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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라운드 시대’의 기업 생존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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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딜로이트 인사이트는 글로벌 경제 및 산업 구도에 영향을 주는 주요 이슈에 대한 인사이트를 소개하고 최신 경제산업 데이터와 그 함의를 분석한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를 매주 금요일에 발행합니다.

딜로이트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 아이라 칼리시(Ira Kalish) 박사를 비롯한 딜로이트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네트워크(DGEN)가 매주 배포하는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를 통해 중요한 세계 경제 동향을 간편하게 파악하실 수 있습니다.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는 국내 유력지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외부 배포되고 있으며, 딜로이트의 풍부한 경제·산업 인사이트를 전달하는 플랫폼의 기초 콘텐츠로 자리잡을 것입니다. 많은 관심 및 활용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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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3주차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는 ‘트럼프 라운드 시대’의 기업 생존 전략에 대해 다룹니다. 

미국 관세 부과 및 세법 개정 영향과 대응 방안 재점검

 

들어가며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미국우선 통상정책(America First Trade Policy)’을 선포하고, 대규모 무역적자가 불공정 ∙ 불균형 무역 때문이라며 강력한 상호관세 및 품목별 관세 부과 정책을 구사했다. 세계 경제는 자유무역을 근간으로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서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적 조치들로 둘러 싸인 관리무역 시대, 이른바 ‘트럼프 라운드’(Trump Round) 시대로 접어들었다.[1]

한국 정부는 무역협상을 통해 상호관세율을 15%로 확정하고 품목별 관세 중에서 자동차에 대한 관세도 15%로 낮추는 한편, 대미국 3,500억 달러 투자와 1,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 구매 그리고 자동차 및 트럭, 농산물 시장의 추가 개방을 약속했다.

또 미국의 조세 및 재정 패키지 법안 2025년 예산조정법, 이른바‘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One Big Beautiful Bill Act, OBBBA)이 정식 발효됨에 따라 친환경 및 반도체 산업 관련 지출예산 및 세액 공제가 감축되거나 조정되었을 뿐아니라 동맹국 중심 공급망 재편이 이루어지면서 한국 기업의 수출, 현지법인 운영 및 투자, 공급망 설계 등에 근본적인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불과 200일 만에 80년 브레튼우즈 체제의 유산이자 최근 30년간 이어진 WTO 무역 질서가 붕괴되고 새로운 질서가 탄생하고 있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고 풀어야 할 난제들이 많다.

먼저 미국과 교역국 간 상호주의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세 정책의 목표는 궁극적으로 상호 균형을 달성하면 사라질 것이지만, 그에 앞서 미국과 세계 경제에 막대한 부담과 피해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또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무역합의는 미국 무역의 40%를 차지하지만, 정작 미국의 연간 수입액의 42%를 차지하는 멕시코, 중국 그리고 캐나다와는 무역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나아가 미국 법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비상사태 선포에 따른 관세 부과 권한에 대해 무효를 선고할 가능성이 있는 등 다양한 변수가 남아 있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하고 모호한 행보는 ‘거래주의적’(transactional) 접근방식으로 악명이 높은데, 선의와 안정적인 규칙 그리고 신뢰할 수 있는 집행 메커니즘이 뒷받침되지 않는 국가 간 합의 혹은‘최적의 거래’가 지속가능한지 의문이다. 실제로 미국과 무역 합의를 도출한 주요국들은 앞으로 계속 세부 협상 과정에서 많은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무역 환경 속에서 기업들은 특정 함량(철강, 알루미늄, 구리, 미국산자동차부품)의 수입신고가격 평가부터 시작해 조직 운영, 잠재적인 공급망 재구축, 전반적인 투자 전략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향을 받는 부분에 대해 빠르고 효과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라운드’와 한미 무역협정 결과 분석

2025년 7월 31일, 미국 백악관은 기존 4월 2일자 행정명령 14257호에 따른 대상국가별 상호관세율을 수정하는 행정 명령을 발표했다.[2] 미국 헌법 및 법률,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국가비상사태법(NEA), 개정 1974년 무역법 제604조, 제301조 등에 기반한 이번 명령은 8월 7일 미국 동부시각 자정 직후부터 발효됐다.

이번 행정 명령의 핵심 내용은 유럽연합(EU)의 경우 현행 관세율(MFN)이 15% 미만인 경우 추가 관세를 통해 총 15%가 되도록 조정하되 이미 15% 이상인 품목에는 추가 관세는 없음(추가 종가세율 0%)을 확인하고, 별도 부속서(Annex I)에 명시한 다른 국가들은 MFN 세율에 추가로 국가별 상호관세율 부과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본과 한국은 15%, 인도는 25% 등이다. 멕시코, 중국, 캐나다 등 목록에 등재하지 않는 국가는 별도 조치를 유지하며, 기존 행정명령(제14298호)에 따라 별도로 조정된 중국은 이번 조치 대상에서 제외된다. 명시적인 조치가 없는 국가는 MFN 세율 위에 10%의 추가 관세가 적용된다. 한편, 우회 수출을 위해 제3국을 경유한 환적(Transshipment) 수입품에 대해서는 40%의 제재성 추가 관세가 부과되며, 추가로 별도 벌금 적용을 가능하게 했다.[3]

 

 

그림 1. 2025년8월 1일 현재 미국의 주요국 수정 상호관세율 부과 현황

출처: The White House, 딜로이트 인사이트

한국 정부와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하루 전에 상호관세율을 15% 부과하는 무역 합의에 도달했다. 이는 앞서 미일, 미EU 무역 합의와 동일한 조건이다. 이번 합의로 기존 한국에 부과되었던 25% 상호관세율은 10%포인트 하향 조정되었지만, 앞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무관세로 수출하던 입장에서는 기존 2.5% 관세율이란 이점이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이미 자동차 2~3차 협력사들 중 일부는 주문이 끊기는 상황을 경험하고 있다. 자동차의 경우 15% 관세율이 적용될 경우 25% 품목 관세가 부과될 경우와 비교할 때 관세 부담이 약 5조 원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된다. 기존 철강 및 알루미늄 품목 관세는 그대로 50%가 적용되지만, 반도체와 의약품 등 다른 품목 관세의 경우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이 적용된다는 점을 약속했다.

한미 무역 합의의 대가로 한국 정부는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와 함께 1,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LNG를 포함한 에너지 구매를 약속했다. 자동차와 트럭, 농산물 시장의 개방도 약속했지만 민감한 품목인 쌀과 소고기 시장은 방어했다. 방위비 협상, 디지털 시장 규제 등도 협상 항목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에 대한 추가 요구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2. 2025년 7월 28일 한미 무역 합의 주요 내용

출처: 내외신 보도 종합. 딜로이트 인사이트

 

한국의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중에서1,500억달러는‘조선 협력’ 전용 펀드로 우리 기업의 미국 조선업 진출을 뒷받침하는 기금이다. 나머지 2,000억 달러는 미국의 핵심광물 등 경제안보 분야 지원을 위한 대미 금융 패키지이다. 이러한 전체 금액에는 기존 한국의 대미 투자액이 포함되는 것이다. 한미 조선 협력, 이른바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는 미국내 신규 조선소 건설, 조선 인력 양성, 조선 관련 공급망 재구축, 선박 건조, 유지보수(MRO) 등을 포괄하며, 이번 한미 무역협상 타결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정부는 평가했다. 전체 투자액이 작년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20%에 육박하여 경제 규모 대비 일본과 EU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지만, 1,500억 달러 조선 협력 펀드의 경우 우리 기업의 미국 진출용이라는 점에서 별도로 봐야 한다는 것이 한국 정부의 설명이다.[4]

대미 투자 기금이란 조선, 반도체, 이차전지 등 한국 기업이 경쟁력을 가지며 미국 정부가 전략적으로 투자하고자 하는 산업에 투자할 재원을 투자(equity), 대출(loan), 보증(credit guarantee)을 통해 지원해주는 개념이다. 실제 직접적인 재원이 투입되는 지분 투자의 규모는 5% 미만으로 한정되고, 나머지 대출·보증에서도 배수 효과가 큰 보증이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 기금'(investment fund)이라고 언급하는 대미 투자 패키지는 앞서 일본이 제시한 5,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기구'(investment vehicle)와 성격이 유사하다. 일본 정부도 5,500억 달러의 투자 패키지 중 직접 투자액은 1∼2%에 불과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일본과 미국 정부 관계자들의 발언에 따르면, 일본의 투자액 중 일부는 미국 정부가 자산을 소유하고 양국 및 관련 기관의 지원을 받아 대규모 자본 투자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후 해당 자산은 민간 부문에 임대되어 운영될 예정이다. 합의 전 일본 정부 관료들은 자산을 정부가 소유해 기업이(임대) 운영하는 대미 투자 방식을 지지했다. 이러한 방식이 민간 부문의 재정적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가 제시한 투자 기금도 이와 유사한 방식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측이 일본이나 한국 투자 펀드 수익의 90%는 미국이 가져간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 일본과 한국 정부의 해석은 차이가 있다. 투자 펀드의 예상 방식 대로라면 미국이 이익의 90%를 그대로 가져간다는 의미보다는 내부적으로는 이익의 국내 재투자라는 것이 한국 정부의 해석이다. 일본 정부는 이익 분배 비율이 각 당사자의 기여도와 감수하는 위험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는 입장이다. 미국 정부가 사업을 제안해 구매 보증하고 일본 기업이 참여하는 방식이라면, 미국이 이익을 90% 가져가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의 차이로 볼 때 양측이 약속한 투자가 얼마나 지켜질지는 알 수 없다.[5]

미국산 농산물 수입과 관련해서는 한국과 일본이 미국과 각각 합의한 내용엔 다소 차이가 있으며, 합의 당사자인 한국과 미국, 일본과 미국의 설명에도 간극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미국과의 교역에 완전히 개방하기로 하고 자동차와 트럭, 농산물 등 미국산 제품을 받아들이겠다고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브리핑에서 "국내 쌀·소고기 시장은 추가 개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본 역시 쌀 시장을 미국에 완전 개방했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설명인 반면, 일본은 세계무역기구(WTO) 저율관세할당물량(TRQ)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미국산 쌀의 비중을 늘린다고 의미를 축소한 바 있다. 한국의 경우 일본과 달리 미국 등 5개국에 TRQ를 각각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변경하려면 세계무역기구(WTO)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게다가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로 농업 분야 99.7%가 개방돼 있어 나머지 0.3%에 대한 추가 개방 없이 협상을 완료한 것이다.[6]

2024년 한국의 명목 GDP는 1조 8,699억 달러로 세계 12위이며, 수출액은 6,836억 달러로 세계 6위에 해당한다. GDP 대비 수출 비중은 36.6%로, 주요 20개국 중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전체 수출액 중 대미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8.7%이다. 한편 미국은 한국에 연간 721억 달러를 수출하고 있으며, 특히 농산물 수출에서는 한국이 5위에 해당한다. 한국의 2024년 대미 농축산물 무역적자는 80억달러에 달한다.[7][8]

한국 등과 무역 합의 중에서 중요한 쟁점은 미국이 수입차에 대해 15%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 국내 자동차 제조업체의 불만을 살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조립되는 대부분의 자동차 부가가치의 40-60%는 수입 부품으로 구성되는데, 해당 부품이 현재 25% 관세율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많은 부품이 멕시코나 캐나다에서 생산되는데, 앞으로 2년 동안 이 부품에 대해 관세 환급을 받으려면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게다가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50%의 관세를 지불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이 때문에 다수 미국 내 자동차 조립업체의 경우 일본과 EU에서 자동차를 수입하는 것보다 국내 생산 원가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미국 빅3 완성차 업체인 포드(Ford)는 지난 분기(4~6월)에 3,600만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투자전문가들이 예상했던 10억 달러의 순이익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포드 측은 관세 관련 비용으로 인해 올해 전체에 30억 달러의 타격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앞서 5월에도 포드는 관세로 인해 올해 영업이익이 25억 달러 감소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포드는 지난 분기에 11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한 제너럴 모터스(GM)보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더 나은 입지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에서 더 큰 비율의 차량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드는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25%의 관세가 부과된 자동차 부품을 수입하고 있고, 공급업체들이 알루미늄과 철강 관세 인상을 전가하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자동차 업체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멕시코와 캐나다와의 무역 조건을 완화하도록 로비해 왔다.

이들 미국 자동차 업체들은 미국이 일본과 EU에 이어 한국 자동차 수입 관세를 15%로 낮추는 협정을 체결한 이후에 더욱 불만이 커진 상황이다. 포드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가장 미국적인 자동차업체인 포드가 장기적으로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공개 발언하기도 했다. 이들 업체의 불만을 트럼프 정부가 어떤 식으로 달랠 수 있을지, 나아가 수입차에 대한 관세 부과 방식에 어떤 변경이 발생할지 주목된다. 또한 한국, 일본과 EU 자동차 업체들은 미국 내 생산을 늘려서 수출할 것이라는 약속을 이행해야 이러한 쟁점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반도체의 경우 8월 7일 상호 관세 발효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품목 관세율 100%가 부과될 것이라고 예고한 상태이지만, 미국 내 칩 생산 및 제조시설 투자액에 대해서는 관세를 면제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미 기존 미국 반도체법(Chips Act)에 따라 미국에 공장을 건설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투자 금액이 400억 달러가 넘어 관세 면제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4년 기준 미국의 반도체 수입액 402억 달러 중에서 한국의 비중은 24억 달러로 약 6% 비중을 차지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약품에 대해서는 최대 250% 품목 관세 부과가 가능하다는 발언을 내놓았지만, 정치적 수사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미국은 이들 품목 외에도 목재, 항공기 엔진 및 부품, 핵심 광물 및 파생상품 등에 대해서도 무역 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국가 안보 위협 여부를 조사 중이어서 조만간 조사 결과에 따라 품목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보인다.

철강 및 알루미늄 품목 관세 대상에는 8월 18일부터 407개 파생제품이 추가됐다. 이미 232조 품목 관세 대상이나 조사 대상인 품목인 자동차 부품(배터리 부품, 엔진, 기어박스, 파워트레인 부품)과 태양광 셀 등은 제외되었지만, 화장품처럼 금속 함량이 매우 낮은 경우도 대거 포함됐다. 한국 수출에 직접 영향이 큰 품목은 변압기, 냉장 및 냉동고 등 가전제품, 건설기계와 자동차 부품으로, 미국의 한국으로부터 수입액은 총 119억 달러에 이른다. 파생상품 추가 절차는 연 3회 정례적으로 운용된다. 이에 따라 철강 및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하는 수출기업은 함량 확인 및 원산지 입증 등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 이들 파생제품의 철강 및 알루미늄 함량 가치에는 232조 50% 관세가 부과되며, 이를 제외한 나머지 제품 가치에 15%의 상호관세가 부과된다.[9]

 

그림 3. 미국과 주요 교역국 무역 합의 비교

출처: The White House, 국내외 언론 보도 종합. 딜로이트 인사이트

 

미국과 중국과의 무역 협상은 아직 마무리 되지 않았으며, 협상 만료일인 8월 12일에 시한을 90일 추가했다.[10] 현재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적용 중인 IEEPA 관세율은 약 30% 수준으로, 기본 상호관세 10%에 펜타닐 대응 추가관세 20%로 구성된다. 브라질의 경우 당초 책정된 세율은 10%였지만,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재판이라는 국내 정치 상황이 빌미가 돼 40%의 별도 관세가 붙었다. 이에 따라 총 관세율이 50%에 달한다. 인도는 25%의 관세에 8월 6일 별도 행정명령으로 추가 25%가 붙었다. 러시아 종전이라는 외교 정책 목표 하에 원유 수입국에 대한 추가 관세를 매긴 것이다. 25%의 별도 관세 적용 시점은 8월 7일이 아니라 행정명령 21일 뒤인 8월 27일부터다. 이들 국가와 미국의 추가 협상 여지는 열려 있다.

한편 인접국이면서 자유무역협정을 맺었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관세의 주요 표적이 된 교역국인 캐나다와 멕시코는 현재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적용 품목을 제외하고 임시적으로 25%의 관세를 적용 받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에는 35%로 관세율을 인상했다. 멕시코에 대해서도 30% 관세율을 예고했다가 90일간 유예한 상황이다.

 

 

미국 관세 정책의 경제적 영향

미국이 시작한 새로운 세계 무역 질서는 앞으로 다른 교역국이 관세 장벽에 맞서 연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게 했다. 앞서 미국과 합의 전까지 EU는 캐나다와 일본 등과 협력에 나섰다. 미국 관세에 상응하는 조치도 준비했지만, 합의가 이루어지면서 후퇴한 모양새다. 중국의 우회 수출 경로로 지목된 아세안 국가들도 고율 관세에 직면하자 역내 교역과 투자를 늘리고 EU와 자유무역협정에 나섰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무역, 에너지 등 분야에서 양국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는 등 미국에 대한 공조 대응에 나서는 모양새다.[11]

미국이 합의를 서두른 EU는 미국의 최대 교역국으로 2023년 기준 총 교역 규모가 1.5조 유로를 넘는다. 특히 EU는 미국에 대한 상품 무역흑자 규모가 1,570억 달러에 달하며, 특히 대미 수출 품목 비중은 원자로 보일러 및 기계류 등을 제외하면 의약품(903억 유로)과 철도 및 트램을 제외한 차량(842억 유로)이 가장 큰 비중으로 차지한다. 미국은 EU에 대한 서비스 교역에서 1,070억 유로 흑자를 기록하고 있어 양자 교역의 중요성은 어느 지역보다 높다. 국가별로 보자면 미국의 최대 무역 파트너는 멕시코, 캐나다, 중국 순이지만, 개별국가가 아닌 국가 그룹(블록)인 EU가 실은 미국의 최대 무역 파트너이다. 따라서 미국과 EU 간 무역 합의가 지니는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크다. 이번 합의 결과는 역사적으로 볼 때 높은 관세율이지만,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고율 관세 및 보복관세의‘전쟁’은 피했다는 점에서 기업들이 보다 장기적인 전략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안도감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12]

미국은 앞서 중국과 멕시코에 이은 3위 대미 무역 흑자국인 베트남에 20%의 관세율을 부과하고‘중국 환적 상품’에 대해서는 4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무역 프레임워크에 대해 합의한 바 있다. 이 외에 미국은 영국과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과도 무역 합의를 도출했는데, 이들 국가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무역 전쟁의 최종 타깃인 중국과의 합의 결과는 한국 등 주요 중국 교역 파트너들에게 초미의 관심사다. 현재 미국과 중국의 협상가들이 양국 지도자 간의 회담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합의를 완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남은 중요한 합의 대상국은 미국의 최대 무역 파트너에 해당하는 멕시코와 캐나다이다. 이들 국가는 USMCA 재검토 일정이 남은 변수이다.[13]

미국이 관세 전쟁을 시작한 지 6개월이 지난 가운데 미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선방하는 모습을 보이자,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은 보란 듯이 성과를 자랑하면서 비판가들이 틀렸다고 주장한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6월 미국 관세 수입은 272억 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4배가량 증가하는 등 꾸준히 늘어나는 한편, 같은 달 미국 무역수지는 602억 달러 적자에 그쳐 2023년 9월 이후 최저치에 그쳤다. 하지만 관세 전쟁이 아직 초기 단계에 있고 이미 합의된 나라들을 포함해 많은 불확실성이 잠재해 있다. 또한 최근 거시지표를 통해 관세 충격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기업들도 충격을 감내하기 힘들면 결국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전가하기 시작할 수 있다. 관세 수입이 늘어나기는 하지만 소득세를 대체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며, 무역 적자 감소는 관세 부과 전 기업들이 일시적으로 재고를 축적한 영향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14]

트럼프 정부가 가장 원하는 미국 내로 생산시설의 복귀가 제대로 이루어질지 장담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많다. 관세율 때문에 미국 현지 생산을 크게 늘리기에는 달러화와 높은 비용이 감당이 되지 않을 것이고, 워낙 불확실성이 큰 탓에 의사결정을 미룰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관세가 인플레이션을 높이고 성장률은 낮아지게 할 것이란 비판자들의 주장은 아직 철회되지 않고 있다. 미국 경제는 올해 상반기 1.2% 성장하는 데 그쳤고, 노동시장은 이미 경기 둔화를 예고하고 있어 주목된다. 물가 변화에 민감한 중앙은행이 적극적인 금리인하에 나서기 힘들 수도 있다.

예일대 예산연구소(The Budget Lab, TBL)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1월에 취임한 이후 발표한 관세 부과로 인해2025년 7월 30일 현재 미국의 실효 관세율은1934년 이후 최고치인17.5% 수준으로 추산된다.[15] 8월 1일까지 무역 합의에 도달하지 않은 국가들에게 15~20%의 관세가 부과된다고 할 때 미국 실효 관세율은 1930년 스무트-홀리법 이후 최고 수준인 20%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고율 관세 장벽은 세계 무역 질서의 재편을 초래할 수 있다.[16]

 

그림4. 1790년 이후 미국 평균 유효 관세율

출처: 예일대 예산연구소, 딜로이트 인사이트

 

TBL의 분석에 따르면, 이 같은 관세 정책으로 인해 2025년 미국 경제의 물가 수준이 단기적으로 1.8%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5년 기준 가구당 평균 2,400달러의 소득 손실에 해당한다. 물가 상승에 대해 연방준비제도(연준)이 대응한다면, 부분적으로 명목 소득 감소로 나타날 가능성이 우려된다. 또한 관세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미국 소비자의 신발 가격이 40%, 의류 가격은 38% 각각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로 인해 미국 경제는 2025년과 2026년 성장률이 각각 0.5%포인트 하락하는 충격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인 미국 경제 성장률은 0.4%포인트 내려가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실업률이 2025년 말까지 0.4% 포인트 상승하고, 이어 2026년 말까지 0.7% 포인트 상승하며, 2025년 말까지 임금 고용이 50만 명 감소할 것이다. 한편 미국 재정은 관세로 인해 2026~2035년 동안 2조 8,000억 달러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었다.[17]

 

그림 5. 미국 관세 정책 현황

출처: 예일대 예산연구소, 딜로이트 인사이트

 

2025년 5월 기준으로 한국 자동차 산업은 대미 수출액이 27.2% 급감하고 차 부품도 3.4% 줄어드는 충격을 보인 바 있다. 이번 한미 무역 합의로 인해 자동차 품목 관세율이 25%에서 15%로 인하된 만큼 충격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부담스러운 관세율이다. 5월에 철강 부문도 대미 수출액이 15.9% 줄어드는 등 50% 품목 관세율로 인한 충격파가 진행형이다. 반도체의 경우 아직 품목 관세율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약 15% 수준의 관세율이 부과되고 중국산 구성품에 대한 별도의 고율 관세가 매겨질 경우 역시 부정적인 충격에 노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4월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 관세 정책 충격을 언급하면서, 2025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8%로 연초 제시한 3.3%에서 0.5%포인트 하향 조정하고, 한국 경제 성장률을 2.0%에서 1.0%로 낮췄다. 이후 7월 말에는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0%으로 0.2%포인트 높였다. 4월 전망치를 제출했을 때보다 미국의 실효 관세율이 낮아진 데 따른 것이다. 한국 경제 성장률은 0.8%로 좀더 낮췄지만, 2026년 전망치는 1.8%로 0.4%포인트 높여 제시했다. IMF는 무역 협상을 통해 예측 가능한 교역 체계가 만들어지고 관세가 인하될 경우 세계경제 성장률이 상승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세계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2025년 4.2% 이후 2026년 3.6%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는 4월 전망과 큰 차이가 없다. 다만 미국의 관세가 점진적으로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면서 올해 하반기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5월에 국회예산정책처가 내놓은‘미국 관세 정책의 시나리오별 영향’ 분석에 따르면, 미국 관세 정책으로 올해 한국 수출액이 최소 3.6%에서 최대 10.6% 감소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예산정책처는 시나리오 분석에서 3가지 예상 시나리오를 예상했는데, 그 중에서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 1과 2의 경우 한국에 대한 미국의 관세율은 15%로 예상했다. 이는 보편관세 10%와 자동차, 철강 알루미늄에 대한 품목 관세율 25% 및 50% 부과의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번 한미 무역 합의에 따라 이러한 한국의 관세율은 좀더 낮아지게 됐지만 반도체와 의약품 등 추가 품목 관세가 부과될 경우 평균 관세율은 약간 더 올라간다. 중요한 것은 이들 두 가지 시나리오에서 미국의 대중국 관세율이 각각 30% 및 54%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제시했다는 것이다.[18] 최대 관세율과 불확실성을 예상하는 시나리오 3을 제외하고 보면, 시나리오 1과 2의 경우 각각 통관 기준 수출액이 3.6% 및 4.7% 감소하는 결과가 예상됐다. 이들 분석에서 모두 대미 수출 감소가 가장 큰 감소 요인으로 작용했다. 대중국 수출은 미국의 대미 관세율이 54% 수준에 달할 경우 5.9% 감소하지만, 관세율이 미국의 관세 전쟁 이전인 40%보다 낮은 30%로 떨어질 경우 대중 수출이 3% 정도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6. 미국 관세 부과 시나리오에 따라 통관 수출에 미치는 영향(%)

출처: 국회예산정책처. 딜로이트 인사이트

 

중국의 경우 미국의 관세가 145% 부과될 경우 대미 수출액이 최대 70%가량 감소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리고 중국의 대미 수출 감소는 한국의 대중 수출을 최대 31% 줄어들게 할 수 있다. 통상 중국의 대미 수출이 1% 감소하면 한국의 대중 수출이 평균 0.45%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OBBBA 세법 개정 내용과 영향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공약을 실현하기 위한 정책으로 관세 외에도 조세 및 재정 패키지를 담은 예산법안인 OBBBA가 2025년 7월 1일 상원, 7월 3일 하원을 통과하였고 7월 4일 대통령 서명과 함께 발효되었다.[19] 이 법은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건 소득세와 법인세 인하, 정부의 낭비적 지출 감축, 바이든 행정부 정책(기후 정책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폐기 및 대전환, 국경 및 국방비 지출 확대 등을 반영한 것이다.

앞서 트럼프1기 행정부에서 미국 연방 세법(IRC)은 개인과 기업의 감세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감세 및 일자리법(TCJA, 2017년 발효) 입법으로 대폭 개정된 바 있으며, 이러한 법의 많은 조항들이2025년에 만료될 예정이었다. 이번 OBBBA는 TCJA의 일부 만료 조항을 연장·수정함과 동시에, 새로운 국제 조세 규정을 도입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그림 7. 트럼프 대선 공약과 OBBBA 관련 내용

출처: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미국 의회. 딜로이트 인사이트

 

미국 의회예산국(CBO)의 하원 통과 법안 기준 분석에 따르면, OBBBA는 각종 지출 감축에도 불구하고 향후 10년(회계연도 기준 2025~34년)간 미국의 재정적자를 약 3.3조 달러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크게 보아 메디케이드 관련 지출과 IRA 보조금 혜택 조기 종료 등으로 1조 달러의 지출이 줄고 저소득층 영양 지원 프로그램 수급조건 강화 및 정부 학자금 대출 축소 등으로 0.4조 달러 이상 추가로 지출이 줄어들겠지만, 감세 연장 및 세제 개편과 IRA 세제 혜택 축소 등으로 4.5조 달러가량 세입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CBO는 단기적으로 감세 등으로 인한 10년간 실질 국내총생산(GDP)가 평균 0.5% 상승하는 등 경기 부양 요인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지만, 중장기적으로 미국 재정 건전성이 약화되고 나아가 소득불평등이 악화될 것이란 민간연구소들의 경고도 나온다. 조세재단(Tax Foundation)은 OBBBA에 따라 장기적으로 실질 GDP가 1.2% 상승한다고 보지만, 재정적자는 3조 달러 늘어날 것이란 분석을 제시했다.[20] 이에 비해 예일대 TBL은 2026년부터 2033년까지는 GDP가 증가할 것이지만 그 이후로는 부정적인 효과가 점차 강해질 것으로 본다. 또한 펜와튼대 예산모형(Penn Wharton Budget Model)의 경우도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예상하고 본원 재정적자는 10년간 3.2조 달러 늘어날 것으로 전망해 부정적인 전망 대열의 선두에 섰다.[21]

 

그림 8. ‘OBBBA’에 따른 미국 경제 산출량 전망 비교

(2025년부터 2054년까지 기준선 대비 경제 산출량 증가율)

출처: Tax Foundation(TF), The Budget Lab(TBL), Penn Wharton Budget Model(PWBM). 딜로이트 인사이트

 

특히 TBL의 상원 법안에 기반한 분석에 의하면 OBBBA는 10년 동안 3조 달러(기간 GDP의 0.84%)의 부채를 늘리고, 2025-2055년 기간 동안으로 보면 무려 12조 1,000억 달러(기간 GDP의 0.71%)의 부채를 추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임시 세금 조항이 영구화 될 경우 2025~2034년 기간의 비용은 3조 7,000억 달러, 2025~2055년 기간의 비용은 16조 1,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관련 조세 규정이 영구화 되면 2055년에는 GDP 대비 부채 비율이 186%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큰 부채 비율을 가진 나라는 현재 선진국 중에서는 일본 밖에 없다.[22]

 

그림 9. OBBBA의 미국 재정 효과 추정

출처: The Budget Lab(Yale). 딜로이트 인사이트

 

OBBBA는 친환경차 세액공제 축소로 전기차 수요를 위축시킬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산 자동차 대출 이자 부담 경감과 연비규제 준수 부담 완화 등 미국에서 생산을 하는 자동차 기업에 대해 우호적인 변화도 포함한다. 그리고 배터리 분야 첨단제조세액공제(AMPC) 규정에는 큰 변화가 없었고 ‘금지된 외국 기관’(Prohibited Foreign Entity, PFE) 조항 적용에 따라 중국 제품의 진입 장벽이 높아진 것이 한국 기업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반도체의 경우 미국 내 첨단제조 시설 및 장비 투자의 세액공제가 기존 25%에서 35%로 확대되어 호재다. 나아가 국방비 지출 증가는 조선업을 중심으로 한 한국의 대미협력 기회를 늘릴 것으로 기대된다.

전반적으로 볼 때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세제는 미국 내 생산 확대에 우호적이며 중국에 대한 견제가 강화되는 방향으로 설정됨에 따라 미국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에게는 기회를 열어주는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반도체 세액공제 상향 조정은 미국 내 공장 건설에 나선 한국 기업에게 수혜가 될 전망이나, 재생에너지의 경우 세액공제 기간이 기존 2032년에서 2027년으로 축소됨에 따라 미국 내 신규 투자나 추가 시설 확장에는 타격이 예상된다.

 

그림 10. OBBBA의 세액공제 관련 주요 개정 사항

출처: 백악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딜로이트 인사이트

 

한편 OBBBA 중 한국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제 조세 관련 개정 사항이 존재한다. 먼저 해외무형자산소득공제(Foreign-Derived Intangible Income, FDII) 제도의 실효세율이 기존 13.125%에서 14% 수준으로 소폭 인상된다. 기존 공제율이 37.5%에서 2026년 이후에는 33.34%로 변경되어 유효세율이 올라간 것이다. 이번 개정을 통해 명칭은 FDDEI(Foreign-Derived Deduction Eligible Income)로 변경되었다. 이 제도는 특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미국 내에서 개발 및 생산된 무형자산에서 발생하는 해외 소득에 대해 공제를 통한 실효세율을 인하함으로써 미국 기업의 수출을 장려하고 미국 내 투자를 유인하는 제도이다. 당초 시행령에서는 2025년부터 적용 세율이 21.875%로 유효세율이 16.4%로 올라가야 하지만 이번 개정에서는 인상폭이 소폭에 그친 것이다.

해외무형자산소득에 대한 간주배당(GILTL) 제도의 실효세율은 기존 13.125%에서 14%로 인상되었다. IRC 제250조에 따른 공제비율이 2025년 기준 50%에서 40%로 축소되고, 간주 외국 납부 세액 공제 비율도 기존 80%에서 90%로 상향되었기 때문이다. 기존 제도에서 공장 설비 등 유형자산의 10%를 차감하여 간주배당을 계산했지만 이번에는 이러한 차감 규정을 삭제하여 모든 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과세 대상으로 삼게 되어 명칭도 NCTI(Net CFC Tested Income)으로 바뀌었다.

세원잠식방지세(Base Erosion and Anti-Abuse Tax, BEAT)는 기존에는 적용 최저 세율이 2025년 기준 10%에서 2026년 이후에는 12.5%로 인상될 예정이었으나, 이번 법안에서 2026년부터 10.5%로 올라가면서 영구세율이 되었다. 세원잠식 공제액에는 원칙적으로 해외관계회사에 지급하는 모든 비용이 포함되지만, 매출원가와 원가로 지급되는 용역비, 요건을 갖춘 파생상품 관련 지급액 등은 해당되지 않는다.

특수관계자에게 지급되는 이자에 대한 과도한 공제를 방지하기 위해 제정된‘이자비용 공제 제한 제도’(IRC 제163(J)조)는 조정과세소득을 2018 사업연도부터 2021 사업연도까지는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을, 2022 사업연도 이후부터는 이자 및 법인세 차감 전 영업이익(EBIT)에서 이번에 EBITDA 기준을 부활시킴으로써 공제 한도가 확대되었다. 또한 보너스 감가상각 제도로 불리는 IRC 제168(K)조가 개정되어 2025년 1월 19일 이후 취득하여 사용을 개시한 자산에 대해서는 기업이 일시 상각을 통해 즉시 비용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기존에는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규정이 포함되었지만 이를 폐지하여, 기업의 설비 투자를 촉진하고자 했다.

더불어 특정 요건을 충족하는 생산 자산(qualified production property)에 대해서는 2032년까지 100% 일시 상각을 허용하는 IRC 제168(N)조가 신설됐다. 기존에는 자산화한 후 일정 기간 동안 상각해야 했던 미국 내 연구 개발비를 전액 즉시 비용 처리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IRC 제174(A)조가 신설됐다. 특정 요건을 충족하는 중소기업은 2021년 이후 시작된 과세연도에도 소급 적용하여 전액 비용 처리를 선택할 수 있어, 이전에 자산화한 비용을 수정 신고를 통해 환급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제도 개정으로 인해 혁신 기업의 현금 흐름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OBBBA 초안에 포함되었던 이른바 ‘보복세’(Revenge Tax, IRC 제899조)는 최종안에서 삭제되었다. 이 보복세는‘불공정 외국세’를 부과하는 국가의 투자자가 미국 내 자산에 투자할 경우 추가 원천징수세율(20%)을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지난 6월 28일 미국 재무부가 미국의 기존 최저한세 규정을 감안하여 미국 기업을 필라 2의 소득 산입 규칙(Income Inclusion Rule, IIR) 및 소득 산입 보완 규칙(Under-Taxed Payments Rule, UTPR) 적용에서 면제하는 병행 해결책에 G7이 합의했다고 발표한 뒤 트럼프 행정부와 미국 의회를 이 조항을 포함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다만 병행 해결책 합의에서는 공평성 훼손이나 BEPS 위험이 나타날 경우 이를 보완하겠다는 약속이 포함되었다. 미국을 어떤 방식으로 필라 2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시킬 것인지를 포함한 필라 2 규칙의 수정은 향후 OECD가 주도하는 포괄적 이행 체제(Inclusive Framework)의 논의를 통해 세부적인 내용이 확정될 것이므로, 관련 논의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림 11. OBBBA의 국제 조세 주요 개정 사항

출처: 백악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딜로이트 인사이트

 

이번 OBBBA의 국제 조세 개정으로 해외 기업의 미국 내 투자 구조 및 자회사 운영에 있어 조세 부담의 변화가 예상된다. 기존 FDII, GILTI, BEAT 적용 세율이 소폭 인상되었지만, 이자 공제 및 일시 상각 확대 및 연구개발 비용의 즉시 비용 처리 허용 등은 대미 투자 기업에게 유리한 것이다.

 

기업의 대응방안 재점검: ‘실시간 기업’의 필요성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무역 관세 정책과 조세 제도의 개정에 직면한 한국 기업들은 장기적인 전략적 회복탄력성을 유지하면서, 단기적인 위험요인의 파악과 더불어 예방적인 접근 방식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앞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경제 정책 변화에 대비하여 딜로이트의 무역 및 조세 관련 전문가들은 현지 생산 확대, 공급망 다변화, 장기적인 무역 다변화와 산업구조 고도화 등을 통해 대응해 나갈 것을 주문한 바 있다.[23]

미국의 관세 부과로 인한 가장 뚜렷한 영향은 투입비용의 증가로 나타난다. 이러한 비용을 어떤 식으로 줄이거나 전가할 것인지에 따라 기업의 이윤 창출 능력이 위협받는다. 기업들이 선호하는 관세 대응방식은 관세 부담분만큼 미국 현지에서 소비자가격을 인상하는 것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월마트·아마존 등 소매업체의 가격 인상 시도에 대해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말 것을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모습을 볼 때 15%나 되는 높은 관세 부담을 현지 대리점이나 소비자에게 모두 전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에, 관세 부담액 일부라도 절감하기 위해 한국본사와 미국현지법인 간 이전가격 인하를 시도하는 기업이 많은데, 이러한 이전가격 인하는 한-미 FTA 원산지 지위에 영향을 미치며 양국 법인세 및 미 관세청의 과세표준으로서 인정 받을 수 있는 것인지 그 적정성의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및 조세 정책이 무엇보다 미국 내 투자를 유도하고 있기 때문에, 그 동안 미국 현지 생산 시설을 확충하여 관세 부담을 줄이고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는 것이 최우선적인 전략으로 제시되어 왔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도 다양한 품목 관세율 인상 및 범위 확대로 인한 부담에 노출될 수 있는 상황이다. 한미 무역 합의에 따라 자동차 품목 관세율이 15%로 인하된 것은 다행이지만, 일본에 비해 유리했던 2.5%p의 한-미FTA 효과가 사라졌다는 점과 자동차 부품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한국산 쿼터가 사라지고 50%가 부과된다는 점은 현지 생산 원가 상승으로 직결되어 우리 기업의 경쟁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또한 철강 및 알루미늄 품목 관세율 50%가 신규로 적용되기 시작하는 변압기와 건설기계 등은 처음 겪게 되는 상황에 당황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파생제품 추가 절차는 매년 3회에 걸쳐 이루어지는 데다, 철강 및 알루미늄 외에도 구리와 반도체 등에 대해서도 계속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해당 원자재를 사용하는 제품을 수출하는 업체들은 미국 정부의 추가 절차를 예의주시하면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 8월 18일 0시 1분 통관분부터 적용되는 신규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을 취급하는 기업들은 파생상품에 포함된 철강·알루미늄 함량의 판매가치 산정에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많은 기업들이 관세부담 최소화 목적으로 이들 함량의 원가(구매원가)를 신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나, 50% 고율의 관세가 적용되는 함량을 과소 신고할 경우 고액의 과징금, 수입자격 박탈, 처벌 등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명시한 바 있어 주의를 요한다. 반면, 이를 철강·알루미늄 함량의 판매가치(원가에 이윤을 가산한 금액)로 신고할 경우, 과도한 관세 부담증가로 인해 사업의 연속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미 세관 조사를 방어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수준의 이윤을 배분할 수 있도록 그 계산방법과 이론적·실무적(벤치마크) 근거들을 구비해 놓아야 한다.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과정에서 한국·베트남·멕시코 등 우리 기업이 진출한 국가들이 중국의 우회 수출기지라는 혐의가 제기돼 고율(Transshipment의 경우 40% 관세 부과)의 관세가 적용되지 않도록 원자재 유통망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검토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아직도 많은 우리 기업들이 한-미 FTA원산지만을 유일한 원산지 기준인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미국의 MFN관세율을 0%로 전환하기 위한 목적의 원산지만 한-미 FTA 원산지 기준이 적용되며, 철강·알루미늄·구리·자동차 232조 관세나 반덤핑관세, 중국에 대한 301조 관세나 펜타닐 관련 IEEPA 관세 등은 일반원산지 기준에 따른다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 또한 신장 위구르 강제노동에 연루된 제품이 미국에서 통관이 거절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 회사가 조달하는 원자재의 글로벌 공급망 역시 염두에 두어야 하는 등 차원이 다른 수준의 주의를 요한다.

특히 미국은 301조 중국산 보복관세에 대해 중국 외 다른 나라의 경우에도 중국산 반도체가 포함되어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대해 조사를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에 대해 한국 기업들은 이를 회피하기 위한 구매전략을 수립하고 내부적으로 관련 규정에 대한 유권해석을 검토하여 사전에 대응 신고할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나아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주도한 조세회피방지를 위한 세원잠식 및 소득이전(BEPS) 프로젝트에서 미국이 탈퇴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최저한세(필라 2) 참여국에 대한 미국의 반발 및 보복 조치가 예상되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적 대응 및 기업의 개별 조세 전략이 필요하다.

 

그림12. 공헌이익 분석 및 이익 최적화

출처: 딜로이트 인사이트, “트럼프 2.0 통상 정책 대응방안” 보고서 내

 

‘예측 불가능성’을 특징으로 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무역 정책은 러-우 전쟁 등의 환경과 함께 우리 기업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바로‘실시간 기업(RTE: real-time enterprise)’의 필요성이다. 이미 실시간 기업이라는 개념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ERP 시스템을 전격적으로 도입하던 2000년대 중반에 알려진 개념이지만, 당시에는 IT 인프라의 미흡함으로 인해 실현할 수 없는 꿈에 불과했다. 하지만, AI 시대에 접어든 지금은 가능하다.

BOM(자재 소요량 명세서, bill of material)에 원산지, HS코드, 벤더, 특허, 첨단반도체 및 레거시 반도체 여부, 탄소배출량 등의 정보를 추가하고, 벤더 정보에도 ESG 관련 정보와 아동노동착취, 생산공장 위치, 분쟁 및 핵심광물 사용 여부 등의 정보를 추가하고, 각국의 규제환경에 대비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생산지-소비지 조합별 수익성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을 파악하고 이들 요소의 변화가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이 실시간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통상환경 변화가 야기하는 수익성 변동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글로벌 생산-판매를 최적 배분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이들 변화가 이전가격과 정상가격 산출방법, 관세, 법인세, 국제 조세에 미치는 영향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개별 사일로(silo)로 분리된 각종 시스템들을 하나의 단일화 된 체계로 통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1] The United States Trade Representative, “Why We Remade the Global Order”, Aug. 7, 2025

[2] White House, “Presidential Actions, Executive Orders: Further Modifying the Reciprocal Tariff Rates”, Jul. 31, 2025

[3] Ibid.

[4] 연합뉴스, “'MASGA' 통했다…4천500억달러 투자·에너지구매로 트럼프 설득”, 2025년 7월 31일

[5] Financial Times, “Cracks widen in Japan and US’s interpretation of tariff trade deal,” Jul. 30, 2025

[6] 연합뉴스, “대통령실 "車 관세 15%로…쌀·소고기 시장 추가개방 않기로"”, 2025년 7월 31일

[7] 한국무역협회, “2024년 대미 수출입 동향”, 2025년 2월 7일

[8] 한국무역협회, “수출의 국민경제 기여 효과 분석 (2024년)”, 2025년 4월 9일

[9] 한국무역협회, “美, 철강·알루미늄 232조 관세 대상 파생제품 확대”, 2025년 8월 18일

[10] Financial Times, “Cracks widen in Japan and US’s interpretation of tariff trade deal,” Jul. 30, 2025

[11] Julian Hinz et al., “An alliance for open trade: How to counter Trump's tariffs”, Jul. 27, 2025

[12] KBA Europe, “EU-미국 간 교역 통계로 본 향후 경제적 영향 전망”, 2025년 2월 6일

[13] 딜로이트 인사이트, “트럼프 2.0 통상 정책 대응방안: 멕시코·캐나다·중국 관세 부과 및 USMCA 재검토를 중심으로”, 2025년 2월 10일

[14] The Wall Street Journal, “The Tariff Effect: Billions in Revenue but No Economic Earthquake,” Aug. 6, 2025

[15] The Budget Lab, “State of U.S. Tariffs: July 30, 2025”, Jul. 30, 2025

[16] Financial Times, “Donald Trump extends trade war truce with China,” Jul. 29, 2025

[17] The Budget Lab, “State of U.S. Tariffs: July 30, 2025”, Jul. 30, 2025

[18] 국회예산정책처, “미국 관세정책의 시나리오별 영향”, NABO 경제동향 & 이슈 제135호(2025년 5월) pp.39~49

[19] White House, “President Trump’s One Big Beautiful Bill Is Now the Law”, Jul. 4, 2025

[20] Tax Foundation, “One Big Beautiful Bill Act Tax Policies: Details and Analysis”, Jul. 4, 2025

[21] Penn Wharton Budget Model, “President Trump-Signed Reconciliation Bill: Budget, Economic, and Distributional Effects”, Jul. 8, 2025

[22] The Budget Lab, “The Financial Cost of the Senate-Passed Budget Bill”, Jul. 17, 2025

[23] 딜로이트 인사이트, “트럼프 2.0 통상 정책 대응방안: 멕시코·캐나다·중국 관세 부과 및 USMCA 재검토를 중심으로”, 2025년 2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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