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남은 기간 연준의 정책 경로에 큰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는 변수는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된 케빈 워시 전 이사의 행보이다. 워시 지명자는 앞서 미국 기준금리가 너무 높다는 주장을 해왔다. 금융시장이 3월 FOMC 전까지 올해 연준이 두 차례 금리인하 가능성이 있다고 본 중요한 근거 중 하나가 바로 차기 연준 의장의 성향이다.
그러나 FOMC 정책 결정은 연준 의장이 단독으로 내릴 수 없으며 회의에서 투표권을 가진 위원들 과반수 합의로 이루어진다. 현재 위원들의 성향은 중립 및 강경파 비중이 우세하기 때문에, 연준 의장의 리더십과 경제적 여건, 즉 행운이 필요하다.[12]
FOMC 멤버들 중 ‘초비둘기파’ 스티븐 미란 외에 가장 강한 온건파는 크리스토퍼 월러와 미셸 보우먼 이사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최근 발언을 보면 이들 두 위원은 반드시 금리인하가 임박했다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에 의존할 것이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월러 이사는 1월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강력하게 나오자 차기 회의에서 금리동결을 지지할 수도 있다고 발언했다. 2월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약했지만 그는 동결에 힘을 실었다. 월러 이사는 관세가 물가에 미치는 위험은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여전히 비둘기파라고 할 수 있다.
보우먼 이사의 경우 올해 1월 금리 동결 결정을 지지한 뒤 고용시장이 안정화되는 조짐을 보인 데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소 높게 나온 것 때문에 신중한 속도의 금리 조절을 선호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는 또한 정부 셧다운으로 인해 통계적 잡음이 의미 있는 신호를 감소시켜 데이터 기반 정책 결정을 방해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보우먼 역시 강경한 비둘기파라고 할 수는 없다.
나머지 위원들 중 필립 제퍼슨 연준 이사는 노동시장의 하방 위험을 크게 보는 반면, 마이클 바와 리사 쿡 이사는 안정 목표치를 웃도는 인플레이션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입장이다. 특히 쿡 이사는 현재 고용과 물가에 대한 연준의 책무 중에서 물가 위험이 높은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보며, 이에 따라 금리를 장기간 동결하는 쪽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FOMC 멤버인 지역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들도 매파적인 기조를 보이는 인물이 많다.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안정화되고 있는 노동시장보다는 과도하게 높은 인플레이션을 훨씬 더 우려하고 있다는 입장을 최근까지 밝혔다. 그는 현행 정책금리가 중립 수준이라고 본다. 이러한 견해는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도 공유하고 있다. 로건 총재는 지난 2월 금리가 중립 범위에 있다고 판단하며, 이러한 금리 수준에서 인플레이션이 노동시장의 불균형 없이 2%로 회복될 것으로 낙관한다고 말했지만, 또한 물가 압력이 2%까지 완전하게 하락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진정된다면 올해 후반에 한두 차례 금리 인하가 적절할 수 있다는 비둘기파 입장이다. 하지만 그 역시 중동 전쟁으로 인해 금리 인하를 장기간 중단해야 할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본다. 카시카리 총재는 현 기준금리가 중립적인 수준에 가까우며, 에너지 비용 상승은 인플레 악화 위험과 동시에 신뢰도와 소비에 충격을 가할 수 있어 상충되는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어 관망하는 입장이다.
시카고 연은 총재 오스틴 굴스비는 고용시장이 약화되는 동시에 인플레이션 위험이 다시 등장하는 현 상황에서 중앙은행은 마땅한 선택지가 없다는 유보적 입장이다. 그는 유가 상승에 따른 충격 등이 겹치면서 소비자와 기업이 연준의 인플레 억제 능력을 믿지 않게 될 위험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온건파는 아니다.
워시 의장 체제가 시작된다면 연준의 정책 운용 방식은 보다 미래지향적인 형태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워시 지명자가 강조하듯이 인공지능(AI)이 생산성을 극적으로 높여 디플레이션 효과를 낸다면, 연준은 앞서 이러한 상황을 예상하고 사전에 대응해야 할 수 있다. 하지만 당장 그가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6월 FOMC 회의부터 이러한 주장에 다른 정책 위원들의 동의를 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이 시점까지 인플레이션 압력이 줄어드는 조짐이 나타나는 데 있다.[13]
정책위원들 사이에서 러더십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는 당장은 현 금리 수준이 적절하지만 인플레이션이 둔화되면 추가 금리인하를 지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관건은 관세 충격으로 인해 예상보다 높게 지속되는 것으로 보이는 PCE 물가가 올해 중반 이후 점차 약화될 것인지 여부에 달렸다.
한편 워시 후보자에 대한 미국 상원의 인준은 법무부의 파월 의장에 대한 수사로 인해 지연되고 있다. 공화당의 톰 틸리스(노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이 법무부 수사와 엮어 인준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원은 파월 의장을 상대로 한 법무부의 소환장 발부를 무효로 결정했지만, 법무부가 이를 재고해 달라고 판사에게 요청한 상태이다.
파월 의장의 의장직 임기는 5월 15일까지인데, 워시 후보자 인준이 지연되면 규정대로 파월 의장이 의장 직무를 계속 수행해야 한다. 파월 의장의 이사직 임기는 2028년 1월까지인데, 이 임기를 다할 것인지 여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