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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로이트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 아이라 칼리시(Ira Kalish) 박사를 비롯한 딜로이트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네트워크(DGEN)가 매주 배포하는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를 통해 중요한 세계 경제 동향을 간편하게 파악하실 수 있습니다.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는 국내 유력지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외부 배포되고 있으며, 딜로이트의 풍부한 경제·산업 인사이트를 전달하는 플랫폼의 기초 콘텐츠로 자리잡을 것입니다. 많은 관심 및 활용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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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 4주차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는 ‘이란-이스라엘 군사 충돌’과 금융시장 동향에 대해 다룹니다.
이른바 ‘12일 전쟁’ (the twelve day war)으로 불리는 이란과 이스라엘의 군사 충돌이 미국의 개입 속에 양 당사국간 휴전 합의에 이르렀다. 중동의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면서, 지난 6월13일 전쟁 발발 이후 13% 이상 급등했던 국제 유가가 불과 이틀 만에 군사 충돌 이전 수준까지 하락했다.[1]
예기치 못했던 지정학적 위험이 일단 가라앉으면서, 원유 선물 시장 참가자들은 다시 수요와 공급의 변화를 이끄는 근본적 요인(fundamental)에 주목하게 됐다. 휴전 협정이 여전히 위태롭고,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불확실한 것은 사실이다. 이로 인해 당분간 국제 유가의 변동성은 지속될 수 있지만, 시장의 추세 자체를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와 같은 석유 시장의 상황을 이해하려면 2015~2016년 국제 유가 폭락 사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2015년은 미국의 원유 수출 재개와 이란 제재의 해제 양상, 그리고 파리 기후협정 체결 등 세계 석유 시장이 일대 전환점을 맞이하는 시점이었다. 이후 산유국 감산과 이란 제재의 재개로 인해 국제 유가는 바닥에서 회복되어 배럴당 60~70달러 수준에서 안정을 찾았다.[2]
그림 1. 국제 유가: 브렌트유 선물 가격(1997.9~2025.6) (단위: 달러/배럴)
출처: 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via FRED®. 딜로이트 인사이트
최근 10~15년 동안 세계 석유 시장의 동인은 미국의 공급 증가(전체 공급 증가분의 90%)와 중국의 수요 확대(전체 수요 증가분의 60%)로 요약된다. 올해와 내년까지 세계 경제가 선진국가들의 성장세 둔화 속에 3%를 밑도는 부진한 성장률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세계 석유 소비량 증가는 공급량 확대 규모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3]
세계은행은 앞서 최신 상품시장전망 보고서에서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2024년 평균 배럴당 84달러에서 2025년에 64달러, 2026년에는 60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4] 골드만삭스(Goldman Sachs)와 제이피 모간(J.P.Morgan) 등과 같은 대형 투자은행들 역시 유사한 단기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5][6]
그림 2. 국제 유가(브렌트유) 전망 비교 (단위: 달러/배럴)
*세계은행(2025년 4월) 브렌트유 2025 및 2026년 전망. 선물은 2025년 4월 15일 현재. 시장 컨센서스는 2025년 3월 현재 보고서. EIA 전망은 2025년 4월 STO보고서
출처: Bloomberg; Consensus Forecasts; 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EIA); World Bank. 딜로이트 인사이트
또한 세계 석유 수요를 주도해 온 중국이 2027년에는 소비 정점을 지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 주도의 공급 증가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전기차 공급과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로 인해 장기적으로 공급 초과 양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7]
그림 3. 석유 공급/수요 연평균 증가 규모 비교, 2015-2030
(단위: 100만 배럴/일일)
출처: IEA(Oil 2025). 딜로이트 인사이트
다만 이번 이란-이스라엘의 군사 충돌과 같은 지정학적인 위험이 상존하고 무역 긴장 고조를 감안하면 공급 불확실성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에너지 안보가 여전히 중요한 까닭이다.[8]
석유 시장의 펀더멘털과 장기적인 추세 속에서 보자면 국제 유가가 6월23일 이스라엘과 이란의 휴전 합의로 군사적 긴장감이 가라앉자 이틀 연속 급락한 것이 좀더 잘 이해가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원유 수출 제재를 완화할 가능성까지 시사하면서 하락 압력이 더욱 강해졌다. 2015년의 그림자가 드리운 것이다.[9]
6월 24일 기준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근월물(8월 인도분) 가격은 4.34달러(6.07%) 내린 배럴당 67.14달러를 기록했다. 전날 7% 넘게 떨어진 뒤의 일이다. 이로써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불과 이틀 만에 15% 가까이 급락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12일 전쟁'이 시작된 6월13일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이틀간 급격한 매도세 이후 25일에는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54센트, 0.8% 상승한 67.68달러로 마감해 휴전 합의 이후 상황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큰 반등세를 이루지는 못했다. 미국과 이란의 핵 합의 진척이 중요한 상황이다.
6월 30일 부로 국제 원유 시장의 브렌트유 근월물은 9월물로 교체된다. 현재 시장에서 가장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는 브렌트유 9월물 가격은 6월 26일 마감 시점에 0.4% 오른 배럴당 66.69달러에 거래됐다. 주 초반 이틀 동안 77.08달러에서 66.17달러까지 14.2% 급락한 뒤 이틀 새 0.8%가량 오른 것이다.
그림 4. 최근 3개월 브렌트유 선물 가격 (‘25년 8월물, 달러/배럴)
출처: ICE Futures Europe. 딜로이트 인사이트
이번 이란-이스라엘 군사 충돌 과정에서 원유 선물 가격의 움직임은 이번 전쟁에 대한 금융시장 참가자들의 태도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이스라엘이 이란 핵 시설을 공급한 직후 급등하던 유가는 불과 하루 만에 고점에서 하락했다가, 상황이 악화되자 다시 올랐지만 역시 장중 고점에서는 한발 물러서는 양상을 되풀이했다.
심지어 지난 23일 이란이 카타르의 미군 공군기지를 미사일로 타격한 직후에도 원유 선물 거래인들은 매수가 아닌 매도를 선택했다. 보통 이런 군사 공격은 유가 급등을 유발하지만, 공개된 각종 기관 및 소셜미디어의 정보를 통해 이들은 이번 이란의 공격이 갈등의 강화가 아닌 완화로 이어질 것임을 즉시 알아차렸다.
이란이 미사일로 공격한 카타르 소재 알 우데이드(Al Udeid) 미군 기지의 위성 사진을 보면 이미 6월 18일 이후에 주요 전투기들이 이동해서 비어 있었고, 이번 이란의 공격은 추가적인 에너지 인프라와 군사 시설에 대한 심각한 공격을 막기 위한‘긴장 완화’ 조치였다고 판단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국내 정유 시설의 제한으로 인해 생산한 원유 수출량을 일일 170만 배럴까지 꾸준히 늘려온 이란은 물론 페르시아만 주요 산유국의 모든 원유와 천연가스가 전쟁 중에도 계속 활발하게 공급되었다.[10]
특히 앞서 원유 선물 시장은 이란-이스라엘 전쟁이 발발하기 전에는 미국의 무역 전쟁과 유가 하락 요구, 석유시장의 공급 과잉과 수요 침체에 대한 우려 등으로 인해 유가가 계속 하락하는 가운데 일부 석유 생산기업들이'풋 옵션’(put option)을 매수한 상태였다.[11]
풋 옵션 매수의 경우 선물 가격이 상승하면 프리미엄의 손실을 감수하지만 반대로 선물 가격이 하락할 경우 프리미엄을 제외한 총 수익(옵션 가격과 선물 가격의 차액)을 얻게 된다. 이 때문에 고객사에 풋옵션을 매도한 딜러들은 포지션을 관리하기 위해서 선물을 매수하게 되고 이것이 선물 가격 균형을 이루는 요인이 된다.
이러한 시장의 포지션 구조 속에서 6월 23일 원유 선물 가격이 급락하자 유럽 대륙 거래소(ICE)의 브렌트유 선물 옵션 거래량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딜러들은 선물 매수 포지션을 줄이기 위해 브렌트유 선물을 계속해서 매도해야 했다. 이러한 딜러들의 헤지 매물로 인해 유가는 더욱 큰 폭으로 하락했고, 24일 시장에서도 마찬가지 양상이 반복됐던 것이다.
지난 2015년 이란 핵 협상 타결 이후 국제 사회는 대이란 경제 제재가 해제될 경우 세계 석유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을 집중했다.
2014년까지만 해도 배럴당 100달러를 넘던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배럴당 30달러 밑으로 떨어졌는데, 이란산 원유가 시장에 본격 유입되면 추가로 배럴당 20달러까지 내려갈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될 정도였다. 그만큼 이란의 석유 매장량이 많기 때문이다.[12]
이란은 2023년 기준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에서 4번째로 큰 원유 생산국이며 건성 천연가스 생산량은 3위에 해당한다. 또한 매장량으로 보면 천연가스는 2023년 12월 현재 1,200조 평방피트로 세계 2위, 원유는 세계 3위다. 원유 매장량은 중동 지역 전체의 24%에 이르고, 전 세계 원유 매장량의 12%에 이른다. 이러한 방대한 매장량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경제 제재와 저조한 투자로 인해 생산량은 제한적이다.[13]
그림 5. 2024년 세계 최대 석유 및 천연가스 매장량 보유국
*석유 매장량은 원유, 콘덴세이트, 천연가스액체(NGLs), 오일샌드 포함.
출처: Oil & Gas Journal(Dec. 2023), EIA에서 재인용. 딜로이트 인사이트
2015년 12월 당시 이란의 석유장관은 제재 해제 즉시 산유량을 일일 50만 배럴 증산하고, 이후 6개월 내에 추가로 일일 50만 배럴 증산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앞서 이란의 산유량은 일일 330배럴 수준으로, 증산이 완료되면 1년 안에 일일 430만 배럴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게다가 기존에 보유한 막대한 추정 재고 물량이 수출 시장에 쏟아질 수 있어, 이미 셰일 혁명과 저성장 기조로 인한 저유가 상황이 더 심화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렸다.[14]
이처럼 이란의 원유 증산과 수출 확대가 가능해질 경우 현재와 같이 수급 여건 상 공급 우위 조건에서는 유가가 단기적으로 배럴당 50달러 대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EIA에 따르면, 이란에 대한 모든 석유 제재가 해제될 경우 이란의 원유 생산량은 약 6개월 내에 최대 생산용량인 일일 380만 배럴까지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2023년 현재 이란의 원유 생산량은 일일 290만 배럴 수준이다.[15]
다만 이란산 원유의 국제 시장 공급에도 불구하고 OPEC+의 감산이나 여타 원유 수급 변동 요인에 따라 원유 선물 가격 전망은 유동적이다.
한편, 반대로 미국과 이스라엘 그리고 이란의 갈등이 고조되어 이란이 세계 원유 및 천연가스 공급량의 약 20%가 영향을 받게 되는 호즈무르 해협을 봉쇄하는 상황이 전개될 경우 국제 유가가 급등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석유 공급의 병목 지점인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 공해로만 대형 유조선이 지날 수 있기 때문에 이란이 절대 권력을 쥐고 있다. 이란산 원유 공급 감소 외에도 페르시아만에 위치한 주요 산유국의 원유 수송에 차질이 생길 경우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100~13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16]
이러한 비관적인 시나리오가 제기되기는 하지만, 과거‘오일 쇼크’를 촉발한 1973년 욤키푸르 전쟁 외에는 지난 58년 동안 중동의 군사 충돌로 인한 유가 충격이 지속적인 영향을 끼친 경우는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이란, 이스라엘, 그리고 미국 간의 갈등에 ‘12일 전쟁’ 이라는 명칭을 붙임으로써 전투의 명확한 경계선을 설정하는 한편, 이번 군사 대립이 중동의 질서를 재편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12일 전쟁이란 명칭은 이스라엘이 이집트, 시리아, 요르단을 상대로 선제 공격을 감행해 대승을 거두었던 지난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른바 ‘6일 전쟁’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핵 시설 3곳에 대한 미국의 대대적인 공격으로 핵 프로그램이 완전히 파괴되었다고 선언했지만, 초기 미국 정보 당국 내에서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어 사실 확인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슬람 공화국의 체면과 지도부의 권위가 심하게 훼손되기는 했지만, 이란은 이번 12일 전쟁에 대해 자신들의 ‘승리’를 선언할 정도로 여전히 건재하다. 이란 정권은 이스라엘의 공격에서 생존하고 나아가 미국과 전쟁이라는 파국을 피하면서 반격에도 나설 수 있는 것 자체가 승리 선언의 기준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번 군사 충돌로 인해 이란 내에서는 이스라엘과 미국이 매우 위험한 적이라는 기본적인 인식이 강화되고 생존을 위한 핵 개발에 집중할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이 주도할 이란과의 핵 협상 재개에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담에 참석한 자리에서 조만간 이란과 대화하고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한 협정을 추진할 것임을 확인했다.[17]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특사는 이란과‘포괄적인 평화 합의’를 원한다는 점을 밝혔고, 여기에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포기, 이란의 대이란 제재 해제, 상화 적대행위 중단 등이 요소로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은 핵연료의 무기화는 레드라인(금지선)임을 강조하고 있다.[18]
이스라엘과 휴전 상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이란의 핵 개발을 둘러싼 협상은 또다시 핵 농축을 둘러싼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올해 트럼프 행정부와 이란 간 협상에서 이란이 제시한 3단계 합의안이 주목을 받았다.[19]
그림 6. 이란의 3단계 핵 협상 제안
출처: Iran International, 딜로이트 인사이트
이란의 3단계 제안에서는 핵무기 개발 자체를 부인하는 입장이지만, 미국은 이란이 현재와 미래에 핵무기를 확보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지속가능한 거래를 추구한다는 입장이었다. 이란 측은 원심분리기 해체, 우라늄 농축 중단, 핵 비축량을 2015년 이란 핵 합의, 즉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 수준 이하로 삭감하는 모든 거래를 거부했다. 이는 협상이 결렬될 경우 신속하게 핵 무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인프라를 그대로 두겠다는 입장이어서 미국 정부의 명시적 목표 달성을 가로막는 것이었다.
미국은 핵 무기 개발이 가능한 농축 시설 등 핵 프로그램의 재개를 금지하겠지만, 평화적인 핵 사용과 개발에 대해서까지 막을 명분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란은 핵 농축 권리를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농축 제한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지만, 반대로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와 핵 무기 확보 경제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정권의 지속 여부를 시험대에 올려야 한다.
그 동안 평화적 핵 개발 프로그램을 앞세우며 무기급 핵물질 생산 능력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고자 했던 이란의 전략은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12일 전쟁으로 잃은 핵 시설과 핵 과학자에도 불구하고 이란이 그 동안 축적한 핵 기술력과 과학자 및 기술자의 전문 지식은 여전히 남아 있다.[20]
이란은 그 동안 비축한 다량의 농축 우라늄도 존재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이란은 약8,000킬로그램에 달하는 저농축(2~20%) 우라늄과 409킬로그램에 가까운 60% 농축 우라늄을 포함해 다양한 수준의 농축 우라늄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60%에 달하는 준무기급 농축 우라늄은 약 10개의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무기급인 90% 농축 우라늄으로 전환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21]
이란이 트럼프 정부의 완전한 핵 프로그램 해체 요구에 응하지 않는 것은 과거 리비아 사례를 실패의 교훈으로 보기 때문이다. 과거 북아프리카 국가인 리비아가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해체한 뒤 무아마르 가다피 정권이 붕괴된 사례는 이른바‘리비아 모델’로 불린다.
트럼프 정부는 핵 프로그램 제한 및 검증에 집중한 JCPOA 방식보다는 이란의 전략 핵 인프라의 상당 부분을 해체하는 보다 광범위한‘리비아 모델’ 협상을 원하며, 결국 올해 4월부터 진행된 5차례 핵협상이 실패하자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의 주요 핵 인프라의 표면적인 파괴를 시도한 것이다.
미국 측은 이번 군사 공격을 통해 이란의 핵 무기 개발이 최소 수개월에서 수년 이상 지연시킨 것으로 평가한다. 당연히 이는 평가에 시간이 걸리고, 과학적 검증 보다는 기예에 의존해야 하는 대목이다. 더 중요하게는 이번 공격이 세 곳의 핵 인프라를 파괴하는 데는 성공했을 수 있지만, 이란의 핵무기 개발 노력을 완전히 종식시킨다는 커다란 목표 달성에는 실패했을 가능성이 크다.
여러모로 크게 타격을 입은 이란은 전쟁 중단과 함께 미국과 평화 협상의 길을 출구전략으로 모색할 수밖에 없게 됐다. 관건은 이번 공습으로 이란 핵 인프라가 얼마나 파괴되었는지, 또한 핵무기 개발 의지가 얼마나 꺾였는지에 달려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