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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4월 3주차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는 미국 관세와 금융시장 불안 양상에 대해 다룹니다.
2025년 4월 2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광범위한 기초 및 상호관세 부과 행정명령을 발표하여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겼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 1기 때의 관세 부과와 달리 그 규모가 크고 범위가 광범위했고, 이를 예상치 못했던 금융시장은 즉시 발작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이러한 관세 행정명령 발표로부터 1주일 뒤인 4월 9일에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교역 상대국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는 90일 유예되었지만, 충격은 쉽게 가시지 않는 분위기다. 특히 미국 주식과 채권 가격 그리고 달러화 가치가 동시에 하락하는, 신흥시장에서나 볼 수 있는 이례적인 불안한 양상이 전개된 이후여서 금융위기 발생 위험 및 정책 당국의 개입 가능성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 방침은 상징적인 조치에 머무는 것이 아니고, 그 범위와 규모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정도로 광범위하고 컸다. 미국 정부의 무역 정책 변화에서 출발한 이번 조치는 금융시장에서 체계적인 위험으로 이어질 것 같은 위기감을 불러왔다. 4월 2일 관세 행정명령 발표 직후 주식시장은 폭락했고, 시장 변동성지수(VIX)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팬데믹 사태 발생 이후 본 적이 없는 수준까지 치솟았다. 회사채 시장의 신용 스프레드가 급격히 확대되고,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 금리가 몇 시간 만에 50bp 급등하며 팬데믹 사태 당시 보인 기능장애 징후를 보였다. 특히 평소에는 미국 채권 금리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달러화가 하락하면서, 미국 금융시장은 마치 신흥시장이 위기에 직면했을 때 보이는 특징을 드러냈다.[1]
그림 1. 관세 이벤트와 금융시장 반응
출처: Reuters Eikon, CEPR 보고서 재인용
그림 1에서 볼 수 있는 금융시장 반응은 각각 4월 2일 트럼프 대통령 상호관세 행정명령 발표, 4월4일 중국의 보복 조치 발표, 같은 날 TV 인터뷰에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인플레이션 지속 우려 표명, 4월 7일 관세 유예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루머 등장, 4월 9일 중국을 제외한 상호관세 90일 유예 등 일련의 사건의 연쇄에 따라 전개된 것이다.
특히 행정명령 발표 직후 경제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 및 경기 침체 발생 우려가 높아진 것으로 평가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4월 5일 소셜미디어에“이것은 경제 혁명이며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라고 쓰면서 개의치 않는 듯한 인상을 풍겼다.[2]
하지만 결국 4월 9일 중국을 제외한 대다수 교역 상대국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가 유예되었고, 이러한 일시 후퇴 결정이 내려진 배경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채권시장에서 약간 불안해하는 모습을 봤다”고 언급해 주목을 받았다.[3]
이 과정에서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4월 4일까지 4% 미만에 머물렀지만 이후 이례적인 속도로 상승하여 4월 8일 화요일 장중4.5%까지 급등했다.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5%를 넘었다. 변동성이 높아지자 중개업체가 위험 감수를 줄이고 거래 비용을 높이면서 시장 유동성이 감소했다. 특히 장기 국채 수익률 대비 OIS(오버나잇이자율스왑) 스프레드가 4월 7일 오후부터 급격히 확대되어 국채에 대한 시장 유동성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이러한 시장의 혼란 속에서 미국 재무부가 실시한 3년 만기 국채 입찰 수요가 평소보다 약했다. 이에 따라 채권 투자자들은 팬데믹 초기의 시장 위기가 발생한 지난2020년 3월처럼 채권시장이 기능 장애(dysfunction) 사태를 다시 겪게 될지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최악의 사태에 대한 우려는4월 9일 재무부의 10년 만기 국채 입찰 수요가 강세를 보이고 트럼프 대통령이 대다수 국가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를 90일 유예한다고 발표하면서 완화되었다. 그 다음 날 진행한30년 만기 국채 입찰도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나중에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이 국채 가격 급락(수익률 급등)은 시장 내부의 디레버리징에 의한 정상적인 거래의 결과라면서 위기 가능성은 없다고 진화에 나서야 했다.[4] 베센트 장관은 이후 채권시장의 혼란에 대한 대응이 필요한 경우 바이백(조기상환)과 같은 수단을 통해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안심시키기도 했으며, 재무부 고위 관계자를 통해 은행의 국채 매입 여력을 높일 목적으로 보완적 레버리지비율(SLR) 완화 가능성을 검토 중인 사실이 알려졌다.[5] 이처럼 긴급한 상황의 전개는 이른바‘채권시장 자경단’이라고 불리는 이례적인 시장의 위기 상황이 전개되었기 때문이다.
미국 국채 시장은 세계 최대 글로벌 자본의 거래 통로로, 하루 평균 거래 규모는 약 9,000억 달러이며 최근 수년 내에 기록한 일일 최대 거래량은 약 1조 5,000억 달러에 달했다. 또한 이 시장에서 매일 약 4조 달러의 환매조건부채권(RP) 자금이 거래되고 있다. 미국 국채 선물의 일평균 거래량은 2023년 명목 기준으로 6,450억 달러였고, 2024년에는 이보다 더 증가했다.[6]
미 국채 시장은 낮은 비용으로 정부 자금을 조달하는 핵심적인 장소이며, 연준의 통화정책 전달 경로 역할을 한다. 게다가 민간 위험자산 가격의 기준이 되는 무위험 수익률곡선을 제공하는 기능도 하고 있다. 은행과 비은행 금융기관이 유동성 위험을 관리하는 장소이며, 투자자들에게 안전하고 유동적인 자산 공급원이기도 하다. 이런 중대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미 국채 시장은 매우 깊고 유동적인 상태를 유지해야 하며, 그렇지 못한 상황이 되는 것을‘시장의 기능 장애’(market dysfunction)라고 부른다.
특히 평소에는 서로 동행하는 특징을 보이는 미 국채 금리와 달러화지수가 정반대로 움직인 것이 많은 불길한 해석을 낳았다. 일각에서는 외국 자본이 미국에서 빠져나가기 시작한 것처럼 보인다는 우려를 낳았고,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시장의‘긴장’에 대해 언급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024년 말 기준으로 외국인이 8.5조 달러에 달하는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전체 공공 부채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것이다.[7]
그림 2. 엇갈린 미 국채 금리와 달러화지수
출처: TradingEconomics, 딜로이트 인사이트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이 위험을 피할 때는 안전한 곳을 찾는데, 금융시장에서 달러와 미 국채보다 더 안전한 것은 없다. 하지만 경기 침체 우려가 고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안전 자산을 매도했다는 것은 불길한 메시지로 해석된다.[8]
최근 몇 년 동안 미국은 다른 주요 경제국들보다 빠른 성장, 더 큰 기술 발전, 그리고 더 풍부한 저렴한 에너지 공급을 자랑해 왔지만 ‘미국 예외주의’가 예측 불가능하고 적대적이며 고립된 국가로 비칠 때 투자자들은 안전하지 않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우려와 연준의 행보에 대한 불확실성, 헤지펀드의 기술적인 포지션 영향은 이러한 글로벌 투자자의 미국에 대한 시각 변화에 비해 부차적이다.
2022년 영국 신임 총리 리즈 트러스가 대대적인 감세안을 내놓은 뒤 영국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자 감세안이 철회되고 트러스 총리가 사임한 사례가 회자된다.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가 영국 파운드와 다를 것이라고 당연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미국 국채 금리 급등을 야기한 장기 국채 투매 현상의 배경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베센트 재무장관의 설명처럼 일상적인 디레버리징 매매에 의한 일시적이고 정상적인 거래의 결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앞서 국채 관련 파생금융상품 시장에 참여하는 레버리지가 큰 헤지펀드들이 투자 포지션 청산에 나서고 있다거나, 은행이 고객의 유동성 수요를 맞추기 위해 현금 조달에 나서면서 보유 국채를 처분하고 있다는 추측도 나왔다. 또한 중국이 관세 조치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미 국채를 매각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일각에서는 금리 상승이 달러화 약세와 맞물리면서, 미 국채가 세계 최고의 안전 자산이라는 점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데 기인한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러한 장기금리 상승이 어느 정도 경제 및 인플레이션 전망의 근본적인 수정에 기인한 것인지, 디레버리징 압력으로 인한 시장 유동성 부족으로 현금 확보를 위해 국채를 매각해야 했는지, 또는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국채의 가치를 재평가하여 매도한 것이 어느 정도인지 정부와 금융 당국이 파악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증거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2020년 3월 발생한 헤지펀드의 현금 환매와 채권 펀드의 환매로 인한 채권시장의‘기능 장애’ 재발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9]
하지만 채권 시장 변동성이 이미 증폭된 가운데 재무부와 연준이 개입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앞서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는4월 11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개입이 필요하다면 "전적으로 그렇게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10] 연준 의장은 앞서 미 국채 시장의 유동성 강화를 위해SLR 규제 완화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는데, 최근 시장의 이상 상황에 직면해 재무부가 이를 적극 검토 중이라는 소식은 눈길을 끈다.
국채 시장에서만 이상징후가 나타난 것은 아니다, 금융시장의 혼란과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미국 회사채 시장에서도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1.4조 달러에 달하는 하이일드 채권(정크본드)시장이 일시적으로 막혔다.[11] 갑작스러운 하이일드 시장의 침체로 인해 이 시장에 의존하는 사모펀드 회사들이나 정크본드 거래에 단기대출을 제공하는 은행들이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기업 인수를 위한 채권 발행이 중단됐고, 은행들이 인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매수 고객에게 제공하는 대출 조건을 재조정하고 손실을 막기 위해 이자율을 인상했다. 특히 씨티그룹, 모간스탠리, JP모간체이스 등 일부 회사는 고수익 투자자들이 지금까지 전통적인 부채 시장에서 지지하기를 꺼려왔던 채권 및 대출 자금 조달 거래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기등급 채권뿐 아니라 투자등급 채권시장에서도 신규 거래는 침체되었다. 지난4월 2일 이른바'미국 해방의 날' 부터 대통령이 관세를 90일간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린9일까지 일주일 사이에 새로운 거래 가격이 단 한 건만 발표되었다.[12] 차입 기업이 무위험 국채와 비교해 지불해야 하는 추가 비용을 측정하는 신용스프레드가 초미의 관심사에 올랐다. 미국 투자등급 이하 BB 등급 회사채와 동일 만기 국채 수익률 차이를 추적하는Ice BofA 하이일드채권 스프레드는 지난주 2년 만에 최고 수준인 4.61%포인트까지 치솟았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유예하기로 발표한 후 약간 하락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고수익 및 레버리지론 대출자의 채무불이행률 예측치를 각각 3%와 3.5%에서 5%와 8%로 상향 조정했다.
그림 3. ICE BofA 하이일드지수 옵션조정스프레드(OAS)
출처: Ice Data Indices via FRED ®, TradingEconomics에서 재인용
2020년 팬데믹 발생에 따른 일시적인 금융 위기 사태는 미 국채시장의‘기능 장애’를 해소함으로써 해결된 바 있다. 이런 면에서 최근 관세 부과에 따른 금융시장의 혼란에서 이러한 기능 장애 해결 방안이 재론되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통상적인 금융 위기 충격의 발생은 이른바‘금융 가속기’(Financial Accelerator) 모형으로 설명된다. 이는 거시경제적 충격이 금융시장의 반응 고리(feedback loop)를 따라 연쇄적으로 전개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자산가격 하락, 마진콜 확대, 디레버리징, 추가적인 자산가격 하락, 더욱 많은 마진콜 발생 등으로 연쇄적이고 자동적으로 강화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13]
여기서 거시경제 충격이 얼마나 큰 것인지가 중요하다. 이번 대규모 관세 부과는 거의 모든 교역 상대국과 산업 부문에 대규모의 영향을 준다는 점, 금융시장에서 예상하지 못한 정도로 강력하게 부과되었다는 점, 미국이 세계 무역시스템에서 체계적으로 분리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볼 때 정책 충격의 규모가 대단히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충격은 투자자들로 하여금 기업 실적, 경제의 생산성 추세 그리고 글로벌 경제 통합에 대한 전망을 근본적으로 수정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전망의 수정은 자산 매도를 촉발하게 된다. 게다가 올해 초반까지만 해도 세계 경제의‘연착륙’ 전망과 생성형AI 기술에 대한 기대 등으로 행복감에 도취되어 위험자산시장의 밸류에이션이 역사적인 기준으로 매우 높은 수준이었기 때문에, 자산 가격 하락폭과 연쇄반응이 더욱 클 수 있는 조건이었다.
이러한 연쇄적인 반응을 중단시킬 수 있는 것은 바로 정책적 개입, 이른바‘금융 풋’(financial put)이다. 이는 투자자들이 원치 않는 시장의 변동성을 상쇄하기 위해 활용하는 풋옵션처럼, 중앙은행이나 정부가 과도한 위험자산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매우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일반적인 약속을 일컫는다. 실제로 눈에 보이지 않는 정책 조정 신호뿐 아니라, 무질서한 시장의 하락을 막기 위한 유동성 지원 및 직접적인 자산 매수도 포함된다. 물론 근본적인 위험이나 불확실성의 완화를 위한 조정과 협상이 뒤따라야 한다.
이번 관세 부과 사태에서도 일시적인 완화 방편으로 상호관세의 90일 유예와 협상 진행 의지, 금융시장 백스톱 조치에 대한 약속이 제시되었다. 따라서 아직 금융 위기가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채권시장의 발작이 이러한 위기 발생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관세 충격은 단순한 무역 분쟁이 아니라 진행 중인 거시금융 충격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14]
과거 팬데믹 사태로 인한 미 국채 시장의‘기능 장애’ 사태에서는 시장 유동성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악화되었다. 자금 압박에 직면한 투자자나 아예 위험이 없는 현금을 보유하기를 원하는 투자자들의 미 국채 매도에 따른‘현금 확보 경쟁’이 문제였다. 개방형 채권 뮤추얼펀드와 헤지펀드는 증거금 요구나 투자자 환매에 대응하기 위해 현금이 필요했고, 결국 가장 유동성이 높은 유가증권인 미 국채를 매도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막대한 매도 압력은 사회적 격리 상황에서 중개업체의 유동성 공급 능력이나 의지를 훌쩍 뛰어넘었다.
이로 인한 국채시장의‘기능 장애’는 연준이 유동성 공급을 위해 막대한 양의 국채를 매입하기 시작하자 해소되기 시작했다. 앞서 연준은 2012년 3차 양적완화(QE3) 당시 매달 8,000만 달러 규모의 장기 국채를 매입했는데, 2020년 3월 25일 한 주간 약 3,600억 달러 규모의 국채를 매입했다 .연준은 또한 채권시장의 기능 정상화와 통화정책의 효과적인 전달을 위해 필요한 규모의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 매입을 약속했다. 이러한 중앙은행의 자산 매입은 당시 통화정책 목표에 부합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중앙은행이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이라는 이중 과제 달성과 상충되는 시기에 국채 매입에 나서야 할 때는 곤란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극단적인 이해상충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연준은 사전에 국채시장의 회복탄력성을 강화하기 위한 규제 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그 한 가지 대책으로써 SLR 규제 완화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다만 SLR 규제 완화만으로는 국채시장의 중개 기능을 대폭 개선하여 스트레스 상황에서의 회복탄력성을 강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미국 국가 채무 규모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도 상황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중앙청산시스템과 단기자금시장 안정용인 스탠딩 레포 퍼실리티(SRF) 인센티브, 유동성 불일치와 투자자 레버리지를 줄이기 위한 더욱 강력한 규정과 감독 또한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15]
최근 브루킹스 연구소의 경제전문가들이 제출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채권시장에서 헤지펀드가‘베이스 거래’에 참여할 때 시장의 상황이 악화되면 문제가 될 수 있다.[16] 실제로 4월 2일 관세 부과 이후 채권 금리 급등의 일부 원인이 헤지펀드의‘베이시스 거래’ 청산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앙은행은 중개업체의 거래 수용 능력을 확대하여 시장의 유동성을 유지하고, 필요할 때 헤지펀드와 같은 시장 참여자에 대한 직접 대출을 할 수 있는 제도의 마련, 중앙청산거래 의무화와 마진 요건 부과 등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적 백스톱이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 이는 2020년 3월 채권시장의‘기능 장애’ 사태 때 중앙은행의 직접적인 대규모 국채 매입을 통한 위기 진화 경험으로 확인된 것이다.
그림 4. 기관별 미 국채선물 순매매포지션
출처: Commodity Futures Trading Commission, 브루킹스 보고서에서 재인용
‘베이시스 거래’란 현물 국채 매수 포지션과 국채선물 매도 포지션을 교환하는 차익거래를 말한다.[17] 이는 헤지펀드가 일부러 만든 거래가 아니라 신용 시장에서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뮤추얼펀드, 연기금, 보험사, 자산운용사 등은 수십 년 후 은퇴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장기 부채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러한 기간 동안 금리 또는 듀레이션에 대한 위험 노출이 유사한 자산을 매수하고자 한다. 이러한 전통적인 위험 헤지 전략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대량의 국채 선물을 매수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때 누군가는 거래 반대편에서 개입해야 하며, 이 때 헤지펀드와 증권사들이 거래 상대편으로서 국채 선물을 매도하는 동시에 현물을 매수하여 포지션을 헤지해 준다. 그 대가로 헤지펀드는 현물 채권과 선물 계약 간의 스프레드에서 이익을 얻는다. 이러한 선물 계약과 기초 자산인 국채의 가격 차이를 ‘베이시스’라고 한다.
헤지펀드는 최대 100배에 이르는 레버리지를 이용하여 이들 포지션의 가격 차이에서 이익을 취하고자 한다. 현재 베이시스 거래의 규모는 약 8,000억 달러에 이르러 헤지펀드 프라임 브로커리지 잔액 2조 달러 중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헤지펀드는 커다란 수익을 창출하지만, 또한 이를 통해 자금시장의 활성화에 기여한다.
하지만 이러한 베이시스 거래의 문제는 외생적인 충격이 발생할 경우다. 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마진콜 압박에 노출되거나 다른 거래에서 손실이 발생하여 투자자 자금회수가 대규모로 이루어지면 포지션 청산 압력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헤지펀드가 보유한 고레버리지 현물 국채 매수 포지션이 빠르게 청산될 수 있는 것이다.
위기 상황에서 이러한 물량을 중개업체들이 받아내려면 쉽지 않기 때문에, 2020년 위기 상황에서 연준이 일일 1,000억 달러에 달하는 국채 매입 조작을 단행해야 했다. 이러한 일시적인 시장 개입은 전반적인 통화정책 운용에 포함되어, 연준은 2022년 중반까지 국채와 MBS를 4조 달러 이상 보유하게 됐다.
브루킹스의 전문가들은 이런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연준이 단순히 현물 국채와 MBS를 매입하는 것을 넘어서야 한다고 조언한다.[18] 단순 국채 매입은 자금시장 안정화를 위한 정책적인 노력이지만, 결국 장기금리를 낮추기 위한 금융자산 매입을 일컫는‘양적완화’와 유사한 정책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좀더 정밀한 외과수술과 같은 대응 방식, 즉 헤지펀드가 헤지한 현물 국채 매수/국채 선물 매도 포지션 자체를 반대로 청산해주는 완전한 헤지 대응 방식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헤지펀드 구제와 같은 도덕적 해이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지만, 오히려 이런 방식이 무차별적인 국채 매수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브루킹스 전문가들은 나중에 시장이 기능이 회복되었을 때 중앙은행이 해당 증권 포지션을 사전에 청산하도록 요청하는 방안도 더불어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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