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긴장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세무 및 관세 환경의 복잡성은 더 이상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새로운 경영 환경의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보호무역 기조 강화와 공급망 재편, Pillar 2 도입 논의 확산에 더해 AI 기반 규제 집행과 데이터 중심의 세무 행정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기업들은 한층 정교하고 민첩한 대응 역량을 요구 받고 있습니다.
이번 ‘2025 아시아태평양 세무 및 관세 복잡성 서베이’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기업들이 어떤 우선순위를 두고 대응하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많은 기업들은 가격 전략 조정과 비용 통제를 단기 대응 수단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공급망 재편과 거래 구조 조정을 통해 장기적인 회복탄력성 확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또한 디지털 역량 강화와 데이터 기반 운영 체계 구축이 세무 조직의 핵심 과제로 부상하면서, 세무 부서의 역할 역시 단순한 컴플라이언스를 넘어 전략적 의사결정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조사 결과는 민첩성이 비용 통제, 디지털 역량, 이해관계자 정렬을 연결하는 핵심 프레임워크로 자리잡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제 세무와 관세는 단순한 규제 대응을 넘어, 기업의 경쟁력과 지속가능한 성장 전략을 좌우하는 핵심 경영 어젠다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응답자의 26%는 관세 변화에 대한 주요 단기 대응 방안으로 가격 조정에 나섰다고 답하였습니다. 추가로 이전가격 조정 패턴을 살펴보면, 11%는 이전가격 관련 내부거래 상세 내역을 변경했으며, 20%는 이전가격을 조정하여 변화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추세는 복잡성 대응보다 민첩한 대응을 선호하는 경향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가격 조정은 빠르고 유연하며 운영 부담이 적기 때문에, 최종 해결책은 아닐지라도 가장 먼저 선택되는 대응 방식 중 하나입니다. 이는 일종의 과도기적 일시적 대응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격 인상에 장기간 의존할 경우, 특히 수요가 제한된 시장에서는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가격 조정을 일시적 완충 장치로 활용하면서, 공급업체 다변화, 니어쇼어링, 현지 기반 생산 등 보다 회복력 있는 전략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가격 조정의 전략적 활용은 더 이상 단순한 비용 전가를 위한 접근법에 그치지 않습니다. 세무 관리 비용과 분쟁 해결 비용이 동시에 증가하는 환경에서, 이는 대응 시간을 확보하고 전략적 전환의 여지를 마련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가격 조정은 여전히 첫 번째 방안이지만, 점차 구조 재설계, 공급망 다변화, 시나리오 계획을 촉발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관세 관련 비용의 상승폭이 20% 미만일 경우에도 공급망의 근본적 재편을 고려해야 한다는 응답자가 41%에 달했습니다.
공급망 재편에 대한 관세 비용 상승폭의 임계치를 21~40%로 설정한 기업도 42%에 달했습니다. 이처럼 관세 비용에 대한 빠른 대응 추세는 비용 압박이 전략적 우선순위의 매우 강력한 재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를 전형적인 파레토 분포* 관점에서 보면, 현재 기업들의 재무적 대응력은 보다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관세 부담이 커지자 전체 기업의 80% 이상은 늘어난 비용을 기존 매출 범위 안에서 자체 흡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들은 기존 비용의 40% 이내 수준까지 대응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비용 충격에 이처럼 빠르게 대응한다는 것은 기업 환경이 중대한 변화를 보이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변동성은 더 이상 수동적으로 관리하는 리스크가 아니라 기업의 전략 변화와 대응 방향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업들이 비용 증가를 단순한 운영상의 부담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의 필요성으로 인식하기 시작했음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 파레토 분포(Pareto distribution)는 소수의 원인이 전체 결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상을 뜻하는 확률분포이다. 흔히 ‘80:20 법칙’으로 알려져 있다.
응답자의 약 70%는 공급망 관련 의사결정 시 최저 비용보다 전략적 정렬 또는 안정성을 우선시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빠른 대응 수단으로 비용 중심의 해법이 선호되어 왔지만, 이는 더 이상 공급망 조정의 핵심 기준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최저 가격을 제시하는 공급자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기업은 16%에 불과합니다.
오늘날과 같이 규제와 지정학적 환경이 분절된 상황에서는 단순히 기업의 장기 전략에 부합하는 요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이제 조직 내 기능 간 협업, 공급망 생태계 전반 국가 간 규제 대응까지 고려해야 하며, 이는 기업 회복력을 지탱하는 핵심 연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거시적 변동성이 아닌 조직 내부의 문제인 경우가 많습니다. 미비한 프로세스, 데이터 역량 부족, 인력 스킬 격차가 전체 운영 과제의 51%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전환은 과세당국과 기업 모두에 빠르게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인프라 현대화를 통하여 복잡한 거래 구조에서도 정밀한 리스크 파악과 해결이 가능하게 됩니다.
이에 따라 디지털 전환 초기 단계에서 데이터 정확성과 세무 정합성을 확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표준화와 자동화는 데이터 품질 개선, 규제 준수 강화, 경쟁력 확보의 핵심 기반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 결과, 세무 운영 모델 전환이 최고경영진의 주요 어젠다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딜로이트는 이러한 조사 결과를 통해 복잡한 환경 속에서 의사결정을 수행하는 리더들을 위한 전략적 대응 나침반을 제시하고자 합니다.이 나침반은 세 가지 핵심 축을 중심으로 의사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민첩성과 회복력은 여전히 핵심 전략 요소이며, 위의 세 가지 핵심 축과 맞물려 구체화될 수 있습니다. 핵심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비용 신호를 조기 경보로 활용하고, 비용 구조를 넘어 생태계를 정렬하며, 디지털 역량을 전략의 중심에 내재화해야 합니다.
이러한 방향을 중심으로 전략을 실행하는 기업은 불확실성을 단순히 극복하는 수준을 넘어, 변동성을 통찰과 추진력,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세무 및 관세 전략은 이제 규제 컴플라이언스를 넘어 새로운 경쟁력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 김지현 대표, 세무자문부문 리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