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이하 ‘아태’) 전역에서 지속가능성 공시가 속속 의무화되고 있다. 이에 각 조직은 새롭게 도입되는 요건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첫째는 검증 가능한 수준의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새로운 과제이며, 둘째는 이를 토대로 장기적인 보고 및 경영 인사이트 창출 역량을 동시에 구축해야 하는 장기적 과제이다.
대다수 조직은 기존의 재무 공시를 통해 구축한 경험과 체계를 활용할 수 있지만, 지속가능성 공시는 전혀 다른 특성과 복잡성을 내포한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데이터는 공급망 전반에서 다양하게 생성되고, 이를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수집·분석하려면 재무 보고와는 다른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많은 조직들이 전문 인력과 자원이 부족해 현실적 제약이 크다. 이에 따라 본고는 효과적인 지속가능성 공시에 필요한 인적 자원, 프로세스, 운영모델을 종합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규제 대응을 넘어, 향후 기업이 지속가능 경영을 경쟁 우위로 전환하기 위한 핵심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CFO들을 위한 『딜로이트 지속가능성 공시 가이드』 시리즈
『딜로이트 지속가능성 공시 가이드』 시리즈는 아태 지역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베이에 기반해, 조직이 규제 준수와 함께 효율적이고 장기적인 지속가능성 보고 역량을 구축하기 위해 반드시 고려해야 할 핵심 요소들을 다룬다.
제1편. 기업의 지속가능성 공시를 이끄는 CFO
제2편. 성공적인 지속가능성 공시를 위한 CFO의 필수 요건
제3편. 지속가능성 공시로 가치 창출하는 CFO
제4편. 지속가능성 공시 대비 내부 운영모델 청사진
제5편. 지속가능성 공시 대비 데이터 기반 구축
제6편. 지속가능성 공시 대비 통제 및 거버넌스
지속가능성 공시 운영모델의 복잡성 해소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에 대한 사회적 기대가 높아지고 외부의 검증 또한 엄격해짐에 따라, 기업들은 새로운 공시 요구사항을 신속하고도 높은 수준으로 충족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지속가능성 공시는 단순한 규제 준수에 그치지 않고, 규제 당국, 투자자, 이사회가 지속가능성을 기업 전략과 거버넌스의 주변부에서 핵심으로 이동해야 하는 전환점에 맞닥뜨렸음을 의미한다.
딜로이트가 실시한 아태 지역 CFO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미 재무 의사결정 과정에 지속가능성 요소를 반영하고 있다는 응답자가 절반을 넘었다. 그러나 반복 가능한 공시를 위한 전담 팀과 프로세스는 이제 막 구축 단계에 있으며, 지속가능성을 운영 모델에 통합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는 비율은 40%에 그쳤다. 실제로 지속가능성이 운영 모델에 완전히 내재화되었다고 답한 비율은 6%에 불과했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의미다.
재무 공시 모델은 이미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고 그 구조와 실행 방식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그러나 지속가능성 공시는 전혀 다른 요구조건을 충족해야 하며 때로는 완전히 생소한 요구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특히 여러 관할권에 걸쳐 공시해야 할 경우 공시 범위와 복잡성이 커지기 때문에, 공시 내용에 무엇을 포함할지에 대한 명확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동시에 새로운 유형의 데이터, 분석, 주제들이 등장하면서 이를 다룰 수 있는 전문적 역량, 기술, 도구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실제로는 이를 충족할 자원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제 데이터 수집 범위는 사업 부문 전반과 공급망까지 확대됐기 때문에, 데이터 수집 과정에서 긴밀한 조정과 변화 관리가 필요하다.
의무 공시와 검증에 대한 기준이 높은 데다 중대한 허위 기재에 제재 위험까지 있으므로, 데이터·프로세스·공시 전반에 걸친 강력한 내부 통제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이에 따라 대다수 기업들은 첫 번째 공시 주기에서 무엇보다 규제 준수 달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기대 수준이 상승하고 규제 요구가 강화되는 추세이므로, 장기적으로 반복 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으며, 효율적인 공시 모델을 구축해야만 새로운 규제 환경에 성공적으로 적응할 수 있다.
[그림 1: 지속가능성 공시 운영모델을 이행하려면 전사적으로 모든 부서의 참여가 필요]
출처: Deloitte analysis
지속가능성 공시 운영모델 수립을 위한 첫 단계는 책임과 주도 역할 정립
지속가능성 공시는 이해관계자 소통의 영역에서 자발적으로 시작됐지만, 이제는 재무 거버넌스의 핵심 사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에 따라 CFO와 재무팀의 책임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지속가능성, 재무, 리스크 전반에 걸쳐 공시 요구가 확대되면서, 리더십과 책임성을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
딜로이트의 2024년 ‘ESG 벤치마크’ 조사에 따르면, 지속가능성 보고에 대한 1차 책임을 CFO가 맡는 기업이 32%, 최고지속가능성책임자(CSO)가 맡는 기업이 16%를 각각 기록했다. CFO와 CSO가 공동 책임을 맡는 비율은 16%를 기록했다.
CFO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공시 운영모델을 주도하기에 적합한 위치에 있다[그림 2]. CFO와 재무팀은 신뢰할 수 있는 공시를 준비하는 과정에 익숙하고, 외부 감사인과 협업 경험도 풍부하다.
• 재무팀은 강력한 데이터 관리·분석·보고 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핵심 역량을 갖추고 있다.
• 리스크 관리, 성과 평가, 감독 기능을 이미 수행하고 있기에 이를 바탕으로 지속가능성 공시를 기존 프레임워크에 효과적으로 통합할 수 있다.
• 재무 리더들은 검증을 뒷받침하는 데 필요한 내부통제 기준, 시스템, 문서화 요건을 깊이 이해하고 있다.
이사회와 투자자들은 CFO가 지속가능성 리스크와 기회가 가져올 재무적 파급효과를 책임지고 관리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CFO의 리더십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보다 광범위한 협업 없이는 성공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따라서 CSO는 앞으로도 지속가능성 전략 수립, 자문, 실행 측면에서 중요한 책임을 이어갈 것이며, CFO와의 협력적 리더십 모델을 운영해야 한다.
출처: Deloitte analysis
지속가능성 공시 운영모델의 핵심 구성 요소
대다수 CFO들은 여전히 새롭게 도입된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에 적응하는 중이다. 이미 다양한 우선순위와 확대된 책임을 동시에 떠안게 되어, 우선적으로 규제 준수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만 집중하기가 쉽다. 그러나 공시 요구가 일회성에 그치는 것이 아닌 데다 지속가능성 목표도 높아지는 만큼, 즉각적인 규제 준수만을 목표로 삼아서는 안 되고 그 이상을 내다보며 장기적 가치 창출의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
다만, 첫 번째 공시를 경험한 기업들의 사례를 보면 지속가능성 공시는 고도의 복잡한 노력이 요구되는 과제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가능성 리스크와 기회를 효과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필요성이 커짐에 따라, 효율적인 공시 모델을 구축하는 것은 향후 기업 성과를 좌우하는 핵심 과제로 자리잡고 있다.
운영모델이란 본질적으로 특정 결과를 달성하기 위해 사람, 자원, 역량을 어떻게 조직하는지를 의미한다. 효과적인 공시 운영모델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자원, 조직 전반에 걸친 명확한 역할과 책임 정의, 지속가능성 관련 지식과 역량의 강화, 이를 뒷받침하는 데이터·통제·시스템 역량과의 연계가 필요하다.
지속가능성 공시 운영모델을 구축하는 것은 단순히 조직도를 작성하고 프로세스를 업데이트하는 작업에 그치지 않는다. CFO는 구체적인 요구 사항을 면밀히 검토하고, 이를 조직의 상황과 전략적 목표에 맞춰 정교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그림 3: 지속가능성 공시 운영모델의 복잡성 해소]
출처: Deloitte analysis
지속가능성 공시 운영모델을 주도하는 리더십이 갖춰야 할 세부 사항
지속가능성 공시를 주도하는 리더십 책임을 규정할 때 논쟁의 소지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관련 역할과 책임에 대해 조직 내 여러 부서간 경계를 명확히 규정하기 어려워지면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 때로는 이 과정에서 상충하는 우선순위, 자원 소유권, 리더십 가시성과 같은 내부 역학 요인들이 작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공시 리스크와 보고 부담을 명확히 이해하려면 의무적 공시를 위한 전략 및 실행과 지속가능성 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 및 실행을 구분해야 한다.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조직은 소유권, 의사결정, 거버넌스를 명확히 정렬할 필요가 있다.
전략적 지속가능성 아젠다 설정
지속가능성 이슈는 현시대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을 수 있으며, CEO와 경영진, 이사회도 지속적으로 최우선 의제로 다루고 있다. 그러나 많은 리더들은 다음과 같은 전략적 선택에서 발생하는 긴장과 상충 관계를 조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 오늘의 수익 vs. 내일을 위한 투자
지속가능성 관련 위험과 기회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투자하면서도, 단기 수익 달성을 계속 병행하기 위해 균형을 맞춰야 한다.
▶ 따르기 vs. 선도하기
높은 리스크를 수반하는 선제적 행동과 지속가능성 리더십을 추구할 것인지, 아니면 안정적이고 검증된 접근법을 선택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 경쟁 vs. 협력
산업 전반의 변화를 파트너 기업들과 협력하여 대응할 것인지, 아니면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단독으로 추진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 점진적 변화 vs. 혁신적 변화
기존 전략과 운영을 근본적으로 재편하여 변화를 가속화할 것인지, 아니면 보다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접근을 통해 변화를 추구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 제한적 이해관계자 중심 vs. 광범위한 이해관계자 중심
일부 핵심 이해관계자에 대응하는 선제적 변화를 추진할 것인지, 보다 폭넓은 집단의 관심과 지지를 얻는 포괄적 변화를 추구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명확한 정답은 없다. 이러한 선택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며, 각각의 대안이 모두 매력적인 결과를 제시할 수 있는 어려운 결정이다. 향후 방향을 결정하기 위해 리더들은 지속가능성 전략 전반에 대한 포괄적 관점을 수립하고, 이러한 전략적 선택이 가져올 파급 효과와 의미를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그러나 지속가능성 전략은 단독으로 추진할 수 없다. 조직은 지속가능성을 전반적인 전략과의 연계성, 적합성, 일관성 속에서 고려해야 하며, 이러한 전략적 접근 방식은 지속가능성 보고에도 반영되어야 한다.
지속가능성 공시를 위한 새로운 역할과 책임 정의
새로운 공시 프레임워크를 구축하는 과정에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CFO는 운영모델의 구현 단계와 지속적 보고 모두에 필요한 자원을 확보해야 하며, 그 출발점으로 재무 공시에 기반을 둔 핵심 팀을 구성해 초기부터 준수와 검증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지속가능성 이슈는 조직의 경계를 넘어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단순히 보고 업무를 배정하는 것만으로는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 부서간 책임 전환, 명확한 책임 소유, 새로운 역량 확보가 필수적이다. 또한 CFO는 적절한 자원 확보 외에도 다음과 같이 조직 내에서 비즈니스 전반의 지원 확보, 인식 제고, 부서간 조정 등 조직 내 정합성 확보에도 주력해야 한다.
관련 업무에 적합한 역량 확보
조직은 각 업무와 역할에 맞는 적절한 전문 역량(skill)을 확보해야만 지속가능성 보고의 정확성, 효율성, 실행력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다. 지속가능성 전문가는 많지 않으며, 보고 요구사항을 충족할 수 있는 전문가는 더욱 귀하고, 재무·데이터·보고 전문가 중에서도 지속가능성 경험을 가진 인력은 드물다.
이러한 하이브리드형 지속가능성 보고 역량은 공급이 부족하여, 많은 조직이 역량 격차로 인해 보고 품질과 효율성에 제약을 받고 있다. 따라서 CFO는 인재 확보부터 업무 설계까지, 신중하고 체계적으로 자원을 배치해야 한다.
지속가능성 공시 운영모델의 출발점
지속가능성 공시를 처음 시작하는 조직과 이미 경험이 있는 조직 모두 운영모델을 명확히 수립해야 견고하고 반복 가능한 결과를 확보할 수 있다. CFO는 전략적 관점에서 접근하여 현재의 규제 준수 요구사항을 충족함과 동시에, 장기적으로 기업 리스크 관리 및 전략 프로세스와 통합할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CFO가 주도하는 지속가능성 공시 운영모델
공시의 품질은 점차 조직의 거버넌스와 리스크 관리 역량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가 되고 있다. 나아가 이는 장기적인 가치 창출 잠재력을 평가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따라 이사회와 투자자들은 CFO에게 지속가능성 보고의 리스크, 기회 및 재무적 영향에 대한 리더십과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규제 준수 기한을 맞추거나 장기적 가치를 창출하고자 하는 CFO가 취할 수 있는 첫 단계는 효과적 운영모델을 구축하는 것이다. 운영모델의 기본 요소가 마련되면, 팀은 규제 준수 부담을 줄이고, 효율적이며 반복 가능한 프로세스를 구현하며, 보고를 통한 인사이트 가치를 강화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 CFO는 이를 통해 지속가능성을 경쟁 우위의 원천으로 전환하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