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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 기술 발전의 한계와 ‘생산성 역설’ 문제

딜로이트 글로벌 이코노미스트의 최신 경제 뉴스와 트렌드 분석

안녕하세요. 딜로이트 인사이트는 글로벌 경제 및 산업 구도에 영향을 주는 주요 이슈에 대한 인사이트를 소개하고 최신 경제산업 데이터와 그 함의를 분석한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를 매주 금요일에 발행합니다.

딜로이트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 아이라 칼리시(Ira Kalish) 박사를 비롯한 딜로이트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네트워크(DGEN)가 매주 배포하는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를 통해 중요한 세계 경제 동향을 간편하게 파악하실 수 있습니다.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는 국내 유력지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외부 배포되고 있으며, 딜로이트의 풍부한 경제·산업 인사이트를 전달하는 플랫폼의 기초 콘텐츠로 자리잡을 것입니다. 많은 관심 및 활용을 부탁드립니다.

많은 관심 및 활용을 부탁드립니다.2025년 9월 1주차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는 ‘트럼프 라운드 시대’의 기업 생존 전략에 대해 다룹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주요 기술 혁신이 일어나는 시기에는 투자자들의 생산성 향상 기대감이 폭발하면서 투기적 거품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생성형 인공지능(Gen AI) 호황이 극치에 달하는 시기이지만, 그만큼 회의적인 시각을 뒷받침하는 소식도 자주 나오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일부 생성형 AI 종목이나 지수가 일시 급락하거나 각광받던 테마 종목이 상대적인 하락 추세를 보이는 등 자산시장의 거품 논쟁이 재연될 조짐도 엿보인다.

2022년 생성형 AI 챗봇인 챗GPT를 공개하여 현재와 같은 기술 열풍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인 오픈AI(Open AI)의 샘 올트먼(Sam Altman) 대표는 최근 투자자 전체가 AI에 대해 지나치게 흥분하는 단계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경고음을 냈다. 그는 앞서 8월 초에 공개한 오픈AI의 최신 생성형 AI 모델인 GPT-5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게 나온 것을 인정한 가운데, ‘인공일반지능’(AGI)이란 용어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1]

같은 시점에 매사추세츠 공대(MIT) 연구소는 올해 생성형 AI에 대한 기업의 투자 사례를 조사한 결과 95%는 전혀 투자 수익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결과를 발표했다.[2] 이들 소식에 미국 증시의 관련 기술업체 주가가 일시 급락했다.

아래에서는 최근 생성형 AI 기술 발전 속에서 제기되는 생산성 기여의 한계 문제와 함께 자산시장 거품 논란에 대해 살펴본다.

 

생성형 AI 호황, 어디쯤 와있나?

2022년 오픈AI사가 챗GPT를 공개한 이후, 미국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2년 반 동안 약 22조 달러 증가했다. AI 투자를 주도한 이른바‘매그니피센트 세븐’(magnificent 7) 종목이 이러한 주식 가치 상승분의 절반 이상을 담당했다.[3]

올해초 ‘딥시크’발 충격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으로 인해 주춤했던 AI 빅테크 주가는 다시 급등했다. 7월 초 엔비디아(Nvidia)의 시가총액이 4조 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마이크로소프트(MS)도 4조 달러 클럽에 가입했다.

 

그림 1. 미국 주식시장 가치 변화(단위: 10억 달러)

출처: Siblis Research, 딜로이트 인사이트

또한 2025년 상반기 미국 경제는 AI를 중심으로 한 정보화기술(IT) 투자가 아니었다면 성장이 멈추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4] 같은 기간 미국 벤처캐피털(VC)의 자금조달액이 작년보다 34%가량 줄었지만 AI를 중심으로 스타트업 투자액은 76%나 증가했고, 전체 VC 투자액에서 AI 부문이 64%(건수 기준 36% 비중)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5]

시장조사업체 가트너(Gartner)의 최신 예측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총 AI 지출액은 1조 5,0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며, 아마존(Amazon), 구글(Google), 메타(Meta), MS 등 4대 빅테크의 지출액만도 3,64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6] 다른 시장조사업체 IDC는 올해 전세계 생성형 AI 투자액이 지난해보다 74% 증가한 1,142억 달러에 이를 것이며 2029년 6,087억 달러까지 연평균 56% 증가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을 제출했다.[7]

 

그림 2. 전세계 AI 관련 IT투자 전망 2025-2029(단위: 10억 달러)

출처: IDC, 딜로이트 인사이트

생성형 AI 기술은 전례 없는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가트너의 최신 전망에 따르면 2028년까지 기업들 중 95%가 생성형 AI 애플리케이션이나 모델을 사용하게 될 것이며, 생산 환경 내에서도 생성형 AI가 가능한 애플리케이션을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AI 리더들은 생성형AI의 사업 가치를 입증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

가트너의 분석에 따르면, 2024년에 기업들은 생성형 AI 이니셔티브에 평균 190만 달러를 지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고경영자(CEO)가 투자 수익에 만족한 비율은 30% 미만이었다. 성숙도가 낮은 조직은 적합한 활용 사례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비현실적인 기대치를 보이는 반면, 성숙도가 높은 조직은 숙련된 전문가를 확보하고 활용 능력을 함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생성형 AI가 생산성, 자동화, 직무의 진화에 적용되는 것을 방해할 수 있는 거버넌스 문제(환각, 편견, 공정성)와 정부 규제에 직면해 있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AI의 도입이 무르익으면서 2025년 현재 AI ‘하이프사이클’(Hype Cycle)에서 생성형 AI는 이미 기대의 정점(Peak of Inflated Expectation)을 지나 환멸의 저점(Trough of Disillusionment)로 내려가고 있다. 현재 기대의 정점에 있는 기술은 AI 에이전트와 AI 지원 데이터(AI-ready data) 등이다.[8]

 

그림 3. 가트너 AI 하이프사이클 2025

(박스 내 생성형 AI 하이프사이클 일부 포함)

출처: Gartner, 딜로이트 인사이트

생성형 AI 자체의 기술 하이프사이클 내에서는 가상비서나 대규모언어모델(LLM)이 기대의 정점을 지났고, 현재는 오픈소스 LLM, 에이전틱 AI와 멀티모달 생성형 AI, 오케스트레이션 프레임워크, AI 신뢰, 위험 및 보안관리(TRiSM)등의 기술이 정점에 올라있다. AI 투자가 여전히 활발하기 때문에 운영 확장성과 실시간 인텔리전스를 위한 AI 활용에 방점이 찍히면서, 지속가능한 AI 기술의 제공을 지원하는 기반 요소로의 전환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9]

 

투자 수익성과 생산성 향상 ‘난제’

AI 호황 속에서 AI 대기업들의 높은 밸류에이션 덕분에 뉴욕 주식시장이 급등하고 있으며, 미국 실물 경제는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에 대한 수천억 달러의 지출로 경우 성장하고 있다 . 막대한 투자의 근간에는 AI가 근로자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켜 기업 이익을 상상할 수 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는 믿음이 존재한다. 하지만 최근까지 나온 소식들은 이러한 믿음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지난 8월 초 MIT 미디어랩의 프로젝트 그룹 난다(NANDA)는 생성형 AI에 대한 기업의 투자 사례를 조사한 결과, 약 300억~400억 달러에 달하는 기업의 투자 중에서 95%는 전혀 투자 수익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결과를 발표했다.[10]

MIT의 보고서의 헤드라인은 즉시 언론을 통해 전파되면서 생성형 AI 기술이 과대평가되었다는 주장이나 과도한 투자에 따른 자산시장 거품 붕괴론과 같은 회의론자들에게 힘을 실었다. 이날 미국 주식시장에서 생성형 AI 관련 종목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11]

MIT 보고서의 핵심은 기업의 80% 이상이 챗GPT와 코파일럿(Copilot) 같은 범용 도구에 대해 탐색했고 50%가 시범 운영하여 40%는 성공적으로 배포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맞춤형 기업 AI 도구인 내장형 혹은 업무특화용 생성형 AI의 경우 성공하는 비율이 5%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그림 4. 시범 도입-생산 간 캐즘

출처: MIT NANDA, 딜로이트 인사이트

 

기업 AI 솔루션 도입의 실패율이 95%에 달하는 원인이 바로 ‘생성형 AI 격차’이며, 그 차이는 정적인 도구 투자에 그쳤느냐 아니면 학습 가능 시스템에 집중했느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올해 상반기 300여개 AI 파일럿 프로젝트의 성과를 분석하고 52개 기업의 직원 및 경영진에 대한 구조화된 인터뷰 그리고 주요 산업 컨퍼런스에서 수집한 153 명의 고위 리더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를 종합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MIT 연구자들은 생성형 AI가 광범위하게 채택되고 있지만 혁신은 낮은 이유가 모델의 품질이나 규제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접근방식에 있다는 인사이트를 도출했다. 95% 실패율 자체를 강조한 것이 아니라 기업의 접근 방식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12]

이 보고서가 나온 당시 올트먼 오픈AI사 CEO는 투자자들의 AI에 대한 열광이 인터넷 거품 때와 유사하다면서, 일부 스타트업의 평가 가치가 말도 안 되고 비이성적이라고 말한 것은 사실이다. 그는 오픈AI가 출시한 최신 프로그램인 GPT-5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도 인정했다. 하지만 올트먼은 GPT-5 출시 후API 트래픽이 48시간 만에 두 배로 늘어났고 지금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면서, GPU가 부족하다고 강조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발언을 했다. 그는 서비스의 확장성을 위해 머지않은 미래에 데이터센터 건설에 수조 달러를 투자할 것으로 예상했다.[13]

한편 생성형 AI 기술이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소식이 나왔다. 미국 비영리 AI 연구 기관인 미터(METR: Model Evaluation & Threat Research)가 7월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숙련된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대상으로 한 무작위 대조 시험(RCT)에서 AI를 사용한 개발자들이 AI를 사용하지 않았을 때보다 19% 더 느리게 작업을 완료했다.[14]

코딩은 기존 AI 모델들이 대부분 숙달한 기술 중 하나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AI가 엄청난 생산성 향상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했다. 실험 전 전문가 설문조사에서 경제학자와 머신러닝 전문가들의 평균 예측은 코딩 속도가 40%가량 향상될 것이란 기대가 형성되었다. 실제 연구에 참가한 개발자들도 AI를 사용하는 경우 작업 속도가 24% 향상될 것으로 기대했고, 연구가 끝난 뒤에도 약 20% 정도 속도가 빨랐을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결과는 딴판이었고, 연구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술회했다. 이번 연구는 AI가 현실 세계에서 어떻게 작동할지에 대한 가장 엄격한 테스트였다.

 

그림 5. AI가 숙련된 오픈소스 개발자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

출처: METR, 딜로이트 인사이트

 

물론 METR의 연구자들은 이번 대조실험결과가 AI 기술에 대해 과소평가하거나 과대평가할 수 있고, 다양한 실험을 위한 설정에 따라 추정치가 매우 부정확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우리가 AI 시스템에 기대하는 작업은 다양하고 복잡하며, 엄밀하게 연구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AI 투자가 대부분 실패하거나 개발자의 생산성을 떨어뜨릴 수 있는 이유는 부분적으로는 AI 모델의 역량과 사용자의 신뢰 혹은 기대 사이의 현저한 격차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METR 실험에서 전문 개발자들은 AI 시스템이 생성한 코드를 확인하고 다시 작성하는 데 많은 시간을 소비했는데, 이 작업이 직접 코드를 작성하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을 소모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도 AI 코딩 도구의 역량과 신뢰성은 빠르게 높아지고 있지만, 이는 전문 개발자보다는 경험이 부족한 보조 개발자나 저연차 근로자의 역량 강화나 대체에서 보다 큰 효과를 얻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는 이번 METR의 연구가 AI 도구의 생산성 기여를 저평가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코딩이 방대한 양의 학습 데이터와 명확한 성공 기준이라는 이점을 가진 데 반해, 다수의 지식 기반 작업은 코딩보다는 자동화하기 어렵다. AI가 능숙한 프로그래밍에서도 개발자의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키지 못한다면, AI가 전반적인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그림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앞서 METR은 ‘AI의 장기 작업 완료 능력 측정’ 시험을 수행했는데, 일반 전문가가 50% 신뢰도로 자율적으로 완료할 수 있는 작업의 길이(인간 전문가가 걸리는 시간으로 측정)는 지난 6년 동안 약 7개월마다 두 배로 증가해 왔다. 이러한 추세로 추정해 볼 때, 10년 이내에 AI 에이전트는 현재 인간이 며칠 또는 몇 주 걸리는 소프트웨어 작업의 상당 부분을 독립적으로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50% 신뢰도라는 것은 실제 환경에서 요구되는 일관성과 정확성을 갖추고 작업을 완료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는다는 얘기다. 작업의 길이가 길어져도 그 자체로는 사실상 무용지물이며, 이러한 격차가 실제 업무 환경에서 AI를 사용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가장 진보된 시스템도 실수를 저지르거나 지시를 오해하기 때문에, 사람이 작업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필요한 부분을 수정해야 하는 것이다.[15]

이처럼 AI가 현실 세계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가 늘어나는 가운데, AI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거대 기술업체가 투자금을 회수하거나 실적이 향상되었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 경제학자들 역시 AI로 인한 일자리 대체의 증거를 찾지 못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AI가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은 전반적인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의 그림을 완전히 뒤바꿀 수 있다. AI가 엄청난 혁신을 가져올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컴퓨터와 인터넷 기술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만약 생성형 AI에 대한 기대와 현실의 간극이 크다면, 현재 투자자들의 기대감은 기술의 단기적인 생산성 향상 효과보다 지나치게 앞서 있는 AI 거품을 형성했을 수도 있다. 생성형 AI 투자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과 더불어 주식시장에서 AI 테크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거품이 붕괴될 경우 다른 거품의 붕괴 사례에 비해 자산시장을 넘어 경제 전반에 이르기까지 훨씬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생성형 AI와 인터넷 거품 비교

매그니피센트7 테크 기업은 2024년 미국 S&P500 지수 상승률의 절반을 차지했으며, 기술 또는 통신 관련 기업의 기여도는 56%를 넘어섰다. 현재 S&P500 지수 시가총액의 40%는 단 10개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상위 10대 기업의 지수 내 비중은 2015년 17%, 2005년 20% 수준이었다.

작금의 문제는 단순히 상위 10기업의 집중도가 아니라, 이들 10대 기업이 특정 산업에 집중되었다는 사실이다. 2005년까지만 해도 S&P500 지수 내 상위 5대 기업은 에너지, 일반 제조업, 소프트웨어, 은행, 제약 등 상당히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었다. 하지만 현재 상위 5개 기업은 모두 생성형 AI 투자에 몰두하는 테크 기업이다. 심지어 이들 테크 기업들은 현금 흐름의 상당 부분을 투자에 사용하고 있다. 매그니피센트7 기업의 잉여 현금 흐름(총 현금 흐름에서 자본 지출을 뺀 값)은 현재 시가총액의 2%에 불과하다.

2005년에는 일개 산업이 침체를 겪는다고 해도 S&P500 지수 전체가 하락하지는 않았을 수 있지만, 지금은 기술 산업이 침체에 빠질 경우 전체 지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차세대 AI에 대한 대규모 투자 경쟁은 자산시장 전반에 큰 위험 부담을 안기는 셈이다.

현재 생성형 AI 투자에 거품이 형성되었는지 여부는 25년 전 인터넷 거품 붕괴 시점 전후의 지표들과 비교해 볼 수 있다. 골드만삭스의 분석가들은 이러한 비교를 통해 생성형 AI 관련 주가 상승이 대단히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과거 인터넷 거품 때보다는 수익 기반에 의해 정당화될 수 있다고 본다.

 

그림 6. S&P500과 M7 기업 주당순이익 비교(2005년=100기준)

출처: Factset, Goldman Sachs, 딜로이트 인사이트

생성형 AI 열풍이 개시된 2022년과 비교할 때 엔비디아의 매출은 5배, 세후 이익은 10배 이상 증가했다. 과거 인터넷 거품 때는1995년에서 2000년 사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5배 상승했고, 고점에서 나스닥 지수의 조정 주가수익배율(P/E)이 한때 150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에 비해 2020년 3월부터 2025년 3월까지 5년 동안 나스닥 지수는 두 배 정도 상승하는데 그쳤고, PER 수준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34배로 높기는 하지만 과거 거품기의 70배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16]

미국 주식시장 전체로 보면 최근 10년 동안 PER가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으며,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때부터 급등하여 최근에는 인터넷 거품기에 육박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에 비해 대형 기술주의 PER는 과거 거품기의 최고점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주가가 과거처럼 급등하지 않은 반면 수익성은 높아졌기 때문이다.[17]

 

그림 7. 미국 주식과 기술주 포워드 PER 추이

출처: LSEG, Marco Albori et al.(2025). 딜로이트 인사이트

 

개별 종목 중에서는 과거 인터넷 거품과 비교해도 놀라운 수치를 보여주는 경우도 있다. AI 소프트웨어 서비스 제공업체인 팔란티어(Palantir)는 최근 주가가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PER가 최근 12개월 이익 대비 555배 수준이다. 하지만 매그니피센트7 기업들의 경우 9월 10일 주가 기준으로 엔비디아가 50배, MS 36배, 애플 34배, 알파벳 25배, 아마존 35배 정도이다. 테슬라는 최근 실적 약화로 인해 PER가 208배 수준에 달했다. 테슬라를 제외할 경우 2000년 거품 당시 7대 주도 종목인 MS(53배), 시스코(102배), 인텔(42배), 오라클(84배), IBM(23배), 루슨트(38배), 노텔네트웍스(86배)에 비해서 낮은 수준이다.

이러한 비교는 과거 거품에 비해 현재 생성형 AI에 대한 기대가 지나치게 과도한 것은 아니라는 점은 보여주지만, 신기술에 대한 기대가 어느 정도 적정한 수준에서 벗어나 있는지 명확하게 보여주지는 않는다.

한 월가 분석가는 엔비디아를 과거 인터넷 거품기의 시스코(Cisco Systems)와 비교한 바 있다. 엔비디아의 GPU를 중심으로 한 AI 반도체는 생성형 AI 호황을 위한 인프라로 간주되는데, 이는 시스코의 라우터 및 기타 통신장비가 인터넷 구축을 위한 필수품이었던 것과 같다는 것이다. 시스코도 혁신적이고 수익성이 극도로 높은 기업이었지만, 거품이 붕괴되었을 때 주가는 한달 만에 40% 폭락했고, 1년 뒤에는 80%나 하락했다.

 

‘생산성 패러독스’와‘J-커브’

최근 연구 결과를 통해 드러난 생성형 AI의 생산성 한계나 과도한 인프라 투자 및 자산 가치 거품에 대한 일련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생성형 AI 기술 발전은 일시적인 침체기를 극복하고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업계와 시장에 만연한 ‘과대광고’도 사라질 것이다. LLM 모델의 혁신은 GPT-5에 대한 실망감에서 보이듯 기능상의 커다란 전환보다는 점진적인 개선 양상을 보이고 있다. 또한 생성형 AI 작동에 필요한 막대한 컴퓨팅 인프라에 투자된 수천억 달러의 수익성에 대해 투자자들이 이 정도가 최선일 수 있다는 식으로 현실을 자각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최전선에 있는 기업들(오픈AI, 구글, 앤트로픽, 딥시크, xAI)이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조만간 AGI가 등장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GDP-5의 혁신 정도로는 AGI란 필요 없는 범주로 치부되는 지경이 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은 상황이 1980년대 ‘AI 겨울’의 시작은 아닐까 의심하기도 한다. 혁신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투자 수익도 제공하지 못한 결과는 길고 혹독했다. 아직은 업계나 시장에서 생성형 AI에 대한 기대를 놓지 않고 있지만, 거품이나 과열 양상에 대한 우려가 쌓이면 언젠가 모두들 출구를 향해 달리기 시작할 수 있다.[18]

과거 컴퓨터와 인터넷 등 정보통신 기술이 등장한 뒤에도 생산성이 하락하는 이른바 ‘생산성의 역설’ 사태를 놓고 학자들은 고민했다. 1987년 경제학자 로버트 솔로(Robert Solow)는 “컴퓨터 시대는 도처에서 확인되고 있지만, 생산성 통계에서는 그렇지 않다”라며 ‘솔로 컴퓨터 패러독스’(Solow computer paradox)를 제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스탠퍼드대 경제학자인 에릭 브린욜프슨은 모든 신기술은‘생산성 J-커브’(productivity J-curve)를 지난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AI와 같은 범용기술 도입을 위해서는 매우 큰 보완투자, 즉 새로운 프로세서, 상품, 사업모델, 인적자본 등이 동시에 발명되어야 한다. 이러한 보완투자는 종종 무형자본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기업의 자산 가치를 높임에도 불구하고 국민계정에서는 제대로 측정되지 않는다. J-커브는 초기에 저평가된 생산성이 나중에는 과대평가되는 특징을 모형화한 것이다. 이것으로 혁신적 기술 도입 초기의 생산성 둔화와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 생산성이 빠르게 높아지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19]

 

그림 8. 생산성 J커브

출처: 에릭 브린욜프슨(2018), 딜로이트 인사이트

브린욜프슨은 생성형 AI가 현재 J-커브의 초기인 마이너스 구간에 있지만 2020년대 후반에는 도약기를 맞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CEO는 2027년이나 그 이후면 거의 모든 면에서 인간보다 더 나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20]

이러한 낙관적인 기대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갈 길은 험난해 보인다. 최신 AI 모델들은 개발 지연과 취소 사태를 겪었고, 3년간 수십억 달러를 들인 개발 비용에도 불구하고 GPT-5는 기대 이하였다. 인공지능진흥협회(AAAI)가 올해 3월 475명의 AI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현재의 AI 개발 방식으로 인간 지능과 동등하거나 이를 능가하는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을지 질문한 결과, 응답자의 4분의 3 이상이 ‘가능성이 낮다’ 혹은 ‘매우 낮다’고 답했다. AI 업계는 여전히 AI 발전을 가속화할 새로운 방법을 찾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하지만, 가능성일 뿐이지 보장된 미래는 아니다.

AI 기술 도입으로 생산성이 높아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AI에 대한 기대와 과대 광고로 인해 기업이 AI 도입을 계속 확대하는 추세가 이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비근한 예로 1980년대 초반 컴퓨터, 이메일, 온라인 캘린더와 같은 도구는 지식 근로자 스스로 의사소통과 회의 일정을 잡을 수 있게 해 비서와 타이피스트를 해고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고급 숙련 근로자가 이메일 보내기, 회의록 작성, 회의 일정 잡기에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하게 되어 실제 업무에서 생산성이 크게 떨어졌다. 결국 기업들은 이런 작업을 수행할 직원을 더 많이 고용해야 했다. 일부 AI 도구도 이 같은 양상을 나타낼 수도 있다는 경고다.[21]

 

생성형 AI와 전력 문제

미국의 전략 생산 한계가 생성형 AI 발전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 2023년 미국 전체 전력 소비량의 4.4%를 데이터센터가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에너지부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 비중이 2028년에 12%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결국 미국의 전력 생산량이 크게 증가하거나 다른 전력 사용량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전력 문제는 생성형 AI의 도입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AI 데이터센터의 규모와 그에 상응하는 전력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딜로이트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내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는 2024년 4기가와트(GW) 수준에서 2030년에 123GW수준까지 30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22]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미국에서 데이터 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2030년까지 전력 수요 증가분의 거의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AI 활용으로 인해 미국 경제는 2030년에 알루미늄, 철강, 시멘트, 화학 제품을 포함한 모든 에너지 집약 제품의 제조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전력을 데이터 처리에 소비하게 된다.

IEA는 또한 전 세계 데이터 센터의 전력 수요는 향후 5년 동안 두 배 이상 증가하여 2030년에는 현재 일본 전체의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 전력을 소비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림 9.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인한 미국의 전력 수요 전망

출처: CSIS, S&P Global, 딜로이트 인사이트

문제는 최근 수년 동안 미국 전력 생산량 증가가 주로 재생에너지를 통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2024년 첫 8개월 동안 추가 전력 생산 용량의 90%가 풍력 또는 태양광이었다. 올해 미국 의회에서 통과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OBBBA) 때문에 이러한 재생 에너지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가 제거되거나 축소된다.

게다가 올해 7 월 미국 평균 전기 가격이 전년 대비 6.2% 상승했고, 2022년 1월 이후 33%나 상승한 것이 주목을 받고 있다. 2022년의 전기 가격 상승은 팬데믹 이후 수요 회복 때문일 가능성이 높지만, 최근의 상승세는 데이터센터 구축으로 인한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많은 데이터센터 운영업체들이 자체 전력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는데, 이는 전기 가격 상승을 더욱 초래할 수 있다. 데이터센터 투자가 계속 수익을 창출하지 못한다면, 기업들이 도산할 수도 있다. 25년 기업들이 성장하는 인터넷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광섬유에 막대한 투자를 했다가 파산했던 것이 유사한 사례이다.

게다가 전기 가격 상승은 가계에 부담을 주어 소비지출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중공업과 같은 에너지 집약 산업의 경우 비용 부담이 증가하고, 궁극적으로는 소비자에게 부과되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1] The Verge, “I talked to Sam Altman about the GPT-5 launch fiasco,” Aug. 15, 2025

[2] MIT NANDA, “The GenAI Divide: State of AI in Business 2025”, July 2025

[3] Siblis Research, “Total Market Value of the U.S. Stock Market”, As of Jul. 1, 2025

[4] 딜로이트 인사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 “생성형 AI 투자와 미국의 경제 성장”, 2025년 8월 14일

[5] Reuters, “US AI startups see funding surge while more VC funds struggle to raise, data shows,” Jul. 15, 2025

[6] Gartner, “Forecast Alert: AI in IT Spending, 2Q25”, Aug. 19, 2025

[7] IDC, “Worldwide Artificial Intelligence IT Spending Forecast, 2025–2029”, Aug. 26, 2025

[8] Gartner, “The 2025 Hype Cycle for Artificial Intelligence Goes Beyond GenAI”, Jul. 8, 2025

[9] Gartner, “The 2025 Hype Cycle for GenAI Highlights Critical Innovations”, Jul. 29, 2025

[10] MIT NANDA, “The GenAI Divide: State of AI in Business 2025”, July 2025

[11] Financial Times, “US tech stocks hit by concerns over future of AI boom,” Aug. 20, 2025

[12] Fortune, “An MIT report that 95% of AI pilots fail spooked investors. But it’s the reason why those pilots failed that should make the C-suite anxious,” Aug. 21, 2025

[13] The Verge, op. cit.

[14] METR, “Measuring the Impact of Early-2025 AI on Experienced Open-Source Developer Productivity”, Jul. 10, 2025

[15] METR, “Measuring AI Ability to Complete Long Tasks”, Mar. 19, 2025

[16] Goldman Sachs, “25 Years on; Lessons from the bursting of the technology bubble”, Apr. 1, 2025

[17] Marco Albori, Valerio Nispi Landi, Marco Taboga, “Unpacking US tech valuations: An agnostic assessment”, Sep. 8, 2025

[18] Financial Times, “Is AI hitting a wall?” Aug. 16, 2025

[19] 딜로이트 인사이트 글로벌 주간 경제 리뷰, “인공지능의 경제학: 생산성 패러독스 vs 생산성 J-커브”, 2024년 2월 23일

[20] Financial Times, op. cit.

[21] The Atlantic, “Just How Bad Would an AI Bubble Be?” Sep. 7, 2025

[22] 딜로이트 인사이트, “AI 데이터센터의 확산과 인프라 측면의 해결과제”, 2025년 8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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