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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견제에도 글로벌 대중 무역 의존도 오히려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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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로이트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 아이라 칼리시(Ira Kalish) 박사를 비롯한 딜로이트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네트워크(DGEN)가 매주 배포하는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를 통해 중요한 세계 경제 동향을 간편하게 파악하실 수 있습니다.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는 국내 유력지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외부 배포되고 있으며, 딜로이트의 풍부최한 경제·산업 인사이트를 전달하는 플랫폼의 기초 콘텐츠로 자리잡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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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월 2주차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는 다음의 주요 이슈에 주목했습니다.

미국 견제에도 글로벌 대중 무역 의존도 오히려 높아졌다
  • 무역 데이터에 기반해 IPEF 가입국들의 무역 의존도 추적
  • 베트남, 인도 등 수입원 다각화 50% 이상 후퇴, 중국산 수입 크게 늘어
  • IPEF 가입국 수출시장 다각화도 대부분 후퇴
  • 잭슨홀 심포지엄서도 ‘이면에 숨겨진 대중 무역 의존’ 주장 제기

1. 미국 견제에도 글로벌 대중 무역 의존도 오히려 높아졌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미국은 구소련을 서유럽 민주 정부에 대한 실존적 위협으로 간주하고, 주요 군사 및 경제 협력과 통합을 통해 유럽 각국 정부와 공식, 비공식 동맹을 맺었다. 미국은 이를 통해 유럽에서 영향력, 입지, 무역관계를 확대하며 실질적으로 구소련을 고립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제 미국은 중국이 아시아태평양(이하 ‘아태’) 지역에서 군사 및 경제 패권국이 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기업들의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공급망 회복탄력성을 강화하고, 중국의 기술 굴기를 억제하고 정치적으로 고립시키기 위해 인도태평양(이하 ‘인태’) 지역에서 단계적으로 동맹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움직임이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다. IPEF는 무역 장벽을 낮추지 않는 14개국 그룹으로, 공급망 위험을 제거하고 청정에너지 협력과 같은 지정학적 문제에 대한 협력을 약속했다. 미국·일본·인도·호주 간 4자 안보회담인 쿼드(Quad)도 있다. 오커스(AUKUS)는 호주·영국·미국(Australia, United Kingdom, United States)의 3자 외교안보 협의체로, 이를 통해 미국과 영국이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 기술을 지원하기로 했다. 통상 핵추진 잠수함 기술을 타국과 공유하는 것은 매우 민감하고 이례적인 일로, 중국의 군사 굴기를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단호한 의지가 엿보이는 결정이다. 미국과 베트남 간 정치·경제 관계도 강화되고 있다. 과거 치열한 전쟁을 벌였던 양국 관계는 가장 높은 단계인 ‘포괄적 전략 동반자’로 격상돼, 무역과 크로스보더 투자가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이미 미국과 중국의 무역 관계는 ‘결별’ 수준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미국의 상품 수입액 중에서 중국의 비중은 13.3%에 그쳐,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지 2년 후인 2003년의 12.1% 이후 2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이는 중국이 미국 상품 수입에서 최고 비중을 기록한 지난 2017년 21.6%에 비해 대폭 줄어든 것이다. 2019년부터는 인도와 태국, 베트남을 비롯한 중국 외의 25개 아시아 국가 전체의 비중이 중국을 넘어섰다.1

하지만 미국이 기업의 대중(對中) 익스포저를 줄이고 공급망을 다각화해 위험을 줄이려는(de-risking) 노력이 글로벌 교역의 추세로 볼 때 사실상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분석이 등장했다. 최근 미국의 싱크 탱크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eterson 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s, PIIE) 메리 러블리(Mary Lovely) 선임 연구원 등은 글로벌 기업들이 비용을 한층 절감하고 생산속도를 가속화하는 방식을 모색하면서, 최근 수년간 무역 패턴이 (중국을 중심으로) 더욱 집중화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2 이들은 “IPEF 가입국들의 수입원과 수출시장이 10년 전보다 더 적어졌고, 그 수가 적어진 만큼 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면서, “인태 지역의 수출입 패턴을 살펴보면 무역파트너국이 다각화되기는커녕 집중화되는 양상이고, 특히 중국을 대체하는 생산기지로 떠오르는 중간소득 국가들에서 이러한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시 말해 IPEF가 공급망 다각화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최근 실제로 나타나는 추세에 상당 부분 역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PIIE의 러블리 선임 연구원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태 국가들의 대중 경제관계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실상 브루나이를 제외한 IPEF 가입국들의 최대 수입원이 중국이고, 가입국 절반의 최대 수출국이 중국”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서방국들의 대중 무역이 줄고 그 자리를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채우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공급망 사슬을 자세히 파헤쳐 보면, 동남아시아로 수출되는 중국산 투입 원자재 및 부품 규모가 늘었고, 동남아시아에서 이러한 부품 및 원자재로 만들어진 완제품이 서방국으로 수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무역의 중국 의존도가 겉보기와 달리 결코 낮아지지 않았고, 오히려 높아진 셈이다.

IPEF 무역 의존도 분석 결과, 다각화 아닌 집중화

PIIE의 연구원들은 프랑스 국제경제연구소(CEPII)가 제공하는 국제무역 데이터베이스 ‘BACI’를 바탕으로, 2010년과 2021년 각 IPEF 가입국의  제조업 수출입 시장 집중도를 나타내는 허핀달-허쉬만지수(Herfindahl-Hirschman Index, HHI)를 측정했다. 2010년과 2021년 수치를 비교하면 각국의 무역파트너국이 얼마나 다각화됐는지 알 수 있는데, IPEF 가입국들의 수입원과 수출시장 모두 2010년 이후 다각화가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파트너국의 다각화는 평균 31% 후퇴했고, 수입원은 28% 후퇴했다. 그리고 그 근본적인 원인은 각국의 대중 양자관계가 심화됐기 때문이다.

PIIE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거의 모든 IPEF 가입국들의 총수입 규모 중 중국산 비율이 2010년에 비해 늘었다. 완제품뿐 아니라 국내 생산에 투입되는 중간재 수입 규모도 늘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기간 중 대부분 IPEF 가입국들의 총수출 중 대미, 대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모두 늘었다는 점이다. 이는 주요 수출시장과 공급원으로서 중국과 미국 모두 놓칠 수 없는 대다수 IPEF 가입국들의 경제적 숙명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베트남, 인도 등 수입원 다각화 50% 이상 후퇴, 중국산 수입 크게 늘어

결론적으로 미국, 일본, 피지를 제외한 대부분 IPEF 가입국들의 수입원은 2010년 이후 다각화가 후퇴했다. 미국의 수입원이 다각화된 이유는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임 행정부가 관세 전쟁을 시작하면서 중국의 시장점유율이 낮아진 영향이다. 일본의 경우 중국 비중이 줄기는 했으나, 의류와 신발 등 노동집약적 제품의 생산 거점이 동남아시아로 옮겨간 영향에 주로 이 부문의 수입원이 다각화됐다. 이 외 IPEF 가입국들의 수입원 다각화 지수는 모두 하락했다. 그림 1을 보면, 말레이시아,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수치는 2010년 이후 50% 이상 하락했는데, 가장 큰 원인은 중국산 수입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IPEF 수출시장 다각화도 대부분 후퇴

그림 2를 보면 IPEF 가입국들의 수출시장 집중도가 눈에 띄게 높아진 것을 알 수 있다. 2010년 당시 IPEF 평균보다 집중도가 높았던 피지, 뉴질랜드, 필리핀만이 2021년까지 대폭 낮아졌다. 미국은 집중도가 소폭 상승했는데, 수출 파트너국이 고소득 국가로부터 중국과 멕시코로 이동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말레이시아, 베트남, 호주, 싱가포르 등은 수출시장 집중도가 30% 이상 높아졌고, 브루나이는 무려 200% 이상 뛰었다.

일부 IPEF 가입국들의 수출시장 집중도가 높아진 이유는 미국과 중국 양국과의 무역관계가 모두 심화됐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와 베트남이 대표적이다. 말레이시아 총수출에서 대미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14%에서 2021년 20%로, 대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8%에서 21%로 늘었다. 베트남도 대미 수출 비중이 2010년 24%에서 2021년 29%로, 대중 수출은 9%에서 20%로 늘었다. IPEF 가입국 중 대중 수출이 줄고 대미 수출이 늘어난 국가는 호주가 유일하다.

IPEF 가입국들의 수출시장 다각화가 후퇴한 이유는 여러가지다. 그 중 다각화가 가장 많이 후퇴한 브루나이와 싱가포르의 경우, 반도체 공급망과 중국의 육·해상 신(新)실크로드 구축 정책인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와 깊이 관련돼 있다. 싱가포르는 반도체와 기계류의 대중 수출이 늘었고, 브루나이는 중국의 무아라 항만(Muara Port) 대규모 확장 공사에 중국이 자금을 지원하는 동안 대중 수출이 늘면서 양국 무역관계가 폭발적으로 확대됐다.

잭슨홀 심포지엄서도 ‘이면에 숨겨진 대중 무역 의존’ 주장 제기

지난 8월 25일 개최된 각국 중앙은행 고위 관계자들 및 경제학자들의 연례 모임인 ‘잭슨홀 심포지엄’에서도 ‘대중 무역 의존도가 이면에서 심화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소개됐다. 라우라 알파로(Laura Alfaro)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와 다빈 초(Davin Cho) 다트머스대 터크경영대학원 교수는 “2017~2022년 미국의 중국산 수입이 줄고 대신 베트남과 멕시코산 수입이 늘었지만, 중국 기업들이 베트남과 멕시코에 대한 수출과 외국인직접투자를 늘리는 방식으로 미국의 중국 배제 노력을 우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3

이들은 “미-중 간접적 공급망 연결점은 그대로”라며 “중국은 베트남과 멕시코와의 연결점을 통해 오히려 미국과 연결된 간접적 공급망을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베트남과 멕시코라는 제3국을 통해 대중 무역 의존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PIIE의 연구원들은 IPEF 가입국 대부분이 미국이 제시하는 목표에 동조하며 과도한 대중 의존도를 경계하고 있지만, 공급망 모니터링과 조율에 대한 IPEF 합의가 의도했던 효과를 낼지 여부는 미지수라는 의견을 전했다. 


1 How U.S. and China Are Breaking Up, in Charts - WSJ
2 US-led effort to diversify Indo-Pacific supply chains away from China runs counter to trends | PIIE
3 China Remains Embedded in US Supply Chains: Jackson Hole Paper - BNN Bloomberg

저자: 아이라 칼리시(Ira Kalish)

딜로이트 투쉬 토마츠(DTTL)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배서칼리지 경제학 학사, 존스홉킨스대 국제경제학 박사
전 세계 경제·인구·사회가 글로벌 기업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 연구.

딜로이트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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