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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미국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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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딜로이트 인사이트는 글로벌 경제 및 산업 구도에 영향을 주는 주요 이슈에 대한 인사이트를 소개하고 최신 경제산업 데이터와 그 함의를 분석한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를 매주 금요일에 발행합니다.

딜로이트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 아이라 칼리시(Ira Kalish) 박사를 비롯한 딜로이트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네트워크(DGEN)가 매주 배포하는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를 통해 중요한 세계 경제 동향을 간편하게 파악하실 수 있습니다.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는 국내 유력지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외부 배포되고 있으며, 딜로이트의 풍부최한 경제·산업 인사이트를 전달하는 플랫폼의 기초 콘텐츠로 자리잡을 것입니다.

많은 관심 및 활용을 부탁드립니다.

2025년 5월 3주차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는 흔들리는 미국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에 대해 다룹니다. 

최근 주요 투자기관 및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세계 기축 통화로서 달러화의 지위가 지속될 수 있는지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1]

이는 최근 미국 달러화가 무려 10년에 걸친 강세 국면을 끝내고 약세 국면으로 전환되는 신호가 나타나자, 이러한 상황을 둘러싼 분분한 해석 간의 대결이라고 볼 수 있다.

아직은 확실치 않은 국면 전환 가능성은 먼저 트럼프 정부의 달러 약세 추구 배경으로 알려진 이른바 ‘마러라고 합의’ 구상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본격적인 관세 전쟁 선포[2] 그리고 이른바 ‘크고 아름다운’(big, beautiful) 감세 법안과 이로 인한 국가 부채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디스는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트리플에이’(Aaa)에서 ‘더블에이원’(Aa1)으로 강등했다.[3]

일각에서는 트럼프 정부가 관세 전쟁과 더불어 달러화 약세를 추구하면서 ‘특권적 지위’는 놓치지 않기 위한 ‘금융전쟁’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을 제기한다.[4]

달러화의 미래, 혹은 달러화를 기축 통화로 하는 세계 금융 질서의 미래에 대한 최근 논의가 지니는 함의를 살펴보자.

 

흔들리는 미국 달러화

미국 정부가 4월 2일 이른바 ‘해방의 날’에 관세 전쟁을 선포한 이후 글로벌 금융 시장에는 급격한 변동 장세가 나타났다. 특히 미국 주식, 채권 그리고 달러화 가치가 동반 하락하는 이례적인 양상이 전개되자, 미국 달러화의 위상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5]

이후 상호 보복 조치로 일관하던 중국과 미국이 5월 12일 ‘관세 데탕트’를 선언함에 따라 금융 시장은 다소 안도하는 분위기가 됐다. S&P500 지수와 달러화 그리고 미 국채 가격이 일시 반등했다. 하지만 안도의 분위기도 잠시,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Moody’s)가 미국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하자 국채 금리는 다시 오르고 달러화는 내리는 엇갈림 양상이 전개되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달러화의 추가 약세 전망과 함께 미국 주식과 국채 보유분을 매각하거나 다각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 시장의 우려는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6]

유로(EUR), 일본 엔(JPY), 영국 파운드(GBP), 캐나다 달러(CAD), 스위스 프랑(CHF), 스웨덴 크로나(SEK) 등 6대 주요통화 바스켓 대비 미국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화지수(DXY)는 작년 10월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올해 1월까지 10%가량 강세를 보였지만, 그 이후 최근 100선 아래까지 하락하며 상승분을 되돌리며 약세 구간으로 진입하는 모양새다.

같은 기간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3.6% 수준에서 4.8%까지 급격한 상승세를 보인 뒤 관세 전쟁 선포 직전까지 4%까지 하락했지만, 최근에는 다시 4.5%까지 반등했다. 이 과정에서 ‘해방의 날’ 이후 달러화지수와 국채 수익률은 동반 흐름에서 이탈하는 모습이다.

 

그림 1. 이상신호: 엇갈리는 달러와 미 국채 금리

(녹색 실선=달러화지수(왼축, p), 적색 실선=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오른축, %))

출처: Tradingeconomics.com, 딜로이트 인사이트

 

달러 가치는 시장의 수급부터 경제 정책, 투자 심리, 그리고 미국 경제의 상대적 강력함 등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보통 높은 금리는 달러 강세로 이어지지만, 높은 인플레이션율은 달러 약세를 유발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경향이 맞는다면, 미국의 관세 전쟁은 달러 강세를 유발해야 한다. 관세로 인해 해외 제품에 대한 지출이 줄고 무역 적자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무역 적자가 감소하면 외국 자본 유입의 필요성이 줄어든다.

영국 재무장관을 지낸 바 있는 짐 오닐(Jim O’Neil) 전 골드만삭스자산운용 회장은 단순히 순환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구조적, 체계적인 요인에 따라 달러화가 계속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투자자들은 트럼프 정부의 무역 정책, 미국 경제의 회복력, 그리고 미국 자산시장의 전반적인 안전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7]

달러화의 최근 하락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또 달러 약세 요인은 어떤 것이 될 것인지가 관심사다.

우선 외국인 투자자들의 달러 자산 포지션 축소 가능성이 주목된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달러화 표지 증권 보유량은 2002년 5.5조 달러에서 2021년에 33.4조 달러로 20년 동안 약 6배 증가했다. 대부분은 포트폴리오 배분의 증가에 의한 것으로, 전체 보유량 중에서 약 3분의 2는 채권, 나머지 3분의 1이 주식으로 구성된다.[8]

 

그림 2. 외국인의 미국 혹은 미국달러화 증권 보유량(2002.6~2021.6)

*주황색 음영은 미국 재무부국제자본흐름(TIC) 수치에 외국인 발행 달러화 증권 및 미국거주자 발행 비달러화 증권을 조정한 총량 추정치. TIC(US)는 미국거주자 발행 증권의 외국인 보유량. CPSI(US), CPIS(USD)는 국제통화기금(IMF) 조화 포트폴리오 투자 서베이의 미국거주자 발행 증권 및 미국 달러화표시 증권의 외국인 보유량 추정치

출처: Wenxin Du, Amy Huber(2024), 딜로이트 인사이트

 

대형 자산운용사인 아폴로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현재 미국 주식 19조 달러, 미국 국채 7조 달러 그리고 미국 회사채 5조 달러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외국인은 각각 미국 주식시장 총액의 약 20%, 미 국채시장의 약 30% 그리고 회사채시장의 약 30%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9] 이는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정한 수치이다.

이들 투자자 중 일부라도 포지션을 축소하기 시작한다면, 달러 가치는 지속적인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달러 자산시장에서 자금 유출이 가속화된다면 세계 경제와 금융 시스템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고유한 역할마저 약화될 수 있을지가 최근 논쟁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세계 교역 및 금융 시스템에서 달러의 지배적 지위는 여전히 건재한 것으로 보이지만, 일부 분석가들은 ‘트럼프발 충격’의 규모라면 거의 100년 가까이 이어져 온 달러의 지배력을 끝낼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10]

 

미국 부채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

미국 경제 성장 둔화와 관세 인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상승에 대한 우려, 그리고 최근 미국 재정 ​​정책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무디스가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채권 수익률이 상승하는 동시에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자 이러한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무디스는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의 배경에 대해 “향후 10년 이상에 걸쳐 미국 정부 부채와 이자 지급 비율이 같은 신용 등급을 가진 국가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증가했음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11]

무디스는 세금과 재정 지출을 조정하지 않는다면 미국 정부의 이자 비용을 포함한 의무 지출이 2024년 기준 총 재정 지출의 73%에서 2035년에 78%까지 증가할 것이며, 기준 시나리오에 따라 2017년 감세 및 일자리 창출법이 연장된다며 향후 10년 동안 연방 재정에서 이자 지급을 제외한 적자가 약 4조 달러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 결과 연방 재정적자는 2024년 국내총생산(GDP)의 6.4%에서 2035년에는 거의 9% 수준까지 치솟게 될 것이며, GDP 대비 연방 부채 부담은 2024년 98%에서 2035년에 약 134%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12]

이러한 무디스의 분석은 초당파적 기관인 '책임 있는 연방 예산 위원회’의 분석에 비해 좀더 비관적이지만, 적자 증가 추세 예상은 일치한다.

CRFB는 트럼프 정부의 감세 정책을 포함한 재정 조정 법안이 예상대로 통과된다면 이로 인해 2034년 말까지 공공 부채가 최소 3조 3,000억 달러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13] 또한 GDP 대비 부채 비율이 약 100%에서 역대 최고치인 125%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행법상으로 같은 기간 동안 예상되는 117%를 상회하는 수치다. 연간 재정적자는 6.9% 수준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14]

 

그림 3. 미 하원 조정법안 영향: 2027회계연도 적자 0.6조 달러 증가

출처: CRFB 추정치, 딜로이트 인사이트

 

‘마러라고 합의’ 구상과 달러 약세

트럼프 정부의 정책 구상과 실행 방안은 언뜻 보기에는 그 자체로 모순적이다. 우선 적극적인 감세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재정은 긴축하겠다고 한다. 관세를 부과하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통화는 강세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인 예상이지만, 되레 달러는 약세로 만들겠다고 하고 그러면서도 달러화의 특권적인 지위는 절대 손상시키지 않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전 뉴욕경제클럽 연설에서 “달러화가 세계 통화의 지위를 잃는다면 전쟁에서 지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15] 이후 그는 달러화의 대안을 모색하는 국가들을 처벌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말과 취임 후 그의 행동은 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전부터 달러화 강세가 미국 경제의 막대한 무역 적자를 유발하고 일자리를 빼앗아 가는 심각한 문제라는 인식을 강조해왔다. 이 때문에 달러 약세를 추구할 것임을 공공연히 천명해왔다. 그런데 달러 약세 추구와 함께 달러화 기축통화 지위 유지가 어떻게 병립 가능할지 의문이다. 이를 해결하는 방안이 바로 ‘마러라고 협정’ 구상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구상은 현재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인 스티븐 미란(Stephen Miran)이 2024년 11월 자산운용사 재직 시절 발표한 논문을 통해 알려졌다.[16] 미란은 “국제무역체제 재구조화를 위한 사용설명서”(A User’s Guide to Restructuring the Global Trading System)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미국 이외 국가들은 준비자산으로서 달러를 보유하려 하여 필연적으로 달러 강세를 유발할 수밖에 없으며, 그 결과로 미국은 기축통화국으로 장점도 누리지만 경쟁력이 떨어져 이른바 ‘러스트 벨트’ 현상이 초래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제무역 및 금융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하며, 이를 위해 관세 부과와 함께 달러 약세를 유도할 것을 제안했다. 여기서 1985년 ‘플라자 합의’(Plaza Accord)에 빗대 ‘마러라고 합의’ 도출 가능성을 제시했던 것이다.

미란은 무이자 영구채로 미국 국채를 발행하여 외국인 투자를 요구하고, 관세와 안보보장이라는 협상 지렛대를 활용해 압박하자고 주장한다. 연준의 자발적 협조와 함께 나아가 통화 스와프를 무기로 동원할 수 있다.

 

그림 4. ‘마러라고 협정’ 도해

출처: 국제금융센터(KCIF), 딜로이트 인사이트

 

이러한 구상에 대해 다양한 비판이 제기된다. 우선 관세의 경기 악화 및 인플레이션 유발 역효과 우려가 나온다. 또한 합의를 통한 환율 조정이 과거만큼 쉽지 않은 조건이며, 투자세 부과와 같은 자본통제나 영구채 강제 매각 등을 추진할 경우 미국에 대한 신뢰 훼손과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 약화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17]

플라자 합의 때와 같이 근본적인 무역 불균형 해소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성공할 수 있지만 현재는 그러한 정책이 부재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의지도 확실치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게다가 미국이 기존 동맹 질서를 무시할 경우 글로벌 안보 위기마저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도 제기된다.

 

달러화의 현재: 브레튼우즈 80년

미국 달러화의 지위는 80년 전 44개국 협상단이 뉴햄프셔 주 브레튼우즈에 모여 전후 세계 질서를 항구적인 평화와 번영으로 이끌 수 있는 다자간 기구와 규칙을 수립함으로써 확립된다.

이른바 ‘브레트우즈 체제’의 핵심은 “고정되지만 조정 가능한 달러 환율 패리티의 글로벌 시스템”이었다. 이러한 시스템은 약 30년 후인 1973년 미국의 금 본위제 포기 선언과 변동환율제 도입으로 무너질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오히려 그 이후 세게 경제는 전례 없는 다자주의 통합의 질서를 이루면서 더 번성했다.[18]

특히 무역의 파편화를 극복하는 데 중심 역할을 한 것이 ‘미국 달러화의 국제적 역할’로 평가된다. 달러는 글로벌 화폐 역할을 하면서 그 지위를 막강하게 구축했던 것이다. 현재에도 달러는 전 세계 경제의 기축통화로 주요국 준비금이며 무역 거래의 핵심 통화이고 금융시장 자금조달 통화의 축이다.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미국 경제의 비중이 줄어들었지만, 이에 비해 달러화의 국제적 역할 비중은 훨씬 크다.

 

그림 5. 세계 GDP 내 미국 비중 vs.국제 외환보유액 내 달러 비중(2022년 기준)

(명목 GDP 및 현재환율 기준, %)

출처: Federal Reserve, 딜로이트 인사이트

 

미국 달러가 기축통화의 지위를 공고하게 구축하는 길은 험난했다. 1970년대 인플레이션이 통제 불능 상태로 치솟고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주요국들은 외환 보유액을 유지하는 데 불만을 제기했고, 국제통화기금(IMF)이 회원국의 달러 보유액을 특별인출권(SDR)과 교환할 수 있도록 하는 보완 자산을 만들었다. 그러나 달러화 가치가 계속 하락할 경우 IMF가 떠안게 되는 손실은 누가 보전할 것인지가 쟁점으로 부상했고, 미국이 이러한 손실 흡수를 거부하면서 대체 계좌 시스템은 붕괴했다.

이러한 불안한 상황은 1979년 폴 볼커 전 연준 의장의 인플레 파이팅을 통한 신뢰성 확립으로 극복되었다. 이런 점에서 연준의 정치적 독립성은 달러화의 지배력을 뒷받침하는 보루가 되었던 것이다. 이후 미국 정부는 재정 건전성 추구와 함께 강달러 정책을 구사했고 달러화 가치는 강화되었다.

그러나 세계화와 더불어 전개된 금융시장의 확대 속에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확대 속에 글로벌 불균형의 강화 속에 달러화는 약세를 보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2008~2009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 위기가 발생해 달러화를 시험대에 들게 했지만, 달러화에 대한 대안이 없었기 때문에 공고한 지위는 흔들리지 않았다.[19]

1999년 도입된 유로화가 달러화의 왕좌를 노리는 잠재적인 경쟁자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글로벌 금융 위기에 이은 2009~2012년 유로존 위기를 겪으면서 유로화의 지위는 달러화와 큰 격차를 보이는 2위에 머물렀다.

최근에는 외환보유액 다각화 움직임 속에서 유로화와 위안화 그리고 디지털 화폐가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달러화에 도전할 정도는 아니다. 달러화의 지위는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에 의해 더욱 강화되었다. 즉 “모두 달러를 사용하기 때문에 모두 달러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2022년 현재 세계 공식 외환보유액 내 미국 달러의 비중은 58%다. 이는 유로화(21%), 일본 엔화(6%), 영국 파운드화(5%), 중국 위안화(3%)를 포함한 다른 모든 통화를 크게 앞서는 것이다.[20]

이러한 달러화의 비중은 2000년의 71% 비중에 비해서는 줄어든 것인데, 이는 주요국의 외환보유액 다변화 정책에 의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림 6. 글로벌 외환보유액 내 통화 비중 변화(1999~2022)

(연도별 보유액 내 비중 %)

출처: Federal Reserve, 딜로이트 인사이트

 

글로벌 외환거래 시장은 1989년에 불과 5,000억 달러 수준이었으나 2022년 기준으로 일일 7.5조 달러 규모로 성장했으며, 이 중 88%가 달러화로 이루어진다.

이처럼 강력한 지배력은 미국의 개방된 깊고 넓은 금융시장과 더불어 세계 총생산(GDP)의 4분의 1을 넘는 최대 규모 경제가 뒷받침할 뿐 아니라, 군사적이고 지정학적인 영향력도 중요한 지렛대가 되어준다. 이런 면에서 잠재적인 경쟁 통화는 명함을 내밀 처지가 되지 못한다.

연준의 통계에 따르면, 세계 무역에서 사용되는 통화 중에서 달러화는 결정적인 비중을 차지한다.[21] 1999년부터 2019년 사이 미주지역 무역 송장의 96%, 아시아태평양지역의 74% 그리고 기타지역에서 79%를 각각 달러가 차지했다. 유일한 예외는 유럽으로, 이 지역에서는 유로화가 66%로 가장 지배적인 무역 통화 비중을 가진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도 국제 및 외환 채권(대출)과 부채(예금)의 약 60%가 달러화 표시된다. 이는 20% 비중을 가진 유로화를 크게 앞서는 것이다.

공식 달러 보유액은 대부분 미국 국채가 차지하며, 2022년말 기준 유통시장의 미 국채 발행액의 31%를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다. 또한 외국인은 달러 지폐를 1조 달러 이상 보유한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전체 미국 달러 지폐의 약 절반에 해당한다.[22]

2023년 기준으로 20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달러화의 사용 비중은 약 70% 수준으로 유로화(23%), 일본 엔화(7%), 영국 파운드화(6%)와 큰 격차를 유지했다. 달러화의 지배력이 이 기간 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달러, “당신의 문제”에서 “모두의 문제”로

과거 미국 정부가 세계 질서 재편을 통한 근본적인 개혁을 추진한 사례는 브레튼우즈 협정을 제외하면 1971년 닉슨 대통령 시절의 금 본위제 폐지와 스미소니언 협정 체결 그리고 1985년 레이건 대통령 시절 체결한 플라자 협정을 통한 달러화 평가절하 시도가 있지만 모두 성공하지 못했다.[23]

닉슨 대통령과 레이건 대통령은 모두 당시 달러화 가치가 과대평가되어 있고, 이로 인해 미국 수출업체와 노동자들이 불리한 처지에 있다고 생각했다.

이른바 ‘닉슨 쇼크’라고 불리는 1971년 미국의 결정을 주도한 당시 재무장관 존 코널리는 모든 수입품에 일방적으로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1971년 말 로마에서 개최한 G-10 회의에 참석한 코널리 장관은 “달러는 우리 통화지만, 당신들의 문제(The dollar is our currency, but it’s your
problem)”라고 선언했다. 달러화는 단기간에 20% 평가절하되었다.

한편 1985년 플라자 협정의 경우 이후 달러화가 계속 급락하자 1987년에 루브르 합의로 빠르게 보충했지만, 환율이 안정되지 않았다. 그해 10월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 지수가 하루 만에 22% 폭락하는 ‘블랙먼데이’ 사태가 발생했다. 이로써 인위적인 환율 조정 시도가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과 불균형이라는 심각한 영향을 준 사건으로 기록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취하는 태도나 ‘마러라고 협정’ 구상은 마치 “달러는 당신들의 통화, 문제는 우리들의 것”이라는 선언과 같다. 1960년대 프랑스 재무장관이던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은 달러화가 기축통화이기 때문에 누리는 혜택을 ‘과도한 특권’(exorbitant privilege)이라고 불렀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엄청난 부담’(exorbitant burden)이라고 본다.

경제전문가들은 미국의 총 공공부채가 GDP의 120%를 초과하여 선진국들 중에서 일본, 그리스, 이탈리아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나라라는 점에서, 달러화가 기축통화라는 점 때문에 미국이 낮은 금리로 돈을 조달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특권’이라고 지적한다.

최근 미국 신용 등급 강등과 내외 투자자의 미 국채 매도에 따른 시중 금리의 상승은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실질금리 상승이 지정학적 불안정과 더불어 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위협과 결합된다면, 달러화의 지위가 흔들리는 것은 미국을 포함해 ‘우리 모두의 문제’(everyone’s problem)가 될 수 있다.[24]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미국과 달러화의 ‘아킬레스건’이 36조 달러에 달하는 연방 부채와 그 이자 부담 증가에 따른 재정 위기 발생 위험이라고 경고한다.[25]

그는 달러화의 지배력이 이미 2015년 정점을 찍은 이후 점차 줄어들고 있는 중이며, 유로화와 위안화 그리고 디지털화폐가 계속 위협적이기는 하지만 진정한 달러화의 지배력에 대한 도전은 바로 미국 내부, 그 중에서도 지속 불가능한 국가 부채 추세와 잘못된 국제 금융 질서 훼손 시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수 경제 전문가들은 당장은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가 대체될 가능성은 낮게 본다. 하지만 달러화 지배력은 갈수록 줄어들면서 미국이 누리던 행운도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입 모아 경고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은 단기적으로 미국 달러화의 지배력에 대한 도전할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본다. 현대사에서 기축 통화의 전환 사례는 영국 파운드화에서 미국 달러화로 대체된 사례가 유일하다.

하지만 연준도 장기적으로 볼 때는 달러화의 지위가 도전 받을 위험이 없지 않다는 점을 인정한다. 이러한 요인들 중에는 특히 러시아에 대한 제재로 인한 거부감, 유럽 경제의 통합 심화에 따른 유로화의 도전 가능성, 중국의 지속적인 고성장에 의한 위안화의 부상 그리고 최근 디지털 화폐의 급격한 성장에 따른 달러 의존도의 축소 가능성 등을 거론하고 있다.[26]

[1] Financial Times, “Is the world losing faith in the almighty US dollar?” Apr. 17, 2025

[2] Financial Times, “Will anybody buy a ‘Mar-a-Lago accord’?” Mar. 19, 2025

[3] Moody’s Ratings, “Moody's Ratings downgrades United States ratings to Aa1 from Aaa; changes outlook to stable”, May 16, 2025

[4] 매일경제, ““트럼프 관세전쟁 속내는 약달러 만들기”…미국 의도 간파했다는 이 남자”, 2025년 4월 21일; 머니투데이, “[MT시평]무역전쟁 제2탄, 금융전쟁”, 2025년 5월 12일

[5] 딜로이트 인사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 4월 3주차: 미국 관세와 금융시장 불안 양상”, 2025년 4월 18일

[6] Financial Times, “Donald Trump’s ‘big, beautiful’ tax bill heightens concerns over US debt,” May 20, 2025

[7] 딜로이트 인사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비류 3월 3주차: 미국 달러화와 연준, 그리고 ‘트리핀 월드’ 딜레마”, 2025년 3월 21일

[8] Wenxin Du, Amy Huber, “Dollar Asset Holdings and Hedging Around the Globe”, Nov. 2024. 이러한 외국인 투자자의 달러화 표시 증권 보유가 반드시 완전한 달러화 포지션을 노출하는 것은 아니며, 특히 미국발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상당 부분 헤지 전략을 통해 포지션 노출을 줄이고 있다.

[9] Apollo Academy, “Foreign Ownership of US Equities, Treasuries, and US Credit,” Apr.10, 2025

[10] Financial Times, “Is the world losing faith in the almighty US dollar?” Apr. 17, 2025

[11] Moody’s Ratings, op. cit

[12] Ibid.

[13] Committee for a Responsible Federal Budget, “House Reconciliation Bill Would Massively Increase Near-Term Deficits”, May 15, 2025

[14] Ibid.

[15] The Economic Club of New York, “Donald J. Trump. 45th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Sep. 5, 2024

[16] Stephen Miran, “A User’s Guide to Restructuring the Global Trading System”, Hudson Bay Capital Nov. 2024

[17] 국제금융센터, “트럼프 행정부의 마러라고(Mar-a-Lago) 구상 평가 및 시사점”, 2025년 5월 2일

[18] Maurice Obstfeld (PIIE), “Economic multilateralism 80 years after Bretton Woods”, Apr. 2024

[19] Maurice Obstfeld, “King Dollar’s Shaky Crown,” Apr. 25, 2025

[20]Federal Reserve, “The International Role of the U.S. Dollar Post-COVID Edition”, Jun. 23, 2023

[21] Ibid.

[22] Ibid.

[23] Harold James, “A Mar-a-Lago Accord Could Break the Dollar,” May 8, 2025

[24] Financial Times, “Our Dollar, Your Problem by Kenneth Rogoff — does the buck stop here?” Apr. 24, 2025

[25] Kenneth Rogoff, “Trump’s Misguided Plan to Weaken the Dollar,” May 6, 2025

[26] Federal Reserve, op. c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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