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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4월 1주차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는 미국 상호관세에 대해 다룹니다.
미국 행정부가 상호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했다.[1]이번 방침에 따라 유럽연합(EU)과 한국, 일본 그리고 중국 등 주요 국가의 수입품에 대해 매우 높은 상호관세율이 적용된다. 하지만 반도체와 철강, 알루미늄 등 품목들은 예외가 적용되며, 빈번한 공격의 대상이었던 멕시코와 캐나다의 경우 북미 자유무역협정(FTA)인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조항을 적용하기로 해 부담을 피했다. 월가 투자자들의 초기 반응은 대부분 부정적이며, 미국 증시는 물론 고율 관세에 직면한 국가의 주가지수는 급락했다.
다만 이번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행정명령의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면 자동차와 반도체, 철강 등 한국 주요 수출품목 및 관련 산업은 관세 전쟁 시나리오 상의 최악의 결과는 피한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와 캐나다가 USMCA 조항 적용을 하게 된 것은 현지 공장에서 조립한 제품을 미국에 수출하는 가전 및 배터리 등의 주요 품목 생산자에게도 부담을 더는 결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월 2일 로즈 가든에서 관세 계획을 담은 대통령 행정명령을 발표했다.[2]그는 이날 발표 자리에서 이번 관세 부과 방침이 미국 경제를 ‘해방’하고, 연방정부가 감세를 위해 지불해야 할 자금을 마련하며, 미국 국내 제조업의 부활을 일깨우는 방법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계속해서 미국이 수십 년 동안 약탈당했지만 더 이상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이날이 미국 해방의 날”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림 1. 행정명령 부록 1: 별도 상호관세율 부과대상국
출처: White House, 딜로이트 인사이트 이러한 상호관세율은 단순히 교역상대국이 미국 수출품에 부과하는 관세율에만 기초한 것이 아니며, 환율 조작과 더불어 수입 제한, 규제, 높은 부가가치세(VAT)등을 포함하는 비관세 장벽을 감안한 것이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EU)이 미국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실효 평균 관세율은 2.7%이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다양한 비관세 장벽을 포함할 때 40%의 관세율과 같다고 추정했다. 그런 다음 이러한 추정 세율의 ‘절반에 불과한’ 호혜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명령은 EU로부터의 모든 수입품에 대해 20%의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일본의 경우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실효 평균 관세율은 1.9%이지만, 비관세 장벽의 실제 영향으로 인해 추정 관세율은 무려 48%에 달하는 것으로 계산한다. 이에 따라 일본산 수입품에는 24%의 상호관세율 부과하고 있다.
FTA를 맺고 있는 한국은 대미 관세율이 0.79%이며 환급 절차를 거치면 거의 제로(0%)에 가깝지만, 미국 행정부는 한국의 추정관세율을 50%로 계산하여 25%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했다. 로즈 가든 발표에 사용된 표에서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율은 25%였지만, 행정명령 부속서 상에는 26%로 기재되어 있다가 이후 25%로 수정되었다. 보통 미국 행정부는 공식 행정명령 부속서를 우선하는데, 이번 발표에서는 많은 나라의 세율이 달랐고 이후 부속서의 수치가 변경되었다.[3]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상호관세가 완전히 상호적이지는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 행정부의 추정관세율에 대해 일각에서는 각국 수출 규모와 대미 무역흑자 규모를 이용해서 산출했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EU는 지난해 미국에 6,058억달러를 수출하고 2,356억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이를 나누면 이번에 발표한 EU 추정 관세율 39%와 거의 일치한다. 한국도 지난해 미국으로 1,315억달러를 수출했고 658억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해 이를 이용하면 약 50%의 추정관세율이 나온다. 거의 모든 대상국 수치가 이렇게 산출될 수 있다. 결국 이는 미국 행정부가 모든 교역상대국의 무역흑자(미국의 적자)를 불공정 관행 또는 환율 조작의 결과로 본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4]
그림 2.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한 호혜적 상호관세율 근거 자료
출처: White House, 국내외 언론보도, 딜로이트 인사이트
하지만 중국산 모든 수입품에 대해서는 34%의 상호관세가 부과되는데, 앞서 중국에 부과한 고율 관세를 감안하면 총 54% 관세가 부과되는 셈이어서 50% 호혜 관세율은 아닌 셈이다. 게다가 중국 수입품 중에서 800달러 이하의 소액 상품에 대해 관세를 면제하는 ‘소액면세제도’(de minimis)도 오는 5월 2일부터 폐지된다. 이 시점 이후부터는 800달러 이하 중국 및 홍콩 수입품에는 개당 25% 혹은 30%의 종가세율이 부과된다.
또한 스위스는 31%, 인도도 26%의 고율 상호관세를 부과받았으며, 베트남 46%, 캄보디아는 무려 49%의 관세율을 각각 받았다. 방글라데시(37%), 파키스탄(29%), 미얀마(40%), 스리랑카(44%) 등도 고율 관세를 받아, 앞으로 이 국가들은 미국이 아닌 중국과 EU 등 다른 수출시장에 좀더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영국은 기본 관세율과 같은 10% 상호관세율을 적용 받아 비교적 양호한 결과를 얻어냈다. 브라질, 칠레, 호주, 터키 및 콜롬비아 등도 상대적으로 낮은 관세율을 받았다.
멕시코와 캐나다는 새로운 관세를 피했다. 3개국 간 USMCA 무역협정을 준수하는 멕시코 및 캐나다산 상품은 자동차 수출과 별도의 관세 정책이 적용되는 철강 및 알루미늄을 제외하고 대부분 관세가 면제된다.
다만 이전에 이민과 펜타닐 불법거래를 억제하기 위한 조치를 충분히 취하지 않은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관세를 부과한 것은 여전히 유효하며, 이번 행정명령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앞으로 펜타닐과 불법이민 관련 명령이 종료되는 경우, USMCA 준수 상품은 계속 우대 조치를 받는 한편, 그렇지 않는 상품은 12%의 상호관세율이 부과된다.
그림 3. 2024년 미국의 주요 교역상대국 상품무역수지
(단위: 10억 달러)
출처: BEA, 딜로이트 인사이트
한편, 이번 행정명령에서 기존 관세 무역확대법 적용 대상이 되는 철강 및 알루미늄,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과 별도로 표시한 목록 상의 구리와 의약품, 반도체, 목재, 특정 중요 광물, 에너지 및 에너지 제품은 상호관세 종가세율 적용을 받지 않는다.[5]다만 4월 2일 미국 동부시간 자정부터 모든 외국산 자동차에 대해서는 25% 관세율이 부가된다고 별도로 밝혔다.
일반적으로 이번 행정명령에 명시된 상호관세율은 해당 품목의 ‘비미국산’(non-U.S. content)에만 적용되며, 이는 해당 품목 가치의 최소 20%가 미국에서 유래된 경우이다. ‘미국산’(U.S. content)은 완전히 미국 내에서 생산되거나 실질적으로 변형된 구성품에 기인하는 품목의 가치를 말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 부과하는 상호관세가 “앞서 설명한 기본 조건이 충족되거나 해결되거나 완화될 때까지 적용된다”고 명시하며, 앞으로 교역상대국이 관세 인하, 환율 조작 중단, 비관세 장벽 제거,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상품 구매 등의 조치를 취한다면 이러한 관세를 완화할 여지가 있음을 암시했다. 하지만 상대국이 수입관세나 기타 조치를 통해 보복에 나설 경우 관세 범위를 확대하거나 늘릴 수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상호관세 부과로 미국 정부는 상당한 세수를 얻을 것이며, 기업들이 미국 내 생산에 더 많이 투자하도록 강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결과 미국 제조업이 부흥하고 미국을 위한 부를 창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2024년에 1조 2,117억 달러의 상품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서비스 교역에서 미국은 1조 1,000억 달러 규모의 사상 최대 수출액을 기록하여 2,933억 달러 흑자를 냈다.
그림4. 미국 무역수지(단위: 미화 10억 달러)
출처: BEA, Trading Economics에서 재인용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광범위한 관세 부과 명령을 발표한 뒤 앞서 상승 마감한 미국 주식은 시간 외 거래에서 하락했다. 다우지수 선물은 즉시 0.6% 하락했고 S&P500선물은 1.7% 급락했다. 나스닥100지수선물은 2.5% 넘게 폭락했다. 이들 주요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가격 역시 각각 1%, 2% 및 3%대 하락했다. 올해 20% 이상 오른 금 선물은 온스당 3,200달러 선을 일시 돌파하여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6]
이후 3일 미국 주식시장은 폭락 양상을 나타냈다. 무역 전쟁이 발발하여 경기침체가 촉발될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며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에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이날 S&P500 지수는 4.84% 하락한 5,396.52에 마감했고, 나스닥 지수는 5.97% 내린 1만6,550.61을 기록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679.39포인트, 3.98% 하락한 4만545.93에 거래를 마쳤다.
이 같은 주가 급락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마치 환자가 수술을 받는 것과 같다면서, “시장은 붐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주식도 붐을 일으킬 것이다. 미국도 붐을 일으킬 것이다. 그리고 다른 나라들은 협상을 성사시킬 방법이 있는지 알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7]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3일 장 초반 4% 급락 출발한 뒤 낙폭을 줄여 989.94포인트, 2.8% 내린 4,735.93에 거래를 마쳤으나, 4일 개장 이후 2% 추가 하락양상을 보였다. 홍콩 항셍 지수도 3일 1.5% 넘게 하락 마감한 뒤 4일에도 1.5% 넘게 하락했다.
관세 부과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가진 전문가들은 이것이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고 연방준비제도(연준)가 통화정책 기조를 보다 긴축적으로 변경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관세는 미국 기업의 생산 비용을 증가시켜 글로벌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소비자의 구매력을 떨어뜨려 소비지출을 억제하는 요인이 된다. 동맹국과의 관계를 손상시키는 것도 부담이다. 결과적으로 이는 미국 경제 성장에 타격을 입혀 경기침체 위험을 증가시킬 것으로 보인다.
전미소매업연합(NRF) 관계자는 이날 발표한 관세에 대해 “이는 외국이나 공급업체가 내지 않고 미국 수입업체가 내는 세금이며, 최종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면서 “수백만 개의 미국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특히 지역사화의 소규모 소매업체에게 더욱 큰 충격을 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NRF는 2025년 소매판매 전망치로 5조4,200억~5조4,800억 달러를 제시하여 연간 성장률이 지난해 3.6%보다 낮은 3.2% 내외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캐나다의 마크 카니 총리는 이번 상호관세에 대해 “국제 무역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뒤흔들 것”이라며 “이러한 관세에 대해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는 상호관세 부과가 면제되지만 USMCA에 포함되지 않은 상품에 대해서는 25% 관세가 부과된다. 이후 카니 총리는 미국 수입 차량에 25% 보복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USMCA를 준수하지 않은 자동차에만 적용되는 관세이며, 멕시코의 자동차 부품이나 차량 구성품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10%의 낮은 관세율을 적용받는 호주의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도 “미국 행정부의 관세는 논리적 근거가 없으며 파트너십 기반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고율 상호관세를 맞은 스위스연방의 카렌 켈러 주터 대통령은 연방의회가 미국의 결정을 주목하면서 다음 단계를 신속하게 결정할 것”이라며 대응을 예고했다. 유럽 주요국들 지도자들은 일제히 비난의 목소리를 냈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깊은 유감"을 표명하고 보복 조치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EU가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 관세에 대응하기 위한 첫 번째 보복 조치 패키지를 마무리 중이며, 협상 결렬 상황에 대비해선 "우리 이익과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추가 조치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의회는 민주당 주도로 관세 부과 명령에 대해 비판했고, 상원은 4명의 공화당 의원들이 가담하여 51대 48로 캐나다 수입품 관세 차단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양당 의원들의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다만 공화당 의원들 상당수는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어 하원에서 채택되기는 힘들어 보여 행정명령 추진에 차질이 예상되지는 않는다.
미국 주요 기업 최고 경영자(CEO)로 구성된 모임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의 조슈야 볼튼 회장은 “10%~50%에 달하는 관세는 미국 제조업, 근로자, 가계 및 수출업체에 큰 피해를 입힐 위험이 있다”면서 “관세 부과가 오래 지속될수록 미국 경제가 입을 피해가 커질 것이며, 보복 조치로 인해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 행정부와 주요 교역국들이 부담이 큰 관세를 철폐할 수 있는 무역 협정을 신속하게 도출할 것을 촉구했다.[8]
글로벌 신용평가회사인 피치(Fitch Ratings)의 미국 경제 분석 담당자는 이번 상호관세 부과로 인해 미국의 관세율이 작년 2.5%에서 올해 22%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러한 관세율은 1930년의 악명 높은 ‘스무트-홀리 관세법’으로 미국이 기록한 20% 관세율을 넘어서는 수치로, 1910년 이래 최고치다. 그는 이러한 관세 부담은 미국 경제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도 게임체인저로 작용하며 많은 국가가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9]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잰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번 관세가 경제와 세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정적인 기준으로도 국내총생산(GDP)의 약 2%의 충격에 해당한다면서, 제2차 세계대전 중 전쟁 자금 조달에 사용된 세금 이후 가장 큰 세금 인상과 같은 것이라고 비유했다.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이번 관세 부과가 지속되면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다. JP모간의 경제분석가들은 이날 투자자에게 보낸 메모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상호관세가 유지된다면 올해 미국과 세계 경제 모두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JP모간은 관세 발표 전에도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확률이 40%에 달한다고 봤다. 이번 관세 발표 이후에는 이러한 정책의 충격이 미국인에게 연간 6,600억 달러의 세금 인상과 맞먹는 것이며,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에 2%가 추가되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골드만삭스도 관세가 성장에 걸림돌이 될 것이 분명하며, 스태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견해를 내놓았다.
여전히 제기되는 한 가지 의문은 미국 행정부가 이번에 부과한 상호관세를 장기간 유지할 것인지 여부이다. 앞서 3개월 동안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를 제안했다가 곧장 물리치거나 또다른 제안에 대해서는 아예 정책의 방향을 선회하기도 했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계속 주식 가격 하락을 통해 기업 투자와 신뢰에 타격을 입힌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주가 급락 양상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마치 환자가 수술을 받는 것과 같다면서, “시장은 붐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주식도 붐을 일으킬 것이다. 미국도 붐을 일으킬 것이다. 그리고 다른 나라들은 협상을 성사시킬 방법이 있는지 알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10]
트럼프 대통령은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다른 나라들이 놀라운 제안을 한다면 관세 협상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협상 여지에 대한 발언이 나오기 전까지 미국 행정부 주요 관계자들은 관세 협상은 당분간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CNN과 인터뷰에서 이번 상호관세 부과에 대해 “전 세계 무역의 재편이 일어나는 것이며 대통령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나라들이 더욱 거칠게 관세와 비관세 장벽을 수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ㆍ제조업 담당 고문 역시 CNBC와 인터뷰에서 “이것은 협상이 아니고 국가 비상사태이다”라고 대답했다.[11]
경제적으로는 이러한 관세를 예상하여 연초 미국의 수입이 급증했다. 이는 2월과 3월에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월 미국은 상품 및 서비스 수입액이 4,012억 달러로 1년 전보다 23%나 증가하는 등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수입액은 3,646억 달러 수준이었다. 하지만 4월부터는높은 관세가 도입되기 때문에 향후 몇 달 동안은 수입이 급격히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4월 2일부터 미국에서 조립되지 않은 모든 자동차와 상당수 자동차 부품에 25%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발표했는데, 이날 외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시행 결정을 확인했다. 이번 부과 대상에는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수입된 자동차는 물론 유럽과 아시아에서 수입된 자동차도 포함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관세가 연기되거나 철회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 "이것은 영구적이다"라고 단언했다. 미국 내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라는 주문인 셈이다. 그는 “미국 자동차 산업은 국내 산업 기반과 공급망을 위협하는 과도한 수입으로 인해 잠식되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외국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 발표 이후 미국과 외국의 자동차 회사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자동차 업계 임원들은 상당한 수준의 자동차 가격 상승과 더불어 매출 감소 가능성에 대해 경고했다. 나아가 공급망 혼란으로 인해 자동차 생산이 일시적으로 감소할 것이란 예상도 제기했다.
실제로 스텔란티스는 25% 관세 부과에 대응하기 위해 캐나다와 멕시코 소재 공장의 자동차 생산을 일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캐나다 공장의 임시직 근로자 4,500명 외에 미국 대표 직원 900명이 일시 해고된다.[12] GM의 경우 인디애나 공장의 픽업 트럭 생산을 일시적으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포드자동차는 관세 발표 직후 모든 고객에게 직원 할인을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일본 닛산자동차의 고급 브랜드인 인피니티는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두 종류의 크로스오버(QX50, QX55) 생산을 당분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USMCA를 준수하는 자동차 부품은 상무부 장관이 미국 세관 및 국경보호국(CBP)과 협의하여 미국 생산 외 부품에 대한 관세를 적용하는 절차를 수립할 때까지는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번 발표에서는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즉시 상호관세가 적용되지는 않지만, 결국에는 일부 관세가 적용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러한 자동차 관세가 미칠 영향은 매우 크고 직접적이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자동차 중에서 거의 절반이 수입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에서 조립된 자동차의 구성 부품이 전체 가치 중에서 40%~50% 정도를 차지하며, 나머지는 수입품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관세 충격으로 자동차 고용이 감소하면, 자동차 산업에 공급하는 다른 많은 산업으로 파장이 확산될 수 있다.[13]
자동차는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거래되는 품목이며, 미국이 전체 수입 차량의 21%를 차지하다. 수치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최근 연도인 2023년에 미국은 자동차 수입액이 2,080억 달러에 달했고, 자동차 수출액은 653억 달러였다. 미국은 압도적으로 가장 큰 자동차 수입국이고, 자동차 수출은 독일, 일본, 중국에 이어 네 번째로 큰 나라였다. 2023년 자동차 무역 규모는 거의 1조 달러에 달했다. 따라서 미국 자동차 무역이 중단된다면, 전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가 이미 중국 수입 제품에 부과되는 20% 관세에 추가되는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미국은 이미 수입 SUV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어 여기에 새로운 관세가 부과되면 총 세율은 50%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앞으로 중국에 부과되는 관세는 기존 20%에 34% 상호관세를 추가하여 54%에 이른다.
미국은 최대 자동차 수입국일 뿐 아니라 주요 자동차 수출국이기도 하다. 그런데 수출 자동차에는 수입 부품도 많이 들어가 있다. 유럽계 자동차 회사들은 미국에서 조립하는 자동차의 60%를 수출하는데, 이들 자동차의 부품 중 매우 많은 부분이 수입품이다. 새로운 관세가 이러한 부품에 적용되면, 미국산 자동차 산업은 글로벌 수출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유럽 완성차 업체가 자동차 조립 공장을 다시 유럽으로 옮길 가능성도 있다.[14]
이러한 자동차 관세에 대해 일본 총리는 모든 선택지를 고려하겠다고 언급했다.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일본이 관세 부과 면제 협상을 희망하다고 말했다. 일본이 관세 유예를 조건으로 미국산 무기 구매를 포함한 방위 지출을 늘리겠다는 제안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한국 현대차는 미국에 약 21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현대차는 조지아주 서배너의 미국 내 3호 공장인 '현대차그룹 메타 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생산 능력을 현재 연간 30만 대에서 50만 대로 늘려 미국에서 연간 총 120만대까지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대응이 관세 면제를 얻는 데 도움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15]
이러한 미국으로 생산 기지 이전은 장기에 걸쳐 이루어지기 때문에 당분간 이러한 투자 계획을 지렛대로 삼아 유예 협상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규모 미국 투자 확약으로 이에 상응하는 관세 유예를 받아낼 수도 있는 것이다.
외국계 자동차 회사들은 미국의 관세가 영구적이라고 인식하면 앞으로 미국 내에서 자동차를 조립하는 것을 포함하여 운영 모델에 상당한 변화를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는 멕시코에서 상당한 규모의 차량을 수입하는 반면, 유럽과 일본, 한국 자동차 업체는 일부 차량만 수입하고 다른 많은 차량은 북미 지역 공장에서 조립한다.
그림5. 현대차(좌) 기아차(우) 미국판매향 생산 공장 비중
출처: 현대차, 기아차, 유진투자증권에서 재인용
현대차와 기아차는 2024년 기준 약 77만 대를 미국으로 수출하며, 미국 시장 판매량은 146만 대 수준이다. 2024년 미국 내 공장의 합산 생산량은 78만 대로, 현대차가 약 36만 대, 기아차는 35만 대를 미국 공장에서 생산한다. 거의 공장 가동률이 최대 수준이기 때문에 추가 생산여력은 적고, 다만 현대차 생산 물량 중에서 2만여 대가 수출 물량이어서 이를 현지 판매로 전용할 수는 있는 것으로 보인다.[16]
한편, 글로벌 자동차 생산업체들은 관세가 부과될 조짐을 보이자 미국으로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을 조기 선적하기 시작했다. 2월에 EU에서 미국으로 선적된 자동차의 양이 1년 전보다 22% 증가했고 일본의 선적도 14% 증가했다. 이 때문에 관세가 자동차에 미치는 영향은 딜러가 기존 재고를 판매하는 2개월 정도는 신차 가격 상승 양상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동안 수요가 늘어 재고가 빠르게 정리되면 가격이 더 빨리 상승할 수 있다. 신차 가격이 상승하면 중고차 가격도 급등할 가능성이 크다. 팬데믹 시기의 경험으로 볼 때 중고차 가격 상승은 인플레이션에 충격을 줄 수 있다. 신차 가격이 크게 오르면 중고차 수요가 더욱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실제로 지난 3월 미국 자동차 판매는 급증했다. 포드자동차는 3월 판매량이 1년 전보다 19% 증가했으며, 제너럴모터스(GM)도 17% 증가율을 보고했다. 이러한 증가세는 조기 선적과 재고 증가에 기인했을 것이다.
성장전략본부 딜로이트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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