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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란 전쟁과 에너지 위기 가능성

🌎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 3월 1주차

딜로이트 글로벌 이코노미스트의 최신 경제 뉴스와 트렌드 분석

안녕하세요. 딜로이트 인사이트는 글로벌 경제 및 산업 구도에 영향을 주는 주요 이슈에 대한 인사이트를 소개하고 최신 경제산업 데이터와 그 함의를 분석한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를 매주 금요일에 발행합니다.

딜로이트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 아이라 칼리시(Ira Kalish) 박사를 비롯한 딜로이트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네트워크(DGEN)가 매주 배포하는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를 통해 중요한 세계 경제 동향을 간편하게 파악하실 수 있습니다.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는 국내 유력지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외부 배포되고 있으며, 딜로이트의 풍부한 경제·산업 인사이트를 전달하는 플랫폼의 기초 콘텐츠로 자리잡을 것입니다. 많은 관심 및 활용을 부탁드립니다.

딜로이트는 ‘2026년 글로벌 경제 전망’에서 2026년 주요 잠재위험으로 공급망 불안, 에너지 가격 급등, 지정학적 분열을 거론한 바 있다.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 역시 매년 지정학적 불안을 주요 위험으로 꼽아왔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불길한 예측이 적중했다.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정권 붕괴까지 예상하는 전격 공습 작전에 나서자 이란이 생존을 걸고 격렬하게 반격에 나서면서 주변 중동 지역 전체에 전쟁의 불길이 치솟았다.
이에 따라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주식 가격은 하락했다. 안전 자산으로 도피에 따라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 가운데 지정학적 불확실성 고조는 귀금속 가격 상승세를 유발했다. 채권 가격은 에너지 가격 인플레이션 우려로 인해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아직 전쟁의 초기이고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고 있어 상황이 매우 유동적이란 점을 감안하면서, 이번 전쟁의 배경과 진행 양상 그리고 중동발 에너지 위기의 현실화 가능성에 대해 살펴보자.
1. 전쟁 장기화 전망과 지속되는 금융시장 변동성
현재 중동 정세는 매우 유동적이어서 상황의 전개를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전쟁이 단기간에 끝날 가능성은 없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행정부 당국자들이 밝힌 것처럼, 군사 작전은 최소 4주 이상 지속될 수 있다. 이 기간 동안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전개되고 이에 따른 금융 시장의 변동성은 충분히 예상된다.
군수 물자의 소진과 군사적 피로가 쌓이면서 대규모 군사 행동은 줄어들겠지만, 개별적인 충돌은 계속될 것이며 상호 약점이 드러나게 되는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경우 충격파가 강해질 수도 있다.
이란을 중심으로 중동 지역의 전운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주로 해상 물류와 유가를 통해 드러나게 될 것이다. 특히 국제 유가가 얼마나 높은 수준으로 오랫동안 지속하느냐가 관건이다. 고유가 상황이 장기 지속될 경우 세계 경제 성장률을 끌어내리고 인플레이션 압력을 상승시키는 ‘스태그플레이션 충격’을 줄 수 있다. 현재 전 세계 석유 흐름의 약 3분의 1, 천연가스 흐름의 5분의 1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얼마나 오랫동안 봉쇄되거나 수송 차질을 빚을 것인지가 국제 유가의 향방을 가를 변수다.
이번 미국-이스라엘의 이란에 대한 공격으로 이란의 정치 체제가 어떻게 변화할지, 이로 인해 중동 정세와 세계 질서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도 주목거리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 작전 초기에는 공개적으로 이란 정권 교체 의지를 밝혔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황에 맞게 판단을 바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 이란의 에너지 영향력과 호르무즈 해협의  중요성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이란은 2023년 기준 석유수출국기구(OPEC) 중에서 네 번째로 큰 원유 생산국이며, 2022년 기준 세계 세 번째로 큰 천연가스 생산국이다. 이란은 막대한 원유 및 천연가스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2023년 기준 세계 3위의 원유 매장량과 2위의 천연가스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 2023년 말 기준, 이란은 중동 지역 원유 매장량의 24%, 전 세계 원유 매장량의 12%를 각각 차지한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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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2024년 세계 최대 석유 및 천연가스 확정 매장량 보유국

*석유 매장량은 원유, 콘덴세이트, 천연가스액체(NGLs), 오일샌드 포함.
출처: Oil & Gas Journal(Dec. 2023), EIA 재인용. 딜로이트 인사이트

이처럼 풍부한 매장량을 가진 이란이지만 생산량은 계속되는 국제 제재와 투자 부족 등으로 인해 제한되며, OPEC 회원국이지만 OPEC+ 감산 합의에서 예외로 인정된다. 이란은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으로 원유 수출을 늘리면서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원유 생산량을 하루 약 100만 배럴(b/d) 수준으로 늘렸다. 미국은 이에 대응하여 2024년 4월 이란산 원유 구매에 관련된 항만, 선박, 정유 시설까지 제재를 확대했다. 이란은 모든 석유 제재가 해제된다면 원유 생산량은 최대 생산 능력인 일일 380만 배럴까지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
이란은 전 세계의 주요 무역 선박이 매일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 북쪽 해역을 장악하고 있다. 남쪽 아랍에미리트(UAE)와 오만 해역을 사이에 둔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 아라비아해를 연결한다. 길이는 167km에 달하며 초대형 유조선이 통과할 수 있을 만큼 깊고 넓지만, 가장 좁은 곳은 폭이 33km 정도이고, 대형 화물선의 항로 일부 구간은 폭이 3km밖에 되지 않는다.
이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공해(오만만, 아라비아해, 인도양)를 연결하는 유일한 통로이기 때문에, 해협이 막히면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이라크·이란·UAE 등 중동 석유 수출이 사실상 차단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사우디의 원유 및 콘덴세이트 수출량은 2024년 기준 호르무즈 해협 전체 원유 수송량의 38%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3]

그림 2. 호르무즈 해협과 아라비아 반도

출처: 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딜로이트 인사이트

2025년 상반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원유 및 콘덴세이트의 89%가 아시아 향이었으며 중국, 인도, 일본, 한국이 주요 목적지로 이들 국가가 전체 물동량의 74%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및 콘덴세이트 수입량은 일일 40만 배럴 정도로, 이는 전체 수입량의 약 7%를 차지하고 미국 소비량의 약 2%에 해당하는 것이다. 또한 전 세계 LNG 교역량의 20% 이상인 일일 114억 입방피트(Bcf/d)의 LNG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으며, 이 중 대부분이 카타르 수출 물량이다. LNG의 최대 목적지는 중국으로, 중국 LNG 수입 물량의 약 3분의 1이 호르무즈 해협으로 통해 이동한다. [4]
3. 유가 100달러, 관건은 지속성
골드만삭스의 분석가들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 물동량이 앞으로 5주 동안 현재와 같은 꽉 막힌 상태를 유지할 경우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5]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원유 가격에 배럴당 18달러의 실시간 위험 프리미엄이 붙을 것으로 추정되며, 물동량이 50% 정도만 줄어들 경우 위험 프리미엄은 4달러 수준까지 완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은 또 해협의 가스 공급이 한 달 동안 중단되는 시나리오에서 TTF(유럽)와 JKM(동북아) 벤치마크 천연가스 가격이 130% 상승하여 메가와트시(MWh)당 74유로(백만BTU(mmBtu)당 25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림 3. 유조선 운항이 끊긴 호르무즈 해협

출처: Kpler MarineTraffic(2026.03.04 현재)

바바클레이스와 같은 투자은행은 이미 현재 상황은 실질적인 공급 차질에 직면한 것과 같다면서 브렌트유 현물 가격이 배럴당 120달러를 넘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번스타인은 올해 브렌트유 전망치를 배럴당 65달러에서 80달러로 상향 조정하고, 전쟁이 장기화되는 극단적인 경우에는 120~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예상을 내놓았다.
유럽 대륙거래소(ICE)에서 거래되는 브렌트유 선물 3월물(근월물)은 현지시각 3월 5일 새벽에 전날 종가보다 2.6% 오른 배럴당 83.5달러에, 서부텍사스유(WTI) 선물 4월물은 3.5% 넘게 상승한 배럴당 77.2달러를 각각 기록 중이다. 하지만 원유 선물 원월물 가격은 2027년 3월물 이상 만기의 경우 여전히 배럴당 70달러를 밑돌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유가가 하향 안정될 것이란 기대를 반영한다.
유럽의 브렌트유 현물 가격(본선인도가격 기준)은 미국의 이란 공격이 개시되기 직전인 2월 27일에 배럴당 71달러 초반에 거래되었지만, 3월 2일에는 77달러 위로 치솟았다. 앞서 브렌트유는 작년 12월 중순까지 60달러 선이 무너질 정도로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었다.
1990년대 배럴당 20달러이던 브렌트유 현물 가격은 중국과 신흥국의 부상으로 세계경제가 고성장을 구가하던 2000년대 들어서면서 수요 초과 양상을 기반으로 꾸준히 상승해 배럴당 140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40달러대까지 곤두박질쳤다가 다시 2011년부터 3년간 100달러를 오르내리는 강세를 보였다. 이후 셰일 충격과 OPEC의 공급 교란으로 인한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2020년 이후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인한 지정학적 충격으로 다시 100달러 선을 넘어서기도 했지만, 작년 이스라엘과 이란의 12일 전쟁 속에서도 큰 상승 없이 최근까지 하락추세를 보였다.

그림 4. 브렌트유 현물 가격 추이

출처: EIA, 딜로이트 인사이트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이중의 충격을 준다. 당장 해협을 통과하는 기존 수출이 중단될 뿐만 아니라, 세계 석유시장의 수급 균형을 맞추는 수단인 OPEC+의 산유량 조절 정책과 OPEC의 예비 생산능력 대부분 역시 해당 해협이 폐쇄된 동안에는 거의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6]
따라서 당장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물동량 회복 속도와 이란의 보복 강도가 에너지 가격 전망의 핵심 변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해협이 단기간, 약 1~2주 동안 폐쇄되는 것은 세계 경제가 감당할 수 있지만, 3~4주가 넘게 봉쇄될 경우 유가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
JP모간 글로벌 리서치는 전 세계 석유 공급량의 약 5분의 1, 일일 400만 배럴 정도가 당분간 계속 줄어든다면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크게 웃돌 수 있다고 봤다. 이들은 연중 배럴당 80달러 수준을 유지하는 지속적인 위험 프리미엄 시나리오 하에서 올해 상반기 세계 경제(GDP) 성장률이 약 0.6%포인트 하락하고,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포인트 이상 상승할 것이란 분석을 제시했다. [7]
4. 고유가 지속 = ‘스태그플레이션 충격’
단순히 국제통화기금(IMF)의 계산법에 따르면 유가가 10% 상승할 때 세계 GDP 성장률은 약 0.15%포인트 감소하고, 다음 해 인플레이션율이 0.4%포인트 상승한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르면 GDP 성장률은 0.4%포인트 감소하고 인플레이션은 1.2%포인트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충격’이 발생한다. 특히 중동에서 에너지 수입량이 많은 국가, 그 중에서 에너지 비용의 비중이 큰 경제적으로 낙후한 국가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수입 원유의 70%, 수입 액화천연가스(LNG)의 20%를 중동산에 의존하고 있고, 이 중 90%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또한 상대적으로 생산 활동의 에너지 집적도가 높다는 점도 불리한 여건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이 수개월간 봉쇄되는 비관적인 시나리오에서는 중동 두바이유 기준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고, 이 경우 우리나라 올해 경제성장률이 0.3%p 하락하고, 경상수지는 260억달러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을 제출했다. 이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p 높아진다. 특히 미국의 지상군 투입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전개되고 과거 오일 쇼크와 같은 사태가 나타날 경우 유가는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고, 이 경우 우리나라 성장률이 0.8%포인트 하락하고 물가는 2.9%포인트 급등할 것이란 시나리오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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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국제 유가 상승이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

출처: 현대경제연구원, 딜로이트 인사이트

유럽중앙은행(ECB)은 유가가 10% 상승하면 유럽 경제의 인플레이션율이 직접적으로 0.4%포인트 상승하고, 기업들이 비용 증가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면서 이후 3년 동안 간접적으로 0.2%포인트가 추가되는 것으로 추산한다.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유럽은 가스 가격 상승분의 약 10%가 1년 내에 물가에 반영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유가 급등으로 인해 금융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는 줄어들고 있다.
석유 수출국인 미국은 유가 상승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작을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 휘발유 가격 상승은 불안 요인이다. 미국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원유 가격이 10% 오르면 약 5% 상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유권자들이 생활비 부담에 대한 불만이 증가하는 와중에 이러한 휘발유 가격 상승은 중간선거에 악재로 작용한다. 유가 상승으로 인한 물가 압력은 또한 중앙은행의 금리인하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며, 이미 시장에서는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올해 두 차례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를 줄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선언 이후 미국 해군의 호위와 보험료 지원 계획을 내놓으며 충격을 최소화하겠다는 결의를 공언한 것은 이런 요인 때문이다.
과거에도 유가가 단기간 급격히 상승한 뒤 안정을 찾는 경우에는 거시경제적 충격이 완만했다. 따라서 고유가가 장기 지속하지 않는다면 당장 세계 경제에 큰 위협이 되거나 주요국 통화 및 재정정책의 방향을 바꾸는 요인은 아니다. 앞서 JP모간의 분석가들은 경험적으로 에너지 가격이 40~50% 상승해도 기업 심리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향이 있으며, 따라서 경제 성장을 저해할 정도가 되려면 이보다 훨씬 큰 가격 상승이나 보다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군사적 충돌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국제 유가 및 주요 에너지 상품 가격이 단기적으로 급등한 이후 전쟁의 양상이 예측한 대로 흘러가거나 에너지 시장의 수급 전망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면서 가격이 완만하게 조정되는 것이다. 연초까지 국제 기구나 주요 에너지 분석 기관들은 올해 석유 시장의 공급이 초과상태여서 브렌트유가 배럴당 60달러 중반 아래로 완만하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5. 과거 금융시장 반응 패턴과 이번 전쟁의 차이점
최근 몇 년간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에 대한 세계 금융시장의 반응은 익숙한 패턴을 따랐다. 긴장 고조 이후 공개적인 무력 충돌이 발생하면 ‘장기적인 세계 에너지 공급 차질 위험’에 따라 국제 유가가 초기에 급등했다가 빠르게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일례로 작년 6월 이스라엘과 이란 간 ‘12일 전쟁’ 기간 유가는 배럴당 65달러에서 75달러까지 급등했다가, 전투가 중단되자 빠르게 하락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미국 증시에서 뚜렷하게 드러났으며, 저가 매수를 노리는 투자자들은 오전에 주가가 급격히 하락한 뒤 오후 거래에서는 앞다퉈 매수하는 양상이 반복됐다.
이번 미국-이란 전쟁 이후에 국제 유가는 10% 이상 올랐지만, 미국 주가는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달러화지수는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금 시세는 일시 올랐다가 반락했고, 미 국채 수익률은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효과를 감안해 상승했다(국채 가격 하락). 한국 종합주가지수의 경우 이틀 만에 18.4%나 하락했는데, 이는 일본이나 동아시아 주요국 주가지수 낙폭에 비해 매우 큰 폭으로, 그 동안 주가 지수 상승률이 높았던 반작용이 큰 것으로 보인다. 3월 5일 코스피는 크게 반등해 3거래일 낙폭을 10% 정도로 줄이는 모습이다. 금융 위기 이후 처음으로 1,500원을 일시 돌파했던 원/달러 환율도 1,465원까지 내려갔다.

그림 6. 이란 공습 직후 금융자산 가격 변화

출처: ICE, S&P Global, KRX, FRED. 딜로이트 인사이트
하지만 이번 전쟁은 작년의 국지적 분쟁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어 금융시장의 추이를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48시간 만에 종교적 최종 권위자이자 국가 최고지도자 ‘라흐바르’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하자 이란의 반격은 이전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란은 주변 지역 전역의 에너지 시설과 기타 기반 시설에 대한 직접 공격을 감행하고 있으며, 명목상 중립국이자 전쟁에 관여하지 않은 국가들의 목표물도 타격하고 있다. 중동 전역으로 확전을 통해 압도적인 전력을 가진 미국에게 전쟁이 지속되는 부담을 안기려는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시장 분석가들은 이란이 이웃 산유국을 공격하거나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가능성을 우려해왔지만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이러한 극단적인 선택에서 이란이 잃을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걸프 지역 국가들을 숙적인 미국 쪽으로 돌아서게 하고, 주요 석유 구매자인 중국을 자극하며, 나아가 자국의 석유 기반 시설에 대한 공격을 자초할 위험이 있다. 하지만 정권 붕괴 위기에 놓인 이란 정권은 생존을 위해 이러한 위험한 시나리오를 실제로 감행하고 있다.
이란의 미사일은 사우디아라비아 최대 정유 시설, 카타르의 가스 액화 단지, 쿠웨이트의 또 다른 정유 시설, 그리고 아랍에미리트( UAE )의 주요 환승 및 연료 공급 허브인 푸자이라 석유 산업 단지를 타격했다. 사우디와 카타르의 정유 시설은 가동이 중단되었으며, 이스라엘과 쿠르디스탄의 가스전 역시 멈췄다. 사우디의 미국 대사관은 이란이 거대 석유 단지를 조만간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전쟁이 몇 주 내로 종결된다면 금융 시장의 혼란과 경제에 미칠 충격파는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란이 인접국의 석유 생산 및 유통 시설에 상당한 피해를 입히고 호르무즈 해협을 성공적으로 봉쇄한다면 충격은 오래 지속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의 CNN과 인터뷰에서 "처음부터 4~5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보다 훨씬 더 오래 버틸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며 "아직 본격적인 공격은 시작도 안 했다"고 말했다. [8] 이스라엘 전현직 관료들은 이란 신정 체제의 핵심 기반과 이슬람 공화국을 보호하는 혁명수비대를 완전히 ‘해체’하기 위한 긴 군사 공세를 준비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최소한 몇 주 동안 이어질 긴 여정에 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9]
6. 기업이 직면한 주요 리스크와 대응 방안
현 시점에서 기업이 직면한 핵심 리스크는 크게 비용 변동성, 공급망 안정성, 운영 중단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에 대한 기업의 대응 방향은 다음과 같다.
(1) 비용 변동 요인 분석 및 관리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지속될 경우, 유가 및 해상 운임 급등이 동시에 발생하며 기업의 생산비용과 물류비용이 급격히 상승할 수 있다. 에너지 시장 불안정은 기업 현금흐름과 운전자본 구조에 직접적인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
기업은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가능성과 금융시장 변동성에 대비해 국지전부터 전면전까지의 케이스별 재무 임팩트를 시뮬레이션하고 비상 자금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에너지 파생상품 활용 및 비용 구조를 분석하고, 재고자산, 계약조건, 중동지역 투자 자산에 대한 손상차손 및 보험 가입 내역 등을 실시간 검토하는 등 비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항목을 면밀히 관리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제조업은 중동에 대한 높은 원유 의존도를 해소하기 위해 에너지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수 있다.
(2) 공급망 리질리언스 강화
공급망 관리의 핵심은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충격 발생 시에도 생산과 납기를 유지할 수 있는 안정성 확보에 있다. 하지만 현 분쟁 상황에서는 중동을 경유하는 물류의 마비와 원자재 수급 리스크가 상존해 있다. 우선 핵심 원자재 및 부품 조달 경로를 점검하고 중동 경유 물류 경로의 폐쇄에 대비한 대체 루트(대체 공급선, 항공운송 등) 확보가 필요하다.
공급망 가시성(visibility) 확보 또한 중요하다. 1차 협력사 너머의 하위 공급망까지의 불투명성을 해소해야 리드타임 지연에 적시 대응할 수 있다. 실시간 물류 데이터와 지정학적 뉴스를 결합하여 공급망 병목을 사전에 예측하는 관제센터 구축 등이 공급망 리스크 모니터링에 도움이 될 수 있다. [10]
(3) 운영 중단 리스크 완화
전면전 확산과 장기화되는 지정학적 갈등, 에너지 위기는 단순한 시장 변동을 넘어 기업의 핵심 운영을 위협하는 복합 리스크로 작용한다. 물류 차질, 현지 사업장의 운영 중단 등은 기업의 핵심 업무를 마비시킬 수 있다. 지정학적 갈등과 에너지 수급 불안, 금융시장 변동성이 동시에 확대되는 환경에서는 국가 지원형 해킹 조직이 에너지, 금융, 제조 등 주요 기간 산업 기업을 대상으로 사이버 공격을 시도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최근에는 AI 기술을 활용한 자동화 공격도 증가하면서 공격의 속도와 정교함이 동시에 강화되는 추세다. 이 모든 여건이 기업의 운영 중단 리스크로 귀결될 수 있다. [11]
따라서 비즈니스 연속성(Business Continuity) 붕괴 가능성에 대비한 전사적 대응 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다. 초기 비상 대응 계획, 장비 및 인프라 복구 계획, 핵심 인력 확보 계획, 사이버 보안 강화 전략, 비상시 고객 대응 전략, 긴급 물류 조달 계획 등 기업 핵심기능별 위기 대응 체계가 위기 발발 이전에 구축되어야 한다. [12]
글로벌 경제가 초불확성 시대에 진입한 지금, 지정학적 리스크는 기업의 ‘외부 변수’가 아닌 전략의 핵심 요소다. 기업 경쟁력은 단순한 비용 효율성이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도 비즈니스를 지속할 수 있는 회복탄력성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1] 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Country Analysis Brief: Iran”, Oct. 10, 2024
[2] Ibid.
[3] 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World Oil Transit Chokepoints”, Mar. 3, 2026
[4] Ibid.
[5] MarketWatch, “Oil could hit $100 if volumes from this key passageway don’t ramp soon, says Goldman Sachs,” Mar. 4, 2026
[6] Reuters, “Oil prices to remain high for days with Strait of Hormuz in spotlight, analysts say,” Mar. 2, 2026
[7] J.P. Morgan, “U.S.-Israel military operation against Iran: Are markets on edge?”, Mar. 3, 2026
[8] Financial Times, “Donald Trump struggles to explain why he launched another Middle Eastern war,” Mar. 3, 2026
[9] Financial Times, “Israel expects weeks-long war against Iran,” Mar. 4, 2026
[10] Deloitte, “2026 Manufacturing Industry Outlook”, Nov. 13, 2025
[11] Deloitte, “2024 Deloitte-NASCIO Cybersecurity Study”, Sept. 30, 2024
[12] Deloitte Insights, “기업의 생존을 결정 짓는 위기 대응 역량”, Apr. 28, 2025

Deloitte Insigh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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