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로이트 인사이트는 글로벌 경제 및 산업 구도에 영향을 주는 주요 이슈에 대한 인사이트를 소개하고 최신 경제산업 데이터와 그 함의를 분석한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를 매주 금요일에 발행합니다.
딜로이트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 아이라 칼리시(Ira Kalish) 박사를 비롯한 딜로이트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네트워크(DGEN)가 매주 배포하는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를 통해 중요한 세계 경제 동향을 간편하게 파악하실 수 있습니다.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는 국내 유력지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외부 배포되고 있으며, 딜로이트의 풍부한 경제·산업 인사이트를 전달하는 플랫폼의 기초 콘텐츠로 자리잡을 것입니다. 많은 관심 및 활용을 부탁드립니다.
미국의 대규모 관세 인상에 이은 중동 전쟁의 발생 등 강력한 충격파에도 인공지능(AI) 생태계에 대한 과감한 투자에 힘입어 세계 경제가 회복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계속되는 지정학적 역풍과 더불어 주요국 재정 악화, 금융시장의 과열로 인한 취약성 증대, 긴축 통화정책에 따른 충격 등 여러가지 위험 요인으로 인해 앞으로 거시 경제의 안정 기반이 흔들릴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
특히 금융 시스템 전반의 불안 요인을 억제할 수 있는 선제적 노력이 필요한 상황으로 보인다. 강세장으로 2분기를 마감했던 뉴욕 증시는 3분기 첫 거래일 AI 관련 반도체 업종 주가가 급락 양상을 보이며 잠재적인 우려 요인을 드러냈다. 금융 위기 다큐멘터리 영화 ‘빅쇼트’(The Big Short)의 주인공역 모델인 마이클 버리(Michael Burry)는 반도체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풋옵션을 이용해 AI에 대한 빅쇼트(공매도)에 나섰다고 밝혀 눈길을 끈다.[1]
앞서 국제결제은행(BIS)은 최근 발표한 2026년 연례 경제 보고서(Annual Economic Report 2026)에서 AI가 앞으로 10년간 생산성을 크게 높일 잠재력을 지니고 있고 이것이 경제 성장과 소득 분배, 통화정책에 미칠 잠재적인 영향이 매우 심오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생산성을 높이는 AI 기반 경제로의 전환에는 많은 위험이 따를 것으로 예상했다.[2]
BIS는 단기적으로는 AI 관련 투자 급증에 기반한 현재 경제의 확장 속도가 지속 가능할지 의문이 제기되며, 특히 공급 병목 현상으로 생산이 제약을 받는다면 현재와 같은 자본 투자 급증 추세가 지속 불가능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세계 경제의 현주소에 대한 경제 전문가들의 진단과 AI에 대한 기대와 위험 요인에 대해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3]
세계 경제: 회복력에서 견고한 성장으로
세계 경제는 최근 중동 전쟁의 충격을 잘 견뎌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오는 7월 8일 발표할 세계 경제 전망(WEO) 보고서에 대한 예고를 통해 “중동 전쟁이 3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 경제는 비교적 선방하고 있다”면서, “경제의 회복탄력성과 기술 발전이 맞물리면서 에너지 공급 충격이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평가했다.[4]
BIS는 무엇보다 미국 관세의 충격이 점차 약화되는 가운데 AI에 대한 낙관론으로 인해 자본 투자가 크게 늘면서 관련 중간재 무역이 세계 경제의 성장에 중요한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다. 물론 수용적인(accommodative) 금융 환경, 특히 주요국의 완화정책 기조와 투자 심리 강화에 따른 주식 가치 상승 등 유리한 글로벌 금융 여건이 함께 작동했다.[5]
전쟁으로 인해 높아진 불확실성과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금융시장은 활기찬 모습을 보였다. 최악의 석유 파동과 AI 붐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 금리 인상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올해 2분기 미국 증시는 2020년 이후 최고의 분기 상승 기록을 세웠다. S&P500과 나스닥 지수는 2분기에 각각 15%, 22% 상승했다. 30개 대형종목으로 구성된 다우존스 산업평균(DJIA) 지수도 13% 올라 2022년 이후 최고 분기 성적을 내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6]
최근 AI 붐은 관련 반도체 칩 제조업체의 주가를 폭발적으로 끌어 올렸고, 이것이 주식시장의 상승세를 주도했다. 2분기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주가가 242%, 어드밴스드 마이크로 디바이스( AMD)가 186% 오른 가운데,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PHLX Semiconductor)가 88%나 오르면서 사상 최고의 분기 성과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혼란이 조만간 종료될 것이며 AI 투자 붐은 계속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렇게 세계 경제 및 금융시장 여건은 양호한 편이지만 전망이 마냥 밝지는 않다. BIS는 앞으로 세계 경제가 중동 전쟁으로 인해 다시 불거진 인플레이션 압박, 주요국 재정 여건의 악화, AI 관련 투자의 지속가능성 여부, 금융 취약성의 증대 등 네 가지 ‘압통점’(pressure point)에 여전히 노출된 상태라고 진단했다.[7]
앞서 IMF는 에너지 공급 충격의 지속 기간과 강도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으며, 특히 기반 시설의 피해가 심각한 만큼 공급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렇게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물가 안정의 유지가 필수적이라며, 일부 중앙은행들이 기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긴축 정책으로 돌아선 것에 주목했다.[8]
세계 경제의 ‘압통점’
세계 경제의 회복력은 올해 2월 말 개시한 중동 분쟁과 호르무즈 해협 폐쇄에 따른 전 세계 에너지 공급 충격으로 시험대에 올랐다. 무엇보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또다시 물가 안정을 위협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동 분쟁 발발 직후 전 세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급등했고, 주요 원자재인 플라스틱과 비료 가격은 각각 30%와 50% 상승했다. 이러한 초기 물가 상승이 지난 팬데믹 사태 발발 이후인 2021~2023년처럼 더욱 심화될 것인가 하는 점이 관건이다. 과거에 비해 노동시장의 경색이 덜하고 앞서 긴축정책의 영향으로 인해 정책 금리가 2022년보다 높은 상태라는 것은 2차 파급 효과를 억제하는 요인이다.
문제는 석유 시장의 불균형이 해소되는 데 수 분기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며, 에너지 가격의 변동성이 더욱 커질 경우 기대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최근 미국과 이란이 종전 임시 합의 이후 협상을 진행 중이고 해협이 일부 열리는 등 분쟁이 완화되고 있다. 하지만 협상 과정에서 지속되는 무력 공방과 통제 불가능한 제3의 행위자들로 인해 최종적인 평화 협정까지는 갈 길이 멀다. 또한 협정이 완료된다고 해도 이미 중동의 물리적 에너지 공급을 완전히 복구하는 데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초기 물가 상승 압력이 공급망을 통해 전파되면서 이른바 ‘호르무즈 혼란’의 경제적 영향은 지속될 수 있다.[9]
호르무즈 해협 폐쇄는 제조업뿐 아니라 비료 등 농업 관련 투입물 비용을 급격히 상승시켰다. 앞으로 추수기가 지나면 가난한 국가는 식량 인플레이션과 함께 심각한 식량 안보 문제를 경험할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 압통점은 바로 AI 투자에 있다. AI가 미래 생산성 향상에 대한 약속을 담고 있지만 이러한 낙관론이 오래 가지 않을 수 있다. BIS는 AI가 앞으로 10년간 생산성을 크게 높일 잠재력을 지니고 있고 이것이 경제 성장과 소득 분배, 통화정책에 미칠 잠재적인 영향은 매우 심오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생산성을 높이는 AI 기반 경제로의 전환에는 많은 위험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특히 단기적으로는 AI 관련 투자 급증에 기반한 현재 경제의 확장 속도가 지속 가능할지 의문이 제기되며, 특히 공급 병목 현상으로 생산이 제약을 받는다면 현재와 같은 자본 투자 급증 추세가 지속 불가능할 것이라고 봤다.[10]
세계 5대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가 2025년과 2026년에 인공지능(AI) 관련 자본 지출에 1조 달러 이상을 투자할 것으로 추정된다(그림 2 참조). 이들 업체 간 시장 점유율 확보 경쟁이 과잉 투자로 이어지고 있는데, 앞으로 AI 부문의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해당 부문이 취약해지면서 현재와 같은 투자 호황이 갑작스럽게 끝날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의 투자 규모는 자체 수익이나 가용 현금흐름을 넘어서기 때문에, 일부 기업이 추가 자금 조달을 위해 채권을 발행하는 추세이다.[11]
이러한 막대한 투자 경쟁은 부분적으로 우수한 기술을 가진 소수의 기업만이 시장 점유율을 장악할 것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치열한 경쟁은 수익이 불확실한 투자 프로젝트에 과도하게 자원을 투입할 위험을 높이고, 모든 기업이 AI 수익성에 실망할 위험이 있다. BIS의 모형 분석에 의하면, 심지어 해당 부문 전체의 순 경제적 잉여(net economic surplus)가 점차 줄어들다 못해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12]
AI 생태계 구축에 필요한 첨단 반도체 외에도 전력과 송전망 장비 등 기반 생태계가 갈수록 병목 현상에 직면하고 있다. 급증하는 수요로 인해 전력 및 투입 비용 압박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파급 효과도 우려된다. 또한 일시적인 병목 현상은 장기 계약을 통한 미래 생산 능력 확보 경쟁을 부추기면서 기업들 간 과잉투자 경쟁을 더욱 촉발할 수 있다. BIS는 1830년대 운하 건설, 1840년대 영국 철도 건설, 1920년대 후반 전철화, 1990년대 후반 닷컴 붐과 같이 신기술에 막대한 자금이 빠르게 투자되었던 이전 사례들이 모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 불황으로 이어졌다면서, 현재 AI 투자 붐의 규모와 속도, 그리고 높은 생산성 향상에 대한 기대는 이러한 선례들과 유사점을 보이며 단기적으로 잠재적인 하방 위험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13]
AI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잠재적 피해 측면에서는 이전 기술과 유사하지만, 장기적인 경제적 영향 측면에서는 다를 수 있다. AI 시스템이 언젠가 스스로의 능력을 향상시키고 기술과 아이디어를 '창조'할 수 있게 된다면, 그 거시경제적 파급 효과가 과거의 기술 혁신과는 근본적으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장기 경제 성장의 핵심 제약 조건, 즉 인간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속도가 해소될 수도 있을 것이다.
7월 초 유럽중앙은행(ECB)의 연례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한 케빈 워시(Kevin Warsh) 연방준비제도(연준) 신임 의장은 ‘물가 안정에 종사하는 입장’을 강조하면서도, 다시 한번 AI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그는 AI가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인터넷이 탄생했을 때 누가 우버 운전기사라는 일자리를 백만 개나 만들 것을 알았는가? 우리는 이번 AI 혁명의 1회~2회 초에 있을 따름”이라고 말했다.[14]
하지만 이 회의에 참석한 몇몇 주요 경제전문가들은 AI 하이퍼스케일러의 부채 증가와 AI 투자 과정에서 발생하는 투자자들의 레버리지 증가, 최신 기술이 일자리를 대체할 경우 실업률 상승 위험에 대해 일제히 경고음을 냈다. 한 자산운용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AI가 엄청난 성공을 거두든 아니면 도입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 경기 침체를 유발하는 나쁜 상황이 되든, 모든 시나리오가 경제에 대한 위험을 내포한다”고 지적했다.[15]
투자자의 ‘안일한 태도’와 중앙은행
게다가 현재의 주식시장 평가 수준은 투자자들이 앞으로 직면할 위험에 대해 ‘안일한 태도’(complacency)를 보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최근 수 년 동안 가계의 주식 투자 비중이 총 자산과 소득 대비 비율 면에서 모두 빠르게 증가해 왔고, 이 때문에 큰 폭의 주가 조정은 과거보다 더 두드러진 자산 효과와 급격한 소비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
실망감에 따른 갑작스러운 자금 이탈은 결국 투자 호황(붐)에 이은 투자 불황(버스트)과 함께 금융 시스템에 연쇄적인 충격을 일으킬 수 있다. 이는 파괴적인 ‘거시-금융 피드백 루프’(macro-financial feedback loop)로 이어진다.
주요 AI 기업들이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에 기반을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 조정으로 인한 경제적 여파는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 주식 시장은 전 세계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에, 미국 주식의 급격한 가격 하락은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16]
AI 기업의 민간 신용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도 면에서 문제가 된다. 최근 5년간 AI 및 정보화기술(IT) 부문에 대한 사모 대출 펀드는 4배나 늘어 전체 포트폴리오의 15%에 이르렀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용 시장의 긴축 양상이 발생할 때 모호하거나 불투명한 민간 신용 시장에서 취약성을 드러낼 수 있으며, 인플레이션 양상이 악화되거나 AI발 주식 시장의 조정이 더욱 광범위한 신용 경색을 유발할 수 있다.[17]
BIS는 중앙은행이 AI 투자 과잉과 금융 시장의 과도한 기대를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권고를 내놓지는 않았다. 다수 국가들이 에너지 위기에 직면해 재정적인 여유가 사라진 상황이고, 이러한 여건에서 금리를 과도하게 인상할 경우 재정 정책 여지가 더욱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부채의 증가는 통화 정책의 공간을 좁히고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억제 능력을 제한한다. 이에 따라 통화정책은 갈수록 재정정책과 얽히는 역할에 직면하고 있다. 일시적인 공급 충격이 발생할 경우 통화 정책으로 1차적인 충격을 직접 상쇄하기 힘들고, 실제로 사태를 관망하는 편이 소득 손실이 과도하게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2차 효과와 기대 인플레이션의 변화는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대목이다.
공급 충격이 장기화되고 과거 경험에 따른 기대 인플레이션이 올라가게 되는 상황에서, 과도한 부채 조달과 AI 투자 경쟁으로 인한 과잉에 따른 급격한 조정 위험을 고려한 신중한 정책 운용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정부 재정 여건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긴축 정책이 단기적으로 재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더라도 중기 물가 안정을 우선시하는 것이 오히려 인플레이션 위험 프리미엄을 억제하는 길이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중앙은행이 보다 신중하게 물가 안정 임무에 집중하는 것이 공공 재정을 보다 견고한 기반에 올려놓기 위한 재정 정책과 상호 보완하는 길로 보인다.
워시 연준 의장은 이번 ECB 연례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요구에 따라 완화 정책을 기대하는 사람들은 실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시 의장은 “우리 모두 주변을 둘러보았고, 물가가 너무 높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며, “가계나 기업, 금융 시장에서 중앙은행이 2% 이상의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용인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있다면, 아마 실망할 것이다. 우리는 미국에서 물가 안정을 이뤄낼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18]
다만 워시 의장은 자신의 취임 후 4주 동안 기대 인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 위험이 모두 하락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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