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남아 있는 기업들 역시 단일한 경로를 따르기보다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과 기술 접근법을 실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역동성은 자율주행차 산업이 아직 수렴되지 않은 탐색 단계에 머물러 있음을 시사한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자율주행차 도입 과정이 반복적으로 ‘시작–중단–재개’의 양상을 보이는 것은 결코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밀집된 도시 환경에서 자율주행차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운행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난이도뿐만 아니라 제도적·사회적 복잡성이 동시에 수반되기 때문이다. 매사추세츠 교통부 전 장관 제이미 테슬러(Jamey Tesler)는 교통을 ‘모든 사람이 매일 이용하는 보편적 재화’로 규정하며, 전기자전거에서 자율주행차에 이르기까지 모든 새로운 모빌리티 기술은 단순한 안전성 검증을 넘어 소비자 인식과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시험과 시범운영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자율주행차의 도입은 과거의 모빌리티 혁신 기술들이 시장 진입 과정에서 겪었던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긴밀한 조율을 필요로 한다. 특히 교통 흐름 유지와 시민 안전을 책임지는 공공 부문 관계자 및 정책 입안자들과의 협력은 자율주행차 확산의 핵심 조건이다.
정책 입안자와 규제 당국은 자율주행차 생태계를 형성하는 데 있어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시 및 주 정부의 지도자들은 기술 개발자, 완성차 제조사, 차량 운영자, 네트워크 제공자, 최종 사용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역량과 인센티브, 태도 변화가 규제 방향과 시장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종합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자율주행차는 단일 기술이나 단일 산업의 문제가 아니라, 복합적인 생태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자율주행차 비즈니스 모델의 실현 가능성은 여전히 중요한 미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기술적 진보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율주행차를 대규모로 운영하기 위한 운용 구조와 사업적 타당성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다수의 기업들은 상업적으로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을 단기간 내에 입증해야 하는 압박에 직면해 있으며, 이러한 제약은 사업 확장의 속도와 규모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Zipcar의 창립자 로빈 체이스(Robin Chase)가 자율주행차 도입의 미래를 ‘천국 또는 지옥’이라는 두 갈래 경로로 제시한 지 10년이 지난 현재, 주 및 지방 정부는 자신들의 정책 목표에 부합하는 비즈니스 파트너와 사업 모델을 전략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위치에 서 있다. 이는 공공 부문이 단순한 규제자를 넘어 시장 형성의 적극적인 조정자로 기능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수많은 이해관계자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거부권을 가진 집단은 최종 사용자, 즉 시민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율주행차 탑승을 꺼린다면, 관련 투자와 도입은 구조적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수백만 마일에 이르는 테스트 주행에서 치명적인 사고는 극히 소수에 불과할 정도로 안전성이 향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설문조사 결과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미국자동차협회(AAA)의 연례 조사에 따르면, 자율주행차에 대해 “두렵다”고 응답한 미국인의 비율은 2021년 54%에서 2024년 66%로 상승하였다.
자율주행 기술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온 핵심 기업들은 이러한 신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24년 4월, 자율주행차 산업협회는 대중의 신뢰 회복을 위한 다섯 가지 원칙을 발표하였다. 해당 원칙은 정부 및 시민과의 투명한 소통, 지역사회에 대한 책임 있는 기술 통합과 법집행기관과의 협력, 높은 수준의 사이버보안 및 개인정보 보호, 안전 중심의 조직 문화와 거버넌스 구축, 그리고 대중 신뢰 강화를 위한 정책 추진을 포함한다.
이 모든 원칙에서 공공 부문의 역할은 핵심적이다. 교통 혼잡 완화, 고령자 이동성 확대 등 자율주행차가 제공할 수 있는 공공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규제 기관과 완성차 제조사가 함께 차량의 안전성과 보안에 대한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자율주행차의 사고율이 인간 운전자보다 낮다는 통계를 제시하는 수준을 넘어, 정책과 커뮤니케이션 전반에서 일관된 메시지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노력은 이미 일부 지역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미국 전역에서는 자율주행차 테스트와 도입을 위한 주별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었으며, 대부분의 주에서 정부 기관과 기업이 협력하는 파일럿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연방정부부터 지방정부에 이르기까지 모든 수준의 정책 입안자와 규제 당국은 법규 간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긴밀한 협력이 요구된다.
초기 도입 주들의 사례는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캘리포니아는 주 정부 주도의 입법과 신속한 라이드셰어 파일럿 프로그램을 통해 자율주행차 혁신의 선도 지역으로 부상하였다. 애리조나는 2015년 자율주행차 테스트 지침을 수립한 이후 개인 물류 배송 장치와 트럭 플래투닝 을 포함한 폭넓은 실험과 상용화를 추진해왔다. 2022년에는 운전자 없는 저속 자율주행차를 새로운 차량 분류로 지정하기도 했다. 다만 일부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인한 리콜과 교통사고, 이에 따른 연방 조사가 발생하면서, 해당 주 역시 기존의 정책 가정과 제도적 틀을 재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자율주행차 시대를 준비하는 데 있어, 선도 지역조차도 지속적인 정책 학습과 조정이 불가피함을 보여준다. 자율주행차의 도입은 단기적 성과를 목표로 하기보다, 불확실성을 관리하며 점진적으로 신뢰를 축적해 나가는 장기적 정책 과제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