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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글로벌 순환경제 리포트

The Circularity Gap Report 2026: The Value Gap

주요 인사이트

  • 본 보고서에서 최초로 추산한 ‘가치 격차(Value Gap)’는 자원을 쓰고 버리는 선형경제 체제에서 매년 유실되는 경제적 가치를 의미한다. 전 세계 가치 격차의 규모는 연간 약 25조 4,000억 유로(±4.7조 유로), 즉 한화 약 4경 1,656조 원(±7,708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26년 8월 10일 환율 1,640원 기준). 이는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의 약 31%에 육박하는 규모로, 적절한 대응을 통해 방지할 수 있는 손실이다. 전 세계가 3유로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때마다 선형적인 자원 사용으로 인해 약 1유로의 가치가 손실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손실은 역설적으로 각국 경제가 순환경제 체제로 전환할 경우, 가치 회복을 촉진하고 장기적으로 가치를 보존할 수 있는 거대한 기회가 존재함을 시사한다.
  • 현재 여러 경제 지표는 선형경제 구조에서 비롯되는 가치 손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GDP와 같은 기존 거시경제 지표는 경제적 ‘활동’의 총량만을 측정할 뿐, 가치의 ‘보존’이나 ‘손실’은 포착하지 못한다. 그 결과 천연자원 고갈, 폐기물 발생, 자산 활용도 저하, 경제 체제 내 축적된 자원 자산 감소 등은 선형경제 체제의 필연적인 부작용이 기존 지표에서 간과되고 있다. 이는 구조적으로 발생하는 가치 손실의 대부분이 오늘날의 경제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된다는 의미이다.
  • 가치 손실이 발생하는 5가지 과정으로는 공정 손실, 에너지 손실, 식품 손실 및 폐기, 수명 종료 폐기물, 고정자본 소모가 있다. 이 요인들을 집중 공략하는 것은 가치 격차를 줄이기 위한 포괄적이고 실질적인 출발점이 된다.
  • 가치 손실은 지엽적인 비효율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이고 시스템적인 문제다. 가치 유실의 대부분은 자원 관리 과정의 국지적인 비효율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원 채취, 자산 유휴화, 사회적 비용 전가, 대규모 폐기물 발생을 구조적으로 고착화하는 현 선형경제의 근본 설계에서 비롯된다.
  • 순환경제의 핵심은 단순히 자원을 재활용하는 차원에 머무르지 않는다. 본질은 자원 사용량을 줄이고, 시간 경과에 따른 자원 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있다. 점진적인 효율화 방식만으로는 역부족이다. 가치 손실 문제를 해결하려면 경제 전반에서 자원을 조달하고, 사용하고, 보존하며, 순환시키는 체계 자체를 재설계해야 한다.
  • 가치 손실을 줄이면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동시에 경제 체제의 회복탄력성을 강화할 수 있다. 자원의 활용도를 높이고 폐기물 발생과 자산 유휴화를 방지함으로써 경제 전반에 걸쳐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동시에 기존 선형 방식에 내재해 있던 환경적 영향과 공급망 리스크, 외부효과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
  • ‘가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일관성 있는 공동의 대응이 필요하다. 하나의 기업이나 개별 주체의 파편적인 노력만으로는 구조적인 가치 손실을 해결할 수 없다. 기업, 투자자, 정책 당국이 ‘글로벌 순환 프로토콜(Global Circularity Protocol)’과 같은 표준화된 국제 기준을 중심으로 혁신 모델, 투자 재원, 유인책, 규제 제도를 일치시키는 것이 핵심 과제다. 이는 단순히 처리량을 극대화하던 기존 선형 방식에서 벗어나, 경제 전반에서 자원 가치를 보존하는 패러다임으로의 대전환을 이루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다.

 

❑ 2026 글로벌 순환경제 리포트: 가치 격차(The Value Gap)

세계 경제는 자원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자원 가치의 상당 부분이 생산, 사용, 폐기 단계에서 유실된다. 현재 비효율적인 자원 활용, 제품 조기 폐기, 자산 유휴화 등으로 인해 매년 약 25조 4,000억 유로(한화 약 4경 1,656조 원)에 달하는 경제적 가치가 사라지는 것으로 추산된다. 글로벌 GDP가 82조 6,000억 유로(한화 약 135경 4,640조 원)인 점을 고려할 때, 자원 유실 규모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본 리포트에서 최초로 제시하는 ‘가치 격차(Value Gap)’는 선형경제 구조에서 발생하는 ‘회피 가능한 경제적 가치 손실’을 정량화한 지표다. 이는 오늘날 ‘채취-생산-폐기’ 체제 내 비효율의 규모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며, 가치가 어떻게 사라지는지, 그리고 왜 사라지는지 보여준다. 가치 격차는 직접적인 경제적 비용뿐만 아니라 환경 오염, 자원 고갈, 공중 보건 영향, 노동 생산성 저하 등 숨겨진 환경적·사회적 부담 또한 반영되어 있다. 따라서 가치 격차는 단순한 손실 측정치에 그치지 않는다. 가치 격차는 순환적 방식을 통해 자원 가치를 장기 보존하고, 폐기물을 줄이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거대한 잠재력을 나타내는 수치다.

 

❑ 순환경제의 잠재력에 대한 새로운 시각

가치 격차는 선형적 자원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회피 가능한 경제적 가치 손실을 화폐 단위로 환산하여 보여주는 실용적인 지표다. 본 보고서에서 ‘가치’는 국가 간 비교가 가능하도록 주로 경제적인 관점에서 정의하고 금액으로 표기했다. 이때 전체 가치 창출 규모를 대표하는 대리지표(proxy)로 GDP를 활용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고의 방법론은 자원, 부품, 제품에 내재된 효용을 뜻하는 ‘기능적 가치(functional value)’와, 시장 가격에 거의 반영되지 않는 광범위한 환경적·사회적 영향인 ‘창출된 가치(created value)’를 구분한다.

가치 격차는 비효율적인 자원 사용(에너지, 식품 등), 조기 노후화 및 자산 마모, 시장 가격에 반영되지 않은 외부효과 등을 통해 유실되고 있으나, 적절한 개입으로 방지할 수 있는 총 가치를 의미한다. 이는 절대적인 수치인 동시에 GDP 대비 상대적 비율로도 표기할 수 있다. 즉, GDP 1유로가 창출될 때마다 유실되는 방지 가능한 손실 규모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GDP와 가치 격차를 동시에 고려할 경우, 선형경제 체제에서 구조적으로 소실되는 가치 규모와 실제 순 가치 창출액을 보다 현실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 나아가, 이 가치를 보존하고 회복하기 위한 순환경제 전략의 경제적 실익과 잠재력을 한눈에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

 

❑ 가치 손실의 5가지 주요 발생 과정

‘가치 손실’이 발생하는 과정은 단기적인 비효율과 장기적 자산 가치 잠식을 포괄하는 5가지 유기적 과정으로 분류된다. 구체적으로는 공정 손실, 에너지 손실, 식품 손실 및 낭비, 수명종료 폐기물, 고정자본 소모(건물, 인프라, 기계류의 노후화)가 있다. 이 과정들은 모두 현 경제 시스템이 어떻게 가치를 창출하는 동시에 가치를 침식하고 있는지 드러내며, 자원 가치 보존을 위한 순환 전략의 잠재력을 조명한다.

다음의 5가지 가치 손실 발생 과정은 선형적 시스템에서 경제적 가치가 유실되는 핵심 메커니즘이다. 해당 수치는 방법론적 불확실성, 자료의 한계, 전제가 되는 가정의 변동성을 고려해 ‘범위’의 형태로 제시되었다.

➊ 공정 손실(Processing losses)
- 9,042억 유로(약 1,483조 원) [±1,125억 유로(약 ±185조 원)]
- 공정 내 비효율, 제품 불량, 수율 감소 등으로 인해 자재를 반제품이나 완제품으로 가공하는 과정에서 유실되는 가치

➋ 에너지 손실(Energy losses)
- 8.7조 유로(약 1경 4,268조 원) [±1.6조 유로(약 ±2,624조 원)]
- 채취부터 최종 소비까지 에너지 시스템 전반의 비효율로 인해, 투입된 에너지의 상당 부분이 유용한 서비스로 전환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가치

➌ 식품 손실 및 낭비(Food losses and waste)
- 6,507억 유로(약 1,067조 원) [±280억 유로(약 ±46조 원)]
- 저장, 운송, 유통, 최종 소비 단계에서 섭취되지 못하고 공급망에서 이탈해 버려지는 식품의 가치

➍ 수명종료 폐기물(End-of-life waste)
- 10.0조 유로(약 1경 6,400조 원) [± 1.2조 유로(약 ±1,968조 원)]
- 제품과 자원이 조기에 폐기됨에 따라 회수되지 못하고 사라지는 잔존 자원 및 제품의 가치

➎ 고정자본 소모(Consumption of fixed capital)
- 5.2조 유로(약 8,528조 원) [± 1.7조 유로(약 ± 2,788조 원)]
- 인프라, 기계류, 건물 등 장기 자산이 유휴화, 유지보수 부실, 노후화로 인해 필요 이상으로 빠르게 소모되면서 손실되는 가치

 

❑ 가치 손실을 유발하는 메커니즘

가치 손실은 서로 밀접하게 얽혀 있는 4가지 메커니즘을 통해 발생한다. 이 메커니즘들은 자재와 제품, 자산이 그 잠재 가치를 온전히 실현하지 못하는 이유와 과정을 설명한다.

1. 자재 및 제품의 관리 부실
기술이나 인프라의 부족, 또는 공급망 내 조율 미비로 인해 자재와 자산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효율

2. 조기 진부화
디자인, 소비자 행동, 기술 혁신, 규제 등으로 인해 제품이나 자산이 물리적 내구수명에 도달하기 전 폐기됨

3. 조기 노후화
장기 자산의 회피 가능한 마모, 손상 또는 사용 저하로 인해 시간 경과에 따라 생산 가치 감소

4. 그림자 비용의 내재화
장기 자산의 회피 가능한 마모, 손상 또는 사용성 저하로 인해 시간 경과에 따라 생산 가치가 감소

이러한 메커니즘은 가치 유실을 유발하는 근본 원인(이러한 결과를 초래하는 기저의 과정)을 규명하며, 순환경제 관점의 개입을 통해 가장 강력한 경제적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영역이 어디인지 제시한다.

 

❑ 주요 이해관계자를 위한 행동 제언

순환경제를 대규모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업, 정책 입안자, 금융기관 간의 긴밀한 공조가 필수적이다. 이를 통해 시스템 전반의 가치 유실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적·사회적·환경적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가치 격차를 줄이는 것은 경제적 회복탄력성을 강화할 수 있는 공동의 기회이다.

▸ 기업

  • 순환 가치 창출을 위한 다각적인 사업 타당성 확보
    : 전사적 차원에서 가치 유실을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정량화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재무적·전략적 이점 및 리스크 관리 측면의 실익을 확보할 수 있는 순환 경제 기회를 발굴해야 한다. 또한 단기적 수익을 넘어 장기적 가치 창출에 집중해야 한다.
  • 순환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 및 확장
    : 기술, 재무, 규제 측면의 시장 성숙도를 고려하여 혁신적인 순환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 검증된 솔루션은 주력 제품 포트폴리오와 사업 운영 체계 전반에 내재화함으로써 시스템 차원의 파급 효과를 창출해야 한다.
  • 시스템적 가치 창출을 위한 밸류체인 전반의 협력
    : 개별 기업의 경계를 넘어 데이터 공유, 인센티브 연계, 공동 인프라 구축 등의 협업을 추진해야 한다. 이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안정적인 순환 자원 흐름을 확보해야 한다.

▸ 금융기관

  • 의사결정 체계 내 ‘자원 활용 극대화’ 관점 반영
    : 투자 및 여신 심사 시 수리 가능성, 내구성, 회수 가능성 등을 반영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기업의 장기적인 가치 보존 역량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 자원 관련 리스크 노출 평가
    : 공급망 내 취약성과 자산 수명의 불확실성을 리스크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 리스크 구제에 대해 이해하는 것은 회복탄력성이 높은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기반이 된다.
  • 자원 효율적 투자 중심의 자본 재배치
    : 내구성이 뛰어나고, 회수가 가능하며, 잔존 가치가 높은 자산으로 금융 지원의 중심축을 이동시켜야 한다. 이는 순환경제 체계가 구조적으로 안착하도록 유도한다.

▸ 정책 입안자

  • 과학적 근거 기반의 목표 수립 지원
    : 자원 채굴 및 소비를 효율화하고 기업과 사회가 준수할 수 있는 지속가능성 가이드라인이 되도록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 실질 가격 체계 검토
    : 시장 가격이 모든 부정적 외부효과를 반영할 수 있도록 비용 내재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가격신호의 왜곡을 바로잡으면 순환경제 전환을 촉진하고 구조적인 낭비를 줄일 수 있다.
  • 경제적 유인책 정비
    : 세제 혜택 및 인센티브 제도가 가치 유실을 줄일 수 있는 핵심 수단임을 인지해야 한다. 이를 통해 순환경제 활동의 수익성을 높이는 한편, 자원 집약적인 관행은 억제할 수 있다.

 

1. 서문

❑ 순환경제에서 말하는 ‘가치’

매일 수십억 유로 상당의 자원이 허무하게 사라지고 있다. 이러한 손실은 대개 눈에 띄지 않지만, 그 결과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음식은 공급망을 거치면서 부패해 가계 부담을 가중시킨다. 전자제품은 수명을 다하기 한참 전에 폐기된다. 주택 부족 현상이 만연한 상황에 기존 주택은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다. 의류는 한철 입고 버려지며, 미처 판매되지 못한 재고는 창고에 겹겹이 쌓여 있다. 이러한 손실은 눈앞에 보이는 낭비 외에도, 환경오염, 자원 고갈, 필수재에 대한 접근성 불평등 등 숨겨진 환경·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동시에, 자원과 시스템의 생산성 및 회복탄력성마저 저해한다. 기존의 가치 측정 방식은 이러한 숨겨진 비용을 거의 반영하지 못한다. 앞서 제시한 문제들은, 자연자원의 가치를 저평가하고 생산된 자산의 활용도를 떨어뜨리며 조기 폐기를 방치해 온 선형경제의 심각한 구조적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선형경제 모델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치명적이다. 자원 사용량은 1970년 이후 3배 증가했으며,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절반 이상, 대부분의 생물다양성 손실, 그리고 물 부족 현상이 자원 채굴 및 가공 과정에서 발생한다.1 심지어 인류가 만들어낸 인공물의 총무게는 이미 지구상의 모든 생물량(biomass)을 넘어섰다.2 그러나 이처럼 자원 소비가 폭증했음에도 자원 투입 대비 한계수익은 더 이상 늘어나지 않고 있다. 투입된 자원 단위당 창출되는 경제적 성과인 ‘글로벌 자원 생산성’은 지난 10년간 사실상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다.3 기업과 국가 경제가 실질적인 효율성 개선 없이 단순히 더 많은 자원을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순환경제는 환경적 부담을 완화하는 핵심 열쇠이자, 막대한 경제적 기회이다.

‘2026 글로벌 순환경제 리포트(Circularity Gap Report 2026)’는 초점을 기존의 환경 지표에서 벗어나 경제적 관점으로 전환하며 다음과 같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선형적이고 비효율적인 경제 관행으로 인해 발생하는 회피 가능한 경제적 가치 손실의 규모는 과연 어느 정도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단순해 보이지만 본질적인 전제, 즉 “가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마주해야 한다. 가치는 단순히 가격표에 찍힌 금액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경제학자와 철학자들이 수세기 동안 탐구해 온 ‘가치’는 ‘물건의 가격’과 ‘그 물건이 지닌 본질적 값어치’가 똑같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다차원적인 개념이다.4 실제로 가치는 사회적 합의에 의해 형성되며, 맥락에 따라 달라지고, 종종 논쟁의 대상이 되곤 한다.5 원래 ‘가격’은 가치를 화폐 단위로 나타내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시장의 불완전성, 외부효과, 정보의 비대칭, 불평등한 권력관계 등이 가격신호를 왜곡하기 때문이다. 산림, 토양, 담수 시스템과 같은 주요 자연자본은 인류의 생존과 경제 활동의 근간을 이루지만, 이러한 자원 고갈 비용은 시장에서 매겨지는 가격에 반영되지 않는다.6 마찬가지로 의료기기에 쓰이는 1kg의 핵심 원자재는 빠르게 버려지는 전자기기에 쓰이는 동일한 1kg보다 훨씬 더 큰 사회적 가치를 지니지만, 이러한 차이는 시장 가격에 부분적으로만 반영될 뿐이다.

이러한 불일치는 선형경제 패러다임이 지닌 한계에서 비롯된다. 기존 경제학 이론은 일반적으로 시장에서의 교환과 소비에만 집중할 뿐, 생물물리적 한계와 장기적인 인류의 웰빙(well-being)은 간과한다. 또한 자원의 유용성, 삶의 질 향상에 대한 자원의 기여도, 그리고 전 생애주기에 걸쳐 발생하는 파급효과 역시 간과하곤 한다. 순환경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가치에 대한 보다 폭넓고 실용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순환경제에서 말하는 가치는 자원과 제품이 전 생애주기에 걸쳐 어떻게 가치를 쌓아가고 또 잃어가는지에 기반한다. 이를 직관적으로 시각화한 개념이 바로 ‘가치 언덕(value hill)’이다(그림 1). 생산의 초기인 상류(upstream) 단계에서는 무수히 많은 원자재가 채굴, 정제, 가공되면서 가치가 창출된다. 이러한 금속, 광물, 플라스틱, 유리와 같은 자원들은 에너지와 기술 집약적 공정을 거쳐 특정한 부품으로 변모한다. 이어 중류(midstream) 단계에서는 이 부품들이 조립되어 복잡한 완제품으로 탄생한다. 최종 사용자에게 제품이 도달하는 시점이 되면, 해당 제품에는 단순한 자원과 에너지뿐만 아니라 디자인, 노동력, 지식, 기술이 담기게 된다.

 

그림 1. 제품의 전 생애주기에 걸친 가치 분류를 시각화한 ‘가치 언덕’(value hill): 사용 전(상류), 사용 중, 사용 후(하류) 등 자원이 거치는 단계

출처: Circle Economy

채굴, 가공, 제조, 사용, 폐기에 이르는 모든 단계에서, 가치는 창출되는 동시에 파괴된다. 공급망의 비효율성은 자원 손실로 이어지며, 조기 폐기는 정상 작동하는 제품의 수명을 단축시킨다. 아울러 채굴, 오염, 위험한 노동 환경이 야기하는 환경적·사회적 비용은 시장 가격에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 이러한 숨겨진 손실과 비용은 가치 언덕을 따라 누적되어 결국 사회 전체가 그 결과를 부담하게 된다. 순환경제의 접근 방식은 제품 수명 연장, 재사용 및 수리 활성화, 폐기 단계에서의 자원 가치 회수를 통해 이러한 궤적을 바꾸고자 한다. 이를 통해 가치 손실을 최소화하고 이미 창출된 가치가 낭비되지 않도록 방지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가치의 개념을 재정의하는 것은 경제 체제 그 자체를 재정의하는 핵심 열쇠이다. 가치는 본질적으로 세 가지 요소를 반영한다. 첫째, 유용성이다. 자원이나 제품이 인간에게 필요한 무언가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나타내는 것이다. 둘째, 희소성이다. 자원이나 제품을 대체하기가 얼마나 제한적이거나 어려운지를 나타낸다. 셋째, 복잡성이다. 생산에 투입된 인간의 숙련도와 디지털 기술, 자원, 에너지 등을 나타낸다.7 나아가 가치는 목적성 역시 반영한다. 즉, 영양, 주거, 이동수단 등 필수적인 시스템이 형평성 있고 효율적이며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인류의 웰빙을 얼마나 잘 실현해 내는가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가치는 자원, 경제, 그리고 사회를 연결한다. 순환경제는 인간의 번영에 대한 자원의 기여도를 인식하고, 생태적 한계를 고려하며, 자원 관리가 미치는 광범위한 영향을 다루는 가치 체계를 필요로 한다. 가치에 대해 깊고 입체적으로 이해할 때 비로소 순환경제가 지닌 경제적·사회적 잠재력을 실현하고 글로벌 가치 격차를 메울 수 있다.

 

❑ ‘자원 격차’(material gap)에서 ‘가치 창출’(value gain)로

글로벌 CGR® 보고서 최신판에 따르면 ‘순환성 지표’(Circularity Metric)는 6.9%로 집계되었다. 이는 경제 시스템으로 투입되는 자원의 93.1%가 신규 자원(virgin material)임을 의미한다.8 순환성 지표는 재생 자원이 경제에 투입되는 비율을 측정하는 지표이다. 동시에, 선형경제 구조가 초래하는 경제적 파급효과를 극명히 보여준다. 낮은 순환성 지표는 막대한 생태적 영향뿐만 아니라 거대한 경제적 손실을 시사한다. 자연은 경제 활동의 필수적 기반이므로 자연 파괴는 곧 구조적인 경제 리스크를 유발하며, 또한 선형적인 관행은 자원 낭비와 과다 사용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통찰을 바탕으로 ‘가치 격차’ 개념은 자원 손실의 경제적 규모를 정량화한다. 가치 격차는, 공급망 전반의 비효율적 기술 공정, 인프라 부족, 부적절한 처리 과정 등으로 발생하는 자원 낭비와 손실 등 비효율적인 자원 사용에 초점을 맞춘다. 아울러 수명이 긴 제품과 자산이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도록 막는 행동적·제도적·경제적 실패로 인한 조기 가치 손실을 반영한다. 따라서 가치 격차를 줄이는 것은 추가적인 가치 손실을 방지하고 기존 가치를 보존하는 것을 의미하며, 순환성이 실질적인 경제적 이익으로 직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자원 관리의 비효율성, 폐기된 제품, 활용도가 낮은 자산, 그리고 이와 관련된 환경적·사회적 비용은 단순한 손실을 넘어 가치 손실을 방지하고 기존 가치를 보존할 수 있는 기회의 상실을 의미한다. 시스템 차원에서 자원 효율성과 충분성을 촉진하도록 잘 설계된 순환경제 전략은 실질적인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이익으로 이어진다. 또한 이는 지구의 생태적 한계 내에서 모두를 위한 인류의 삶의 질을 실현하는 핵심적이고 실용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본 보고서는 순환성 격차로 측정한 자원 활용의 현황과 가치 격차가 주는 경제적 인사이트를 연결함으로써, 순환경제를 환경 이슈의 당면과제 뿐만이 아니라 전략적 기회로 재정의한다. 이를 통해 기업, 금융기관, 정책 입안자가 장기적인 사회경제적·환경적 가치 창출 잠재력이 가장 높은 개입 방안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방향성을 제시한다.

 

2. 가치 격차 측정

경제 내에서 발생하는 가치 손실을 측정하는 것은 복잡하며 다각적인 접근을 요하는 작업이다. 기존의 경제 지표들, 특히 GDP은 특정 기간 동안 생산된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화폐 가치를 포착하지만, 예컨대 폐기물 발생이나 고정자본의 물리적 마모, 혹은 재화와 서비스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자원의 고갈 등은 반영하지 못한다. 결국 기존 지표만으로는 가치 창출과 실제 경제 성과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오늘날 글로벌 선형 경제의 성과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가치 창출뿐만 아니라 가치 손실까지 함께 고려돼야 한다. 본 분석은 경제 성과 평가에 존재하는 이러한 중대한 맹점을 보완하고자 마련되었다. 이를 위해 가치 격차 지표는 자원 사용의 비효율성을 화폐 가치로 환산하여 제시한다. 즉, ‘채취-제조-폐기’ 중심의 선형 구조에서 매년 회피 가능한 경제적 가치 손실이 얼마나 발생하는지 가시화하고, 순환적 자원 관리 방식으로 전환할 경우 이러한 손실을 얼마나 줄이고 가치를 보존할 수 있는지 명확히 보여준다.

 

❑ 가치 격차 소개

본 장에서는 가치 격차(Value Gap)를 측정하는 데 활용된 방법론, 데이터, 분석 도구를 개괄한다. 자세한 내용은 방법론을 참조할 수 있다.

본 분석에서는 실무적 차원에서 현실성을 고려해 표준적인 가치 측정 방식을 채택했다. 이는 인간의 웰빙과 삶의 질까지 다차원 체계로 정량화하는 인간개발지수(HDI)나 행복지수 등 목적 지향적 평가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전 세계적 차원에서 가치를 측정 가능하도록 만들기 위해, 주로 시장 가격을 통해 화폐 단위로 표현되는 ‘경제적 가치’로 가치의 범위를 설정했다. 이러한 프레임워크 아래 본 분석은 가치를 크게 두 가지 형태로 구분한다.

  • 기능적 가치
    : 원자재, 부품, 완제품이 실제로 수행할 수 있는 본래의 유용성을 의미한다. 이는 시장 가치를 통해 평가되며, 경제적 가치 창출을 결정짓는 가장 핵심적인 요인으로 간주된다.
  • 창출된 가치
    : 경제 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적·사회적 영향(긍정적/부정적 효과 모두 포함)을 의미한다. 기존의 선형 경제 구조에서는 이러한 영향이 시장 가격에 거의 반영되지 않거나, 반영되더라도 극히 일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9 부정적 외부효과의 사례로는 환경 오염 등이 있으며, 긍정적 영향으로는 공교육, 깨끗한 공기, 공공 인프라 등 공공재의 제공이 해당된다.

본 분석에서는 에너지 용도를 포함한 자원의 비효율적 사용을 생산, 소비, 폐기 전 단계에서 발생한 ‘기능적 가치 손실’로 다룬다. 한편 ‘창출된 가치 손실’은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환경적·사회적 비용과 미분류 폐기물 발생에 따른 환경적 비용을 통해 일부 반영하였다.10 이처럼 기존 시장 가격에서 배제되었던 환경적·사회적 비용을 화폐 가치로 환산하여 분석에 포함시켰다.

 

❑ 가치 격차의 구조 분석

가치 격차는 자원 및 에너지·식품의 손실과 낭비, 자산의 물리적 노후화, 시장 가격에 반영되지 않은 환경적·사회적 외부효과 등 선형경제 관행으로 인해 발생한 ‘총 회피 가능한 화폐 가치 손실’을 의미한다. 가치 격차는 절대 금액(조 유로 단위)으로 표기되며, GDP를 ‘총 가치 창출액’의 대리 지표로 활용하여 ‘총 가치 창출 대비 손실 비율’로도 나타낸다. 즉, 가치 격차는 1단위의 GDP가 창출될 때마다 선형경제 구조 때문에 발생하는 가치 손실이 얼마인지를 보여준다. 이 관계를 명확히 이해하려면, 먼저 현재 가치 창출이 어떤 방식으로 측정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 가치 창출: 현재 어떤 방식으로 측정되는가?

경제적 가치를 측정하는 일은 본질적으로 까다롭다. 이를 비교적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나타내려면 인간, 사회, 환경이 창출하는 다양한 형태의 가치를 비교 가능한 하나의 지표로 환산해야 한다. GDP는 경제 내 재화와 서비스의 총생산량을 측정해 경제 활동 추이를 파악하고자 만들어진 지표다. 당초 사회적 발전이나 웰빙, 지속가능성, 장기적인 부(富)의 축적을 측정하기 위해 설계된 지표가 아니다. 그럼에도 시간이 흐르면서 GDP는 이러한 목적을 대변하는 핵심 지표로 자리 잡았고, 국가 경제 성과와 더불어 인류의 번영을 가늠하는 주된 나침반으로 널리 활용되어 왔다.11

GDP는 경제의 생산량을 측정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지표임에도, 가치라는 포괄적 개념을 담아내기에는 본질적으로 한계가 있으며 그 시야가 좁다. GDP는 오늘날 창출된 부가가치의 흐름만을 포착할 뿐, 그 가치 창출의 근간이 되는 자산(인공 자산 및 자연 자산)의 고갈과 훼손, 파괴 현상은 배제한다.12 예컨대 건물, 인프라, 기계장치 등 새롭게 형성된 유형 자산은 수치에 반영되는 반면, 기존 자산의 동시다발적인 마모와 노후화는 반영되지 않는다.13

마찬가지로 광물, 비재생 에너지원, 토양, 생태계를 포함한 자연자원의 훼손과 고갈은 자연 자본의 손실임에도 수치상으로 누락되어 있다. 이러한 중요한 자산이 한정적이고 재생 불가능하며 훼손되기 쉽다는 점을 감안하면 큰 허점이다.14 나아가 GDP 체계의 관점에서는 성격이 판이하게 다른 활동이 동일한 경제적 성과로 처리된다. 기름 유출 정화 작업에 쓰인 100유로와 공교육 또는 예방 의료에 투자된 100유로가 경제 생산량에 똑같이 기여한 것으로 다뤄지는 식이다. 결과적으로 미래 가치 창출의 기반이 되는 자연적·사회적·물리적 토대가 무너져 내리는 상황에서도, 한 국가의 GDP는 눈부신 성장을 기록하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GDP는 순환경제에서 가치 창출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비공식 경제 활동, 가사 노동, 자급농업 등 기능적 가치와 창출된 가치를 갖는 수많은 활동을 담아내지 못한다. 불평등과 빈곤 같은 주요 사회경제적 결과 역시 배제한다.

‘채취-제조-폐기’로 이어지는 선형경제 구조에서는 자원 고갈, 낭비, 오염, 자연 자본의 손실이 미래의 경제와 웰빙, 부의 기반을 직접적으로 약화시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GDP 상에서는 모두 ‘0’으로 집계된다. 이러한 현실은 기존 경제 체계가 간과하고 있는 한 가지 중요한 맹점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바로 자연이 경제의 근간이라는 사실이다.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생물권이 없다면 어떠한 경제 활동도 존재할 수 없다.15 현재의 자원 이용 방식은 생물다양성, 토지, 물, 기후변화 등 지구 위험 한계선을 위협하는 주원인이며, 이는 경제 활동과 인류 번영의 기반을 서서히, 그러나 치명적으로 침식해 들어간다.16

그럼에도 불구하고 GDP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대표적인 경제 성과 지표로서 주요 정책 및 경제적 의사결정의 이정표 역할을 하고 있다.17 물론 GDP가 지속가능성이나 웰빙, 자산 고갈을 담아내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지만, GDP는 시대와 국가를 넘어 가장 널리 쓰이는 표준화된 경제 지표다.18 이에 따라 본 분석은 실무적 현실성을 고려해 GDP를 전체 가치 창출액의 대리지표로 활용한다. 이는 GDP가 사회적 가치를 완벽히 반영하기 때문이 아니라, 가치 손실을 비추어보고 평가할 수 있는 공통의 기준점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GDP를 기준으로 삼으면 전체 경제 생산량 대비 가치 격차의 규모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GDP가 불완전할지라도 유용한 벤치마크를 제공하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경제 활동의 전체 구도를 명확히 파악하려면, 가치 창출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사라지는 가치까지 함께 살펴보아야 한다.

 

❑ 가치 손실: 가치는 어떻게 사라지는가?

가치 손실은 사회에 더 이상 유용한 기능을 제공하지 못하거나 부정적인 외부효과로 환경과 인류의 웰빙에 해를 미치는 자원을 의미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가치 손실은 실현되지 못한 경제적 잠재력뿐만 아니라, 환경적·사회적 영향이나 폐기물 처리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적 비용까지 함께 반영한다.

자원 흐름에서 가치 손실은 하나의 패턴을 따른다. 바로 비효율적인 원자재 사용이다. 채취부터 가공, 사용, 최종 폐기에 이르기까지 가치는 지속적으로 손실된다. 순수하게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손실은 생산 및 소비 과정에서의 예방 가능한 낭비, 제품의 조기 진부화, 수명이 긴 자산의 조기·점진적 가치 하락 등에서 비롯될 수 있다. 보다 넓은 관점에서 보면 가치 손실은 환경적·사회적 비용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상 기후 현상은 물론, 부실하게 관리된 폐기물로 인해 공중보건 위험이나 인프라 및 관광업 피해 같은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가치 손실의 과정은 5가지 유형으로 분류될 수 있으며 이는 모두 서로 얽혀 있다. 여기에는 자원 흐름에서의 단기적 비효율성뿐만 아니라 생산 자본의 가치 감가 및 자연 자본의 고갈이라는 장기적 자산 침식이 모두 포함된다.

  • 공정 손실(Processing losses)
    : 가공 및 제조 과정에서 버려지는 자원
  • 에너지 손실(Energy losses)
    : 채취부터 최종 사용에 이르기까지 에너지 시스템 전반의 비효율성
  • 식품 손실 및 낭비(Food losses and waste)
    : 생산지 출하부터 소비에 이르는 공급망 전반에서 손실되거나 폐기되는 식품19
  • 조기 폐기(End-of-life waste)
    : 제품 및 자산이 내용연수에 도달했을 때 손실되는 잔존 가치
  • 고정자본 소모(Consumption of fixed capital)
    : 사용, 노후화, 손상 등으로 인해 건물, 인프라, 기계 등 장기 고정자산의 가치가 점진적으로 하락하는 현상20

이 5가지 가치 손실의 과정은 선형경제에 내재된 가치 손실을 드러낸다. 이를 GDP와 함께 살피면 비록 부분적일지라도 오늘날 경제 활동이 창출하는 순가치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다. 이는 나아가 현재의 경제 성과가 재생 불가능한 자연 자본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를 드러내며, 순환 전략을 통해 가치 보존을 개선할 수 있는 지점을 짚어준다.

 

❑ 가치 창출과 가치 손실의 관계

가치 격차와 GDP는 모두 가치를 화폐 단위로 표현하지만, 경제적 성과를 바라보는 관점에는 차이가 있다. GDP는 특정 기간 동안 얼마나 많은 경제 활동이 일어났는지를 측정한다. 즉, 얼마나 많은 가치가 ‘생산’되었는지는 보여주지만,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가치가 ‘보존’되거나 ‘침식’되었는지는 보여주지 않는다.

가치 격차는 이러한 한계를 조명함으로써 GDP를 한층 객관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게 한다. 가치 격차는 오늘날 얼마나 많은 가치가 창출되었는가를 측정하기보다, 선형경제에 내재된 구조적 비효율성과 부적절한 유인 구조로 인해 얼마나 많은 가치가 손실되었는지를 포착한다. 중요한 점은 가치 격차가 GDP에서 단순히 빼야 하는 항목이 아니며, 모든 경제적 성과물이 지속 불가능함을 의미하지도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보다는 가치 창출과 가치 손실 사이의 균형을 평가하는 하나의 렌즈 역할을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가치 격차는 논의의 축을 경제의 ‘양(Volume)’에서 ‘질(Quality)’로 바꾸는 데 도움이 된다. 큰 가치 격차는 경제 활동의 상당 부분이 지속 가능한 부나 웰빙, 번영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소멸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결국 가치 격차를 완화하는 과정에서 순환경제 구축을 위한 실질적인 기회가 창출된다. 즉, 재생 불가능한 자연 자본에 미치는 영향은 줄이면서 가치 손실은 최소화하고, 창출된 가치가 오랜 기간 보존되어 유지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재설계하는 것이다.

 

❑ 방법론적 고려사항

가치 격차는 선형경제 구조 내 가치 손실을 추산하는 지표이며, 특히 이번 분석이 최초의 시도라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다만,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한계와 유의사항이 존재한다.

  • 분석 범위의 한계
    : 본 분석은 광업, 농업, 제조업, 건설업, 에너지 등 재화를 생산·유지하는 실물 자원 경제 영역에 집중한다. 금융, 보험, IT 등 서비스 경제 분야에서 발생하는 가치 손실은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다만 건물, 전자기기, 데이터센터 등 서비스 산업의 기반이 되는 물리적 자산과 자원은 분석 대상에 포함된다. 즉, 서비스 산업이 창출하는 부가가치는 GDP에 반영되는 반면, 서비스 자체의 무형적인 특성으로 인해 서비스 분야의 선형경제 비중에 따른 가치 손실은 집계에서 제외되며, 오직 서비스 산업에 활용되는 유형 고정자산의 소모분만 가치 손실에 반영된다.
  • 외부효과의 부분적 내재화
    : 현재 시장 가격은 경제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환경적 비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본 방법론은 기능적 가치 손실을 정량화하고, 온실가스 배출이나 무단 투기(미수거 및 미집계 폐기물 포함) 등 환경·사회적 영향을 부분적으로 반영했다. 그러나 산성화, 인체·생태계에 대한 독성 영향, 부영양화, 자원 고갈 등 모든 환경·사회적 영향을 완전히 화폐 가치로 환산하지는 못했으며, 정량화가 어렵거나 파급력이 매우 크고 장기적인 사회적 혼란 및 피해 역시 포함하지 않는다.
  • 불변가격 적용, 민감도 및 주요 가정
    : 연도별 비교 가능성을 확보하고 인플레이션 효과를 배제하기 위해서는 당해년도 명목가격 대신 특정 기준연도의 불변가격을 적용해야 한다. 아울러 분석 결과는 주요 모델링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감가상각 후 현재가 및 잔존가치를 산정할 때 사용되는 감가상각 함수, 초기 자본재고 추정치, 회피 가능한 손실 비중, 수명 종료 자산과 폐기 자산 간의 관계에 관한 가정 등이 이에 해당한다. 따라서 결과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추후 추가적인 검증과 민감도 분석이 요구된다.

자세한 내용은 방법론을 참조할 수 있다.

3. 가치 격차

‘가치 격차’는 오늘날 채굴-제조-폐기로 이어지는 선형경제의 비효율성을 파악하는 프레임워크로, 화폐 가치로 측정된다. 이러한 손실을 화폐 단위로 측정하는 것은 낭비되는 가치 손실의 규모를 규명할 뿐만 아니라, 자원 생산성을 제고하고 경제의 회복탄력성을 강화하며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을 도모할 기회를 파악하는 데도 기여한다.

손실 규모는 심각한 수준이다. 전 세계 가치 격차의 추정치는 약 25조 4천억 유로(±4조 7천억 유로)[4경 1,656조 원(±7,708조 원)]로, 글로벌 GDP 82조 6천억 유로(135경 4,640조 원)와 비교할 때 상당 비중을 차지한다. 이는 방지할 수 있는 가치 손실과 이를 회복할 수 있는 잠재력이 거대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즉, 폐기물 발생을 줄이고 자원 효율성을 개선하며 자산의 내구연한을 늘림으로써 환경적 부담과 사회적 비용을 완화하는 동시에 수조 유로 규모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다음 섹션에서는 가치 손실이 일어나는 5가지 과정을 살펴본다. 여기에는 공정 손실, 에너지 손실, 식품 손실 및 낭비, 조기 폐기, 고정자본 소모 등이 포함된다. 각 과정은 생산 및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즉각적인 자원 손실부터 인프라, 기계, 기타 실물 자본 자산의 장기적 가치 저하에 이르기까지 가치가 유실되는 다양한 양상을 보여준다. 이 5가지 과정을 통해 경제 전반에서 가치 손실이 발생하는 지점과, 그렇기 때문에 손실 방지 효과가 가장 큰 영역을 다각도로 파악할 수 있다.

과정별 가치 손실 추정치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부록의 [표 1]에서 확인할 수 있다.

 

❑ 5가지 가치 손실 과정
➊ 공정 손실
 9,042억 유로(약 1,482.9조 원) [± 1,125억 유로(약 ± 184.5조 원)]
 - 자원/제품의 잔존 가치: 4,815억 유로 (약 789.7조 원)
 - 처리 비용: 2,331억 유로 (약 382.3조 원) [± 1,049억 유로 (약 ± 172.0조 원)]
 - 그림자 비용: 1,897억 유로 (약 311.1조 원) [± 76억 유로 (약 ± 12.5조 원)]

 

가공 손실 이해하기
가공 손실은 이미 에너지, 노동력, 자본이 투입된 원자재를 낭비함으로써 수익성과 자원 효율성을 저해한다. 이러한 손실은 공정상의 비효율, 불량, 수율 감소 등으로 인해 발생하며, 제품이 시장에 출시되기도 전에 유용한 자원을 유실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가공 손실의 산정 방법
본 분석에서는 14개 자원 카테고리에 걸쳐 가공 손실을 평가하였으며, 다음의 두 가지 핵심 요소가 고려된다.

① 회수 가능한 자원 가치: 제조 및 가공 과정에서 유실되어 재활용되지 못한 회수 가능 자원 분량의 시장 가치22
② 폐기물 처리 비용: 해당 자원의 수거 및 처리에 소요되는 비용. 분리배출되지 않은 폐기물의 그림자 비용 포함23

가공 손실이 중요한 이유
가공 손실은 에너지, 노동, 자본 등이 들어간 원자재를 낭비하게 만듦으로써 기업의 수익성과 자원 효율성을 직접적으로 떨어뜨린다. 이러한 손실을 줄이면 원자재·에너지·인건비 등의 비용을 절감하고 폐기물 처리 비용을 낮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브랜드 평판과 경쟁력 제고로 이어진다.24

산업화된 경제권에서 자원 비용은 제조기업의 원가 구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일례로 유럽 전역의 제조업 분야에서 자원 투입비는 전체 산업 원가의 약 절반에 달하며, 특히 자동차, 화학, 기초 금속 산업이 가장 대표적인 자원 집약적 산업에 속한다.25,26 이들 산업군에서 가공 손실을 줄이는 것은 산업 생산성과 자원 순환성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다.
 

➋ 에너지 손실

 8.7조 유로(약 14,268조 원) [± 1.6조 유로(약 ± 2,624조 원)]
  - 자원 잔존 가치: 2.4조 유로 (약 3,936조 원) [± 4,458억 유로(약 ± 731.1조 원)]
  - 그림자 비용: 6.3조 유로 (약 10,332조 원) [± 1.2조 유로(약 ± 1,968조 원)]

 

에너지 손실 이해하기
에너지 손실은 추출 및 생산부터 최종 소비에 이르기까지 에너지 시스템 전반에 걸쳐 발생한다. 이는 유용한 열이나 전력 등이 본래 용도대로 활용되지 못한 채 소비되거나 낭비되는 에너지를 의미한다. 이러한 손실은 에너지 생산, 전환, 수송 및 소비의 각 단계에 걸친 기술적 비효율성, 열 손실, 그리고 시스템 설계상의 한계로 인해 나타난다.27

추출 및 생산
: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비재생 에너지 자원을 채굴 및 생산하는 과정에서 가스 플레어링(flaring) 및 누출을 통해 손실이 발생한다.

에너지 전환 및 수송
: 1차 에너지가 휘발유나 전력 등 사용 가능한 형태로 전환될 때, 발전소의 비효율적인 연소, 정제 공정, 에너지 집약적 작업으로 인해 추가적인 손실이 나타난다. 또한 열 배관망의 열 손실, 송전 과정에서의 전력 손실, 석유·가스 파이프라인의 누출, 에너지 수송 과정의 연료 소비 등에 인해서도 손실이 발생한다.

최종 소비
: 소비 단계에서 에너지는 주로 세 가지 과정을 통해 손실된다. 건물에서는 난방, 조명 및 비효율적인 가전제품을 통해 손실이 발생한다. 운송 및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차량(특히 내연기관 차량)이 소비하는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낭비한다. 금속, 시멘트, 화학물질 생산과 같은 전통적 산업 공정부터 데이터 센터와 같은 디지털 인프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고소비 산업 전반에서 방대한 양의 에너지가 폐열로 손실된다.

에너지 손실의 산출 방법
에너지 손실은 시장 가격과 더불어 기후변화가 인류와 생태계의 건강에 미치는 외부효과를 반영한 ‘탄소의 사회적 비용’을 포함하는 잠재 가격을 적용하여 화폐 가치로 산출된다. 제시된 범위는 반등 효과에 대한 추정치의 하한 및 상한을 나타낸다.

이러한 손실의 대부분은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며28, 가장 큰 손실은 최종 소비 단계에서 나타난다.

1차 에너지 채취 및 생산: 1.1조 유로 (약 1,804조 원) [± 1,640억 유로 (약 ± 269.0조 원)]
에너지 전환 및 수송: 에너지 전환 2.3조 유로 (약 3,772조 원) [± 4,410억 유로 (약 ± 723.2조 원)] 및 수송 3,150억 유로 (약 516.6조 원) [± 940억 유로 (약 ± 154.2조 원)]
최종 소비 (건물, 운송, 제조업): 4.9조 유로 (약 8,036조 원) [± 9,160억 유로 (약 ± 1,502.2조 원)]

에너지 손실이 중요한 이유
가장 큰 가치 손실은 에너지가 가장 가치 있고 활용도가 높은 형태로 존재하는 에너지 사슬의 후반 단계에서 발생한다. 그러나 채취·생산 및 에너지 전환과 같은 상류 단계에서 손실을 방지하면 추가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으며, 글로벌 수요를 충족하는 데 필요한 총 에너지량을 절감할 수 있다.

 

➌ 식품 손실 및 낭비

 6,507억 유로 [± 280억 유로] (약 1,067.1조 원 [약 ± 45.9조 원])
 - 식품 손실: 5,946억 유로 (약 975.1조 원)
 - 식품 낭비: 561억 유로 [± 280억 유로] (약 92.0조 원 [약 ± 45.9조 원])

 

식품 손실 및 낭비 이해하기
식품 손실 및 낭비는 인간이 섭취할 수 있는 식량이 공급망에서 이탈한 후 동물 사료나 산업용 원료 등 이용 가능한 어떠한 형태로도 재유입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전 세계적으로 인간의 섭취를 위해 생산되는 전체 식량의 약 3분의 1(연간 약 10억 5,000만 톤)이 손실 또는 낭비되고 있다.29

  • 식품 손실: 주로 생산, 가공, 운송, 보관 등 공급망의 초기 단계에서 발생한다. 이는 먹을 수 있는 물량과 먹을 수 없는 물량을 모두 포함하며, 주로 생산자, 가공업자 및 물류 사업자의 책임이다.30
  • 식품 낭비: 소매 및 최종 소비 등 공급망의 후반 단계에서 발생하며, 섭취될 수 있었으나 폐기된 물량만을 포함한다. 주로 소매업자와 소비자가 이러한 폐기에 영향을 미친다.31

식품 손실 및 낭비의 산출 방식
식품 손실 및 낭비의 경제적 가치는 손실 또는 폐기된 수량에 지역별 대표적인 식품 가격을 곱하여 추산하되, 생산 단계에서의 식품 손실은 제외한다. 이는 시스템 내에서 활용될 가능성이 있었으나 실질적으로 손실된 식량의 가치를 반영한 것이며, 폐기물 처리 비용은 제외한다.

식품 손실 및 낭비가 중요한 이유
식량 손실 및 낭비는 영양적·경제적 가치의 직접적인 손실일 뿐만 아니라, 식량 생산에 투입된 토지, 수자원, 에너지 등의 자원 낭비로 직결된다.32 식량 손실을 방지하면 생태계 부담을 완화하고 식량 안보를 증진하며, 농업 및 부패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다.33 따라서 생산과 소비 전 단계에서 폐기물을 줄이는 것은 순환적이면서 지속 가능한 식량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핵심 과제이다.

 

➍ 수명종료 폐기물

 10.0조 유로 [± 1.2조 유로] (약 1.64경 원 [약 ± 1,968조 원])
 - 자원/제품 잔존 가치: 6.5조 유로 (약 1.066경 원 / 10,660조 원)
 - 처리 비용: 2.4조 유로 [± 1.1조 유로] (약 3,936조 원 [약 ± 1,804조 원])
 - 그림자 비용: 1.0조 유로 [± 435억 유로] (약 1,640조 원 [약 ± 71.34조 원])

 

수명종료 폐기물 이해하기
이러한 손실은 건물, 차량, 기계 등 용도 폐기되는 자산으로부터 발생한 수명 종료 폐기물의 제품 잔존 가치(순 재활용 자원 가치 기준)와 이에 따른 처리 비용 및 관련 외부효과 비용의 합을 의미한다. 장기 사용 자산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가상각되고 마모되어, 용도 폐기되거나 해체될 때 초기 가치의 일부만 남게 된다. 중요한 점은 이 단계에서 제품의 기능적 가치가 꼭 완전히 소진된 상태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부품의 상태와 유용성에 따라 여전히 상당한 가치가 보존되어 있을 수 있다. 단순히 재활용만 할 경우에는 기초 자재의 가치만 보존되지만, 재제조, 용도 변경, 재사용 등의 전략을 적용하면 부품 단위, 심지어는 제품 전체 단위의 가치를 유지할 수 있어 재활용만 했을 때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가치를 회수할 수 있다.

수명종료 폐기물의 산출 방식
수명종료 폐기물은 순자본스톡 데이터를 활용하여 자재 톤당 잔존 가치를 도출한 뒤, 자원 재고 데이터와 용도 폐기 시점의 잔여 시장 가치를 결합하여 추정한다.34 이렇게 산출된 잔여 가치에 자원 처리 비용 및 공정 비용이 합산되며, 이는 가공 손실에 활용된 방식과 유사하다. 여기서 결정적인 차이는 수명 종료 폐기물 중 재활용되는 비중을 고려하여 제품의 잔존 가치를 결정한다는 점이다. 즉, 해체 후 재활용으로 투입된 용도 폐기 자산은 부품 및 제품 단위의 가치는 상실하지만, (가공 손실과 마찬가지로) 재활용을 통해 보존되는 순 자재 가치는 유지되는 것으로 반영한다.

수명종료 폐기물이 중요한 이유
수명종료 폐기물로 발생한 손실은 자원 흐름 체계에서 가치 훼손이 일어나는 최종 단계를 의미한다. 자산이 해체되거나 폐기될 때 생산 및 운영 과정에 투입된 노동, 에너지, 기능적 가치의 대부분이 손실된다. 재활용을 통해 회수되는 가치는 초기 가치의 극히 일부에 불과한데, 이는 자원 회수만으로는 부품이나 제품 수준의 기능성 손실을 거의 커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35 유지보수, 리노베이션, 재사용, 재설계 등을 통해 장기 사용 자산의 수명을 연장하는 것이 고차원적 가치를 보존하고 글로벌 경제 내 폐기물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다.

 

➎ 고정자본 소모

 5.2조 유로 [± 1.7조 유로] (약 8,528조 원 [약 ± 2,788조 원])
 - 자원/제품 잔존 가치: 6.5조 유로 (약 1.066경 원 / 10,660조 원)
 - 처리 비용: 2.4조 유로 [± 1.1조 유로] (약 3,936조 원 [약 ± 1,804조 원])
 - 그림자 비용: 1.0조 유로 [± 435억 유로] (약 1,640조 원 [약 ± 71.34조 원])

 

고정자본 소모 이해하기
고정자본 소모는 물리적 마모, 진부화, 또는 우발적 손상으로 인해 건물, 기계, 인프라 등 장기 자산의 현재 가치가 감소하는 현상을 의미한다.36

  • 물리적 노후화: 장기간에 걸쳐 자산을 사용함에 따라 발생하는 마모와 손상을 의미한다.
  • 진부화: 자산이 기술적·경제적 요구사항을 더 이상 충족하지 못하거나, 더욱 우수한 대체재가 등장함에 따라 가치를 상실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 일반적인 우발적 손상: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고로 자산의 일부 또는 전부가 손상되어 때로는 조기 폐기로 이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요인들은 종합적으로 경제 전반의 고정자산에 내재된 생산 가치가 점진적으로 상실되는 과정을 나타낸다.

고정자본 소모의 산출 방식
고정자산의 노후화나 진부화로 인해 손실되는 가치는 두 가지 주요 데이터 출처인 거시경제 데이터베이스와 글로벌 다지역산업연관모형(MRIO, multi-regional input-output table)을 결합하여 추정한다. 이를 통해 분석 대상 연도의 자산 유형별 및 산업 부문별 고정자본 소모액을 산출한다.

이러한 손실 중 보수, 개보수, 수명 연장 등 순환경제적 실천을 통해 방지할 수 있었던 비중 역시 함께 추정한다. 본 분석에서는 감가상각의 25~50%를 잠재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가정하며, 이는 경제 전반에서 가치를 보존할 수 있는 기회를 의미한다.

고정자본 소모가 중요한 이유
감가상각은 경제 성과와 기업의 회복탄력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자산이 마모되거나 진부화되면 생산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져 효율성이 저하되고, 유지보수 비용이 증가하며, 경쟁력이 약화된다.

효과적인 자산 관리는 이러한 가치 손실 속도를 현저히 늦출 수 있다. 정기적인 유지보수, 업그레이드, 개보수는 자산의 수명을 연장하고 교체 주기를 늘린다. 내구성과 모듈성을 고려한 설계는 장비와 인프라가 지속적으로 기능을 유지하고 변화하는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여 조기 진부화를 방지한다. 순환경제 관점에서 감가상각 관리는 단순한 회계적 처리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자산의 가치를 보존하고, 더 오랜 기간의 사용을 가능하게 하며, 원자재 수요를 줄이고, 궁극적으로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을 제고하는 핵심 전략이다.

 

❑ 방법론적 고려사항

시스템에 대한 영향과 한계점

  • 일반균형 효과 및 전체 전환 비용은 반영되지 않았다. 본 분석은 가격 변동, 반등 효과, 무역 및 고용의 변화 등 경제 전반의 상호작용을 포함하지 않으며, 전환에 필요한 비용 역시 완전하게 반영하지는 않는다.
  • 본 분석 결과는 순이익이 아닌 가늠 가능한 잠재적 가치를 보여준다. 이는 시스템적 순환경제 접근 방식을 적용했을 때 보존하거나 회수할 수 있는 가치의 잠재적 규모를 제시할 뿐, 이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투자금이나 운영 비용을 차감한 수치가 아니다.
  • 순환 솔루션의 도입은 한 번에 이루어지기보다, 기존 여건에 영향을 받으며 점진적으로 진행된다고 전제한다. 즉, 시스템 차원의 순환경제로의 전환은 즉각적이거나 일률적인 변화가 아닌, 기존 인프라와 기술 수준, 제도적 여건에 의해 형성되는 점진적 발전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 분석 결과는 보장된 성과가 아닌 ‘최대 어디까지 달성 가능한지’를 보여주는 상한선 수치로 해석해야 한다. 본 추정치는 우호적인 시장 조건하에서 기술적·경제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 잠재력을 반영한 것이다. 이러한 잠재력을 실제로 구현하려면 투자와 시스템 차원의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측정된 경제적 성과가 일시적으로 감소하는 식의 단기적 트레이드오프(trade-off), 이른바 ‘물침대 효과(water bed effect)’가 동반될 수 있다.

분석 범위

서비스 부문의 경우, 가치 손실 산정 대상에서는 제외되나 전체 가치 측정에는 포함된다. 가치 격차 분석은 자원과 에너지의 흐름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서비스와 관련된 가치 손실은 제외한다. 반면, GDP는 재화와 서비스를 모두 포함하므로, 창출된 전체 가치를 측정하는 범위가 가치 손실을 평가하는 범위보다 더 넓게 설정된다.

핵심 투입 요소인 자원 및 에너지에 집중한다. 이에 따라 다루어지는 생산 요소에는 물자와 에너지가 포함되며, 이는 재화 생산 및 서비스 제공에 필수인 직접적인 투입 요소로 다루어진다. 나아가 이는 다음과 같은 주요 생산 요소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 매개 역할을 수행한다.

  • 토지: 자연자원
  • 노동: 자연자원을 물리적 자산으로 전환하는 활동
  • 자본: 물리적 자산 자체
  • 사업화 역량: 해당 자산의 활용 및 조율

자본 자산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치 손실은 분석에 포함되나, 자연자본(생태계 서비스 손상 등)이나 노동(공정 임금 등) 관련 가치 손실은 포함되지 않는다.

4. 가치 격차 이해하기

가치 손실의 과정, 메커니즘, 단계

총 25.4조 유로(±4.7조 유로)[4경 1,656조 원(±7,708조 원)] 규모로 추정되는 초기 가치 손실액은 가치 손실 과정, 가치 손실 메커니즘, 그리고 가치사슬 단계라는 세 가지 상호보완적인 렌즈를 통해 해석할 수 있다(그림 2).

첫째, 가치 손실은 물리적 흐름과 화폐의 흐름에 따라 손실을 구조화한 다섯 가지 가치 손실 과정의 합산으로 볼 수 있다.

둘째, 가치 손실이 발생하는 메커니즘, 즉 비효율성과 가치 파괴를 유발하는 근본적인 과정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셋째, 가치사슬 단계별 관점에서 가치 손실을 검토하여 자원 및 제품의 수명주기 중 어느 지점에서 가치 손실이 주로 발생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

 

그림 2. 가치사슬 전반에 걸친 가치 손실 과정 및 유발 메커니즘 개요

출처: Circle Economy

Circle Economy
❑ 가치 손실이 발생하는 이유: 과정에서 메커니즘으로

‘과정(pathway)’이 물리적 흐름과 화폐 흐름 측면에서 가치가 ‘어떻게’ 손실되는지를 기술한다면, ‘메커니즘(mechanism)’은 이러한 손실이 ‘왜’ 발생하는지를 설명한다. 과정은 가치 손실의 가시적 결과, 즉 가공 손실, 식품 폐기물, 에너지 손실, 수명종료 폐기물, 용도 폐기 등을 보여준다. 반면, 메커니즘은 이러한 결과를 유발하게 된 근본적인 동인에 초점을 맞춘다. 메커니즘은 물리적, 기술적, 행동적, 규제적 요인의 복합적인 상호작용을 반영하며, 수명이 짧아 빠르게 소비된 후 사라지는 자원은 물론, 수명이 길어 사회 내에 축적되는 자산 전반에 내재된 자원에 적용된다. 화폐로 환산하면, 물리적 손실은 자원 및 제품의 잔존 가치의 손실, 수거 및 처리 비용, 감가상각, 그리고 가격에 포함되지 않는 환경·사회적 비용 형태로 나타난다.

비효율적인 자원 사용이 가치 손실로 이어지는 작용 원리를 설명하는 메커니즘에는 다음의 네 가지가 있다.

  • 자원 및 제품의 관리 부실: 공급망 전반에 걸친 미흡한 기술, 인프라 또는 운영 관행으로 인해 손실되는 잔존 가치를 의미한다. 이 메커니즘은 가공 손실, 식품 손실 및 낭비, 에너지 손실뿐만 아니라 관련 수거 및 처리 비용의 기저에 작용하고 있다.
  • 조기 진부화: 건물, 인프라, 기계와 같은 장기 축적 자산이 기술적 수명을 다하기 전에 조기 폐기됨으로써 발생하는 잔존 가치의 손실을 의미한다. 이는 기술적 제약보다는 주로 행동적, 규제적 또는 시장 구조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
  • 장기 자산의 노후화: 고정자본 소모에 반영되는 개념으로, 자산이 시간 경과에 따라 마모되거나 품질이 저하됨에 따라 발생하는 예방 가능한 가치 손실을 의미한다. 이 역시 기술적 제약보다는 행동적, 규제적 또는 시장 구조적 요인에 의해 주로 유발된다.
  • 환경적·사회적 외부효과의 내재화: 이는 오염, 배출, 자원 고갈 등 시장 가격에 반영되지 않는 그림자 비용을 나타낸다. 즉, 기존에는 주로 외부에 전가되었던 환경적·사회적 영향을 가격에 반영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 메커니즘은 고정자본 소모를 제외한 모든 가치 손실 과정에 적용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자원 및 제품의 관리 부실’로 인한 손실은 6.2조 유로(±1.7조 유로)[약 1경 168조 원(±2,788조 원)]로 전체 가치 손실의 약 24%를 차지한다. ‘내재화된 그림자 비용’은 7.5조 유로(±1.2조 유로)[약 1경 2,300조 원 ±1,968조 원)]로 전체 가치 손실의 약 30%에 달한다. ‘장기 축적 자산의 조기 진부화’는 6.5조 유로(약 1경 660조 원)로 전체 가치 손실의 약 26%에 해당한다. ‘고정자본 소모’에 해당하는 장기 축적 자산의 노후화는 5.2조 유로(±1.7조 유로)[약 8,528조 원 ±2,788조 원)]로 전체 가치 손실의 약 20%를 차지한다.

 

❑ 가치사슬 단계에서 가치 손실 발생 지점

가치사슬 단계별로 가치 손실을 살펴보면 손실이 어디에 가장 집중되어 있는지 명확히 드러난다.

  • 상류(Upstream) 단계에서는 5.3조 유로(±0.8조 유로)[약 8,692조 원(±1,312조 원)]의 가치 손실이 발생한다. 이는 주로 에너지 손실 및 이와 연계된 그림자 비용의 내재화에 기인하며, 해당 항목은 3.8조 유로(±0.7조 유로)[약 6,232조 원(±1,148조 원)]를 차지한다. 그 외에 가공 손실(0.9조 유로 ±0.1조 유로)[약 1,476조 원 ±164조 원] 및 식품 손실(0.6조 유로, 약 984조 원) 형태로도 발생한다.
  • 사용(Use) 단계에서의 가치 손실은 총 10.1조 유로(±2.7조 유로)[약 1경 6,564조 원(±4,428조 원)]에 달한다. 이는 관리 부실 및 그림자 비용에서 비롯되는 고정자본 소모에 따른 장기 축적 자산의 가치 저하(5.2조 유로 ±1.7조 유로, 약 8,528조 원 ±2,788조 원)와 에너지 손실(4.9조 유로 ±0.9조 유로, 약 8,036조 원 ±1,476조 원)로 대략 비등하게 분할된다.
  • 하류(Downstream) 단계에서는 가치 손실이 10.0조 유로(±1.2조 유로)[약 1경 6,400조 원(±1,968조 원)]에 이른다. 이는 주로 장기 축적 자산의 조기 진부화에 따른 수명 종료 폐기물(6.5조 유로, 약 1경 660조 원)에 기인한다. 또한 자원 및 제품 관리 부실에 따른 추가 손실(2.4조 유로 ±1.1조 유로)[약 3,936조 원(±1,804조 원)]과 그림자 비용(1.1조 유로, ±430억 유로, 약 1,804조 원 ±70.52조 원)이 나머지를 구성한다.

이러한 결과들을 종합해 볼 때, 가치 손실은 하나의 결함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자원 사용의 구조적 비효율성, 선형적인 행동 패턴, 그리고 경제 전반에 내재되어 있으나 시장 가격에 반영되지 않은 영향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상류 단계에서는 제조 상품뿐만 아니라 식품과 2차 에너지 등의 가공 비효율성, 그리고 대부분 외부에 전가되어 있는 관련 환경적·사회적 비용으로 인해 상당한 손실이 발생한다. 사용 단계에서의 가치 손실은 주로 장기 축적 자산의 가치 저하와 산업 및 가계의 에너지 비효율성에 의해 유발되며, 이는 마모와 자원 사용상의 부적절한 활용 패턴을 모두 반영한다. 하류 단계에서는 조기 진부화가 주된 원인으로 작용한다. 제품과 자산이 수명이 다하기 훨씬 전에 폐기됨에 따라 막대한 잔존 가치 손실이 발생한다. 모든 단계에 걸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그림자 비용의 규모는, 전통적인 시장 신호(가격 체계)에 환경적·사회적 영향을 얼마나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것이 선형적 관행을 근본적으로 어떻게 고착화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러한 인사이트는 가치 손실을 줄이기 위해 자원 사용 패턴을 형성하는 물리적 비효율성(기술적 측면 포함)과 경제적 유인책(규제 및 가격 신호 포함)을 동시에 다루는 다각적인 개입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이러한 개입은 가치 격차를 메우는 명확한 방향성을 제공한다.

 

❑ 향후 순환경제 보고서를 위한 시사점: 가치 격차

금번 보고서는 가치 격차를 다루는 첫 번째 글로벌 순환경제 보고서이므로, 본고의 접근법은 지속적인 보완과 개선이 필요한 기초 작업으로 보아야 한다. 가치 격차는 오늘날의 경제 체제 내에서 가치가 어떻게 창출, 손실, 측정되는지에 대한 근본적이고 복잡한 질문에 답하고자 하는 첫 번째 시도이다. 이는 부분적인 시각만을 제공할 뿐이지만, 선형경제적인 관행이 어디서 가치를 침식하고 있는지, 그리고 순환경제적 전략이 어디서 가치를 보다 효과적으로 보존할 잠재력이 있는지 밝혀내는 데 도움이 된다. 따라서 이는 순환적 자원 활용이 생산성 향상, 회복탄력성 및 장기적 웰빙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를 보다 잘 반영하는 방식으로 가치를 정의하고 측정하기 위한 향후 연구의 기반을 제공한다.

가치 격차 측정 방식은 새로운 데이터와 도구, 연구 결과가 축적됨에 따라 고도화될 것으로 보인다. 본 섹션에서는 향후 측정 지표의 정확성을 제고하고 범위를 확장하며, 정책 입안자, 기업 및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핵심 인사이트와 향후 과제를 제시한다.

1. 가치 창출 및 손실을 모두 포착하기 위한 가치 격차 지표의 고도화 및 확장

향후 발간될 보고서에서는 물적 자본과 더불어 자연 자본 보존의 경제적 중요성을 반영하여, 가치 창출의 범위를 보다 넓게 다룰 필요가 있다. 통계 체계가 발전함에 따라 본 지표는 자원 고갈이 반영된 국민계정을 보다 효과적으로 통합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자연자원 훼손이 장기적 웰빙과 번영 및 경제 생산성을 근본적으로 어떻게 저해하는지 포착할 수 있다. 일례로 국내순생산(NDP)은 물적 자본의 감가상각을 이미 차감하고 있으며 향후 자연자원 고갈분까지 포함할 예정인 바, 가치 격차 측정을 위한 보다 미래지향적인 기준을 제공할 것이다.

2. 환경적·사회적 비용을 포괄적으로 내재화하기 위한 프레임워크의 확장

향후 발간될 보고서에서는 자연 생태계가 제공하는 기능적 가치와 생물다양성, 토양 및 수자원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포함하여 환경적 비용을 보다 깊이 있게 내재화할 수 있다. 이와 동시에 본 프레임워크는 가치 손실의 사회적 측면을 더욱 잘 반영하도록 확장될 수 있다. 이는 최저 생계비에 못 미치는 임금, 보건 및 안전 위험, 비공식 노동자의 사회적 보호 배제와 같은 사회적 이슈 및 양질의 일자리 결핍을 포착하는 ‘사회적 가치 격차(Social Value Gap)’ 요소를 통해 구현 가능하다. ‘탄소의 사회적 비용(Social Cost of Carbon)’과 유사한 지표를 활용하면 이러한 영향을 정량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한편, 순환경제적 관행과 가치 보존에 기여함에도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비공식 노동의 기여도를 재조명할 수 있다. 이처럼 환경적·사회적 요소를 지표에 포함함으로써 사회 전반에서 가치가 어떻게 창출, 보존 또는 손실되는지에 대해 보다 포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3. 가치 정의 확대: 화폐 가치 중심으로 보수적으로 설정된 기존 기준선을 넘어, 지속 가능한 삶의 질과 웰빙 포괄

첫 번째 보고서에서는 자원과 데이터의 한계를 고려해 가치의 정의를 의도적으로 보수적으로 설정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비교 가능한 기준선을 제공하지만, 자원 사용을 통해 창출되거나 손실되는 가치의 일부만을 포착한다는 한계가 있다. 순환경제의 궁극적 목표는 인간의 웰빙을 지지하는 것이며, 이는 화폐 지표만으로는 온전히 평가할 수 없다. 따라서 향후 연구에서는 가치 손실에 대한 화폐적 평가를 넘어, 더욱 광범위한 웰빙 성과를 반영하는 지표를 통해 이를 보완할 수 있다. 여기에는 적절한 주거, 양질의 교육, 깨끗한 물, 영양가 있는 식단 등 필수재 및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뿐만 아니라 보건, 형평성, 포용성과 관련된 요소가 포함될 수 있다. 이러한 요소를 반영함으로써 가치 창출을 경제적 및 자원 효율성 관점뿐만 아니라, 자원 시스템이 어떻게 사회적 니즈를 충족하는지의 관점에서도 평가할 수 있게 된다. 측정 프레임워크를 이와 같이 확장하는 것은 순환경제 전략과 지속 가능한 성과 간의 연계성을 강화하고, 발전과 회복탄력성, 생산성에 대한 더욱 완전한 큰 그림을 제시할 것이다.

 

❑ 자원 효율성을 넘어선 가치 격차의 해소

세계 경제에서 나타나는 비효율적인 자원 사용은 단지 버려지는 자원의 문제에 그치지 않으며, 자원과 가치가 어떻게 배분되는가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순환경제는 흔히 자원 효율성 제고, 재활용 극대화, 폐기물 감축, 경쟁력 강화 등과 같은 기술적 과제로만 다루어지곤 한다.37 이러한 목표들도 중요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38 가치 격차를 줄이는 일은 자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순환시키는지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자원이 어떠한 목적으로 사용되며 지구 위험 한계선 내에서 사회적 웰빙 증진에 기여하고 있는지 여부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

가치 창출은 순전히 양적인 개념이 아니다.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과 소비를 늘리는 일은 경제 성과를 늘릴 수 있지만, 사회적으로 유익이 되지 못하거나 심지어 불평등과 과소비, 환경적 피해를 심화시킬 수도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가치는 버려지는 자원뿐만 아니라, 오용되는 자원 사용을 통해서도 손실될 수 있다. 즉, 희소 자원이 가치가 낮거나 과도한 소비로 흘러 들어가는 동안, 다른 한편에서는 필수적인 필요가 채워지지 못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39

단순히 자원 활용을 유지하는 데만 집중하는 순환경제는 이러한 불균형을 재현할 위험이 있다. 순환경제의 잠재력을 완전히 실현하기 위해서는 재활용이라는 일차적 중심축에서 벗어나 자원 수요 감축, 제품 수명 연장, 고부가가치 보존을 지향하는 ‘충분성(Sufficiency)’의 원칙을 지침으로 삼아야 한다. 이는 양적 확대와 처리량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 웰빙 개선, 불평등 완화, 회복력 있는 사회·생태계 시스템이라는 가시적 성과로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결국 가치 중심의 순환경제는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것에서 출발한다. 가치는 어떻게 측정하는가? 경제는 무엇을 제공하는가? 누구를 위해 제공하는가? 그리고 지구와 사회가 치르는 비용은 무엇인가?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가치 격차는 경제가 ‘얼마나 많이 생산하는가’에서 경제 활동을 ‘지속 가능한 가치로 얼마나 잘 전환하는가’로 논의의 중심을 이동시킨다. 가치 격차가 크다는 것은 경제적 노력의 상당 부분이 지속 가능한 웰빙이나 장기적 번영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손실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가치 격차를 줄이는 것은 순환경제의 핵심 기회를 시사한다. 즉, 창출된 가치가 더 많이 보존되고, 보다 균등하게 배분되며, 시간이 지나도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도록 제품, 비즈니스, 시스템 전반을 재설계하는 것이다.

5. 향후 과제

기업, 금융기관, 정책 입안자를 위한 제언

순환경제를 대규모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업, 금융기관, 정책 입안자가 협력해 대응해야 하며 이를 통해 체계적 전환을 이끌어내야 한다. 가치 격차는 세계 경제 전반에서 가치가 어디서 손실되는지 보여주며, 기존 선형경제 방식에 내재된 리스크를 드러낸다.

이러한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시스템 차원의 과제를 다루고, 선형경제 구조에 고착화된 현상을 해소하며, 구조적 전환을 이끌어내기 위한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42 이는 가치 손실을 최소화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 리스크를 완화하고 회복력을 강화하며, 지구 위험 한계선 내에서 기능하는 순환경제를 구축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 기업: 효율성을 기회로 전환하기

기업은 순환경제의 기회를 실제 성과로 바꾸는 실질적인 주체이다. 기업은 자원 사용의 비효율성을 파악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혁신을 도모함으로써, 기존 가치를 보존하는 동시에 새로운 가치 창출원을 확보할 수 있다. 따라서 순환경제를 위한 사업 타당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첫걸음이다. 사업 타당성을 판단할 때는 종합적인 시각을 반영해야 한다. 즉, 비효율적인 자원 사용에서 비롯되는 가치 손실뿐만 아니라 공급망 회복탄력성 강화, 원자재 가격 변동에 대한 취약성 완화, 그리고 새로운 규제 및 금융 프레임워크와의 부합성 향상 등 다양한 이점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제품 수명 연장 및 가동률 제고부터 순환적인 원자재 우선 투입 및 기술 혁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순환경제적 비즈니스 모델은 자원 투입량을 줄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도를 제시한다. 그러나 이러한 모델의 성공 여부는 개별 기업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는 사업 설계 의사결정, 사용자 행태, 자금 접근성, 그리고 광범위한 시스템적 환경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43

기업의 주요 과제

  • 순환경제적 가치 창출 및 보존을 위한 입체적 사업 타당성을 확보한다. 기업은 자원 추출, 에너지 사용부터 자원 활용, 폐기 단계에 이르기까지 가치사슬 전반에 걸친 자원 비효율성과 가치 손실을 체계적으로 파악하는 데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이러한 손실과 더불어, 폐기물 절감, 자원 회수, 자산 수명 연장 등으로 얻을 수 있는 잠재적 가치를 함께 정량화함으로써 순환경제가 갖는 재무적·전략적 가치를 입증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평가는 단기적 수익이 불확실한 경우에도 공급망 회복력 증대, 리스크 완화 등 투자의 당위성을 강화하는 유의미한 비재무적 성과까지 포착할 수 있다.44
  • 순환경제적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추진 및 확대한다. 기업은 서비스형 제품(Product-as-a-Service), 소재 리스(Material leasing), 회수 제도(Take-back schemes) 등 혁신적이고 지속 가능한 순환경제적 비즈니스 모델을 시범 운영하여 가치 손실을 최소화하고, 선형경제와 달리 자원 소비를 늘리지 않고도 가치를 창출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이러한 모델은 신규 자원 투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으나, 고도화된 역량과 견고한 데이터, 그리고 고객 관계 강화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재무적·기술적·규제적 관점에서 시장 성숙도를 평가해보는 것은 기업이 현재 시점에서 시범 사업이 유효한 영역과, 향후 광범위한 도입을 위해 대외적 환경 조성이 선행되어야 하는 영역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45
  • 시스템 차원의 가치 보존 및 창출을 위해 가치사슬 전반적으로 협력한다. 순환경제의 수많은 기회는 개별 기업의 범위를 넘어선 협력을 필요로 하며, 공급업체, 고객, 나아가 경쟁사 간의 상호 공조에 달려있다. 수직적 협력 관계에서는 가치사슬 전반의 투명성이 제고되고 이해관계를 하나로 결집될 수 있다. 또한 잔여 자원의 공동 수거·선별·재활용·재사용과 같은 수평적 협력은 순환형 해결책에 대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여 가치 손실을 줄이고 가치 보존을 강화할 수 있다. 공통의 데이터 표준을 확립하고 신뢰할 수 있는 공급 관계를 구축하는 것은 자원 효율성을 제고하고, 폐기물을 안정적인 2차 원자재 투입물로 전환하며, 현재의 투자 저해 리스크를 완화하는 데 있어 매우 유의미한 조치이다.

비즈니스 모델과 프로젝트는 투자자와 금융기관이 우선순위를 부여할 수 있도록 그 가치와 사업 타당성을 입증해야 한다. 이는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한 중요한 전제 조건이다. 기업이 순환형 기회를 발굴하고 추진하기 시작함에 따라, 개별 기업의 소관을 넘어서는 새로운 차원의 질문들이 제기된다. 지속 가능한 가치 창출과 실질적 영향력을 가져올 가능성이 가장 높은 기회는 무엇인가? 기존 선형적 모델보다 높은 실행·기술·상업적 리스크를 어떻게 평가하고 적절히 가격에 반영할 것인가? 그리고 이러한 이니셔티브가 시범 단계에서 대규모 확대 단계로 넘어갈 때 이를 지원하기에 가장 적합한 금융 수단 및 메커니즘은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에 답하는 것은 투자를 유치하고 순환형 비즈니스 구상을 시스템 차원의 변화로 전환하는 데 있어 필수적이다. 따라서 기업은 금융 부문과 적극적으로 소통하여 새로운 투자 모델을 공동 개발하고 순환형 혁신에 내재된 리스크를 완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 금융: 순환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자본 흐름 재편

대규모의 가치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금융 시스템이 자원, 제품, 고정자산의 장기적 경제 가치를 인식하고 보전하며 제고해야 한다. 잔존 가치, 감가상각 가정, 리스크 평가에 관한 기존의 방식들은 장기적으로 가치를 보존하는 순환형 전략을 저평가하고, 자원 사용에 수반되는 리스크를 간과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시스템 차원의 가치 손실을 심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가치 격차’를 메우기 위해서는 금융 시스템이 가치 보전의 원리를 반영하는 방식을 도입하고, 순환적 성과에 기반하여 자본을 집행하며, 금융 규제를 핵심 동인으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아울러 투자자는 특정 산업에 대한 깊이 있는 전문성과 혁신적인 투자 구조를 바탕으로 순환경제의 잠재력을 최대한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여 이들의 니즈, 목표, 리스크 및 필요 자본을 파악하고 맞춤형 솔루션을 공동 개발하는 것은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금융 부문의 주요 과제

  • 대출 및 투자 심사 시 자원 사용에 따른 리스크를 평가 기준에 반영한다. 여신기관과 투자자는 제품 및 자원의 내구성, 회수 가능성, 수리 가능성 등의 요소를 담보 가치, 잔존 가치, 장기 리스크 평가 체계에 한층 정교하게 반영해야 한다. 내구성이 뛰어나거나 회수 가능하거나 또는 임대 형태로 관리되는 자산은 표준 모델을 벗어난 중립적이거나 위험도가 높은 대상이 아니라, 경제적 안정성이 높은 자산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대출 금리 책정, 투자 분석, 담보 산정 과정에서 순환적 가치 보전 성과를 적절히 반영함으로써 금융기관은 단순 생산량 극대화와 신속한 자산 교체 중심의 모델에서 벗어나, 자원 및 경제적 가치의 보존을 유도하는 모델로 자본을 전환할 수 있다. 이와 유사한 체계는 이미 기후금융 분야에서 도입되고 있다. 일례로 유럽의 여신기관들은 건물의 리모델링 가능성과 에너지 성능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담보 평가를 차등 적용함으로써, 리스크를 관리하는 동시에 보다 지속 가능한 투자 의사결정을 유도하고 있다.46
  • 금융 포트폴리오의 자원 관련 리스크 노출도를 평가한다. 감독당국과 규제기관은 자원 희소성, 공급망 차질, 자산의 실제 사용기간 단축에 대한 노출도 증가가 유의미한 재무적 리스크를 야기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건전성 감독 당국은 금융기관이 이러한 리스크를 핵심 여신·포트폴리오·리스크 관리 프로세스 전반에서 고려하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시나리오 분석과 스트레스 테스트를 활용하면 자원 공급 차질, 제품 기준 강화, 투입재 가격 변동 등이 포트폴리오 회복탄력성에 미치는 영향을 입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는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기업이 자원 효율성을 제고하고 자산 수명을 연장하며 더 많은 가치를 회수하도록 유도한다. 기후 리스크 분야에서 감독당국이 축적한 실제 감독 사례에 비추어 볼 때, 이는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 유럽중앙은행(ECB)은 현재 금융기관이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 실물경제 충격이 재무제표로 전이되는 경로를 파악하고, 핵심 프로세스 내에서 전환 리스크와 물리적 리스크를 함께 평가하도록 요구하고 있다.47
  • 자원 효율성이 높은 분야로 자본 배분을 재편한다. 견고한 리스크 평가 체계가 마련되면, 감독당국은 규제 수단을 활용하여 자원 효율성과 회복탄력성이 높은 투자처로 자본을 유도할 수 있다. 예컨대 바젤 프레임워크(Basel framework)의 필라 2(Pillar 2) 자본 적정성 규제를 활용하면, 금융기관이 자원 관련 리스크 노출도에 비례하여 자본을 쌓도록 유도할 수 있다. 이는 은행이 포트폴리오 전반에서 관련 자산의 가격을 책정하고 평가·관리하는 방식은 물론, 궁극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범위 자체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 중앙은행 역시 담보 인정 메커니즘을 실물 경제의 차별화된 리스크 특성과 연계함으로써 이를 뒷받침할 수 있다.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이 담보 프레임워크를 개정하여 전환 리스크를 담보 적격성 기준 및 할인율(Haircut)에 반영한 사례는, 실물경제의 신흥 리스크가 통화정책 운용에 실질적으로 통합될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48

기업이 혁신을 추진하고 금융 부문이 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우라 할지라도, 순환경제 전환의 규모와 속도는 결국 이러한 주체들이 사업을 영위하는 대외 시장 환경에 의해 좌우된다. 외부효과의 가격 왜곡, 정보의 비대칭성, 파편화된 표준, 인센티브 구조의 불일치 등 지속적인 시장 실패 요인들은 여전히 순환적인 비즈니스 모델과 투자를 저해하고 있다. 따라서 정책 입안자는 구조적 장애 요인을 해소하고,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규제와 인센티브를 일치시키며,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는 장기적인 시그널을 제공함으로써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공공 부문의 선제적 조치는 기업이나 금융기관 단독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시스템 차원의 가치 보존 및 창출을 실현하는 결정적 동인이 된다.

 

❑ 정책: 우호적 환경 조성

가치 격차를 메우기 위해서는 재정준칙, 산업별 표준, 국제 협약, 시장 참여자들의 행동양식 전반에 걸친 시스템적 난제와 선형경제의 고착화 현상을 해소하는 일관되고 우호적인 정책 체계를 조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일관성 있는 규제와 공정한 시장 환경을 통해 시장 실패를 해소하는 것은 가치 손실 및 폐기물 발생을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경제적 리스크를 낮추고 새로운 가치 창출 기회를 확보하는 데 있어서도 매우 중요하다. 정부는 적절한 규제 및 시장 인센티브를 통해 순환적·구조적 솔루션이 작동할 수 있는 우호적 환경을 조성하고, 대규모 차원의 구조적 가치 손실 절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 아래 명시된 주요 조치들은 그림자 비용을 내재화하고, 재활용 자원의 경쟁력을 강화하며, 경제 전반에서 예방 가능한 가치 손실을 체계적으로 감축하는 정책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

정책 입안자의 주요 과제

  • 자원 사용을 최적화하기 위한 목표 설정
    : 자원 추출 및 소비에 대한 목표와 과학기반감축목표(science-based targets)는 기업과 사회가 지구 위험 한계선 내에서 활동하고, 가치 손실을 예방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예컨대 자원 거버넌스와 명확히 정의된 자원 사용 경로를 지속가능성 전략 및 환경 협약에 반영하면, 다자간 공약 이행을 위한 각국의 추진 상황(현재 목표치 미달 수준)을 측정하고 비교할 수 있게 된다. 이미 14개 국가 및 지역이 자체적인 자원 사용 목표를 설정하기 시작하는 등 모멘텀이 형성되고 있으며, 이는 보다 강력한 과학적 가이드라인에 대한 시장의 수요와 필요성을 잘 보여준다.49 과학 기반의 임계치 설정은 지구 차원의 3대 위기(기후변화, 생물다양성 손실, 오염)에 대응하기 위한 적정 자원 사용 수준을 정립하는 데 도움이 되며, 광업 및 산림업 등 환경 영향이 큰 산업군을 대상으로 어업 관리, 탄소배출권 거래제, 용수 취수 규제와 유사한 환경 쿼터제 도입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 외부효과를 시장 가격에 적절히 반영하는 정책 수립 추진
    : 부정적인 외부효과가 내재화되지 못하는 구조는51 순환경제 확대를 저해하는 주요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며, 원자재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시켜 시스템 차원의 순환경제 및 자원 효율성 확보 유인을 약화시킨다.52 이러한 불균형을 방치할 경우 순환경제 솔루션의 사업 타당성이 왜곡되어 실질적인 가치에 비해 투자 매력도가 낮게 평가될 수 있다. 이는 자원의 사용 및 배분 방식을 결정할 때 그릇된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과다 사용, 폐기물 발생, 가치 손실을 유발하는 선형적 생산 구조와 소비 패턴을 구조적으로 고착화한다. 따라서 왜곡된 가격신호를 바로잡는 것은 가치 손실과 자원 고갈을 야기하는 구조적 요인을 해결하기 위한 필수 과제이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으로 경제적 의사결정 시 그림자 비용을 드러내어 ‘실제 가격 격차(True price gap)’를 줄이는 이니셔티브를 확대 적용할 수 있다. 이는 탄소 가격제53 및 농산물54 분야 등에서 이미 수많은 선례가 존재한다. 정책 입안자는 지속 가능한 순환형 경영 활동이 가장 높은 수익성을 창출할 수 있도록 일관된 정책 체계를 구축하여 전환을 가속화해야 한다. 이는 실제 가격 공시를 의무화하는 규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표준화 및 방법론 개선에 대한 투자를 지속함으로써 뒷받침될 수 있다.55
  • 가치 손실 절감을 유도하는 조세 체계 개편
    : 조세 인센티브는 시장 참여자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고 가치 손실을 줄이는 포용적 순환경제를 구축하는 데 있어 효과적인 정책 수단이다. 이미 일부 정책 입안자들은 이러한 원칙을 실무에 적용하고 있다. 일례로 캐나다는 청정기술 제조업에 대해 세액공제를 제공하고 있으며,56 유럽연합(EU)은 회원국들이 수리 및 순환형 서비스에 대해 부가가치세 감면을 적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57 아울러 세금은 제도가 제 기능을 할 경우 아예 세수 수입이 발생하지 않도록 설계될 수도 있다. 영국이 도입한 플라스틱 패키징 세(Plastic Packaging Tax)의 경우,58 제품이 최소 재활용 원료 함량 요건을 충족하면 추가 세금을 부과하지 않음으로써 명확한 경제적 유인을 제공한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전체 가치사슬 전반에서 순환경제를 활성화함으로써 시장 인센티브 구조를 가치 보전 목표에 알맞게 재편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가치 격차를 메우기 위해서는 동일한 시스템적 관점을 바탕으로 기업, 금융, 정책 부문 간의 조율과 대응이 요구된다. 각 주체는 저마다 독자적인 역할을 수행하지만, 지속적인 진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각각의 ‘증상’을 단편적으로 다루기보다 가치사슬 전반에서 가치 손실을 야기하는 근본적인 구조적 난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순환경제 솔루션을 위한 우호적 환경을 조성하려면 인센티브 구조를 정합성 있게 정비하고, 리스크를 완화하며, 정보 흐름을 개선함과 동시에 현재 선형적 결과를 우대하는 시장 실패 요인들을 바로잡아야 한다. 이해관계자들이 이러한 핵심 장애 요인을 해소하는 데 공동의 노력을 집중시킬 때, 비로소 대규모 차원의 순환형 솔루션을 활성화하고 전체 시스템을 가치 보전, 회복탄력성, 그리고 장기적 번영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다.

부록: 가치 격차 상세 분석

표 1. 가치 손실 과정별 및 추정 범위별 가치 손실 상세 분석

중간 추정치 기준 총 가치 격차(25조 4,000억 유로, 약 4경 1,656조 원)는 GDP(82조 6,000억 유로, 약 135경 4,640조 원)의 30.8%, NDP(68조 6,000억 유로, 약 112경 5,040조 원)의 37.1%에 해당

 항목                     

                 하한

                 중간

                 상한

  백만 유로 €

       %

   백만 유로 €

       %

   백만 유로 €

       %

 수명 종료 폐기물

   7,769,127

    9.41%

   8,907,814

   10.79%

  10,046,501

    12.17%

 수명 종료 폐기물 - 환경적 외부효과

   1,037,273

    1.26%

   1,080,742

    1.31%

   1,124,212

    1.36%

 공정 손실

      609,718

    0.74%

      714,540

    0.87%

      819,361

    0.99%

 공정 손실(환경적 외부효과)

      182,089

    0.22%

      189,720

    0.23%

      197,351

    0.24%

 식품 손실 및 낭비

      622,686

    0.75%

      650,729

    0.79%

      678,772

    0.82%

 에너지 손실

   1,979,196

    2.40%

   2,424,973

    2.94%

   2,870,751 

    3.48%

 에너지 손실(환경적 외부효과)

       9.41%

    9.41%

 

    7.57%

   7,419,317

    8.99%

 고정자본 소모

       9.41%

    9.41%

       9.41%

    6.33%

   6,963,530

    8.43%

 GDP 대비 총 가치 격차 비율

 

    25.15%

 

  30.82%

 

    36.48%

 NDP 대비 총 가치 격차 비율

 

    30.25%

 

  37.07%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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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IRP. (2024). Global Resources Outlook 2024: Bend the trend.Pathways to a liveable planet as resource use spikes. UNEP:Nairobi. Retrieved from: UNEP website

4. Classic distinctions such as use value (how well something satisfies a need) versus exchange value (what it trades for in the market), and functional value (technical and utility performance) versus welfare value (its contribution to environmental and social well-being) show that value is multidimensional.

5. Lowe, B. H., & Genovese, A. (2022). What theories of value (could) underpin our circular futures? Ecological Economics, 195, 107382. doi:10.1016/j.ecolecon.2022.107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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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Vulsteke, K., Huysveld, S., Thomassen, G., Beylot, A., Rechberger, H., & Dewulf, J. (2024). What is the meaning of value in a circular economy? A conceptual framework. Resources, Conservation and Recycling, 207. doi. org/10.1016/j.resconrec.2024.107687

10. This includes uncollected and unaccounted waste.

11. Costanza, R., Hart, M., Kubiszewski, I., & Talberth, J. (2014). A short history of GDP: Moving towards better measures of human well-being. Solutions, 5(1), 91-97.

12. OECD. (2018). Beyond GDP: measuring what counts for economic and social performance. Retrieved from: OECD website

13. One tool to help address this gap is Net Domestic Product (NDP). NDP adjusts GDP by subtracting the consumption of fixed capital—the wear and tear of physical assets, captured via depreciation as a proxy for the deterioration of buildings, infrastructure, and machinery. In doing so, it offers a more realistic view of the sustainability of economic output, treating it as a two-way process: while new physical capital assets are created, existing ones are simultaneously deteriorated. Although still incomplete, it provides a better indication of how much value an economy generates today while accounting, at least in part, for the impacts on tomorrow’s prosperity. Available data show that, for many countries, NDP is 10–20% lower than GDP once this loss is recognised. Available at: IMF website

14. The System of National Accounts, the internationally agreed framework for compiling measures of economic activity, is working on precisely adjusting NDP to include natural resource depletion. Available at: UNSTATS website

15. This includes all elements of the biosphere, such healthy and productive soils, clean air and water, a stable climate, etc. that support an integrally functional Earth life-support system. [Sour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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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Costanza, R., Eastoe, J., Hoekstra, R., Kubiszewski, I., & O’Neill, D. W. (2025). Beyond growth—why we need to agree on an alternative to GDP now. Nature, 647(8090), 589–591. doi:10.1038/d41586-025-03721-1

18. Jansen, A., Wang, R., Behrens, P., & Hoekstra, R. (2024). Beyond GDP: A review and Conceptual Framework for measuring sustainable and Inclusive Wellbeing. The Lancet Planetary Health, 8(9). doi:10.1016/s2542-519624)00147-5

19. Farm-to-gate losses, such as harvesting losses, are excluded from the results. For further details on this category of food losses, see source.

20. Depreciation is the economic proxy for the physical deterioration of assets in the economy (consumption of fixed capital).

21. Potentially achievable in a hypothetical ‘what-if’ scenario that does not account for the complex dynamics, enablers, and barriers related to implementation.

22. Valuation using global average prices from the BACI database (further details in the Methodology Document).

23. Sala-Garrido, R., Mocholi-Arce, M., Molinos-Senante, M., & Maziotis, A. (2023). Monetary valuation of unsorted waste: A shadow price approach. Journal of Environmental Management, 325, 116668.doi:10.1016/j.jenvman.2022.116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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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Walter, D., Bond, K., Lovins, A., Speelman, L., Gulli, C., & Butler-Sloss, S. (2024). The incredible inefficiency of the fossil energy system. Rocky Mountain Institute (RMI). Retrieved from: RMI webs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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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UNEP. (2024). Food Waste Index Report 2024. Think Eat Save: Tracking progress to halve global food waste. Nairobi. Retrieved from: UNEP webs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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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Please refer to the Methodology Document for more information on NCS data sour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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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is translation

This publication is a translation of The Circularity Gap Report 2026: The Value Gap originally published in English by Circle Economy in 2026.

The original English-language report is available at https://circularity-gap.world/report/2026

The content of this translation reflects the original publication. Where any differences in interpretation arise between this translation and the original English version, the English-language version should be regarded as authoritative.

Original publication

Circle Economy (2026). The Circularity Gap Report 2026: The Value Gap. Circle Economy.
https://circularity-gap.world/report/2026

Translation

Translated and published by: 한국 딜로이트 그룹 Growth 부문 Industry & Insight 팀
Year: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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