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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스라엘 군사 충돌’과 금융시장 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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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딜로이트 인사이트는 글로벌 경제 및 산업 구도에 영향을 주는 주요 이슈에 대한 인사이트를 소개하고 최신 경제산업 데이터와 그 함의를 분석한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를 매주 금요일에 발행합니다.

딜로이트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 아이라 칼리시(Ira Kalish) 박사를 비롯한 딜로이트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네트워크(DGEN)가 매주 배포하는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를 통해 중요한 세계 경제 동향을 간편하게 파악하실 수 있습니다.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는 국내 유력지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외부 배포되고 있으며, 딜로이트의 풍부한 경제·산업 인사이트를 전달하는 플랫폼의 기초 콘텐츠로 자리잡을 것입니다. 많은 관심 및 활용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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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 3주차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는 ‘이란-이스라엘 군사 충돌’과 금융시장 동향에 대해 다룹니다. 

2025년 6월 13일 이스라엘의 이란에 대한 전격 공습으로 개시된 양국의 군사적 충돌이 중동에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지만, 일시적으로 동요했던 금융시장의 분위기는 일주일 만에 잠잠해지고 있다. 갈수록 격화되는 무력 충돌에 국제 유가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주식시장 참가자들은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행동했다.[1]


그림 1. 이란-이스라엘 군사 충돌 후 금융자산 가격 변화

출처: ICE, S&P Global, KRX, FRED. 딜로이트 인사이트


 일부 전문가들은 금융시장의 안일한 태도에 대해 경고음을 내고 있다. 중동의 군사적 충돌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변수가 너무 많고 그 잠재적인 결과도 상상하기 힘들며, 최악의 상황이 발생한다면 세계 경제 전체에 주는 충격이 상상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사태가 빠르게 마무리되는 것을 기대하는 눈치다.[2]

 이란-이스라엘 군사 충돌로 인한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금융시장, 앞으로 전개될 다양한 시나리오와 변수를 검토해본다.


이란-이스라엘 확전 양상…2주 안에 끝날까?

6월 13일 공습 이후 순식간에 군사적 우위를 확보한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무기 개발 저지를 넘어 이란 정권 교체 의지까지 드러냈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 사태에 대한 직접적 군사 개입을 시사하는 등 중동 지역 전체의 균형이 흔들리고 있다. 이란은 겉으로는‘강요된 전쟁에 대해 결사 항전’ 의지를 드러냈지만, 상황이 불리해지자 외교 라인을 통해서 이스라엘과 휴전 및 미국과 핵 프로그램에 대한 회담을 성사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향후 사태의 전개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우선 주도권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 이스라엘은 전투를 개시한 지 일주일 만에 한계에 직면했다. 이미 혼자 힘만으로는 두 가지 목표, 즉 이란의 핵 프로그램 종식과 이란 정권 교체를 이룰 수 없다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전자는 이스라엘이 갖지 못한 미국의 막대한 군사적 힘이 필요하고, 후자는 무력으로 이끌어 낼 수 없기 때문이다.[3] 또한 이스라엘은 2주 만에 상황을 종식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도 확인했다. 장기전을 이끌고 갈 힘이 부족한 이스라엘은 미국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후 상황의 전개는 이번 사태의 다른 두 주인공인 미국과 이란에 달려 있는 셈이다. 미국 정부는 19일 공식 발표를 통해‘가까운 미래’에 이란과 협상이 이루어질 가능이 상당히 높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2주 내에 이란 공격에 동참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4] 미국 정부는 군사 충돌 기간에도 대통령 특사를 통해 계속 이란과 협상을 진행해왔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것은 미국이 참전 결정을 늦추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지만, 또한 미군 전략 자산은 중동 지역으로 빠르게 이동 중이어서 시간을 벌고자 하는 움직임으로 읽히기도 한다. 영국, 프랑스, 독일이 이란 외무장관과 회담을 예고하면서, 미국과 이란 간 추가 협상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핵심 핵 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최신 폭격기와‘벙커버스터’ 폭탄 투하를 승인할 준비를 마쳤다고 밝혔지만, 당장은 이를 사용하기를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벙커버스터로도 지하 백 미터 이상 깊이에 숨어 있는 포르도 핵 시설을 확실하게 파괴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5] 작전에 실패할 경우 불어 닥칠 후폭풍은 상상하기 힘들 것이다.

 더구나 미국이 직접 개입할 경우 중동 전역에 주둔한 4만 명의 미군이 공격에 노출될 수 있으며, 중동 내 친미 국가들이 전쟁에 휘말려들 수 있다는 것도 부담이다. 이는 이미 트럼프 정부에 앞서 많은 미국 지도자들이 중동 사태에 개입을 주저하게 만든 한계점이다. 특히 중동의 긴장이 심각하게 고조될 경우 걸프만 인접국의 미군 기지와 사우디 유전에 대한 공격과 더불어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로도 이어질 수도 있다. 미국 내 최신 여론 조사 결과 이란-이스라엘 분쟁에 대한 참전에 반대가 60%에 찬성은 1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지지세력 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오고 있다는 점도 곤혹스러운 대목이다.[6]

 이란은 이번 사태에서 포르도 핵 시설이 생존하게 된다면 가능한 빨리 핵무기를 생산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수 있다. 이스라엘이 이러한 이란의 시도를 늦출 수는 있겠지만 완전히 막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란으로서는 당장에는 취약해진 군사력과 정권의 위기 속에서 일단 휴전과 미국의 위협 철회, 그리고 경제 제재 완화를 얻는 대신에 사실상 핵 무기를 포기하는‘독배’를 마셔야 할 수도 있다.

 한편 이스라엘의 이란 핵 시설 표적 공습은 국제 사회의 비난에 직면했다. 최초 공습 당시 이스라엘군은 나탄즈 핵 시설을 표적으로 삼았고, 이후 아라크 중수로 원자로도 공격했다. 또한 페르시아만 연안의 부셰르 원전을 공격했다고 발표했다가 정정하기도 했다. 이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보호하는 핵 시설을 표적으로 삼는 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국제 인도법과 제네바 협약 위반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원전 붕괴에 따른 방사능 오염을 우려하는 주변국들이 항의하고 있다.

 이란과 미국의 이란 정권 교체 시도에 대해서는 내외부에서 회의적인 시각이 나오고 있다. 에후드 바라크 전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이 일회성으로 이란의 핵시설을 폭격하는 데 도움을 줄 수는 있겠지만 정권 전복을 위한 전면전에 동참하기는 쉽지 않으며, 따라서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 정권을 무너뜨리겠다는 생각은 희망 사항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미국은 중동 내 미군 기지가 이란 국경과 인접해 있어 전면전에 나서기가 까다롭다며, 미국이 지난 75년간 중요한 전쟁에서 승리한 적이 없음을 환기하기도 했다.[7] 미국 내 안보 전문가들도 불확실성이 크다며 미국 대 이란 전쟁으로 번져 장기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8]
 중동 인접국과 유럽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 등은 협상을 통한 사태 종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합의와 진전이 없다면 이란과 이스라엘 양측은 당분간 상호 보복 공격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필요 시 전략 자산을 투입해 이란의 핵 시설과 지도부 전략 거점을 타격할 태세를 갖췄다고 밝혔지만, 이란의 보복 옵션 목록들 때문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9]


최대 위험: 호르무즈 해협 봉쇄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은 이란, 오만, 아랍에미리트(UAE) 사이에 위치한 중동의 주요 원유 수송로이자 전략적 요충지다. 페르시아만과 오만만 그리고 아라비아해를 연결하는 이 해협의 전체 폭은 55㎞이지만 거대한 유조선이 다닐 수 있을 만큼 수심이 깊은 곳은 10㎞ 이내에 불과하며 그나마 모두 이란 영역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최신 정보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석유 제품 및 원유, 콘덴세이트 등은 하루 평균 2,000만 배럴(b/d)로, 전 세계 석유 액체 소비량의 약 20%에 해당한다. 2025년 1분기까지 이러한 규모가 유지됐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이동한 원유와 콘덴세이트의 84%, 액화천연가스(LNG)의 83%가 아시아향이다. 중국, 인도, 일본, 한국이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와 콘덴세이트 물량의 69%를 차지했다. 이들 국가가 호르무즈 해협의 공급 중단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10]


그림 2. 호르무즈 해협의 석유 흐름(단위: 100만 배럴/일일)

출처: 미국 에너지 정보국(EIA), 딜로이트 인사이트


 2024년과 2025년 1분기에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물동량은 전 세계 해상 원유 교역량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했으며, 전 세계 석유 및 석유 제품 소비량의 약 5분의 1을 차지했다. 2024년 기준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및 콘덴세이트 수출량은 호르무즈 해협 전체 원유 흐름(일일550만 배럴)의 약38%를 차지했다. 또한, 2024년 전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교역량의 약 5분의 1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으며, 주로 카타르에서 유입되었다.

 다만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는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할 수 있는 인프라를 일부 보유하고 있어 해협 통과 시 발생할 수 있는 수송 차질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다. 이 파이프라인들은 여유를 남겨두어 공급 차질 발생 시 일일 260만 배럴 정도를 해협 우회에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11]

 전문가들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완전 봉쇄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유가 급등으로 이란 최대의 석유 수출국인 중국과의 관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이 수출하는 석유의 약 90%는 아시아로 가는데, 이 중 대부분을 중국이 차지한다. 이란이 미국의 경제 제재를 받는 상황에서 최대 무역 파트너인 중국과 문제가 발생하면 자국에 필요한 생필품 등의 유입이 막히게 된다. 이란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했지만, 직접 시도한 경우는 없다.

 해협이 봉쇄되면 유가가 급등해서 석유 수요가 줄어드는 충격만이 수급 균형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이는 세계 경제에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가 결합되는‘스태그플레이션’ 양상의 재발을 의미한다.


브렌트유 13% ‘급등’, 주식시장은‘무관심’

이번 사태가 발생하기 직전인 6월 12일 런던 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69.36달러로 마감한 뒤 6월 13일 현지시각 새벽 들려온 이스라엘의 공습 소식에 한때 78.50달러까지 13% 이상 급등했지만, 이후 빠르게 안정을 찾으며 74달러 대로 후퇴했다. 하지만 19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군사 작전을 확대하기로 결정하면서 다시 브렌트유 가격은 1월 22일 이후 최고치인 78.85달러로 반등해 불안한 양상을 드러냈다.


그림 3. 브렌트유 선물(Aug25) 가격 추이
(단위: 배럴당 미달러)

출처: ICE Futures Europe Data. 딜로이트 인사이트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2024년 말 대비 5.5% 오른 수준이다. 세계 경제의 저성장 장기화 추세 속에 수급 여건상 공급 초과로 인해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올해 5월 초순에 배럴당 60달러 선이 무너지는 등 최근까지 작년 수준을 밑돌았다. 이번 이란-이스라엘 군사 충돌로 일시 급등했지만, 추가 상승 움직임은 제한적인 모습이다. 일단 현재로서는 이란의 정권 교체와 같은 중동의 균형 변화와 불안정이 국제 유가에 장기간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특히 상품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일시적으로  배럴당 100~120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이 경고한다. 하지만 이들 전문가들이나 시장 참가자들 모두 그러한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고 설사 해협이 봉쇄되더라도 상황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는 것이 브렌트유 선물 가격의 움직임에서도 드러났다.

 다만 시장은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이스라엘의 공격 이전보다 더 높은 위험 프리미엄을 가격에 반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란의 원유 흐름에 차질을 초래하는 모든 다양한 사태의 확대 가능성도 유가 상승 요인이다. 이란은 일일 33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으며, 수출량은 일일 약 170만 배럴이다. 다만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일일500만 배럴의 여유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경우 예상보다 빠르게 공급량을 늘릴 수 있다. 여기서도 문제는 호르무즈 해협이다. OPEC의 유휴 생산능력이 대부분 페르시아만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주식시장에서는 거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Nothing ever happens)라고 할 정도로 침착한 모습이다. 미국 우량주로 구성된 S&P500 지수는 사태 발생 직전과 비교할 때 5거래일 동안 1.1% 내리는 데 그쳤다. 6월  18일 지수가 소폭 하락한 것은 중동 사태의 영향이 아니라 연준이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자세를 보인 데 따른 것이다.

 

그림 4. 미국 S&P500 지수

출처: S&P Global, 딜로이트 인사이트


 S&P500 지수는 작년 말과 비교할 때 1.7% 오른 상황이며, 지난 4월 미국 상호관세 부과 이후 지수 5,000선이 붕괴됐다가 다시 6,000선을 회복하는 상황이다.

 한국 코스피 지수(KOSPI)의 경우 이란-이스라엘 충돌 직후에 일시적으로 1.5% 하락했지만 이내 회복하여, 19일 종가 기준으로 2% 오른 2,977포인트를 기록했다. 코스피는 작년 말 종가에 비해 24% 넘게 상승했다. 4월 미국 관세 파동에 지수가 단기 고점 대비 13% 넘게 하락하기도 했지만 4월 9일 관세 부과 일시 중단 이후부터 꾸준히 상승하며 지수 3,000선에 접근하고 있다.


그림 5. 코스피 지수 연초 이후 변화

출처: KRX 정보데이터시스템. 딜로이트 인사이트


 같은 기간 미국 달러화지수(DXY)는 97.92에서 98.67까지 1% 미만 오르는 데 그쳤고, 국제 금 시세는 온스당 3,380.9달러에서 3,364.7달러까지 0.5% 하락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4.357%에서 4.391%로 3.4bp 올랐다. 이러한 움직임은 이른바 안전자산으로의 도피가 일어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금융시장의 지정학적 이벤트 영향 ‘제한적’

과거 중동 지역의 분쟁이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 적은 거의 없었다.  현대사에서 중동 분쟁이 파괴적이었던 시기는 1974년과 1979년이었다.  1974년 이스라엘-이집트 전쟁 당시 아랍 산유국들은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서방 국가에 대해 보이콧을 단행했고, 이로 인해 유가가 4배나 급등했다.  또한1979년 이란 혁명으로 가뜩이나 석유 공급이 부족하던 시기에 이란의 석유 생산이 차질을 빚어 유가가 두 배 뛰었다. 이들 두 사례 모두 전 세계 인플레이션 사태와 긴축 통화정책 그리고 경기 침체를 유발했다. 

 다만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이후 유가가 급등했을 때는 영향이 오래가지 않았다.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했을 때와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는데, 이번 사태도 이들 후자의 사례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이스라엘 군사 충돌과 같은 예측 불가능한 사태는 지정학적인 위기 강화와 함께 세계 경제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어느새 아무렇지 않은 듯 상황이 진정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금융시장이 이를 가격에 즉시 반영하거나 위험을 헤지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증시 전문가들이 종종“소문에 사고 뉴스에 팔아라”라고 조언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전미경제연구소(NBER) 연구에 따르면, 1926년부터 1985년 사이 세계사적인 중요 사건들이 미국 주식 가격에 미친 영향은 해당 거시경제적 뉴스로는 3분의 1 이상을 설명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12] 1941년 일본의 진주만 폭격과 미국의 선전 포고, 1945년 일본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한국 전쟁 발생, 쿠바 미사일 위기, 케네디 대통령 암살, 베트남 전쟁, 구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체르노빌 원자로 붕괴 등등의 소식이 당일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크게 높이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전체적인 변동성이나 기간은 생각보다 크거나 길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금융자산 가격의 급격한 변화는 이벤트가 발생한 시점과 무관한 때에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발생 시점에도 S&P500 지수는 장중 3% 가까이 하락하다가 막판에는 상승 반전했다. 20세기 들어 양차 세계 대전을 제외하고는 주식시장의 펀더멘털에 근본적인 영향을 준 사건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의 지정학적 사건은 평균적으로 당일 시장에 약 1%가량 손실을 초래한 뒤 총 영향을 미친 기간 동안 5% 미만의 지수 하락율을 기록했다. 회복에는 좀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그 기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았다.[13]


그림 6. 지정학적 이벤트와 S&P500지수 변동성

출처: LPL, S&P Global, CFRA. Ritholtz.com 재인용, 딜로이트 인사이트


 금융자산의 특정 시점 가격은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영향을 받지만, 기본 가치 요인과 함께 해당 시점의 시장 수요와 공급 여건이 결정한다는 믿음이 주류를 이룬다. 하지만 자산 가격의 변동성은 미래 현금흐름에 대한 충격이나 미래 할인율의 변동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1987년 10월‘블랙먼데이’로 알려진 미국 증시 폭락 사태 이후 시장의 움직임은 더욱 그랬다.[14] 오히려 금융시장 내에 축적된 스트레스가 포지션의 급격한 변화를 유발하는 것은 시장 내부의 잘 알려지지 않은 담보자산 가치 결정 및 청산 메커니즘이 좌우할 때가 많다.

 

유가 상승 부담: 연준 금리인하 ‘관망’

일시적인 국제 유가 급등은 최근 미국의 관세 부과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완화된 미국 인플레이션 추세를 뒤흔들 위협 요인이다. 지금까지 이러한 인플레이션 완화 추세에는 무엇보다 국제 원자재 가격의 안정이 큰 역할을 했다. 노동시장 경색에 따른 서비스 부문의 가격 상승 압력이 완화되기 시작한 것이 중요하지만, 미국의 이민정책 변화로 인해 다시 상황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제 유가의 꾸준한 상승은 여러 면에서 이러한 추세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사전에 축적해 둔 재고 덕분에 가격 인상을 미룰 수 있었던 기업이 한계에 도달할 때 국제 유가 상승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과거에는 국제유가가 상승할 경우 발생할 경기 둔화 우려가 정책적 고려사항의 1순위인 적도 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인한 공급망 차질과 인플레이션 급등 사태로 인해 당국의 인식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중심으로 바뀌었다. 유럽의 경우 지난 2022년 천연가스와 유가 급등이 서비스 부문 인플레이션의 장기적인 상승을 이끄는 역할을 했다. 미국 연준을 필두로 인플레이션 파이팅을 위해 급격한 금리 인상에 나섰던 경험을 감안한다면, 금리 인하 시기에 국제 유가 상승은 상당히 큰 부담이다. 최근 조사에서 미국 소비자들의 기대인플레이션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이란-이스라엘 군사 충돌 사태로 인한 국제 유가 상승은 연준의 하반기 금리인하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15] 캐피탈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면 선진국의 인플레이션이 1% 포인트 상승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금리를 낮추기를 바라는 중앙은행의 입장이 곤란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석유는 플라스틱 장난감이든 항공 여행이든 많은 상품과 서비스의 제조 과정에 사용되기 때문에 경제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원유 가격이 10% 상승할 때마다 선진국의 인플레이션은 약 0.4%포인트 상승한다.

 미국 연준은 6월 17일~18일 개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4.25~4.50% 범위에서 동결했다. 이는 주로 미국의 관세 정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좀더 지켜보자는 입장에서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 이란-이스라엘 군사 충돌과 이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에 대해서는 별도의 견해를 밝히지 않았다.[16]

 이번 회의에서 제출한 최신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연준은 미국 경제의 2025년 성장률 전망치를 1.7%에서 1.4%로 하향 수정하는 반면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2.7%에서 3%로 상향 조정했다.[17]

 연준의 단기 통화정책 전망을 추정하게 해주는‘점도표’는 여전히 올해 안으로 두 차례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연준 정책 결정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수록 어긋나고 있고, 올해 금리인하 가능성을 배제하는 위원들이 증가했다. 10명의 위원이 올해 안으로 두 차례 이상 금리인하를 예상한 반면, 7명은 연내에는 아예 금리인하가 없을 것으로 봤다. 2명의 위원은 연내 한 차례 금리인하를 예상했다.


그림 7. FOMC 위원들의 적정 통화정책 평가(2025.06.18)

[1] Council on Foreign Relations, “Backgrounders: The U.S. Trade Deficit: How Much Does It Matter?”, Apr. 23, 2025

[2] Andreas Freytag and Phil Levy, “The Trade Balance and Winning at Trade”, Cato Institute ‘Defending Globalization: Economics’, Oct. 3, 2024

[3] Jeremy J. Siegel, “Trade Deficits Are Capital Surpluses,” WSJ Opinion, Mar. 12, 2025

[4] The Conference Board, “Proposed Surcharge on Foreign Taxpayers (Section 899)”, Jun. 5, 2025

[5] Stephen Miran, “A User’s Guide to Restructuring the Global Trading System”, Nov. 2024

[6] 딜로이트 인사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 “미국 달러화와 연준, 그리고 ‘트리핀 월드’ 딜레마”, 2025년 2월 14일

[7] U.S. Bureau of Labor Statistics, “The Employment Situation – May 2025”, Jun. 6, 2025

[8] The Conference Board, “US Consumer Confidence Partially Rebounds in May”, May 27, 2025

[9] CME Group, “FedWatch Tool”, Accessed Jun. 10, 2025

[10] U.S. Bureau of Labor Statistics, “Consumer Price Index – May 2025”, Jun. 11, 2025

[11] Eurostat, “Euro area annual inflation down to 1.9%”, Jun. 3, 2025

[12] European Central Bank, “Monetary policy decisions”, Jun. 5, 2025

[13] Nikkei Asia, “Japan's number of births hits new low, falling by 5.7% in 2024,” Jun. 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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