Chair, Board of Governors, Federal Reserve System), “Monetary Policy and the Fed’s Framework Review”, Aug. 22, 2025

[2] Financial Times, “Jay Powell paves way for Federal Reserve interest rate cut in September,” Aug. 23, 2025

[3]Financial Times, “Wall Street’s September Fed rate cut bets still hinge on next data,” Aug. 25, 2025

[4] Federal Reserve Bank of St. Louis, “Breakeven Employment Growth: A Simple but Useful Benchmark”, Apr. 15, 2025

[5] U.S. Bureau of Labor Statistics, “The Beveridge Curve (job openings rate vs. unemployment rate), seasonally adjusted”, Accessed Aug. 28, 2025

[6] Christopher J. Waller, “Almost as Good as It Gets…But Will It Last?”, Jan. 16, 2024

[7] Andrew Figura and Chris Waller, “What does the Beveridge curve tell us about the likelihood of a soft landing?” Jul. 29, 2022

[8] Jerome Powell, op. cit.

[9] 일례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이 2025년 2월 지표를 이용하여 단기 추정치를 계산한 결과는 매달 15만 3000개의 일자리가 필요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러한 추정치는 미국 의회예산처(CBO)의 2025년 노동 가능 인구 매달 26만 명 전망과 2024년 기준 평균 경제활동 참가율 62.6%, 목표 실업률은 2025년 2월 기록한 4.1%를 완전고용에 가까운 것으로 각각 설정한 뒤, 이것을 가구 조사와 비교한 사업체 조사의 평균 고용 수준을 나타내는 비율 0.979를 사용하여 차이를 조정한 결과이다. Federal Reserve Bank of St. Louis, op. cit. 참조

[10] AEI, “Immigration Policy and Its Macroeconomic Effects in the Second Trump Administration”, Jul. 2025

[11] Jerome Powell, op. cit.

[12] Mohamed El-Erian, “Jay Powell’s risk-averse stance at Jackson Hole missed an opportunity,” Aug. 25, 2025

[13] Federal Reserve, “Retrospective on the Federal Reserve Board Staff’s Inflation Forecast Errors since 2019”, Aug. 2025

유용한 정보가 있으신가요?

의견을 보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