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2024년 유럽의회 선거와 그에 따른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새로운 위원 임명이 이뤄진 이후, 유럽연합은 정책 수립을 위한 전략적 비전을 수립하였다. 지정학적 복잡성과 저성장 환경 속에서,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은 유럽의 미래 경쟁력과 번영을 이끄는 핵심 동력 중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지속가능성의 강화된 역할은 이전 유럽의회 임기 및 ‘그린딜(Green Deal)’ 초기 접근 방식과는 확연히 다른 방향성을 띤다.
새로운 지속가능성 정책 의제의 중심에는 에너지 전환과 순환경제 정책이 성장을 촉진하고, 유럽연합의 글로벌 경제적 위상을 공고히 할 수 있다는 전제가 자리 잡고 있다. 해당 정책 의제는 크게 3가지 핵심 축으로 구성된다.
1. 에너지 전환에 중점을 둔 새로운 산업 전략
2. 규제 부담의 최소화
3. 지속가능성 전환을 위한 자금 조달
새로운 집행위원회의 출범 초기 100일간, 유럽연합은 지속가능성 규제의 향후 방향성과 범위를 보여주는 다양한 입법 우선순위를 잇따라 발표했다. 다만, 이러한 입법안의 구체적인 내용과 최종 형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유럽 기업들은 지속가능성 전환이라는 과제와 함께 복합적인 경영 환경을 마주하고 있다. 소비자 수요, 새로운 사업 기회, 운영 회복력 확보 등은 전환을 추진하는 주요 동력이지만, 지속되는 불확실성은 이행 과정을 복잡하게 할 수 있다. 기업들은 이러한 상충되는 압력 속에서 복잡한 규제 및 경영 환경을 조율해 나가야 한다. 특히 빠르게 변화하는 규제 환경에 대응함에 있어 ‘회복 탄력성(Resilience)’을 전략의 핵심에 두어야 한다. 유연성과 민첩성을 기르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고려함으로써 정책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동시에 지속가능성 이니셔티브를 통해 조직과 운영 전반의 회복력을 강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후 변화로 인한 공급망 차질을 줄이기 위해 공급업체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자원 부족에 대비해 지속가능한 소재의 장기 계약을 확보하거나, 공급 전략을 다변화하는 방식으로 기존 운영 방식을 개선하는 것도 포함될 수 있다. 이 보고서는 2025년 EU 지속가능성 규제의 전개 방향을 조망하고, 기업들이 지속가능성 중심의 미래에서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해 어떤 부분에 대응해야 하는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기업들이 던져야 할 핵심 질문들]
1. 에너지 전환과 순환경제가 유럽연합의 핵심 정책 우선순위인 상황에서, 귀사는 어떤 혁신 및 운영 투자를 통해 ‘넷제로’ 및 순환형 비즈니스 모델을 실현할 수 있는가?
2. 지속가능경영 보고를 통해 도출된 인사이트를 비즈니스 관리 시스템에 어떻게 통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는가?
3. 생애주기 평가(LCA), 인공지능, 데이터 투명성과 추적성을 위한 플랫폼 등 다양한 규제 요건에 대해 동시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도구와 접근법은 무엇인가?
4. 귀사의 리스크 및 규제 모니터링 시스템은 2025년 내 등장할 수 있는 새로운 정책이나 기존 그린딜 정책의 변경에 대해 조기에 경고하고 적시에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견고한가?
5. 기존 그린딜 요구사항과 새로운 입법안이 어떻게 상호작용할지 모델링하고 있는가? 그 결과를 시나리오 분석에 반영하고 있는가?
번영을 위한 동력: 경쟁력
유럽연합(EU)의 2025년부터 2029년까지의 입법적 비전은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EC)의 ‘정치적 가이드라인(Political Guidelines)’, 유럽이사회 ‘부다페스트 선언(Budapest Declaration)’, 그리고 집행위의 ‘경쟁력 나침반(Competitiveness Compass)’ 등 공식 문서를 통해 명확히 제시되어 있다. 이러한 비전은 ‘경쟁력’을 유럽 번영의 핵심 동력으로 강조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여전히 유럽 그린딜의 지속가능성 목표에 대한 의지를 견지하고 있지만, 이제는 해당 목표를 경제성장과의 균형 속에서 실현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하고 있다. 즉, 지속가능성 정책은 경제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인이 아닌, 경쟁력을 지원하고 실질적 경제 혜택을 창출하는 수단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이전 집행위원회 접근법과는 상당히 다른 전략적 재조정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는 유럽이 현재 직면하고 있는 전 세계적 환경의 급변을 반영한다. 불확실한 경제 상황, 심화된 글로벌 경쟁, 복잡해진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인해 유럽의 경쟁력 확보는 과거보다 훨씬 어려워진 상태다.
2024년 한 해 동안, 유럽 지역의 기업 리더들, 정책 결정자들, 산업 단체들은 이 같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연합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대표적인 움직임으로는 2월 발표된 ‘유럽 산업협약을 위한 앤트워프 선언(Antwerp Declaration)’, 4월 발표된 ‘시장 그 이상의 유럽(Much more than a market)’이라는 레타 보고서, 9월 발표된 ‘유럽 경쟁력의 미래(The future of European competitiveness)’라는 보고서가 있다.
이들이 전달한 메시지는 명확했다. “EU의 미래 성공을 위해서는 성장 중심의 산업 전략과 기업 친화적인 환경 조성이 필수적이다.”
정치적 변화는 지속가능성 의제에 대한 불확실성을 초래
이러한 변화는 실용주의적 접근처로 보일 수 있으나, 끊임없이 변화하는 글로벌 환경 속에서 유럽연합의 지속가능성 의제의 미래를 더욱 불확실하게 만든다.
특히 지난 유럽의회 선거 이후, 일부 회원국의 정권 교체 가능성까지 맞물렸고 유럽연합 내부의 정치 지형을 변화시키며 입법 환경을 한층 복잡하게 하고 있다. 회원국들과 산업계가 유럽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지속가능성 목표를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를 두고 논의하는 가운데, 새로운 입법안에 대한 합의 도출은 더욱 어렵고 시간이 많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이미 확정된 입법안도 재검토 및 변경될 수 있으며, 이는 최근 EU 산림파괴규제(EUDR)의 12개월 시행 연기와 지속가능성 종합패키지(Sustainability Omnibus Package) 내에서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 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과 기업지속가능성실사지침(CSDDD, 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Directive)의 연기 움직임에서도 확인된다.
지정학적 환경 또한 이러한 불안정성을 심화시키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기업 간 공정경쟁의 장을 유지하면서 지속가능성 의제를 추진해야 하는 이중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 외 지역에서 활동하거나 제3국 기업과의 가치사슬을 보유한 EU 기업들은 더욱 복잡한 불확실성에 직면하고 있다. 이들은 유럽의 지속가능성 정책이 변화할 가능성뿐만 아니라, 오랜 기간 구축된 공급망이 교란될 수 있는 새로운 구조적 리스크에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EU 지속가능성 의제를 실행과 우선순위로 전환하기
유럽연합의 새로운 지속가능성 의제는 세 가지 핵심 주제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 에너지 전환에 중점을 둔 새로운 산업 전략의 실행.
둘째, 규제 부담의 최소화.
셋째, 자금 조달의 활성화.
에너지 전환을 위한 산업 전략: 지속가능한 투자 환경 조성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기후와 경쟁력을 아우르는 새로운 성장 전략인 청정산업협약(Clean Industrial Deal)을 도입했다. 이는 경쟁력과 경제 회복탄력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기후변화에 대응함으로써, 에너지 집약 산업을 포함한 제조업 중심지로서 유럽의 위상을 유지하고, 청정기술과 순환형 비즈니스 모델 확산을 촉진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 협약은 시장 원칙과 전략적 경제·지속가능성 고려 사이의 균형을 요구한 유럽이사회의 요청에 직접 부응하는 산업 정책이기도 하다.
청정산업협약은 향후 수년에 걸쳐 다양한 정책 패키지, 실행 계획, 입법 조치들로 단계적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핵심 입법 중 하나는 산업 탈탄소화 가속법(Industrial Decarbonisation Accelerator Act)으로, 청정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한 계획 수립 및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려는 법안이다. 이는 유럽산업총연합(BusinessEurope)의 조사에 따르면, 유럽 내 인허가 절차의 복잡성과 장기화가 기업 투자에 가장 큰 장애 요인이라는 응답이 83%에 달한 사실을 고려할 때 매우 중요한 조치이다. 또한, 2024년 전 세계 청정에너지 투자 중 81%가 중국 본토에 집중된 점 역시 유럽의 탈탄소 산업 투자 유인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 다른 주요 입법은 순환경제법(Circular Economy Act)이다. 이 법은 기존 순환경제 관련 규제 체계를 확장하며, 특히 유럽이 공급망에 취약한 핵심 원자재(critical raw materials)에 대한 재활용 소재 시장 수요 창출에 중점을 둔다. 해당 법안은 유럽이 청정에너지 기술의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순환성(circularity)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종합적으로 청정산업협약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 요인을 제거하고, 친환경 기술에 대한 투자 논리를 전환하려는 정책 흐름을 반영한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들이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공공 및 민간 재원 확보, 행정 절차 간소화, 고탄소 산업 종사자의 전환 지원 등 복합적인 과제들이 해결되어야 한다.
규제 부담 완화를 통한 기업 환경 개선
유럽연합은 법령 단순화 및 행정 부담 경감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자 다양한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유럽투자은행(EIB)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3분의 2가 규제 환경이 유럽 내 투자에 있어 주요 장애 요인이라고 답했다. 이에 따라 신임 집행위원인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Valdis Dombrovskis)는 행정부담 및 보고요건을 25% 이상,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35% 이상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규제 간소화를 총괄하고 있다. 유럽이사회는 이를 ‘규제 단순화 혁명(simplification revolution)’으로 명명하고 집행위에 신속한 추진을 요구하고 있다.
핵심 조치 중 하나는 집행위가 발표한 지속가능성 종합규제 개편안(Omnibus Simplification Package)이다. 첫 번째 패키지에는 CSRD(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 EU Taxonomy(지속가능 금융 분류 체계), CBAM(탄소국경조정제도), CSDDD(기업지속가능성실사지침) 등에 대한 광범위한 규제 완화 방안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연간 약 63억 유로(미화 약 72억 달러)의 행정 비용 절감을 목표로 한다.
대표적인 변화로는:
1. CSRD 대상 기업을 약 80% 축소하고,
2. 보고 시작 전 기업에 대해 2년간 적용 유예를 부여하며,
3. EU Taxonomy의 보고 의무를 대기업으로 제한하고,
4. CSRD 및 CSDDD 하의 가치사슬 정보 요구를 최소화하며,
5. CSDDD의 실사 범위를 직접 공급업체에 국한하는 등의 내용이 있다.
또한 CBAM의 경우, 중소 수입업자(대부분 중소기업 및 개인)는 제도 적용에서 면제되고, 적용 대상 수입업자에 대해서는 배출량 산정 및 보고 절차 간소화가 추진된다.
이러한 개편안이 EU 입법기관 내에서 논의되고 최종 확정되는 과정에서, 기업들은 지속적으로 변화 흐름을 주시하고 유연한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CSRD 보고 전략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으며, 향후 변화에 대비하여 기존 보고 작업의 유효성도 재검토해야 한다. 단순 규제 준수를 위한 활동보다는 ‘이중 중요성 평가(double materiality)’와 사업성과 연계된 지표 관리 등 실제 전략 및 경영성과에 집중한 보고활동을 우선시해야 한다. 이는 제도 변화가 완전히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불필요한 비용 및 재작업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금융 동원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자신의 임기를 ‘투자 집행위원회(Investment Commission)’로 규정하며, EU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공공 및 민간 투자 유치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이에 따라 청정산업협약 내에는 산업 에너지 전환 및 청정기술 분야에 자금을 집중 투입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가 포함되었다.
대표적으로는 유럽투자은행(EIB)의 보증 확대를 통한 민간 투자 리스크 완화, ‘산업 탈탄소화 은행(Industrial Decarbonisation Bank)’ 신설 등이 있으며, 이 은행은 1,000억 유로(총 4,000억 유로 규모의 민간자금 유도 목표)를 목표로, EU 배출권거래제(ETS) 수익, 혁신기금(Innovation Fund), 개정된 InvestEU 프로그램 등 다양한 재원을 활용할 예정이다. 또한 EU 국가들이 자국 내 저탄소 투자를 유연하게 지원할 수 있도록, 보조금(State aid) 규정 개편도 함께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관건은 이러한 자금이 실제로 얼마나, 그리고 얼마나 빠르게 조달될 수 있는 지 여부이다. 드라기 보고서에 따르면, 에너지 전환만으로도 매년 약 7,500억~8,000억 유로 규모의 추가 투자가 필요하며, 이는 "EU 역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로 평가된다.
청정산업협약은 인허가 지연, 프로젝트 불확실성, 원자재 비용 등 투자자 우려를 직접 해결함으로써 보다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투자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적 개선이 단기 내에 어느 정도 속도로 실행될 수 있을지, 그리고 올해 안에 기업들이 실제로 조달 가능한 자금의 범위가 어느 정도일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2030년 이후를 준비하기 위한 오늘의 과제
유럽연합은 2040년까지 1990년 대비 90%의 순배출 감축 목표를 입법화할 준비를 하고 있으며, 이는 유럽이 지속가능성 선도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전략이다. 해당 목표는 2030년 이후의 기후정책 프레임워크 수립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2040년 목표와 정책 프레임워크의 성공적인 달성은 2030년 배출 감축 목표의 이행과 기존 지속가능성 입법의 효과적인 실행 여부에 달려 있다. 그러나 2024년 EU 기후변화 과학자문위원회의 보고서는, 유럽이 2030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 산업 분야에서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는 집행위가 정책 실행력을 높이고 지원책을 확대하는 것이 필수적임을 시사하며, 동시에 현재 지속가능성 의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2030년 목표뿐 아니라 그 이후의 장기적인 기후 계획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2040년 기후 입법과 2030년 이후의 정책 프레임워크에서 설정될 목표들은 오늘날 기업들의 투자 결정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기업들은 이러한 정책 방향, 정책의 변동 가능성, 그리고 그에 따른 투자 타당성 변화 등을 5년 계획 수립 시 반드시 고려해야 하며, 정책 환경의 전략적 방향성과 투자 리스크 및 기회의 영향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2025년, 회복력과 지속가능성을 결합한 기업의 핵심 대응 전략
2025년은 복잡한 규제 야심과 불확실성이 교차하는 시점으로, 기업의 지속가능성 전략에 전환점을 의미한다. 유럽연합이 새로운 지속가능성 의제를 공개하는 가운데, 기업들은 변화하는 규제 환경을 신중하게 분석하며 어느 시점에서 단호하게 행동하고, 어느 시점에서는 보다 명확해질 때까지 관망할지 판단해야 한다.
지속가능성은 단순한 회복 전략이 아닌, 미래를 준비하는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 요소로 인식되어야 한다. 즉, 탄소 저감과 순환경제 모델에 기반한 지속가능성은 회복탄력성과 경쟁력을 동시에 촉진하는 근간이 된다. 기존의 리스크 대응 중심의 수동적 접근에서 벗어나, 변화에 대한 예측, 흡수, 적응이 가능한 능동적 전략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정책 변화가 미칠 잠재적 영향을 사전에 파악하기 위해 환경 스캐닝, 시나리오 플래닝, 조기 경고 시스템 등을 도입함으로써, 자원 배분을 전략적으로 수행하고 다양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준비 태세를 갖출 수 있다.
규제 자체가 조직 회복력을 강화하는 핵심 수단이라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예컨대, 제품의 재사용성을 향상시켜 폐기물 발생을 줄이는 것은 순환경제 입법과 정렬되는 동시에, 글로벌 공급망 혼란에 대한 취약성을 줄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따라서 2025년 기업의 전략은 다음 3가지 핵심 사항에 집중해야 한다.
첫째, 데이터 및 기술: CSRD, EUDR, 지속가능제품 생태설계규정(ESPR), CSDDD 등으로 인해 지속가능성 관련 데이터 요구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기업은 규제 간 중복되는 데이터 요소를 식별함으로써 규제 대응을 간소화하고, 누락된 정보를 파악하며, 기존 기술 솔루션을 확장·적용할 수 있는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 이 데이터를 전략적 의사결정에 활용함으로써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CSRD 보고 과정에서 혁신과 신규 수익 흐름을 분석하는 것은 제품 설계나 소재 조달 방식에 있어 혁신을 촉진할 수 있다. 기술, 미디어, 통신 부문은 경량화·고성능 기기에 대한 수요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소재의 원산지, 유해물질 포함 여부, 재활용 가능성에 대한 정보는 더 나은 제품 개발을 위한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지속가능성 데이터 책임자’와 같은 전담 역할을 지정하여, 데이터를 분석하고 전략에 반영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가치사슬에 대한 재검토와 분석: CSRD, EUDR, CBAM, CSDDD, ESPR 등 유럽연합의 현재 및 예정된 지속가능성 정책들은 모두 가치사슬의 출처 및 제품 수명주기를 정밀하게 들여다보도록 요구하고 있다. 향후 일부 규제가 조정되더라도, 가치사슬에 대한 규제 중심의 접근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가치사슬에 대한 이해와 최적화는 회복력과 효율성을 높이는 고유한 이점을 제공할 수 있다. 첫 번째 단계는 제품 수명주기 또는 가치사슬 상의 핵심 영향을 미치는 영역을 식별하여 어떤 부분에서 보고가 필요한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대다수 기업의 경우 이는 상류 공급업체에 집중되며, 이를 위해 조달 정책을 검토하고 핵심 지속가능성 지표에 대한 표준화된 데이터 수집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공급업체 간 지속가능성 대응 수준이 상이한 점을 고려할 때, 핵심 데이터부터 단계적으로 요청하는 접근이 효과적이다. 직접 공급업체와의 협력 채널을 강화함으로써,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지속가능성 개선의 파급 효과를 유도할 수 있다.
셋째,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기회 활용: 기존 및 계획 중인 에너지 및 전환 관련 EU 정책의 목표는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장벽을 제거하는 데 있다. 2025년 단기적으로 활용 가능한 기회로는, 산업 에너지 전환을 위한 10억 유로 규모의 파일럿 경매 참여, 재생에너지 투자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한 전력구매계약(PPA) 활용 등이 있다. 프로젝트 인허가 간소화, 신규 자금 지원 경로, 에너지 비용 절감 등의 기회가 열릴 경우,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EU 다년 재정프레임워크(2028년) 하의 경쟁력 펀드, 혁신기금 개편안, InvestEU, 국가보조금(State aid) 체계, 산업 에너지 전환 지원 프로그램 등 emerging funding 기회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각 프로그램의 목표, 지원 대상 산업, 기대 성과, 기업의 에너지 전환 비전과의 정렬 여부를 파악하고, 가장 적합한 프로그램을 선정해야 한다. 이후에는 자격 요건, 신청 절차, 적용 가능한 넷제로 기술의 성숙도 및 에너지 전환·에너지 안보 효과 등을 분석하고, 사업 타당성 검토를 통해 비용, 편익,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처럼 기업이 회복력 중심의 능동적 접근을 취함으로써, 변화하는 유럽의 지속가능성 규제 환경 속에서도 새로운 성장, 혁신, 장기적 성공의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이러한 시대에 번영하는 기업은 지속가능성을 제약이 아닌 기회로 바라보고, 이를 통해 회복력 있고 경쟁력 있으며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만들어가는 기업일 것이다.
한국의 글로벌 기업들에게 미치는 영향과 함의(Implication)
유럽연합(EU)의 지속가능성 정책과 입법이 한층 강화되고 구체적인 실행 단계에 접어들면서, EU 지역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한국 글로벌 기업들은 이에 대한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대응이 불가피해졌다. EU는 2040년까지 1990년 대비 90%의 순배출 감축을 목표로 하는 장기 기후전략을 수립하고 있으며, CSRD(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 CSDDD(기업지속가능성실사지침), CBAM(탄소국경조정제도) 등 다수의 규제가 기업의 가치사슬 전반에 대한 투명성과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특히 제조업, 자동차, 전자·IT 등 한국 기업이 강점을 가진 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제품 설계부터 소재 조달, 공급망 관리, 폐기물 처리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지속가능성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과제를 부과한다.
한국 기업들은 우선 EU 규제 변화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과 신속한 적응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CSRD와 CSDDD의 ‘이중 중요성 평가’ 등 새롭게 요구되는 보고 및 실사 기준을 반영해 지속가능성 데이터 관리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관련 정보를 공급망 전체로 확장해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공급업체마다 지속가능성 수준이 다를 수 있는 만큼, 단계적 협력과 지원을 통해 공급망 전반의 개선을 유도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또한, EU 내에서 순환경제법과 같은 법적 틀에 부합하는 친환경 소재 개발과 재활용 강화, 제품의 재사용성 증대 등 ‘순환경제 대응 역량’을 키우는 것이 장기 경쟁력 확보에 필수적이다.
한편, EU가 추진하는 산업 탈탄소화 가속법, 청정산업협약, 그리고 산업 탈탄소화 은행과 경쟁력 펀드 등 다양한 재정지원 및 투자 활성화 프로그램은 한국 기업에게도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기업들은 이러한 자금 지원 기회를 적극 활용하여 에너지 전환 관련 설비 투자, 청정기술 개발, 전력 구매계약(PPA) 체결 등 실행 가능한 사업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특히, 복잡한 인허가 절차 간소화 및 규제 부담 경감 정책을 면밀히 파악하고 사업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대응 전략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지속가능성을 단순한 규제 준수의 대상이 아닌, 혁신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기회로 인식하는 문화적 전환이 중요하다. 이는 조직 내 지속가능성 데이터 책임자 지정, 시나리오 플래닝과 조기경보 체계 도입, 공급망 리스크 관리 강화 등을 통해 실현될 수 있다. 실제로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성과 자원 제약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탄소 배출 저감과 자원 순환을 통한 비용 절감 및 브랜드 가치 제고 효과는 기업의 회복탄력성과 경쟁력에 직결된다.
결과적으로, EU의 지속가능성 정책은 한국 기업들에게 단기적인 규제 대응을 넘어, 중장기적 관점에서 지속가능성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 혁신과 투자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2025년 이후 본격화될 다양한 규제와 지원 정책 속에서, 전략적 유연성과 기술 혁신, 그리고 적극적인 정책 대응이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다. 따라서 한국 글로벌 기업들은 변화하는 유럽 지속가능성 규제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지속가능성을 미래 성장과 경쟁력 확보의 핵심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