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 시장 변화의 핵심동인(動因) |
19세기 후반 유럽에서 시작되어 20세기 초반 미국에서 만개한 세계 자동차산업에 100년만의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 GM, 크라이슬러의 법정관리 신청에서 촉발된 세계 자동차산업 변화는 ‘산업주도권의 지역적 이전, 글로벌 네트워크형 산업으로의 변이, 차세대 기술주도권 경쟁가열’이라는 3가지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자동차산업의 변화는 전통적 자동차부품산업은 물론 배터리산업, 반도체산업, 플라스틱 소재산업 등 직간접으로 연관된 산업 전체에 2차 쓰나미를 몰고 오면서 21세기 산업재편의 전주곡이 되고 있다.
미국 주도에서 중국, 러시아가 부상하는 다극체제로 전환
자동차산업 100년의 전반부는 유럽·미국 중심이었다. 1970년대 일본이 소형차를 내세워 시장진입에 성공하면서 3국체제가 형성되었고 우리나라는 불과 10여 년 전부터 명함을 내밀기 시작해 당당한 주역으로 부상했다.
2009년 미국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으로 신흥국이 뜨고 있다. 중국, 러시아, 인도는 풍부한 내수시장에도 불구하고 기술력 부족, 부품조달·생산시스템 미비로 자동차산업에서 독자적 입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변방에 머물러 있었다. 두 나라는 GM, 크라이슬러, 포드의 경영위기를 자국 자동차산업 발전의 분기점으로 보고 M&A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로써 세계 자동차시장의 경쟁구도가 기존주자와 신흥주자의 대결이라는 새로운 판짜기에 들어섰다.
중국은 지난 1월부터 미국을 앞지르면서 세계 최대시장으로 부상했다. 2009년 1~5월 중 미국 내수판매는 395만대에 그쳤으나 중국에서는 496만대의 신차가 판매되면서 연간 1,000만대 이상의 대형시장으로 급부상했다. 중국을 비롯한 러시아, 인도가 내수시장에 생산력과 기술을 결합해 자동차시장의 주도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네트워크형 산업모델은 1990년대 중반 IT산업을 중심으로 부상한 비즈니스 모델로서 가치사슬의 분할과 글로벌 배치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형태이다. 애플의 아이팟이 대표적 사례인데 애플은 제품기획과 판매일부만 담당하고 나머지는 세계 각국의 전문기업들에 의뢰한다. 핵심부품은 한국과 일본에서, 조립은 대만과 중국에서 하는 식이다.
자동차산업은 전통적으로 연구-개발-부품조달-생산-판매를 일괄수행하는 거대한 수직통합형태였다. 대량생산방식을 고안한 포드의 경우 고무농장과 철강공장까지 갖추고 있을 정도였다. 이러한 형태는 1960년대 일본 자동차기업이 부품 외부조달 비중을 높이면서 변화하기 시작했고 1980년대 유럽 자동차기업들이 모듈화를 추진하면서 더욱 발전했다. 2001년에는 생산만을 담당하는 오스트리아의 마그나 슈타이어가 설립되었다.
이번 쓰나미는 자동차산업을 글로벌 네트워크형 산업으로 급진전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GM의 새턴 브랜드를 인수한 미국의 펜스케 오토모티브그룹이다. 펜스케는 미국 2위의 자동차딜러망을 갖추고 있지만 생산경험이 없다. 일단 GM에 의존하겠지만 장기적으로 위탁생산을 확대해 나갈 것이다. 브랜드와 마케팅에 역량을 집중하는 전형적인 네트워크형 사업모델이다.
GM의 사브를 매입한 스웨덴의 쾨닉세그도 마찬가지이다. 쾨닉세그는 대당 20억원 이상의 고급 스포츠카를 제조해온 업체로 연간 매출 150억원 수준에 직원은 불과 50여 명이다. 새우가 고래를 삼킨 이유는 쾨닉세그가 개발 중인 전기차를 양산하기 위한 것으로 관측된다.v
차세대 기술 주도권 경쟁가열
피터 드러커는 ‘자신의 산업이 기반하고 있는 기본전제에 대한 의심’이 필요하다고 갈파한 바 있다. 자동차산업이 강판을 소재로 내연기관엔진에 근거한다는 기본전제 자체를 의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관점이다. 만약 플라스틱 소재에 연료전지로 움직이는 자동차가 대세가 되었을 때 기존기술에만 의존하는 기업은 존립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2010년대의 자동차산업은 환경친화라는 테마를 둘러싸고 승패가 갈릴 전망이다. 신소재를 활용해 무게를 줄이고 연료전지, 수소전지 등 차세대 동력원을 사용하는 자동차 생산기술의 개발이 관건이다. 자동차산업을 100년간 규정해온 기본전제가 변하는 상황에서 생존과 몰락의 드라마는 예측하기조차 어렵다.
또한 기존 자동차기술의 범위를 벗어나는 이종기술을 결합해야 하는 차세대 자동차 생산과 보급은 자동차 산업의 네트워크형 사업형태로 변화를 가속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자동차산업은 전통적인 ‘중후장대(重厚長大)’에서 ‘경박단소(輕薄短小)’한 첨단네트워크형 산업특성이 강해질 것이다.
한때 세계 자동차시장을 호령하던 GM의 몰락, 1980년대 워크맨 신화의 주역으로 세계 TV시장을 평정했던 소니의 부진은 불과 10년 전만해도 상상할 수 없었다. GM은 친환경, 연료효율화 흐름에서 낙오했고 소니는 디지털 트랜드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해 참담한 현실을 맞았다.
급변하는 산업환경, 치열해지는 경쟁구조 속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미래지향적인 전략실행과 부단한 혁신 외에는 다른 답이 있을 수 없다.
특히 조직 전체가 이러한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일치단결하는 것은 생존과 번영을 위한 기본전제이다. 결국 비즈니스는 사람이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이 과연 어떠한 위치에 있고 어디를 지향해야 하는지를 자동차산업 종사자 모두가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반문해 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