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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시 시대’의 연준 통화정책 기상도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 5월 4주차

딜로이트 글로벌 이코노미스트의 최신 경제 뉴스와 트렌드 분석

안녕하세요. 딜로이트 인사이트는 글로벌 경제 및 산업 구도에 영향을 주는 주요 이슈에 대한 인사이트를 소개하고 최신 경제산업 데이터와 그 함의를 분석한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를 매주 금요일에 발행합니다.

딜로이트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 아이라 칼리시(Ira Kalish) 박사를 비롯한 딜로이트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네트워크(DGEN)가 매주 배포하는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를 통해 중요한 세계 경제 동향을 간편하게 파악하실 수 있습니다.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는 국내 유력지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외부 배포되고 있으며, 딜로이트의 풍부한 경제·산업 인사이트를 전달하는 플랫폼의 기초 콘텐츠로 자리잡을 것입니다. 많은 관심 및 활용을 부탁드립니다.

케빈 워시(Kevin Warsh) 제17대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지난 5월 22일 백악관에서 취임 선서를 했다. 워시 신임 의장은 취임 일성으로 연준의 독립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개혁 지향적인 체제를 이끌 것이라는 점을 천명했다. 그는 오는 6월 16~17일 개최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부터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을 지휘하게 된다.[1]
전 세계가 새로운 연준 의장의 행보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고유가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면서 금리 인상 필요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요구에 ‘워시의 연준’이 어떤 식으로 대응할 것인지가 최대 관심사다. 또한 2021년 인플레이션 급등 사태 이후 그 어느 때보다 연준에 대한 미국인들의 신뢰가 떨어진 마당에, 연준 내부의 심각한 분열 양상을 극복하고 새로운 정책 변화와 개혁을 어떤 식으로 추진할지 주목된다.[2]

관세, 전쟁 및 AI 시험대와 금융시장의 시각

제롬 파월(Jerome Powell) 전 의장이 물려준 연준의 상황은 어떤 역사적 기준으로 볼 때도 매우 어려운 모습이다. 인플레이션 압력은 4년 전 고점을 지난 후 낮아졌지만 중앙은행의 안정 목표인 2% 범위 내로 돌아오지 못했고, 관세 전쟁 이후 이란 전쟁의 파급 효과 때문에 다시 상승하고 있다. 올해 초반까지만 해도 두 차례 정도 추가 금리 인하를 기대하던 금리선물 시장은 최근 올해 연말까지 한 차례 금리 인상 전망을 반영하는 모습이다.[3]

그림 1. 연방기금 금리선물(’26. 12월물) 가격에 내재된 금리 전망

출처: CME Group. 딜로이트 인사이트

게다가 최근 연준 정책 회의록에는 ‘여러 명’, ‘다수’, ‘대다수’ 정책 위원들의 우려와 이견, 반대가 이례적으로 길게 나열되고 있어 내부 마찰이 상당히 높아졌음을 시사한다. 이는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이라는 이중 책무를 지닌 연준이 직면한 복잡한 경제 환경과 이에 반응하는 정책위원들의 서로 다른 민감도를 반영하는 것이다. 게다가 2기 트럼프 행정부의 연준에 대한 공격 수위가 높아진 것이 정책위원들의 방어적 태도를 불러온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워시 의장을 지명한 지 한 달 만에 이란 전쟁이 발발하고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 감소나 노동시장의 냉각 기류와 같은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 조건들이 충족되기 힘들어졌다. 게다가 인공지능(AI) 투자 호황은 반도체와 관련 장비 수요 강화와 가격 상승을 이끌어 단기적으로 물가 하락이 아닌 상승 요인이 되고 있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이에 대해 일시적인 공급 충격에 의한 것으로 연준이 이를 주목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지표가 다소 높아진 후 다시 낮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이러한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이 연준 내에서 인플레이션 강경파에게 설득력이 있을지는 의문이다.[4]
워시 의장은 상황에 맞게 금리를 결정할 것이라는 모호한 입장을 견지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금리 인하에 대해 어떠한 합의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이 금리 인하가 아닌 금리 인상으로 가더라도 용인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워시 의장이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내버려 둘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는 백악관이 금리 인상에 강력하게 반대할 것이라고 보던 시장 참가자들의 예상을 뒤엎는 것으로, 최근 일시적인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트럼프 대통령 자신의 이란 공격 결정에 있다는 점을 시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금리 인하 가능성이 거의 사라지고 있으며, 백악관의 반대가 아니라면 내년 이후까지 금리 인상 정책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전문가들은 올해 미국 국채 수익률이 상승한 이유는 시장 참가자들이 마침내 여러가지 잠재적인 위험을 인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치솟는 인플레이션과 연준에 대한 신뢰 상실, 정부 차입 부담 등은 합리적인 우려이지만, 이것 만으로는 단기 채권 수익률 상승이 아닌 중장기 채권 수익률 상승을 제대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연준에 대한 신뢰 상실은 장기 채권 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 이 경우 수익률곡선의 기울기가 가팔라지고 채권시장에 반영된 기대 인플레이션(BEP)이 올라가야 하는데 현재 그런 움직임은 없다. 미국 정부의 막대한 재정 적자에 대한 해결 의지 부족은 장기 국채 입찰 수요를 줄어들게 할 수 있지만, 이런 일도 아직 발생하지는 않고 있다.

그림 2. 미국 국채 수익률 변화

출처: Tullett Prebon. 딜로이트 인사이트

기 수익률 동반 상승에 대한 또 다른 설명은 AI가 물가와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릴 것이란 기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투자자들은 AI가 생산성을 높일 것이라고 예상하는데, 이 경우 경제의 체질이 강화되어 높은 물가와 금리도 견딜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설명이 맞다면 주식 가격 상승이 채권 수익률 상승을 동반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S&P500지수와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강한 역상관관계를 보이고 있어 상황을 좀더 지켜볼 필요도 있다.[5]
‘레짐 체인지’ 워시 의장의 정책 프레임그 동안 워시 신임 의장은 일관된 견해를 밝혀왔다. 바닥에 떨어진 연준의 신뢰도를 회복하고 인플레이션을 측정하고 예측하는 새롭고 더 나은 방법을 발견하며, 불필요한 정책 수단을 조절하여 새로운 구조적 정책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그가 원하는 새로운 정책 프레임으로 FOMC의 동료 정책위원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일단 워시 의장이 노련하고 경험이 풍부하다고 해서 FOMC의 의사결정 구조 때문에 모든 위원들을 정치적 동기로 설득하려고 들지는 않을 것이다. 대신 그는 최근 미국 노동시장의 변화에 따른 위험이나 AI 기반 생산성 강화로 인해 인플레이션을 동반하지 않는 경제 성장이 가능하다는 점을 통해 보다 유연하고 미래지향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채택하도록 동료들은 설득하려고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워시 의장이 이전부터 제시해 온 몇 가지 정책적 틀이 연준 내에 제대로 안착할지 여부가 중요한 점이다.[6]
워시 의장의 이른바 ‘연준 레짐 체인지’(fed regime change)를 위한 여건은 무르익었다. 앞서 파월 전 의장이 이끌던 연준은 최근 몇 년간 경제 분석 및 예측 오류에다 통화 정책의 실책을 반복적으로 노정했다. 워시 의장은 이러한 정책 오류의 한 가지 원인이 ‘과도한 데이터 의존’ 때문이라고 주장해왔다. 데이터에 의존하는 방식은 근본적으로 사후 대응적인 방식이어서, 시차를 두고 작용하는 정책을 수립하는 데 필요한 미래지향적인 전략적 비전과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FOMC의 구조와 절차가 집단 사고에 취약하며, 기관의 임무 범위가 점차 확대되는 현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특히 FOMC 회의 이후 개최하는 기자 회견도 이른바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policy guidance) 방식이 요구하는 명확성을 제공하기보다는 모호한 표현으로 혼란을 야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워시 의장의 ‘레짐 체인지’는 금리 위주 통화 정책과 대차대조표 정책 축소, 소통 정책 변경 등 세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금리 정책 면에서 워시 의장은 이제까지 연준이 강한 경제 성장을 인플레이션으로 간주하는 모델과 수개월씩 시차를 두고 발표되는 데이터에 의존함으로써 인플레이션을 잘못 해석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오랜 기간 중앙은행의 지침이 되어 온 ‘필립스 곡선’(Phillips Curve) 패러다임, 즉 고용 증가가 임금 상승 압력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이론을 거부하고,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소득 증가가 아니라 과도한 정부 지출이라고 보았다.
그는 또 연준이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측정 방식인 근원 개인소비지출(core PCE) 물가에 대해서도 대략적인 근사치를 지나치게 정밀하게 분석하는 오류가 있다면서, 경제 전반에 걸쳐 변동하는 수백만 건의 가격 데이터를 활용하여 실시간 인플레이션 측정 지표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제안한 바 있다. 나아가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낮고 안정적으로 유지할 것이라는 신뢰가 강화되면 관세와 에너지 가격 상승 충격이 내재된 인플레이션 압력이 아닌 일회성 가격 변동에 그칠 것이라고 주장한다. 대중의 신뢰가 높아질수록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개입해야 할 필요성은 줄어든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워시 의장이 대안적으로 선호한다고 언급한 물가 지표는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이 산출하는 절사평균 PCE(trimmed PCE) 물가 상승률과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이 제시하는 중앙값 소비자물가지수(median CPI) 및 16% 절사평균 CPI 등이다. 2026년 4월 현재 절사평균 PCE 물가상승률은 2.3%, 중앙값 PCE 물가 상승률과 중앙값 CPI 상승률은 각각 2.8%, 16% 절사평균 CPI가 2.83%로, 이들 모두 상무부 경제분석국(BEA)의 4월 헤드라인 PCE 물가상승률 3.8%나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물가상승률 3.3%에 비해 낮다.
 

그림 3.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의 절사평균 PCE 물가상승률 비교

출처: Dallas FRB. 딜로이트 인사이트

CPI나 PCE 물가지수는 재화와 서비스 가격 변동률의 가중평균이다. 개별 품목의 가격 변동을 가장 많이 하락한 항목부터 가장 많이 상승한 항목 순으로 정렬하고, 극단적인 값들 중 일부를 제거한 뒤 남은 구성 요소들의 가중평균으로 인플레이션율을 계산한다.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은 하위 꼬리 부분의 가중치 24%와 상위 꼬리 부분의 가중치 31%를 제거한 절사평균 값을 구한다.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은 이렇게 산출된 절사평균 값이 기존의 ‘식품 및 에너지 제외’ 근원 물가지수보다 기저 인플레이션율을 더 잘 나타낸다고 주장한다.
일각에서는 댈러스의 절사평균이 비대칭적으로 상하단 품목 가중치에서 55%나 제거한 것 또한 편향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세심한 분석과 판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이런 점에서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이 사용하는 16% 절사율이 좀더 견고한 비교 기준이 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또한 절사평균 접근법이 다양한 분석 모형을 감안해서 비교할 경우 연준이 선호하는 근원 PCE 물가 추세와 크게 다르지 않은 신호를 보낸다는 의견도 존재한다.[7]
중앙값 지표는 지출 가중치가 50번째 백분위수에 해당하는 구성 요소의 물가 변동률을 보여준다. 또한 16% 절사평균은 지출 가중치가 가격 변동의 92번째 백분위수 미만이고 8번째 백분위수 이상인 구성 요소의 가중평균 물가 상승률이다. 이러한 방법은 물가 변동률이 너무 크거나 작은 이상치를 제외하고 분포의 내부에 집중함으로써, 헤드라인 및 근원 물가지수보다 기저 인플레이션 추세를 더 잘 나타낼 수 있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2022년 인플레이션 고점 전후로 물가 상승 및 하락 추세를 좀더 느리게 반영하였고, 이에 따라 2025년까지만 해도 상승률이 3%를 넘어 근원 CPI나 근원 PCE 물가지수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한 바 있다.

그림 4. 16% 절사평균 CPI 물가지수 비교

출처: U.S. BLS, Cleveland FRB. 딜로이트 인사이트

워시 의장이 강조한 다른 과제는 연준의 대차대조표 활용 정책을 재고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연준의 자산 규모를 줄이는 것이 아니다.
연준은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 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금융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급격히 강화하기 위해 위기 이전 1조 달러 정도이던 대차대조표 규모를 대폭 확대하였고, 이후 이를 축소하려던 시도 이후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 대한 대응 과정에서 한때 9조 달러까지 늘리기도 했다. 현재 연준의 대차대조표 내 자산 포트폴리오 총액은 6조 7,000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미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20%가 넘는 규모이다.
워시 의장은 연준은 비상시에 대응하기 위해 자산 규모를 키웠지만, 이후 새로운 은행 규제와 재무부의 연준 예치금 증가 등으로 인해 그 규모를 제대로 줄이지 못해 불필요한 시장 개입과 더불어 의도치 않게 연방 정부의 차입을 보조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림 5. 연방준비제도 대차대조표(총자산, 단위: 백만 달러)

출처: Federal Reserve. 딜로이트 인사이트

2007~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정책 금리를 마이너스로 낮출 수 없었던 중앙은행은 유동성이 높은 중앙은행 준비금을 이용해 금융기관으로부터 국채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경제를 부양하기로 했다. 이로써 금융기관들이 매입한 국채를 기업에 장기 대출로 대체하여 경제를 활성화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중앙은행 준비금의 대규모 증가는 유동성 부족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고 대출을 더욱 촉진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이러한 양적완화(QE) 정책은 중앙은행의 정부 재정 지원으로 간주되지 않았다. 국채를 직접 정부로부터 매입하지 않았고, 정부가 실제로 재정 지원이 필요치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제가 회복되면 양적긴축(QT)을 통해 보유한 국채를 매각하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양적긴축은 쉽지 않았다. 2018년 연준이 보유한 국채를 매각하려고 하자 시장이 발작했고, 이 때문에 연준은 2019년 가을부터 다시 국채를 매입해야만 했다. 이어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인해 국채 매입은 더욱 늘었다. 현재까지도 연준은 국채 보유 규모를 크게 줄이지 못하고, 필요시 추가 국채 매입을 약속하고 있다. 연준의 의도와는 달리 보유한 자산과 유동성 공급을 통해 정부의 재정 적자 보전을 간접적으로 돕게 된다. 국채 보유자인 연기금과 보험사는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회사채를 매입하지만, 시장에는 장기채가 부족하기 때문에 단기 회사채를 매입한 뒤 국채 선물 계약을 통해 듀레이션을 높이는 방식을 채택한다. 이들과 헤지펀드의 국채선물 거래에서는 환매시장에서 단기 차입을 통해 국채 매입하는 헤지 거래가 발생한다. 결국 이를 통해 국채 수요가 발생, 정부는 재정적자를 해소할 수 있는 간접적인 효과가 발생한다.[8]
연준 대차대조표 정책 재고의 쟁점은 자산 규모를 신속하게 줄이는 것이 아니다. 시장 개입이나 정부 부채의 화폐화를 유발하지 않는 수준의 적정 대차대조표 수준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나아가 통화 정책과 재정 조달을 분리하기 위한 새로운 협약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워시 의장도 앞서 인준 청문회에서 “거대한 대차대조표를 만드는 데 18년이 걸렸는데 단 18분 만에 해결할 수는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의사소통 정책의 변화 면에서 워시 의장은 이제까지 연준 정책 결정자들이 단기 금리 경로에 대해 너무 많은 발언을 하고 있으며, 제대로 된 예측에서도 부실한 성과를 냈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연준 정책 위원들은 ‘잘 하지 못하는 일을 덜 하는’ 좀더 조용하고 과묵한 방식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또한 워시 의장은 FOMC가 미리 금리 방향을 정하지 않고 내부 토론을 통해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러한 정책 변화와 관련해 앞서 파월 전 의장 시절에도 연준은 금리 전망치를 미리 보여주는 ‘점도표’(dot plot) 방식을 재검토했지만, 이를 위해서는 보다 나은 도구가 도입되어야 한다는 의견에 따라 실행을 보류한 바 있다. 점도표는 2012년에 도입되었는데, 당시 금리가 거의 0%에 고정된 상황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더 오랫동안 낮은 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추가적인 경기 부양책을 제공하고자 의도된 ‘포워드 가이던스’의사소통 정책이다. 파월 전 의장은 2025년 중반부터 연준 정책 체계에 대한 지속적인 검토의 일환으로 의사소통 방식에 대한 개선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당시 일각에서는 점도표가 본래의 목적을 오래전에 달성했으며 개정될 시점이라는 의견이 개진된 바 있다.
제시된 절충안 중 하나는 점도표와 중앙값 전망치 발표를 중단하되, 최고치와 최저치 세 개를 제외한 ‘중심 경향’(central tendency) 수치와 금리 전망치 전체 범위를 계속 발표하는 방식이다. 중심 경향 수치는 점도표와 거의 동일한 정보를 전달하면서도 투자자들이 중앙값에 지나치게 집중하고 이에 대해 잘못된 확신을 갖게 되는 것을 방지하는 방식이다.[9]

그림 6. 2026년 3월 연준의 점도표

출처: Federal Reserve. 딜로이트 인사이트

반대의견 극복 과제와 구조적 동력

워시 의장이 구체적인 개혁 방안을 내놓기도 전에 연준 내 주요 정책 결정자들은 다양한 반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수잔 콜린스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점도표와 대차대조표 운영 방식을 옹호했다. 그는 이란 전쟁이 인플레이션 위험을 높이고 있어 금리 인상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4월 FOMC에서 반대표를 던진 4명 중 3명은 추가 금리 인하를 암시하는 연준의 포워드 지침에 이의를 제기한 바 있으며, 이 중 한 명이 콜린스 총재이다. 그는 “5년 이상 목표치를 웃도는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서 물가 상승률을 낮추는 데 대한 인내심이 바닥났다”고 강조했다.[10]
마이클 바 연준 이사는 아예 노골적으로 대차대조표 축소는 잘못된 목표라고 비판하면서, 워시 의장이 선호하는 몇 가지 방안이 은행 부문을 약화시키고 금융 안정성 위험을 높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 이사는 대차대조표 규모를 줄여 금융 시스템에서의 ‘영향력’을 축소하자는 제안은 은행의 회복력을 약화시키고, 단기금융시장의 기능을 저해하며, 궁극적으로 금융 안정성을 위협할 것이란 얘기다. 어떤 제안들은 오히려 연준의 금융시장 영향력을 확대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11]
한때 연준 의장 후보로 거론되던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워시 의장이 취임하는 당일 연설을 통해 자신은 더 이상 금리 인하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월러 이사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빠르게 진정되지 않으면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1월까지는 노동시장의 약세를 이유로 금리 인하에 찬성하는 의견을 내는 입장이었지만, 이제는 정책 위험이 변했다고 본다.[12]
월러 이사는 먼저 자신이 1년 전 관세 인상으로 물가가 상승했을 때 금리 인하를 지지했는데, 이는 일회성 물가 상승이 장기 인플레이션 추세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며 그 판단이 옳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중동 전쟁도 신속하게 해결되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할 수 있기를 바랐지만, 전쟁의 불확실성과 에너지 가격 충격이 다른 물가에 어떻게 확산될지 모른다는 점 때문에 4월 FOMC 회의에서는 금리 인하 중단을 지지하게 되었다고 입장 변화를 설명했다.
워시 의장은 앞서 AI 기반 생산성 향상이 인플레이션 하락을 가져올 것이라는 점과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가 완화 정책의 여지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점을 강조해왔지만, 대차대조표 축소에 대해 연준 내 인사들은 노골적으로 회의적인 시각을 보냈다.
AI 기반 생산성 향상이 물가를 안정시킬 것이란 주장에 대해서도 연준 내에서 반론이 나오고 있다. 리사 쿡 연준 이사는 기업들이 AI를 생산 공정에 더욱 체계적으로 통합함에 따라 생산성 증가를 더욱 촉진하여 단기 및 중기적으로 GDP가 견조하게 성장할 것으로 보지만, 이로 인해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이라는 연준의 이중 책무 양쪽 모두에 대한 위험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위험 관리 관점에서 볼 때 금리를 동결하는 것이 올바른 조치이지만, 현재 자신이 보는 위험은 여전히 인플레이션 상승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강조했다.
그 역시 목표치를 웃도는 인플레이션이 5년 연속 지속된 상황에서 높은 인플레이션이 가격과 임금 결정 과정에 고착화될 위험성을 특히 우려하고 있으며, 따라서 예상했던 디플레이션이 적시에 나타나지 않을 경우 금리 인상을 단행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13]
워시 의장의 체제 전환의 동력은 AI가 이끌어 낼 생산성 향상에 있다. 문제는 생산성 향상이 물가 상승 없이 기업이 임금을 올릴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생산성 향상은 더 빠른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며, 이는 소비자 지출과 기업 투자 증가로 이어져 병목 현상과 물가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생산성 증가 속도가 빨라진다면 실질 금리가 더 높아질 수 있으며, 경제는 높은 금리 하에서도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그린스펀 의장 시절인 1990년대 중반에 기준금리는 수년간 약 5%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었으며, 이는 당시 2~3% 범위에 머물던 인플레이션율보다 훨씬 높았다. 그린스펀이 이끄는 연준이 실질 금리를 오늘날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했다는 의미이다.[14]
파월 전 연준 의장도 AI로 인한 생산성 향상을 언급해왔다. 그는 “과거를 돌아보면 끊임없는 변화 속에서도 결국 기술은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이는 임금 상승의 근간이 되었다”며, “이번에는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많은 분석가들이 AI로 인한 생산성 향상을 기대하지만, 그 시기에 대해서는 상당한 의견 차이가 있다. 최근 분기의 생산성 향상은 오직 기술 부문에서만 나타났다. 대부분의 다른 분야는 아직 생산성 향상이나 AI의 광범위한 도입을 경험하지 못했다. 결국 워시 의장이나 트럼프 행정부 주요 인사들의 생산성 강화 전망이 맞더라도, 지금은 AI 성과에 기반해 금리 인하를 논의하기에는 섣부른 시기로 보인다.[15]
미국 경제는 현재 2% 초중반의 성장률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막대한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투자가 없었다면 미국 경제는 거의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1분기 비주거용 고정투자는 무려 10.4% 증가했는데, 이 중에서 장비 투자가 17.2%, 지식재산권(소프트웨어, 연구개발) 투자는 13.0% 각각 늘어났다. 전체 투자 증가의 96%는 정보화기술(IT) 장비 투자와 소프트웨어 투자 두 가지 범주에 기인했다. 이 두 가지 부문의 투자가 GDP를 1.34%포인트 끌어 올렸다. 이것은 주로 AI 투자와 관련된 것으로, 1분기 미국 경제 성장의 67%를 담당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다. 이 같은 IT 부문의 분기 성장률 기여도는 1999년 인터넷 거품 시기보다도 높은 사상 최대 규모 기록이다. 또한 최근 5개 분기 성장률 기여도는 평균 0.9%포인트로, 역시 역대 최고치다. 최근 1년 이상 미국 경제 성장은 AI에 의존한 셈이다.

그림 7. 미국 비농업 기업 부문 생산성 추이

출처: U.S. Bureau of Labor Statistics. 딜로이트 인사이트

하지만 올해 1분기 미국 비농업 기업 부문의 노동 생산성 증가율은 전분기 대비 연율로 0.8%를 기록, 2025년 1분기 이후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전년동기 대비 증가율은 2.8%에 달했지만, 대부분 지난해 2분기와 3분기에 기술 부문의 생산성 향상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다.
1947년 이후 미국 비농업 기업 부문의 장기 노동 생산성 증가율은 연평균 2.1% 수준이다. 최근 생산성 증가율 둔화를 설명하기 위해 여러 가설이 제시되고 있다. 강력한 혁신 기술의 도입이 생산성 둔화 추세를 역전시킬 것이란 기대가 있는 한편, 혁신은 항상 기하급수적 성장보다는 누적 성장을 가져오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성장 속도는 둔화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 또한 경쟁 장벽, 소득불평등 심화, 인구증가율 감소, 부문 간 및 부문 내 혁신의 불균등성으로 인한 병목현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 생산성이 둔화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워시 의장의 체제 전환이 성공하려면 이러한 생산성 수수께끼를 먼저 풀어야 할 것이다.

[1] The Wall Street Journal, “Key Moments from Kevin Warsh’s Swearing-In Ceremony,” May 22, 2026

[2] Mohamed A. El-Erian, “What Will the Fed’s “Warsh Era” Bring?” Feb. 26, 2026

[3] CME Group, “30 Day Federal Funds Futures Quote(GLOBEX)”, accessed May 28, 2026

[4] The Wall Street Journal, “Trump Picked Warsh to Cut Rates. Markets Are Bracing for the Opposite.” May 22, 2026

[5] The Wall Street Journal, “Afraid of an AI Bubble? Soaring Bond Yields Can Protect You,” May 27, 2026

[6] The Wall Street Journal, “Kevin Warsh Wants to Remake the Fed. Here’s What He Is Up Against.” May 21, 2026

[7] Vikas Patel & Skanda Amarnath, “So You Want to Talk About Trimmed Mean Inflation?” Apr. 28, 2026

[8] Raghuram G. Rajan, “Are Central Banks Enabling Unsustainable Government Deficits?” Jan. 12, 2026

[9] The Wall Street Journal, “The Fed’s Dot-Plot Predicament: False Precision in Uncertain Times,” Jun. 18, 2025

[10] The Wall Street Journal, “Fed’s Collins Says She Could Envision the Need for Rate Hikes,” May 13, 2026

[11] Michael S. Barr, “Efficient and Effective Central Banking: Beyond the Balance Sheet,” May 14, 2026

[12] Christopher J. Waller, “Policy Risks Have Changed,” May 22, 2026

[13] Lisa D. Cook, “The Opportunities and Risks AI Presents for the Economy and Financial System,” May 27, 2026

[14] 딜로이트 인사이트, “케빈 워시와 그린스펀식 통화정책의 귀환(feat. AI와 생산성)”, 2026년 2월 13일

[15] 딜로이트 인사이트, “생성형 AI와 생산성 수수께끼: 제도와 조직의 중요성”, 2026년 5월 15일

Deloitte Insigh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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