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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로이트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 아이라 칼리시(Ira Kalish) 박사를 비롯한 딜로이트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네트워크(DGEN)가 매주 배포하는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를 통해 중요한 세계 경제 동향을 간편하게 파악하실 수 있습니다.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는 국내 유력지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외부 배포되고 있으며, 딜로이트의 풍부한 경제·산업 인사이트를 전달하는 플랫폼의 기초 콘텐츠로 자리잡을 것입니다. 많은 관심 및 활용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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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7월 4주차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는 기대 수익률과 부의 환상에 대해 다룹니다.
올해 초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딥시크’(DeepSeek)의 등장은 고공행진하던 엔비디아(Nvidia) 주가에 직격탄이 되었다. 150달러에 육박하던 엔비디아 주가는 4월 초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고율 상호관세 부과를 발표한 직후 불과 3개월도 되지 않는 기간에 94달러 초반까지 37%나 추락했다. 하지만 이후 엔비디아 주가는 최근 3개월 동안 무려 80% 넘게 반등하며 사상 처음으로 시가총액 4조 달러를 돌파해 1위 주식의 자리를 되찾았다.[1]
7월 23일 장 마감 기준으로 엔비디아 주가는 170달러를 넘어섰다. 시가총액은 미화 4.1조 달러에 달한다. 최근 12개월 순이익 대비 주가 배율(PER TTM)은 약 55배 수준, 1년 후 기대 수익 대비로 보면 약 38배이다. 엔비디아 주식은 현재 기업의 매출액 대비로는 27배 이상, 장부가치 대비로 48배 넘는 가치로 거래되는 셈이다.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 5년 동안 1,600% 상승했으며 상장 가격 대비로 43만% 올랐다.
엔비디아 주가가 150달러를 넘어서 시가총액이 4조 달러를 돌파하자, 대부분의 매체들은 과연 엔비디아 주가가 어디까지 상승할 수 있을까 궁금해했다. 24/7 Wall Street의 분석에 따르면, 7월 22일 현재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엔비디아 목표주가는 182.5달러(중앙값)으로, 향후 12개월 동안 상승 여력은 약 10% 정도인 셈이다. 컨센서스는‘강력 매수’에 속하는 종목이다.[2]
월가의 주식 전문가들 대다수는 당장 엔비디아 주식 매수를 권고하지만, 자신이라면 지금을 사지 않을 것 같다고 말한다. 주가가 폭락할까 봐 밤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부담스러운 주식이라고 보기 때문이다.[3] 물론 엔비디아 시가총액이 50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10~15%의 가능성을 엿보는 애널리스트도 존재한다.[4]
그림 1. 엔비디아 주가(NASD:NVDA)
출처: 엔비디아, 딜로이트 인사이트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과 이어진 달러화 약세, 중동 전쟁 충격 등에도 불구하고 최근 미국 주가는 회복세를 넘어 강세 국면으로 전환했다.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이 통과되면서 미국 재정 적자가 급격히 증가할 것이란 전망에도 불구하고 미국 국채 가격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미국 예외주의 및 과도한 특권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주장이 유행처럼 확산됐지만, 미국 시장은 다시 예외적인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엔비디아의 시가총액 4조 달러의 규모를 가늠하기 위해 비교하자면, 이는 전 세계 6위 시장인 영국 주식시장 전체 시가총액을 뛰어넘는 것이다. 영국 주식 시가 총액이 4조 달러를 넘은 것은 2007-2008년 금융 위기 직전인 2007년 10월뿐이다.[5]
또 엔비디아를 비롯한 미국 시가 총액 상위 7개 기업(매그니피센트 세븐, M7)의 시가 총액은 20조 달러를 넘는데, 이는 S&P500 지수 전체의 약 35%를 차지한다. 2024년 현재 세계 국내총생산(GDP)은 약 111조 달러 정도이다.[6] 동일한 시점 기준으로 세계 주식시장 시가총액은 123조 달러로 GDP 대비 130% 수준이다.[7] 현재 암호화폐(가상자산)시장의 전체 시가총액이 3.94조 달러이며, 비트코인은 약 2.36조 달러로 59% 비중을 차지한다.[8]
미국 주식시장의 회복탄력성에 대해 지나친 낙관주의도 있고 혹은 유동성 장세일 뿐이라고 치부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실제로 대다수 경제전문가들이 미국 경제 성장률이 1.5% 수준까지 낮아지고 인플레이션율은 3%대로 올라설 것이라고 보고 있으며, 대형 투자은행 분석가들은 기업 수익이 8% 아래로 떨어질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주식 투자자들은 이를 무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올해는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기록적이어서 현재 미국 가계 자산의 약 절반이 주식에 투자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기업들도 매일 4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다. 심지어 세금 부과 및 추방 위협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및 채권 사랑은 줄어들 기미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낙관론자들은 올해 시장을 가로지르는 불확실성과 다양한 충격에도 불구하고, 최근 수년간 미국 경제와 주식시장을 이끌어 온 내부적인 요인이 살아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 연초 딥시크 충격이 지나가면서, 미국이 여전히 중국보다 더 빠르게 AI를 도입하고 있으며 미국 상위 대형 기술업체가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재확인하며 다시 AI 열풍이 시장에서 정점을 찍고 있다. 엔비디아의 시가총액 1위 재등극이 이를 상징하고 있다.
사용자수 기존 세계 상위 10대 플랫폼 중 8개가 미국 기업으로, 오픈AI의 챗지피티(ChatGPT)가 여전히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러한 AI 기술 주도력이 부진한 미국 경제의 성장률을 다시 끌어올리고 막대한 부채 문제를 해결하는‘생산성 기적’을 이뤄줄 것이라는 믿음이 존재한다.[9]
이러한 AI에 대한 낙관론이 있는가 하면, 비관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전문가도 있다. 미국 자산운용사 아폴로(Apollo)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토르스텐 슬뢰크는“오늘날 AI 거품은 1990년대 IT 거품보다 더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S&P500 지수 내 시가총액 상위 10대 기업의 향후 12개월 예상 이익 대비 주가 배율(포워드 PER)이 1999년 인터넷 거품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의 배율을 넘어서고 있다는 데이터를 제시했다.[10]
그림 2. 시가총액 10대 기업 포워드 PER 비교
출처: Bloomberg(Apollo 재인용), 딜로이트 인사이트
한편 당장 시작된 하반기 경제에 대한 우려보다는 장밋빛 미래가 주식시장을 이끌고 있다.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한 구글 알파벳은 자본적지출(CAPEX) 전망을 850억 달러로 상향조정했다. 시장이 예상했던 730억 달러를 훌쩍 뛰어 넘는 것으로, AI 컴퓨팅 용량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 하이퍼스케일러의 AI 인프라 투자가 더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11]
하지만 금융시장의 분위기는 다시 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일부 기업의 AI 인프라 투자 보수화 소식이나 AI 기업의 기대 이하 실적, 비관적인 AI의 미래 전망이 회자되면, AI에 대한 기대는 걱정으로 바뀔 수 있다. 또한 관세 정책이 예상했던 것보다 세율이 낮게 조정되면서 안도하던 시장 참가자들도 실제로 경제의 저성장과 고물가 현실에 직면하게 되었을 때는 실망할 수 있다. 근본적으로 강력하고 예외적인 미국 기업의 주도력과 미국 소비자들의 강력한 지출 의사가 급격히 증가하는 부채의 이면이라는 것을 깨달을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그 동안 지출이 최근 투기 자산의 가치가 과도하게 오른 데 따른 거품 효과는 아닌지 생각하게 될 수 있는 것이다.[12]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Robert Shiller) 교수가 개발한 미국 S&P500의 평가 지표인 경기조정 주가수익배율(Cyclically Adjusted Price-to-Earnings Ratio, CAPE)은 2025년 7월 현재 38.79배이다. 44배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1999년 12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CAPE는 최근 10년 평균 주당순이익으로 주가를 나눈 수치로 증시의 밸류에이션 수준을 보여준다. 역사적 평균값은 17배 수준이다. 시중 실질금리를 고려하는 초과 CAPE 수익률(ECY)은 1% 초반까지 하락했다.
그림 3. S&P500 지수 CAPE(Shiller PE Ratio)
출처: mulple.com, 딜로이트 인사이트
경제 활동 주체인 소비자와 생산자, 시장의 투자자들은 합리적 예측을 통해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 노력한다. 물가 부담이 커지고 경기가 약화될 것으로 예상될 때 소비자들은 지출 계획을 줄이고 기업은 투자에서 한 걸음 물러나게 된다. 투자자의 경우 분산 투자나 이익실현 기회를 찾게 된다. 합리적인 예측 혹은 기대라는 것은 경제 주체가 미래에 대한 기대를 형성할 때, 금리와 물가, 소득 등 가능한 모든 정보를 합리적으로 판단한다는 것을 말한다.
과거 통계나 성과 정보를 바탕으로 하는 객관적인 기대도 있지만 개인의 경험이나 신념, 주변 사람의 서사에 기반한 주관적 기대가 형성되기도 한다. 물론 객관적인 기대란 대부분 평균적인 것이며 회고적으로만 파악되며, 이러한 기대가 장기적인 성공을 보증하지 않는다. 반대로 비합리적, 비이성적인 주관적인 기대가 생각보다 오랜 성공을 뒷받침할 수도 있다.
그림4. 주관적/객관적 기대의 차이
(미국 증시 실질수익률 기대 변화, 1985~2025)
* 애널리스트 예상치=IBES컨센서스, 투자자 예상=UBS 갤럽 서베이, CFO 10년 예상=그레이엄-하비 CFO 서베이, 객관적인 예상 수익률=CAPE 수익률
출처: AQR(2025 Apr), 딜로이트 인사이트
월가에서 잘 알려진 피터 린치(Peter Lynch)의 적정 가치 공식(주당 순이익 곱하기 이익 성장률)에 의하면, 엔비디아의 적정 주가는 78.66달러이다. 현재 주가 대비 54% 하락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13] 물론 이러한 공식은 절대 평가 기법이 아니고 내재 가치에 대해 알려주지도 않는다. 단순히 최근 실적에 기초한 추정치에 의존하며 기업의 수익 성장이 선형적일 것이라고 가정한다. 경쟁 우위나 업계 동향, 산업 성장 전망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또한 배당 성향이 낮으면서 수익을 대부분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성장형 기업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적정 주가는 앞으로 주가가 어느 방향으로 갈 수 있는지에 대한 베팅의 기준이 될 수 있다. 투자자들은 항상 특정 시점이나 기준점에서 서로 다른 ‘신념’을 가지고 베팅하여 주식을 매도하거나 매수하여 차익, 즉 ‘부’(wealth)를 창출하고자 한다. 특히 새로운 기술과 시장은 사람들 사이에서 가치에 대한 강력한 믿음을 불러일으킨다. AI 테크 기업이나 암호화폐가 대표적이다. 이들 금융 자산 혹은 디지털 자산은 그 가치가 경제적 생산 능력이나 기초와 동떨어져 있을 때에도 투자자들에게 부를 늘릴 수 있을 것이란 강력한 믿음을 심어주곤 한다. 특정한 자산에 대한 모든 사람들의 공통적인 지식이나 변화의 확률에 대한 완전한 동의가 형성되지 않는 이상, 항상 이 자산에 대한 개인들의 신념에는 차이가 존재한다.
실제 자산 가격이 상승했을 때 소비가 증가하는 현상을 ‘부의 효과’(wealth effect)라고 부른다. 보유한 주택이나 주식 가치가 상승했을 때 지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특히 주택 가치가 상승했을 때는 담보 여력의 확대로 인해 대출을 늘릴 수 있기 때문에 유의미한 소비지출 증가가 나타나곤 한다. 이에 비해 주식의 경우 가치 상승이 뚜렷한 소비지출 증가를 동반하는지는 불확실한 것으로 알려진다.
특정 시점에 특정 자산에 대한 투자자의 신념은 현재 자신이 지니고 있는 실제 경제적인 부보다 많은 순자산을 보유하게 있다고 믿게 할 수 있다. 이러한 인식은 경제적 기본 요소들이 변화가 없을 때에도 소비지출의 확대를 이끌어낼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전통적인 경제적 실물 자산의 가치 변화가 아니라, 기대의 차이에 따른 부에 대한 인식이 소비의 변동과 자원의 배분을 이끌 수 있고, 이러한 기대의 차이에서 생성되는 부는 실물자산과는 괴리된 것으로, 소비 변화를 통해 사회 복지(파레토 균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14]
기술적 충격이나 야성적 충동에 따라 신념의 분산이 심화될 경우에 그 영향이 더욱 클 수 있다. 또한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의 파산, 2001년 911 테러 공격, 2007~2008년 리먼 브라더스(Lehman Brothers) 파산을 이끈 금융위기 등의 상황이 발생하면 분산되었던 신념이 한 방향으로 급격히 쏠리면서 자산 가치가 하락하고, 이에 따라 급격한 소비 감소와 경기 둔화를 유발할 수도 있다.
이러한 부의 환상 혹은 ‘유사 부’(pseudo-wealth)가 소비의 변동성을 이끌어 내 경기 변동성을 높인다는 것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Joseph E. Stiglitz)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마틴 구즈먼 교수와 함께 전통적인 거시경제 모형에서 기술, 요소생산성, 자원 부존량, 외부 충격 등과 같은 기본요소의 변화가 없이 나타나는 소비의 과도한 변동성을 설명하기 위해 이러한 가설을 제시했다.[15]
최근 디지털 자산 가치가 급격히 상승하는 디지털 시대의 집단적 쏠림 현상을 보면서 사회의 실물 생산 자원과 동떨어진 형태의 부가 형성되고 있어 이러한 부의 경제적,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또는 이러한 가치가 특정한 계기를 통해 빠르게 소멸될 때 어떠한 충격이 발생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앞서 후생경제학에서는 개인이 위험이나 불확실성을 잘못 해석하여 최적이 아닌 경제적 결과를 초래하는 상황이 되더라도, 경제의 변화가 결국 승자가 패자에게 보상하고도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면 복지의 개선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봤다.[16] 마커스 브루너마이어(Markus Brunnermeier) 프린스턴대 경제학 교수는 이러한 상황을 합리적 신념의 체계로 제시했다. 하지만 기술이나 금융 혁신으로 형성된 개인의 신념과 이에 기반한 베팅으로 형성한 부가 일시적으로 복지를 증진한다고 해도 사후적으로는 복지를 감소시키는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이 때문에 규제적 개입의 필요성이 대두된다.[17]
모든 기술과 금융의 혁신에는 필연적으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이러한 혁신의 궁극적인 미래가 무엇인지, 얼마나 빠르게 경제에 확산될 것인지, 과연 그러한 변화가 몰고 올 파급효과는 무엇인지 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그것이다. 이러한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시기에는 개인들 간에 큰 신념의 차이가 발생하고, 특정한 집단이 선호하는 자산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여 부의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혁신의 본질과 그 결과에 대해 대다수가 알게 되면 개인 간의 신념의 차이나 급격히 형성된 부의 규모가 감소하게 된다. 혁신이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하는지 여부도 중요하지만, 실물 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인식 상으로 부의 환상을 낳는 디지털 자산도 있다. 그 동안 애써 혁신을 무시하거나 사적 거래 시장이라고 보고 이를 방치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에 대한 과도한 베팅이나 오용은 규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대두되면서 여러 국가들이 규제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불과 하루 만에 수조 달러의 가치 변동이 발생할 정도로 자산 시장의 변동성이 잦아지는 시기에는 더욱 그러한 필요성이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출처: Tradingeconomics.com, 딜로이트 인사이트
미국의 관세가 크게 인상되자, 조만간 수입품 가격이 크게 상승하여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승리를 선언했다.
예를 들어, 미국 정부는 일본 자동차 생산업체들이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관세에 대응하여 가격을 인하하면서 일본산 자동차의 수출 가격이 급락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일본 자동차 생산업체들의 마진이 타격을 입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항상 말했듯이 수입품 가격이 실제로 하락하고 있다. 가짜 뉴스와 소위 '전문가'들이 또 틀렸다. 관세가 미국 경제 호황을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18]
관세가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을 수도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다만 관세의 영향이 공급망을 거쳐 최종 소비자 물가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일부 생산자들이 초기에는 마진을 줄여서라도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미 2024년 11월 미국 대선 이후 관세 부과 가능성이 커졌을 때, 미국으로의 수입이 일시적으로 급증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재고가 쌓였고, 기업들이 아직은 이러한 재고에 의존하고 있다. 초과 재고가 소진되면 관세의 실질적인 물가 영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최근에 상황이 바뀔 조짐이 나타났다. 미국 정부가 발표한 6월 물가 지표에 따르면, 물가 압력이 2개월 연속 강화되었고, 일부 내구재 가격이 급격히 상승했다. 이번 결과는 관세 때문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
출처: U.S. BLS, 딜로이트 인사이트
물가 지표의 세부 사항이 좀더 흥미롭다. 많은 가정용품과 가전제품이 중국에서 수입되는데, 이들 수입품에 고율 관세가 부과되면서 일부 제품 가격이 6월에 급등했다. 예를 들어, 가전제품 가격은 월간 2.3% 상승했고, 창문 및 바닥재 가격이 4.2%, 비전기용 조리기구 가격은 4.0% 각각 올랐다. 오디오 장비 가격도2.9% 상승했다. 이 정도 월간 상승률은 관세로 인해 발생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내구재 가격은 전월 대비 0.5% 상승했으며, 1년 전과 비교하면 0.6% 상승했는데, 연간 상승률이 2022년 11월 이후 최고치였다. 내구재 가격은 오랜 기간 꾸준히 하락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앞으로 몇 달 동안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연준은 당분간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 선물시장은 연준이 연말까지 두 차례의 금리인하를 단행할 확률을 70% 이상으로 보고 있는데, 10월과 12월에 각각 한 차례 금리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연준이 관세의 인플레이션 영향을 일시적인 것으로 간주할 것이며, 관세가 경제 활동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우려할 것이라고 믿고 있는 듯하다.
한편, 예일 예산연구소(Yale Budget Lab)의 7월 14일 현재 미국 관세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20.6%로 1910년 이래 가장 높다. 소비 패턴이 변경될 경우에 평균 관세율은 19.7%로, 1933년 이후 최고치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20]
연구소는 이러한 관세로 인해 2025년 물가 수준은 기준치 대비 2.1% 상승하게 되고, 이는 가구당 평균 2,800달러의 손실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예상했다. 관세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신발 가격이 44%, 의류 가격이 40% 각각 상승할 것이며, 장기적으로도 각각 20% 및 18%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